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 삶의 곳곳을 비추는 세 사람의 시선 문학인 산문선 2
김지혜.이의진.한정선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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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 - 김지혜 외2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김지혜, 이의진, 한정선 작가가 공저한 <전지적 언니 시점>을 읽고 나서 바로 이 책을 읽었다. 삶의 면면히 배어있는 위트와 문제의식에 대한 좀 더 본격적인 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약간 결이 다른 책이란걸 미리 말해둔다.

이것은 사람들에게 있어 그대로의 사회를 보면서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다른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짚어주는 책이다.

독일에 사는 김지혜 작가는 아이가 어릴 때 혼자 장을 보러 나가면 독일 사람들이 아이를 어쩌고 왔냐고 엄청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서라면 애가 혼자 있든 어쩌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남의 집 아동에 대해서도 사회에서 보호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유럽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절대 납치나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에 사람이 꼭 와서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모습을 봤었다. 험악한 인신매매가 판치고 있던 80년대에도 홀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혼자 등하교 하던 나는 참 외국 사람들 애들을 과잉보호 하네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차량사고나 다양한 문제들로 저학년은 등하교를 양육자가 해주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아동에 대해서는 특히 집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나 사건사고를 이웃이 주시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거의 알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신경을 좀 쓰면서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외국 살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커튼 뒤에서 호구조사 하는 게 불편했었는데, 그게 또 그 사람들의 관심이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하는 생각도 겹쳐서 들었다.

이의진 작가는 고등학교 교사이다 보니 학교와 아이들과 학교와 학교 밖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자녀가 없다보니 대입에 관심도 없고, 이번 펜데믹에서도 그렇게 아이들 교육문제로 항의나 지침이 많았던 것에 대해 지쳐 보였다. 그 와중에도 고3들은 수능을 2년이나 봤고, 그 밑에 애들은 학교도 안 나왔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진도도 나갔으니까. 다른 책에서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평등교육을 실천하는 방법이라는 내용에서 놀랐던 적이 있다. 소외계층은 컴퓨터를 살 여력도, 그리고 밥을 챙겨먹을 여력도 없는데 당연하게 비대면 수업에 들어와서 참석하라는 것은 하나의 차별이라고. 가정폭력이나 학대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학교에 있는 시간뿐인 아이들도 있다고 생각하면 미래지향적인 교육도 좋지만 공교육에서 가능하면 대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 밖의 사람이라 예전에 학교 운동장을 개방해주고 운동장에서 걷기 운동을 하던 생각이 나서 왜 개방해주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이 있었는데,

학교 안의 생각은 이렇게 다르구나 했다. 학교 안 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책임이 전부 학교에 떠맡겨지는 실정에서 다시 문을 열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애들이 학교에서 아파도, 학교 갔다가 없어져도, 하교하고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학교는 책임에서 무사할 수가 없다는 것이 어려운 일 같다. 그 와중에 10년 넘게 고3담임을 하면서 열심히 진학지도 뿐 만 아니라 인생을 고3에 맞춰 사시는 작가님께 고생하신다는 말씀을 대신 전하고 싶다. 물론 보람되게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고3이 훨씬 많다. 우리는 알지 않는가 합격하는 소수보다는 그 밑의 불합격의 다수가 있다는 걸 그 친구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안녕해야만 한다.

마지막 한정선 작가의 글로는 제주에 가면 그동안 힙하거나 맛있는 것들만을

찾아다닌 나를 반성하며 제주의 4.3 기념관을 꼭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제주의 본 역사를 육지것이 아니라 도민의 눈으로 볼 수 있기에. 중간중간 등장한 그들의 안녕을 빌어줄 수 없다는 꼭지도 나도 마찬가지다. 광주 시청의 완곡한 표현만큼 나는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이 꼭 5월 가족들의 영혼을 달래줬어야 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지 않고 가버렸기에 나도 그들의 안온한 휴식을 빌어줄 수는 없다.

안녕해야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든 평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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