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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없다면, 순간이동 ㅣ 고유명사 증언문학 시리즈 D
김희찬.문오금 지음, 청경채 엮음 / 고유명사 / 2026년 4월
평점 :

출구가 없다면, 순간이동 - 김희찬 , 문오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병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다른 치유되기 힘든 병들이 그것이다. 나는 자폐도 치료가 되는 병증인 것은 <출구가 없다면, 순간이동>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인 김희찬은 자폐를 극복하고 이제 성인이 되었다. 생후 30개월에 자폐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통해 8살에 완치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한가지에 몰두하는 능력 덕분에 미로를 잘 그리게 되었고, 그걸 지역 마켓에 나가서 팔게되며 <미로소년>으로 유명해졌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SBS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왔다고 한다. 물론 나는 보지 못했고, 작가의 창작물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미로를 통해서 자신의 삶 밖으로 나왔다고 말하는 작가. 나는 그보다 더 세상과 단절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희찬 작가가 자폐진단을 받을 당시 의사 선생님과의 한 번의 눈맞춤으로 완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에게는 단 한순간이라도 희망의 빛이 있는 것 같다.
책의 면면히 그의 미로그림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건 그냥 그림이 아닌가 하고 지나갔다가도 엄연히 풀도록 설계된 문제라는 점이 미로그림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물론 책을 완전히 펼쳐야 하기도 하고, 희찬이의 친구들처럼 미로에 대한 관심이 높은편은 아니라 딱 하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풀려고 해보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는 그림은 참을 수 없었다. 길을 잃어가면서도 돌아서 다시 나오면서 미로를 풀었다. 나도 그처럼 미로를 뚫고 나온 것이다.
책 안에 일반인과의 에피소드에서 <할아거지>라는 말에 대한 것이 생각난다. 내가 그 할아버지였다면 상대의 장애를 보듬기보다 역시 나를 모욕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을 더 갖추고 있어야 할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그다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기에 모욕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그 할아버지의 입장도 상기시켜 본다.
5년동안 구술하는 방식으로 작업된 책이어서 짧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