폐허의 대학 - 새로운 대학의 탄생은 가능한가
빌 리딩스 지음, 윤지관 외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론, 인문교양론의 필수가 되는 책. 비슷비슷한 책 목록이 많긴 하지만 비슷해 보여도, 역시 일단 책장을 열어보면 조금씩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정말로 아쉬운 것은 드문드문 거슬리는 번역어투, 그리고 뭐랄까, 굳이 역자를 꼬집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추상적인? 어색한? 표현...


"뉴욕주립대... 대학원생들의 초청은 내가 이 주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주었다."[감사의 말 중에서]

  '초청'이라는 명사가 이런 '구체성' 있는 의미로 쓰이던가?

  (대학원들의 초청을 받아 토론을 벌이면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 이 정도 아닌가?)

- 문학적인 전회(轉回): 이제는 소통하기 아려운 단어다.

 

- 제2장 첫 부분(수월성 개념이 처음 등장하는 곳)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적 무기로서의 근대 대학과 관료주의적 기업으로서의 현대 대학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럴 때 한 가지 중요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수월성'은 빠르게 대학의 좌우명이 되고 있고, 현대 기관으로서의 대학을 이해하려면 수월성에 호소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혹은 뜻하지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어색하다, 어색하다...... 

   '수월성이 빠르게 대학의 좌우명이 되고 있고' (요렇게, 주어를 '은'에서 '이'로 바꿀 필요가 있겠다.)


* 아무래도 학자들의 번역은 원문을 한국어 독자들에게 자꾸 떠올려 거슬러 올라가라고 요구하는 듯하다. 이 경우 번역은 곧 원문을 환기시키는 기능에 충실하려는 것인가? 사뭇 전문적인 문헌 연구에 필요한 번역이 아닌 이상, 이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물론 더 한국어다운 평이한 표현으로 바꿔 옮기기가 워낙 쉽지 않은 일이라 고생은 하셨겠지만, 내용을 더 한국인의 정보와 문화 속에서 충분히 새겨서 옮겨주셨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 외국어문학 전공 학자들에게 '번역어투'란 그들 안의 학술방언으로 자리를 굳힌 것 같다.(어떤 면에서 학술어도 일종의 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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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mannerist > 최악의 지름신 강림 시리즈

단연 최악 중의 최악의 지름신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DVD전집. 거기다가 김문경의 책까지 껴 준단다. 1권, 2권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언제나 생각하는 거 하나.

왜 교향곡 전집 CD보다 DVD전집이 더 싼 걸까? 비단 이 녀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베를린 필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도, 미하일 길렌과 남독일 방송교향악단의 교향곡 전집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왠 DVD냐고? 티비 앞에 삼십분도 못 앉아있는 인간이? 어이하다보니 사정이 좀 피어, 퇴근 후나 주말에 회사에 혼자 남아 회의실 스크린으로 DVD를 가끔 보기 시작했는데, 이 감흥이란 정말 대단하다. 물론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눈은 방해가 될 뿐이다'라는 리히테르의 금언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따르는 매너고, 독주 내지는 실내악의 경우 이 원칙을 극단까지 고수해야 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대편성 교향곡의 경우에는 어떤 악기가 어느 타이밍에 울림을 내는지, 그리고 지휘자들의 몸짓과 연주자들의 눈빛이 곡에 빠져들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더라.

 

이걸 내게 가르쳐 준 건 지난 여름에 지른 귄터 반트와 NDR의 DVD. 그중에서도 내가 항상 가지고 있는 마지막 네 번째 DVD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과 부르크너의 9번 교향곡이 들어있는. 내지의 해설을 보면 Two "finished unfinished symphonies"라고 운을 떼고 있다. 한국어로 옮기자면 "마지막이되 끝나지 않는 두 개의 교향곡"정도가 될까. 두 악장으로만 구성되어 저런 이름이 붙어있긴 하지만 아름답고 처절하기 그지없는 선율로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미완성 교향곡, 그리고 마지막 악장 없이 3악장으로만 끝나는 부르크너의 마지막 교향곡 9번. 내지 해설의 제목이 절묘하다.

각설하고. 지난 초가을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 의사에 상관없이 좋아하기 시작한 슈베르트의 "미완성"을, 난 이 DVD를 보고 난 이후에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말할 수 있다. 왜 2악장 이후 슈베르트가 곡을 더 쓰지 않았는지. 그것만으로도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기 때문이라는 걸. 사랑. 의 ㅅ자도 꺼내지 않고 사랑을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든, 음악과 문학 등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에 대한 일생에 걸친 숭배든. 다른 거 다 떠나서, 옆에서 누가 부축하지 않으면 거동초자 할 수 없으나 안광만은 잃지 않는 노 대가가 혼신의 힘을 다 해가며 두 팔을 흔드는 모습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각 부분에 어느 악기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지, 어떻게 흘러가는지 더 잘 알 수 있다는 거. 이 DVD를 보지 못했더라면 "미완성"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소리가 어떻게 이 교향곡에서 구분되는지 알지 못했을거다.

라파엘 쿠벨릭의 말러 전집을 가지고 있고, 아바도와 번스타인의 음반이 몇 장 있긴 하지만 새삼스레 이 DVD가 탐나는 이유가 그거다. 대편성 교향곡을 제대로 즐기자면 최선은 실황 연주회를 가는 것이지만 그런 게 여의치 않으니 차선책으로 이런 영상물을 접하는 거라고.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쇳가루"라는거.

 

 아침에 온 이메일을 확인하다 발견한 DVD. 라파엘 쿠벨릭이 지휘한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DVD. 이 음원에 대해서는 예전 페이퍼에 한 번 설명한 적이 있어서 설명을 붙이기가 구차할 뿐이다. 간단히 말해, 반세기동안 타향을 떠돌던 대지휘자가 말년에 조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젊은시절 열정을 바쳐 키워낸 체코 필하모니와 함께, 프라하의 봄 음악제의 시작을 여는 '나의 조국'을 지휘한다. 연주의 질은 명성에 비해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라지만, 어디 사람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에만 감동받는 존재인가.

참고로 올 초에 구한 이 CD는, 비닐을 뜯었다가 내가 다시 봉인했다. 잠시 집을 떠나 있지만 다시 돌아갈 날 차안에서, 혹은 기차 안에서, 아니면 돌아가 짐을 다 풀어놓고, 무릎을 끌어안고 늦은 밤에 들으려고 아껴두고 있다. 바람구두님이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전시연주를 비닐도 안 뜯고 가지고 있으신 마음가짐과 비슷하게. 그날을 기다리면서.

 

 

 


이번주 도서관에 갔을때,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가 하나도 없기에 대타삼아 빌린 책이 브레드버리의 화씨 451이다. 워낙에 명성이 대단한 책이라 내게 홀대받은 책이기도 하고. 이젠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책이 눈에 들어오길래 운명이다 싶어 집어들었고, 한시간 반만에 빨려들 듯 읽어내렸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세계'에 대한 시니컬한 어조를 보내는 조지 오웰의1984년이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 흡입력 강하고 설득력있으며 그만큼 섬찟하다. 이 책을 구하면 열광했던 사람들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  번역을 한 번 거친 문장도 꽤나 마음에 들었던지라 원서를 찾아보니 옆동네에서는 그다지 부담없는 가격에 배송 기간도 짧게 잡아 보내준단다. 아마도 다음달 문화비 8만원에 녀석음 꼭 들어가지싶다. 표지도 꽤 마음에 들고. 종이가 자연발화하는 온도. 그게 화씨 451도. 맞던가?

그나저나. 멋진 신세계의 안정효씨 번역을 신촌 숨책에서 본 적 있는데 그때 별 관심없어 그냥 지나쳤던 게 다시 한 번 아쉬워진다. 다시 낼 만도 한데말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정효씨가 번역했다면 말야.

 

 지인 R누나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요즘 같은 때에 아직도 우표 붙여 손편지 쓰는 구닥다리 인생 중 하나가 매너다. 울산 내려와 尾제의 앞제비 시절만큼 편지를 쓰고 있다. 한달에 두세 통이면 그리 자주도 아닌데, 꽤 신경이 쓰인다. 내 손으로 편지지 만들고 써서 지인에게 한 통 두 통 보내는 건 말이다. 수줍은 아웃사이더 최윤의 표현을 조금 빌자면 가장 잘 쓰고 싶지만 가장 쓰기 힘든 글이 편지글이기 때문일거다. 그래서일까. 오로지 편지로만 이루어진 소설,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 스캔들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 자체도 화사하고 처절한 수작이었지만 원작의 형식미와 유머러스하고 비극적 흐름도 무시못할정도로 매력적이다 - 가 읽고 싶어졌다. 주말, 남부도서관에 가서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한때 기숙사 방 같이 쓰던 선배가 그랬던가. 그날 내가 찾던 책을 못 찾아 툴툴대자 원래 그런 거 몰랐냐면서 던진 말. 도서관이라는데 몰라? 있어야 할 책은 없고 없어도 되는 책만 산더미같이 쌓인 데가 학교 도서관이야. 뭘 기대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그 기대를 배신하는 도서관은 안타깝다. 아마도 다음달 소설책 한 권만 산다면 이녀석을 사지 싶다.

 언제나 사서 옆에 두고 싶은 책은 넘쳐 흐르고 모자라는게 주머니다.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도 올해 초 한창 미쳐 돌아가며 일할 때 주마간산격으로 흝어봤던게 아쉬워서라도 옆에 두고 한 달쯤 천. 천. 히. 이 책만 파면 좋겠지 싶다. 가르강튀아는 전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단돈 천원에 이 책을 들어내고 폴짝폴짝 뛰던 누이가 샘나서기도 하고. 김문경의 구스타프 말러 2권 역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러 교향곡인 6번 때문에라도 두고 읽어야 한다. 문제는 모두 계획중. 이란 데 있다.

 내 테크닉은 완벽하다. 내가 소화하지 못하는 곡이란 없다.

스물 조금 넘긴 피아니스트가 이런 소리 지껄인다면 재수없어서라도 돌아보지 않을 테지만 연주를 먼저 들은 바가 있기에 재수없는 건 재수없는거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마음 다잡고 있다. 데니스 마추예프라는 생경한 이름의 이 피아니스트의 음반, 겉으론 공손히 '호로비츠에게 바침'이라고 찍어놨지만 실상은 '호로비츠에게 도전함'내지는 '맞짱'정도의 의미가 더 강하지 싶다. 특히나 호로비츠가 편곡했다는 두번째 트렉, 카르멘 환상곡의 피아노 버젼에서 보여주는 테크닉은 정신을 빼 놓을 정도로 화려하기 그지없다. 겨우 다섯 트렉 밖에 없는 이 엘범은 수입 음반 TOP price다. MID정도만 되도 생각해 보겠는데... 쩝... 좌우간, 하는 거 보니 각종 레파토리 섭렵할 듯 한데, 이왕 낼려면 바르톡 같은 거 좀 내줬음 하는 소망이 있다. 기교 좀 있다는 피아니스트라면 다들 음반 내기 정신없는 라흐 3번은 제발 좀 빼고... 테크니션들의 나잘났다 향연이 되어버린 라흐 3번 듣는 것도 이젠 지겹다. 곁다리로... 얼마전 극찬을 받은 스테판 허프의 라흐 3번 1악장을 듣다가 짜증이 확 치밀었던 적이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 4권에선가 5권에선가. 치아키가 슈트레제만에게 '내가 왜 라흐마니노프로 꾸물텅거려야 하죠?'라고 대들 때 딱 그 심정이다. 뭐 그런 해석도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띄겠지만 아직 남성적 악기로서의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내 공식반응은 다음과 같다. "라흐가 쇼팽인가. 쳇..."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흘러나오는 음악에 몸을 떨었지 싶다. 그중 내 귀를 가장 잡아끈 건 이영애가 송강호인가 신하균인가에게 방아쇠를 잡아당길 때 흘렀던 비발디 바순 협주곡 3악장이었다. 난 이 곡을 kbs 1fm 명연주 명음반 정만섭 선생님께서 친히 구워주신 CD로 가지고 있다. 그렇게 면을 트게 된 클라우스 투네만이라는 바순 연주자와 이 무지치가 뭉쳐서 만들어낸 바순 협주곡 모음집. 벌써 몇 달째 내 장바구니 속에 넣어져 있었더랬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 꺼내고 있지 못하다. 뭐 이런 놈들이 한둘은 아니지만.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도 그렇고,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추모 앨범도 그렇다. 이번 가을에 한참 중독되서 들은 곡 중 하나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교향곡 4번인 탓이 절반, 그리고 클라이버의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이 궁금한 탓이 절반이다. 무엇보다, 저 표지 멋지지 않은가!

이런 거 다 누리고 살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조금씩 조금씩 모아가며, 그만큼 즐거워하고 아쉬워하며 자족하는게 내게 허락된 행복이겠지. 내가 아무 생각없이 마구 돈을 써댄 유일한 기간, 취직하고 나서 보름 동안 - 이기간동안 취직턱이며 가족들에게 십만원 단위빵이며 CD사고 카메라사고 이것저것 책 사는데 쓴 돈이 300만원이다!! - 그리 기쁜 줄도 모르겠고 허탈감이 꽤나 크게 남았던 거 생각해보면.

그래서 이번달 말 올 세 권의 책과, 그간 흘려 들었던 음악 새밀히 듣는 데 집중해야겠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올해 가장 껍데기 예쁜 음반의 강력한 후보이자 요즘 올인중인 녀석:

피에르 아모얄(이렇게 읽는 게 맞나?)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 껍데기는 뭉크의 "해변의 여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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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바람구두가 선정한 2006년의 책
(2005. 10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우리에게 2006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그 질문에 답하기 전, 우리는 잠시 20년 전의 오늘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겠다. 1986년은 아시안게임이 있던 해이고, 한동안 “86, 88”은 번영을 이룩해줄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 시대의 우리들은 지금보다 암울했을까? 이 무렵 한국의 노동자들은 주당 52.4시간 노동으로 세계1위를 차지했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미국의 전폭기들은 리비아의 트리폴리와 벵가지를 폭격했고, 소련에서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7월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터졌다.

과거를 기억하는 서로 다른 방식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정치개혁실패가 잇따르면서 권위주의 독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현실인식은 극단을 달린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2』(책세상, 2006)은 지난 시대의 필독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대한민국이 성취한 결과를 부정하는 좌파 민족주의 진영의 자학사관을 담은 책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의 편집위원들은 엄밀한 고증에 입각한 학문적 성과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노 대통령이 반민특위의 역사를 읽고 “피가 거꾸로 도는 경험”을 했다는 발언과 그런 분위기에서 과거사 청산 법안들이 만들어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가 다 가기도 전에 대한민국이 성취(?)한 또 하나의 결과를 보여주는 두툼한 책 『야만시대의 기록 - 고문의 한국현대사』(역사비평사, 2006)가 출간되었다. 앞의 책이 노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발언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면, 이 책은 지난 2004년 12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이철우 의원에 대해 “지금도 조선노동당 간첩이 국회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말한 사건을 보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올바른 청산과 정의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해서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과거사는 언제라도 정치의 중심에 부각될 수 있는 뇌관이다. 그 이유는 과거사가 단 한 번도 깨끗하게 청산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철우의 경우에도 과거 재판기록만 놓고 보자면 자백한 간첩이다. 권인숙이 성을 혁명의 도구로 이용했다는 당시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믿거나, 그 재판기록이 “한 번 들어오면 대통령도 무사히 나갈 수 없다”던 고문 기술자들의 고문과 용공조작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자본주의, 성장과 시장 논리가 제압한 도박판에서 살아남는 법

언제인가부터 우리 사회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신조어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좌파 신자유주의’, ‘인권을 위한 전쟁’, ‘평화를 위한 핵실험’이 그것이다. 일본의 반핵평화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는 르포소설 『체르노빌의 아이들』(프로메테우스, 2006)을 통해 핵발전소를 책임진 성실한 한 가장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온가족을 잃는 참사를 피할 수 없었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확히 20년 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 발생한 체르노빌 참사는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발표하지 않았고(대략 1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 지금도 체르노빌에는 192톤의 핵연료가 미봉된 채 잠들어 있다. 우리가 북한의 공포와 미국의 증오 사이에서 벌어진 핵실험에 찬성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난 해 우리는 한 과학자가 벌인 언론플레이에 얼이 빠졌던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도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태연자약하게 벌어지는 것일까? 도로시 넬킨과 로리 앤드루스는 『인체시장 - 생명공학시대 인체조직의 상품화를 파헤친다』(궁리, 2006)를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 우리 몸의 생체(유전자) 정보에 특허권이 부여되고, 이를 상품화하여 이익창출의 도구로 삼는 시장과 생명기업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황우석의 숭고한(?) 연구를 위해 몸 바친 이들에게 난자체취의 위험성은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황우석의 생명공학이 가져다 줄 풍요의 도마 위에서 우리의 몸(유전자, 생체정보)은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했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일들에 둔감한 걸까? 얼마 전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TV광고는 미인선발대회를 코믹하게 엮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47%는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에, 48%는 환매조건부 채권에 투자하며 5%는 부족한 미모에 조금 더 투자”하겠다는 미인의 소감 뒤엔 좀더 긴 뒷이야기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할 말이 있으면 더 이야기해보라는 권유에 참가자는 “얘들아!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고 외친다. 젊은 세대는 언제나 기성사회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기 마련이지만, 오늘의 젊은 세대는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자기경영, 자기혁신에 전념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런 논리를 담고 있는 경영처세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당연하지만 정말로 개처럼 벌어도 좋은 걸까? 지난 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마시멜로 이야기』(한경BP, 2005)의 이중번역 논란은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향하는지 잘 보여준다.

만화 『타짜』(랜덤하우스코리아, 2006)는 대중적 호응에 힘입어 영화화되었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대 배경을 갖고 있는 만화 『타짜』에서 자전거를 갖고 싶었던 곤이의 소박한 욕망은 결국 그의 청춘을 도박판에 저당 잡히도록 한다. 빨치산과 국군이 밤낮으로 번갈아 출몰하던 지리산에서, 살벌한 승부가 펼쳐지는 도박판에서 주인공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깨달은 것, 다른 타짜들처럼 죽거나 손가락이 잘리지 않고, 몸성히 살아남는 방법으로 깨우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멈췄다. 그것만이 돈을 위해 체면도, 염치도 없이 벌거벗은 욕망들이 질주하는 자본주의의 도박판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1986년엔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라는 <아, 대한민국>의 노래가사처럼 유람선이 정말 한강 위로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아~ 대한민국”을 외친다. 다만 지금의 “아~”는 풍요와 번영을 상징 조작했던 그 시절의 외침과 달리 한숨이다. 지금 우리는 민주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집권 세력은 이른바 민주화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째서 한숨짓고 있는가? 다가오는 2007년 새해는 개인적으로는 87년 시민‘혁명’이라 규정하는 87년 민주화운동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우리는 바로 그 시민혁명이 만들어냈던 87년 체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고비에 서 있다.

박태균의 『우방과 제국』(창비, 2006)이나 우석훈의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 2006)는 모두 미국의 일방적인 세계체제와 직접적인 관계 속에 살펴야 하지만, 문제의 복잡성을 따지자면 후자가 훨씬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FTA'라는 하나의 사안을 두고 우석훈은 크게 세 가지 층위의 각기 다른 고민거리를 제기한다. 첫째는 생산력 중심, 발전 중심의 패러다임은 결국 자본주의의 무자비한 폭주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 둘째는 기존의 87년 체제에 의해서는 어떤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체제를 개혁하거나 보수하기 어렵고, 호민관으로 선출된 대통령 자신의 폭주를 국민직접행동 이외에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 셋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가 이제라도 새로운 시스템을 상상해 내고, 그것을 국민적 합의에 의해 도출해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즉, 우석훈은 우리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느닷없는’ 한미FTA 폭주를 통해 우리 사회의 경제시스템, 국가시스템 전반에 걸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폭주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태균은 그간의 한미관계가 대등할 수 없었던 것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집권한 정권들의 태생적인 한계에도 있지만 ‘국가안보’를 빌미로 ‘정권안보’에 치중한 정권을 경제성장 혹은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승인해온 우리들 자신에게도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한다. 만약 한국에 민주적인 정부가 수립되어 있었다면 한미관계는 좀더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인가? 87년 혁명 이후 어느새 20여 년간 지속된 절차적 민주화에 의해 수립된 민주주의 정부 아래에서도 여전히 지속되는 한미관계의 불평등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박태균은 이것이 지속되는 독재의 유산이며,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사회진화론적인 약육강식 담론을 우리들이 내면화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베트남전쟁을 통해 누렸던 경제적 ‘특수’를, 미국과의 동맹으로 덩달아 우리도 ‘제국’이 될 수 있다는 음험한 욕망이 왜곡된 한미관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상상력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가 꿈꾸셨던 대한민국입니다.”라는 CF가 있었다. 이 광고에 대해 반감을 품은 이들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 광고가 호명하는 아버지들이 우리들의 아버지였던 것은 사실이고, 분명 그들이 꿈꾸었던 대한민국은 배고픔을 극복하는 대한민국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들은 민주주의를 저당 잡히긴 했지만 분명히 성공했다. 그러나 87년 체제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었지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우리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그 물음에 진지하게 답해야 할 때이다. 이제 소개하려는 두 권의 책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그 해답의 단초가 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순홍 유고전집 1. 2 - 생태학의 담론, 정치생태학과 녹색국가』(아르케, 2006)과 슬라보예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 - 레닌에 대한 13가지 연구』(길, 2006)가 그것이다. 책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지 못하는 것은 지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목이 이미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합리적이고, 급진적 실천이 함께 해야 한다는 말로 책 소개를 가름하고자 한다.

<출처 : 함께사는길, 2006. 12월(통권162호)>

http://hamgil.or.kr/bbs/view.php?id=200612&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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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thirsty > 작지만 강력하고 끈질긴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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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lements of Style (문체 요론) ,William Strunk Jr. and E.B. White, 제4판, 2000, The Pearson Education Company(Longman Publishers)

* 이 책은 지금 팔리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판매 순위 73위의 책이다. 악서가 양서를 구축하는 일은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이야기는 제1차대전이 끝나던 해, 우리나라에서는 3 •1운동이 일어났던 해인 1919년, 미국 뉴욕주 북부의 시골 마을 이싸카(Ithaca)에서 시작된다. 세칭 아이비 리그(Ivy League)에 속하는 명문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의 20세 학생 화이트(Elwyn Brooks White: 1899-1985)는 괴짜 교수인 윌리엄 스트렁크 2세(William Strunk Jr.: 1869-1946)로부터 영어 수업을 받게 되는데, 그 때 교재가 교수가 직접 쓰고 만든 43페이지짜리 볼품없는 ‘작은 책(the little book)’이었으니, 바로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졸업 후 문필가의 길로 접어든 제자 화이트(그가 1945년에 쓴 청소년 소설 ‘Stuart Little’이 몇 년 전 개봉된, 말하는 ‘쥐’를 양자로 받아들인 가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의 원작 소설이니 그 이야기도 이 이야기만큼 끈질긴 셈이다)는 위의 이야기로부터 38년 뒤인 1957년, 유명한 맥밀란 출판사로부터 이런 종류의 책 출판 제안을 받자, 그 ‘작은 책’을 기억에 되살렸으며, 예문을 시대에 맞게 바꾸고 자신이 한 장(이 책의 마지막인 제5장 An Approach to Style)을 추가하여 세상에 내어놓으니, 이 책이 50년 뒤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는 스트렁크 교수는 그 때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 뒤였으니 이 일을 알 리가 만무하였고, 따라서 두 사람은 수십 년 간의 공백을 둔 상태에서 같이 일을 한 셈이었으며(심지어 화이트의 졸업 후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증거도 없다),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 자신의 개정인 2판(1972년), 3판(1979년)에 이어, 그의 사후인 2000년 현재의 판인 제4 개정판이 그의 양자였던 로저 앤젤(Roger Angell: 1920년생. 유명한 야구기자로 1962년부터 뉴요커지the New Yorker에 야구 컬럼을 썼고 여러 권의 책도 낸 바 있다)의 손에 의해 나온 것이다. 이 4판의 공동편집 겸 발문(afterword)을 쓴 찰스 오스굿(Charles Osgood)은 1933년 생으로 여러 권의 베스트 셀러를 낸 작가 겸 라디오방송인이며 야구에 관한 열정으로 로저 앤젤과 인연이 있다.

이 책은 현재도 본문이 85페이지로 끝날 정도로 작고(책 크기가 보통 책의 반 정도로 주머니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볼품없는 책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매우 강력하고 원래 스트렁크 교수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인 쓸데없는 말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그의 모토가 Let every word tell!이었다), 오늘날에도 영어권에서는 뛰어난 작문교재로 손꼽히고 있다. 아마존 서점(www.amazon.com)에 오른 200개의 서평은 찬사로 일관되고 있으며, 그 200개 서평의 평균 평점이 별 4개 반(5개 만점).

요란한 치장이 되어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펴보면 좌우 페이지의 여백이 다르게 되어 있고(왼쪽 페이지는 오른쪽 여백이 크고, 오른쪽 페이지는 왼쪽 여백이 크다. 왜 우리나라 책들은 왼쪽 오른쪽 구분 없이 여백 크기가 한결 같아, 중간 접히는 부분 때문에 두께가 조금만 두꺼워지면 보기 힘들까?), 책 크기에 비해서는 활자도 크고 선명한 점이 무척 보기 편하여, 독자를 생각한 제책(製冊)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영어 작문의 요령이며, 글쓰기와 관련된 간략한 문법 사항 외에도 수사학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명료하고 대담하며 간결한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지식 전수 외에도, 이 책 자체가 바로 이런 글쓰기의 전범(典範)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의 구성을 간략히 살펴보면, 로저 앤젤의 서문, 화이트의 소개 글에 이어, 1장 영어 사용법(또는 용례: usage)에 관한 규칙 11개(명사의 단수 소유격 만드는 법부터 구두점의 사용, 대명사의 사용, 현수구문에 이르기까지), 2장 작문의 규칙 11개(단락 구분법, 능동태의 사용 권장, 단어의 선택, 늘어진 문장과 내포문, 병렬구문, 시제, 어순 등), 3장 원고 형태(부호, 숫자 표기, 여백 등 실제 출판을 위한 원고 정리 요령 10가지), 4장 통상 잘못 사용되는 단어 및 표현 113개 해설(aggravate에서 would까지 알파벳 순), 그리고 마지막 5장으로 앞서 말했듯 화이트가 추가한 문체론(글쓰기 방법) 21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진 본문 외에, 찰스 오스굿의 발문, 용어해설, 찾아보기가 추가되어 있는데도 반국판 100여 페이지에 불과하니, 얼마나 효율적으로 책이 구성되고 쓰여졌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책의 내용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이 책의 다른 효용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한다. 미국의 소위 ‘표준화된 시험(standardized test)인 SAT, TOEFL, GMAT, GRE 등에는 반드시 작문(test of written English 또는 essay)이 포함되는데도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필자는 발견했다. 그런 분은 이 책(이 책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관한 책이다)과 또 미국 대학에서 중요시하는 ‘5단락 에세이(the five paragraph essay)’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아! 어떻게 쓰라는 것이구나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후자에 관해서는 여기에 관한 국내외 영작문 교재들을 참고해도 되지만, 이런 책들이 너무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분을 위해 엑기스를 소개하면, 맥밀란 영영사전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for Advanced Learners의 중간 별지 섹션 Language Awareness, 4페이지에서 9페이지까지의 두 항목 Academic Writing과 College Composition을 보시면 충분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위의 시험을 봐보신 분들은 도대체 학교에서 배운 영문법과 취급 항목, 강조점 등에서 너무 차이가 나는 점에 놀라 헷갈린다, 심지어 이건 영어시험이 아니다라는 분까지 나올 정도인데(이런 정보들은 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은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좋은 영어공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다른 장점(영어권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같이 외국어로서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보너스로 주어지는, 저자들은 생각도 못했겠지만)이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시험을 공부하는 분들은 병렬구문(parallel construction), 어색하고 중복된 표현(awkward, redundant, wordy) 이런 용어들 많이 들어보겠지만 도대체 정확한 의미와 규칙을 몰라 답답했을 것이다. 대개의 강사들은 얼버무릴 것이고. 그런 분들을 위해 책에서 몇몇 부분을 아래에서 직접 인용할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책은 영어로 글쓰기에 관한 책이고, 영어에 관한 책이지만, 보편적인 글 쓰기에 관한 책도 되는 것이니 어떤 말로 글을 쓰든 독자들은 다음 말을 명심하시면 큰 도움을 얻을 것이다.

Be definite, concise, concrete, and brave in writing!  

 

(추기: 2003. 4월 미국 Doublday 출판사에서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최근 국내에 번역된 소설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 베텔스만코리아, 양선아 옮김, 2004. 6"의 저자 댄 브라운(Dan Brown)이 미국의 한 인터넷 서점과 나눈 대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자신이 강추하는 애장 서적 10권 중에 바로 이 책이 들어있는 것을 보았으며, Hougton Mifflin 출판사의 American Heritage Book of English Usage란 권위있는 미국 영어책의 160명 Usage Panel('영어용법 자문 위원단'쯤 된다)에 이 책의 서문을 쓴 Roger Angell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게 되는 모양이다.)


(Rule 19) 대등한 아이디어는 비슷한 형태로 (병렬구문)

1. 내용과 기능에서 유사한 표현은 외적으로도 유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형태상으로 유사해야 독자들이 쉽게 내용과 기능의 유사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Matthew), 예수의 산상수훈(the Sermon on the Mount)의 일부인 팔복(八福: the Beatitudes)은 좋은 예이다(* 책에 나오지 않는 부분은 필자가 보충하였음.)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Blessed are the meek: for they shall possess the earth.
   Blessed are they who mourn: for they shall be comforted.
   Blessed are they who hunger and thirst for justice: for they shall be satisfied.
   Blessed are the merciful: for they shall obtain mercy.
   Blessed are the clean of heart: for they shall see God.
   Blessed are the peacemakers: for they shall be called children of God.
   Blessed are they who suffer persecution for justice' sake,: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2. 표현의 다양성을 신봉하다 보면 이 원칙을 깨게 된다. 강조를 위해 문장을 반복할 때는 표현을 바꾸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병렬구문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소심해서 하나의 표현 형태를 선택하고 지키지도 못하고 두려워 하는 작가와 어떤 선택을 하고 그를 지키는 태도와의 차이로 본다.
Formerly, science was taught by the textbook method, while now the laboratory method is employed.
→ Formerly, science was taught by the textbook method; now it is taught by the laboratory method.

3. 병렬 표현 전체에 걸리는 관사나 전치사는 처음에 한 번만 사용하든지, 아니면 전체에 다 사용하든지 둘 중 하나라야 한다.
the French, the Italians, Spanish, and Portuguese
→ the French, the Italians, the Spanish, and the Portuguese
in spring, summer, or in winter
→ in spring, summer, or winter (or in spring, in summer, or in winter)

4. 관용구(idiomatic use)상 특정 전치사를 필요로 하는 말들이 중문으로 연결될 때는 같은 전치사가 아닌 한 모든 적합한 전치사들이 다 들어가야 맞다.
His speech was marked by disagreement and scorn for his opponent’s position.
→ His speech was marked by disagreement with and scorn for his opponent’s position.

5. 상관 어구(correlatives: both, ~ and; not ~ but; not only ~ , but also; either ~, or; first, second, third; and the like) 뒤에는 똑 같은 문법적인 구문이 나와야 한다. 문장 순서를 바꾸면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It was both a long ceremony and very tedious.
→ The ceremony was both long and tedious.
A time not for words but action.
→ A time not for words but for action.
Either you must grant his request or incur his ill will.
→ You must either grant his request or incur his ill will.
My objections are, first, the injustice of the measure; second, that it is unconstitutional.
→ My objections are, first, that the measure is unjust; second, that it is unconstitutional.

6. 많은 수의 비슷한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수십 개의 문장을 같은 형태(병렬구문)로 써야 하는 문제가 생기면? 몇 가지로 재분류하든지, 아니면 도표로 만들어 설명하는 것이 낫다. 

(Rule 20) 관련된 단어는 함께 배치하라 (어순의 문제)

1. 문장에서 단어의 어순은 그들 사이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주요한 수단이다. 어순을 잘못 배치하면 혼란과 모호성이 생긴다.
He noticed a large stain in the rug that was right in the center.
→ He noticed a large stain right in the center of the rug.
You can call your mother in London and tell her all about George’s taking you out to dinner for just two dollars.
→ For just two dollars you can call your mother in London and tell her all about George’s taking you out to dinner.
New York’s first commercial human-sperm bank opened Friday with semen samples from eighteen men frozen in a stainless steel tank.
→ New York’s first commercial human-sperm bank opened Friday when semen samples were taken from eighteen men. The samples were then frozen and stored in a stainless steel tank.

2.  문장의 주어와 주동사를, 문장 처음으로 나가도 되는 구나 절에 의해 분리해서는 안 된다. 이런 구나 절의 삽입은 주절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지만, 관계사절 이나 동격 표현일 때는 무방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Toni Morrison, in Beloved, writes about characters who have escaped from slavery but are haunted by its heritage.
→ In Beloved, Toni Morrison writes about characters who have escaped from slavery but are haunted by its heritage.
A dog, if you fail to discipline him, becomes a household pest.
Unless disciplined, a dog becomes a household pest.

3. 관계대명사는 거의 대부분 선행사(antecedent) 바로 뒤에 와야 한다.
There was a stir in the audience that suggested disapproval.
→ A stir that suggested disapproval swept the audience.
He wrote three articles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which were published in Harper’s Magazine.
→ He wrote three articles in Harper’s Magazine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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