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문예단행본 도마뱀 4
허희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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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에 관한 15인의 이야기 :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지 - 허희 외 14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타이밍이 좋게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졌다. 각계각층의 작가와 작가가 아닌 여러명이 쓴 단편을 묶어서 낸 책이다. 문예단행본 도마뱀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주제를 다른 시선으로 주렁주렁 담은 4번째 책이란다. <타이밍>을 읽고, 관심이 생겨서 1편인 <탕진잼>도 예약해 두었다. 책날개에 있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 모쪼록 이 책이 인생의 어느 한때를 지나고 있는 독자 분의 손에 타이밍을 잘 맞춰 도착하기를 바란다 ] 라는 내용이다.

각자의 시간과 때가 있듯이 어떤 꼭지는 죽음의 타이밍, 연애의 타이밍, 온갖 적시라는 그 느낌에 대한 소회가 담겨있다. 제목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라는 말은 영국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원문의 내용보다는 의역에 가깝고, 직역하자면 나는 알았다, 충분히 오래 머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라는 말이란다. 조금 위트있는 의역이 더 마음에 든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일을 빠르게 수긍하는 느낌의 말이라 나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죽음마저도 비트는가 싶었지.

내가 재미있게 읽은 몇 편을 소개하자면, 최근 셀프인테리어와 나도 집의 조명바꾸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터라 칼럼니스트 김종현의 <전구색>이 재미있게 읽혔다. 갑자기 나가버린 조명, 그리고 이미 나의 몸과 눈은 그 전구색에 맞춰져있어 똑같은 것을 찾아끼우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미 오래된 물건이라 2,700k의 전구색은 잘 없다. (요새는 보통 3,000k 전구색이 대세다) 원하는 색감의 전구를 고른다는건 내 마음이 가장 소망하는 상태의 공간을 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비슷하다는 것을 죄다 찾아봐도 속기 일쑤. 그렇지만 찾아내고야 만다. 불빛이 불빛이지 주광색, 주백색(아이보리), 전구색 이렇게 나눠질 일이냐고 투덜대고 만다. 오랫동안 쓰면서 이 느낌에 길들여졌는데, 오래 생각해보니 내가 고른 불빛도 아니고, 전 여친의 안목이었다는 것. 그녀도 떠오르고, 그 시절도 떠오른다. 전구 하나에 나의 예전과 지금이 교차되는 타이밍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조금 희안한 만남에 관한 소설가 우다영의 <작고 커다란 하나의 동그라미>였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어떤 여자를 다른 모임에서 만나서 그 모임에서 둘이 빠져나와 저녁을 먹게되는 이야기였다. 서로 있었던 오해는 풀었지만, 어떤 연유로 둘이 따로 나왔지만, 다시 이어지지 않는 조금 특이한 소재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보통 한번 적의가 느껴진 사람과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대면하기 쉽지 않은데, 그날의 어떤 공기가, 어떤 타이밍이 작가를 그렇게 이끌었을까.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소설가 정지향의 <소설로는 쓰지 못한>이다. 여행과 소설로는 쓰지 못하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가의 실화이다. 나도 약간 이것과 비슷한 (결은 다르지만) 경험이 있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카우치서핑과 여행과 전남친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때는 전부였지만, 지금은 전부가 아닌게 된 그 것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로 읽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아서 만나다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된다지만, 또 뒤집어보면 이다지도 세상은 좁고, 만나지게 되더라. 의외로 연애를 하다보면 유무형적으로 교류하는 부분이 겹치게 되면서 서로 영향을 주니 이런 일이 왕왕 생기는 것 같다.

읽으면서, 다양한 타이밍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내가 지금 이순간, 이 타이밍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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