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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7
주영하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새로운 시각과 유려한 서술, 그러나 정작 중국 음식 자체에 대해서는 불충분한 책.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장면 혹은 짜장면은 분명 중국에 있는 음식이라는 것. (다소 장황하긴 하나 저자는 베이징 토박이들 사이에서만 드문드문 소비되는 베이징식 면 요리임을 자신이 발견했음을 강조한다.) 둘째, 중국의 요리는 한족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소수민족들이 사용하던 재료와 조리법을 받아들여 새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한족의 독창적 문화가 전혀 아니라는, 신화깨기= 중국은 중원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는 일침) 셋째, 대장금에서 그렇게도 요란하게 나오던 만한(전)석이란, 실상 만주식 식사에서 한족식 식사로 입맛을 바꿔가던 청나라 황제들을 위해 만주식 요리와 한족식 요리를 한 상에 차려놓은 데서 유래했다는 사실. 한족 입장에서는 퓨전이요, 만주족 입장에서는 정체성의 상실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중국 음식 문화 새로 알려주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 만큼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제공하지만, 그런 만큼 아쉬움도 준다. 목차만 제대로 봐도 한 눈에 알게 된다.
1장 중국, 중국인, 중국 음식/ 2장 중국인의 전통적인 음식소비/ 3장 개혁개방 이후 중국도시인의 음식 소비/ 맺는말 인류학자의 컨설턴트(?) 등등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요리의 종류부터 맛까지 다종다양한 중국음식에 관한 관심을 채우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상당히 실망할 것이다.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저술을 누군가 내놓으시길 기대한다. 중국을 대상으로 삼아 출간된 국내 저작물들을 '감히' 평한다면, 기자의 책과 연구자의 책이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이제 '엿보기', '바로보기', '훑어보기'를 넘어서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