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정진영 지음 / 무블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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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정진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기존 정진영 작가의 장편소설인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만나고 두 번째다. 이 책에서 특히 주인공 범우 새로운 회사 입사를 앞두고 영끌 해서 미니쿠퍼를 산(이후 곧 폐차 직전 됨) 도입부가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장편과 다른 단편만의 맛이 실린 총 12편의 단편집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진짜 먹튀 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징검다리>였다. 자세히 읽지 않고 딸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중고거래를 한 나는 진짜 아이폰 13 미니가 아니라 목업폰(휴대폰 형태 모형)을 거금 20만원이나 주고 사버린다. 근데 사기죄도 성립 안되는 게, 판매자는 미리 목업폰이라 고지하고 팔았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인생 경험 했다 생각하라는 사람들 조언만 듣게 된다. 중소기업에서 임원까지 할 때는 고고한 학 같았는데, 열심히 일하던 직원 때의 버릇을 못 버리고 아랫사람들의 밸런싱 보다는 쩨쩨하게 굴다 보니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일 잘하는 직원이 좋은 윗사람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왜 이렇게 못하냐고 실무자의 관점에서만 일을 볼 게 아닌데, 자꾸 나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속 쓰리고 지갑은 얇아진 날, 누군가 당근에서 술 사줄테니 만나자는 번개글을 보게 된다. , 어차피 후배랑 만난 뒤 술도 더 고팠는데, 모르는 사람과의 삼겹살집에서 급만남을 가진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일생 일대의 고백을 위해서 예행연습을 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을 원한 것이었다. 서로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주며 본인들의 고민과 경험과 지나간 삶을 이야기 하며 저녁을 함께 보낸다. 언젠가 서로의 딸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기를 나도 간절하게 바란다. 아직 세상은 따뜻해서 좋은 결말이었다. 다른 작품들 다 빼고 이 책에서 이 단편 하나만 건져가도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타이틀 작품인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도 고전을 재해석한 독특한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경험이 그대로 복사되어 있는 터라 주인공에 엄청나게 감정이입을 해버렸다. 처음 수록된 작품이라 더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기도 했다. 갑자기 옛 연인의 부고를 들은 주인공. 그녀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장례식장에 방문한 내용이다. 거기에 처용과 만파식적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지수와 지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를 버리고 떠난 사람이라고 인식한 사람과 세상을 떠나며 제일 그리워한 사람 중 어떤 이를 더 안쓰러워 해야 할까. 역시나 주먹을 먼저 날린 그 사람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동상이몽>에서는 이름도 꼬진 고진시의 비대위에서 만난 각 사람들의 대화로 각자의 원하는 바가 이익집단 내에서도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나는 이렇게 속마음을 비트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 기존 경제전문 기자셔서 그런가 해박하고 자세한 부동산용어에 대한 각주를 달아주셔서 불편함 없이 잘 읽었다. 신도시에 편입하고 싶은 옆 동네의 구축. 전철역의 명칭가지고 일어나는 분란, 근처 주변지까지 편입 호재로 실거래가 올라가니 좋지 않냐는 말들. 이미 태산신도시의 사람들은 또 입장이 다르다 과밀해지고 더 열악해질 학군, 인프라 없이 합쳐질 네임 밸류 등 각자의 꿈을 위해 그래도 외친다. 고진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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