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인문학 - 우리들의 트롯, 철학으로 듣는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성건.이호건 지음 / 미디어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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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인문학 박성건외1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일부러 트롯 경연대회는 보지 않는 네거티브한 나도 알고 있는 트롯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놀라게 되었다. 최근 붐이 일어나기 전의 트로트는 좋아했지만 이제 너무 메이저한 장르가 되어버려서인지 최근 많이 부르거나 즐겨듣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노래방에 가게 되면 한 두곡 정도는 구성지게 뽑아내야 하는 트로트 18번은 다들 하나쯤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라고 거부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흔히 말하는 뽕짝은 너무나 깊이 마치 피에 뽕끼라도 흐르는 것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법의 장르인 것 같다.

책은 트로트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근대가요사 전체를 부드럽게 아우르면서 여러 가지 노래를 소개해 준다. 그리고 나처럼 각 카테고리에서 소개된 노래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히 수록곡들로 바로 갈 수 있은 큐알코드를 실어놓았다.

책은 15가지 주제에 대해 음악과 인문학을 믹스해 두었고, 거기에 여러 가지 음악계의 가족사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다. 이미자의 딸이 가수를 했었다는 것과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구도가 있다는 것(심지어 테러사건이라니) 등의 대중가요계의 과거인데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이야기는 나에게 없는 지식이라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가 유행하면서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 열풍이 같이 되었다거나 하는 풍조도 알려준다. 아파트라는것이 새로이 나타난 폐쇄성이 짙은 도시형 가옥구조라지만 요즘 사람이 제일 많이 사는 곳도 아파트다. 타워팰리스에 살면 행복할까 라는 꼭지에서 나는 속물인지 몰라도 타워팰리스에 살면 행복할 것 같다. 제일 많은 내용은 역시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테마일 것이고, 사나이나 여자라는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노래들도 많다. 돈이나 보금자리 고독과 술에 대한 노래도 널리 불려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편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좋았는데, 지금 겨울이지만 늦가을 같은 날씨라 가을에는 편지를 쓰겠다는 애수에 젖은 노래가 저절로 따라불러지는 것을 보면 그렇다. 최양숙의 <가을 편지> 인데 누구나 한 소절 들으면 알 수 있을 만큼 유명한 곡이다. 고은 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여서인지 가사가 서정적이다.

트로트(trot)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를 의미하는데, 말의 속보를 의미하기도 한다. 1920년대 미국의 사교댄스의 연주리듬을 말하는 폭스-트로트가 유행한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서양음악에 민속음악을 접목한 엔카가 유행하게 된다. 일본에서도 엔카가 한국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국내서는 엔카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트로트가 생겨났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아직은 누가 원조 혹은 처음인지는 분분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섞이는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국자세한 트로트와 엔카에 대한 심도있는 책은 다음책으로 저자가 기획중이라고 하니 본질을 더 세밀하게 알고 싶은 사람은 다음 책을 기대해도 좋겠다.

책을 덮으며 10년전에 나온 아모르파티를 흥얼 거렸다. 실제로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는 심오한 제목에 비해 상당히 흥겨운 곡이네 하면서 재미있게만 생각했었다. 지금 다시 따라 부르며 가사를 음미해 보니 인인생이란 붓을 들고 서 무엇을 그려야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라던가,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라는 부분은 상당히 위로가 되더라. 거기에 신나는 후반부의 변주까지라면 고단한 오늘 하루도 연자언니가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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