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예서의시 16
김태경 지음 / 예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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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는 것 :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 김태경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라는 말을 듣고 나같은 비 문학인은 매일같이 누르는 로그인 패스워드를 생각했다. 나만의 비밀의 숫자와 문자가 나를 다른 세상과 연결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김태경 시인의 시집으로 들어가는 숫자는 어떤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비밀의 숫자를 누른다./ 이 별에서 처음만나던 날을/ 날마다 당신의 기억을 누르며 들어간다] 아마도 시인에게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인가보다. 사랑의 문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따스한 집인가보다 하고 생각된다. 집이 따뜻함과 사랑으로 기억된다는 것 자체가 참 축복받은 사람이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안나 카레리나의 문장을 쓴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났다. 최근 친한 친구가 가정의 행복이란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그 기간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때는 그게 행복이란 것을 모르는데, 지나고 나면 그때가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기억하라는 말로 곱씹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어했던 시는 [아버지와 딸]이다. 시의 종반부분에 [명절이라 찾아온 딸이/ 홍시 같은 아버지 곁에서/ 말랑말랑한 슬픔을 닦아 드리고 있습니다] 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말랑해지다 못해 얇아진 아버지의 팔뚝이 그려지면서, 그렇게 말랑말랑해진 육체 만큼이나 슬픔이 다가온 그런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냥 아버지와 수돗가에 앉아서 씻는걸 도와드리는 그런 그림도 그려졌다. 내가 어릴적 느꼈던 감정이 여름날의 비슷한 광경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늘 아버지는 일하느라 바쁘셨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런 잠시잠깐 뿐이었으니까.이외에도 [묵상]이라는 시에서 [함부로 살아온 죄인가/ 터널 같은 코로나] 라는 종반 부분이 있다. 특별히 인간의 한 개체로써 그렇게까지 지구를 전인류에게 해를 끼친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원망을 이렇게라도 해봐야 하는건지 하는 답답한 생각에 나도 한 수저 보태본다. 최근 다녀온 11킬로의 최장거리 터널도 머리가 먹먹해지더라도 터널이라 그런지 끝은 있더라.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벗어나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시의 곳곳에 우리주변의 것, 강원도라는 시인의 고향, 친구를 잃음, 여행, 앞으로의 날들 등등 다양한 변주의 시가 있어서 읽는 동안 시인의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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