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아이 인생그림책 25
이혜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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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길이 얽히고설킨 ‘땅 위의 섬’.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지, 기원과 역사 모두가 수수께끼인 이 미로 도시에 한 아이가 살고 있다. 누군가의 따듯한 관심과 다정한 돌봄 없이 길에서 홀로 나고 자란 아이. 그러나 남들보다 작은 몸집의 아이는 길 위의 다른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지 못한다. 너는 우리와 함께 도둑질할 수 없을 거야. 너는 우리처럼 재빨리 도망칠 수 없을 거야.





살면서 그 언제와 어디에서도 따스한 인정과 격려를 받아 본 적 없는 아이. 보이는 길 위에 남들과 함께 서 있을 수 없는 아이. 숨겨진 길 위에 나 홀로 서 있어야 하는 아이. 아이는 애써 자신을 토닥인다. 괜찮아. 괜찮아. 내 발로 골목길 속의 골목길을 찾아 그 길을 내 길로 만들 거야. 내 걸음으로 내 길을 걸어서 이 섬의 출구를 찾아낼 거야.


그렇게 혼자 씩씩하고도 쓸쓸하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던 아이에게 아이와 비슷한 모습과 처지의 ‘너’가 다가온다. 홀로여서 외롭고 힘겨웠던 아이의 삶은 ‘함께’라는 붓으로 그려진 새롭고 다양한 길로 뻗어간다. 나는 ‘너’의 그림자, ‘너’는 나의 그림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같이 걸은 길. 서로를 지키고 붙잡으며 용기 내어 건너는 길. 적적하지 않은 길 위에서, 막막하지 않은 밤 안에서 두 사람은 함께 상상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미로 도시의 출구를 이 길 끝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우리는 우리가 찾고 그려낸 이 길 위에서 함께일 수 있기를.





나를 나로 자유롭게 할 ‘길’을 찾고 걸어가는 긴 여정을 3부에 걸쳐 그려낸 길 위의 아이. 길 위에서 마주하고 경험했던 모든 순간을 통해, 길 위에서 함께 하고 떠나보냈던 모든 인연을 통해 길 위의 아이는 자신의 진심을 마주하고 관계의 진실을 이해하며 인생의 진리를 체득해 나간다.


인생을 ‘길’로 비유하며 저마다의 같지만 다른 삶을 사유한 다양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요즘. 그래픽 노블의 형태를 취한 길 위의 아이 또한 삶의 여러 순간과 장면을 다양하게 은유하며, 내가 나로 걸어가고 자라가고 나아가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다. 제 길이 될 수 없는 세상의 수많은 길 밖으로 밀려난 작은 아이의 작은 그림자. 제 것일 수밖에 없어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삶의 고뇌와 고난들로 가득 채워진 검은 구멍. 같은 마음으로 같은 출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우리의 맞잡은 손. 그러나 점점 작아져가는 서로의 겹쳐진 그림자. 점점 멀어져 가는 각자의 선명한 발자국・・・・・・. 128컷에 걸쳐 펼쳐지고 모아지고 흩어진 이야기는 세상의 수많은 길 위에 내가 끼어들 틈 하나 찾지 못해 아파하는 모든 마음에 공감한다. 인생의 숱한 만남과 이별 속에서 나의 두려움이 너의 호기심이 될 수도, 나의 도전이 너의 불안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든 걸음과 공존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따로 또 같이 걸어가는 모든 단음과 화음에 공명한다.


어찌 보면 뻔하기 쉬운, 그러나 어찌 보면 언제나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인생길’이란 주제를 담은 이 작품을 비슷한 주제의 다른 작품과 구별 짓는 요소는 바로 ‘핑크’와 ‘코발트블루’로 드러나는 두 가지 색이 아닐는지. 다양한 색의 물감이 만나 섞이는 긴 과정 속에서도 두 가지 색은 섞이지 않았다. 섞일 수 없었다. 동행이 곧 섞임으로 이어져 새롭고 풍부해진 다양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있고, 동행에도 섞이지 않고 뚜렷하게 구분되는 개별성을 드러내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나의 길은 대체로 어둡지만, 가끔씩 나와 다른 당신들을 만나 환해지는 순간들 덕분에 내가 나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음을 말하는 작품. 그리하여 이 고적한 인생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음을 응원하는 작품.


나를 나로 자유롭게 할 이 길이 너를 내게로 가두는 길이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된 두 색의 두 사람.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길을 각자의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겠지. 자신의 분명한 색을 잃지 않고서. 둘이 함께 변하고 자라 가고 나아갔던 기억을 잊지 않고서. 같이 쌓았던 추억에 가끔씩은 기대어 가면서・・・・・・.



+

이혜정 작가님의 전작 #라고말했다 두더지, 홍학, , 박쥐, 고슴도치, 등의 동물들에게서 나의 길을 나답게 걷는 방법을 묻고 듣고 배우는 장면을 담은 그림책이었다면, 신작 위의 아이 나의 길을 나답게 걷는 방법을 각자의 위에서 스스로 깨우치고 부딪히며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자 그래픽 노블)이었다. 그러나 작품 모두가 독자에게 인생의 정답을 말하기보다독자와 함께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작품으로 내게 와닿았다는 점을 힘주어 말하고 싶다. 권의 그림책을 함께 펼치고 만나는 동안, 작가님의 이름 옆에익숙한 기법과 색다른 구성, 다양한 아이디어로 인생을 깊게 은유하고 짙게 사유하는 작가라는 코멘트를 적어두었음을 밝히면서.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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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지음 / 열매하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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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인간의 마음으로 인해 마구 베어지고 있는 제주의 나무들. 훼손된 제주의 생명 곁에서, 상처 입은 제주의 마음 안에서, 제주의 예술가는 나무(종이) 위에 100그루의 나무를 심어나갔다. 지키고 싶은 이들을 지키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과 지켜야 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애틋한 마음이 담아 그린 나무 마음 나무. 그 안에서 만난 모든 그림과 문장은 사랑의 고백이자 다짐이었다.




백 장의 그림은 숲이, 땅이, 지구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의 연결망임을 노래하고 있다. 그 안에선 그 어떤 나무도 우두커니 홀로 서 있지 않다. 뿌리와 가지는 어디에나 연결되어 있다. 고유하며 다양한 생명들은 서로의 주변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자라나고 살아간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넘기며 백 장의 숲을 거니는 동안, 누군가의 무심無心은 한 겹 한 겹 벗겨져 간다. 벌목과 로드킬, 자유와 평화는 더 이상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 장의 그림 속에서 수많은 동그라미를 발견한다. 뿌리의 형태로, 가지의 형태로, 존재의 형태로 드러난 각양각색의 동그라미는 다른 동그라미와 ‘접촉’되어 있고, ‘중첩’되어 있고, ‘접속’되어 있다. 맞닿아 연결되어 있는 생명. 겹쳐져 함께 자라는 생명. 하나의 세계로 살아가는 생명・・・ 백 장의 그림은 하나의 동그라미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와 동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모든 존재를 끌어안고 있었다. 나만을 지키는 외로운 힘이 아닌 모두를 연결하는 단단한 힘을 품은 ‘생명의 동그라미’ 안에 모두 함께 접속하기를 권유하면서.


🔖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다가 문득 내가 숲 속의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땅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곧게 펼친 나무. 새들이 노래하는 숲에서 다른 풀, 나무들과 연결된 존재.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의 숙제를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위로가 되어준다. 자연과 공명하는 삶의 드로잉을 이어가는 홍시야 작가님의 그림 또한 일상 속의 작은 행동과 변화, 선택과 연대로 사랑을 살아가려는 이들의 마음에 한 그루의 묘목으로 단단하고도 든든하게 심길 것이다. 그 마음의 나무가, 그 나무의 마음이 하나씩 채워지고 이어져 이뤄질 푸른 숲에서, 우리는 ‘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구 베고 쳐냈던 존재들을 하나씩 알아차리겠지. 우리의 ‘우리’여야 하는 존재들과 맞닿아 연결되겠지. ‘우리’라는 하나의 원 안에서, ‘우리’라는 하나의 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겠지.





모든 페이지를 구김 없이 펼쳐 감상할 수 있도록 ‘사철 노출 제본 방식’로 제작된 나무 마음 나무. 읽는 이로 하여금 휘어짐 없이, 올곧게, 바르게, 있는 그대로 나무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다정한 배려와 지극한 정성을 담아 완성한 책의 만듦새. 그 덕분에 작가님이 함께 나누고자 했던 마음을 온전히 감각할 수 있었다. 작가님이 함께 느끼고자 했던 사랑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그 만듦새로부터 책을 그리고 쓰고 만든 이들 모두의 진심을 고스란히 전달받게되니, 열매하나 출판사가 펴내는 책에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



+

나무 마음 나무에 관심이 생긴 당신께.


홍시야 작가님의 사운드 드로잉 앨범 <우주 담요>를 반복해 들으며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리듬과 공존이라는 색채로 그려진 아름다운 멜로디의 마지막 장에서 나무의 마음으로 나무와 함께 읊조릴 문장 기대해보시기를.

눈과 귀로 전해지는 파동에 몸을 떠는 시간을 한껏 누려보시기를.

연결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퍼져 나갈 고요한 울림을 함께 느껴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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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B
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문주선 옮김 / 반달(킨더랜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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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와 뒤표지를 함께 바라본다. 제목이 적힌 검은 책등이 두 사람을 가로막는 벽처럼 보인다. 키도, 피부 색도, 생김새도 다른 두 사람. 벽을 사이에 두고서, 두 사람은 어떤 말을 하려는 걸까. 어떤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한 장씩 천천히 넘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그림과 응축된 문장, 그 주위를 감싸는 드넓은 여백이 나의 말을, 나의 삶을 묻는다. 당신의 삶이 발화할 수 있는 수많은 ‘말’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말로 할 수 있는 수많은 ‘동사動詞’를 떠올려보세요. 당신에게서 구름처럼 피어난 문장들을 당신은 어떤 얼굴로 말하고 있나요. 어떤 얼굴로 삼키고 있나요. 어떤 얼굴로 살고 있나요.





돌이킬 수 없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말. 어떻게든 서로의 틀어진 방향과 위치를 되돌리고 싶지만, 아직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한 말. 골똘히 생각해도 쉬이 떠오르지 않는 말. 남들에게는 했지만 당신에겐 하지 않은 말. 각자의 날숨과 섞여 서로의 들숨이 된 살며시 건넨 말・・・・・・ 모든 것이 다른 너와 내가 서로에게 다다르기 위해 각자의 자장 안에서 함께 완성해야 하는 ‘말’을 사유하게 하는 그림책, . 작품에서 퍼져 나오는 고요한 울림 속에서, 우리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않아야 하는 말을 생각한다. 우리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 우리가 말로써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한다.





면지 양쪽에는 두 얼굴이 그려져 있다. 왼쪽의 얼굴에는 수어를 표현한 그림이, 오른쪽의 얼굴에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아마도 같은 언어를 사용할 두 사람. 그러나 각자가 주로 사용하는 기표 자체만으로는 상대에게 충분히 기의를 전할 수 없을 두 사람. 서로의 말을 해석해 소통할 의지가 필요할 두 사람. 지난한 이해의 과정을 견뎌내 비로소 각자의, 서로의, 하나의 말로 진심을 마주 보고 듣고 나눌 두 사람. 당신과 나는 왼쪽의 사람이기도, 오른쪽의 사람이기도 하다.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문장 계속해서 곱씹어본다. 결국 문장을 완성할 용기가 당신과 사이의 검은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어줄 거라 생각하면서




* projectB 서평단 'B평가'로 선정되어 킨더랜드+반달 출판사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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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용 팝니다
안영은 지음, 지은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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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네 집으로 배송된 한 택배 상자. 긴급 배송, 위험, 취급 주의라는 문구가 쓰인 상자 안에는 수지네 가족이 주문한 ‘반려 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분홍색 몸통, 뾰족뾰족 알록달록한 발톱, 초록 비늘, 빨간 뿔, 초롱초롱한 눈망울・・・ 상상과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기 용을 보고 당황한 수지네 가족. 그러나 이내 ‘용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용을 키우는 건 재미있을 거야.”라고 말하면서요.


그러나 용구와 함께 하는 일상은 이전과 같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쑥쑥 자라나는 용구는 눈 닿고 손 닿는 것마다 먹어치우고 부숴트리고 지저분하게 만듭니다. ‘반려동물도 우리 가족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불편한 일상을 감내하려 했던 수지의 엄마아빠. 그러나 결국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고, 두 양육자는 수지 몰래 용구를 중고 마켓에 팔기로 합니다.


용구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반려 용 팝니다. 기저귀를 채우면 푹신한 소파로 쓸 수 있습니다.’ 용구는 어느 가족에게 다시 팔려갔을까요. 새로운 집에서는 ‘용구답게’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세상을 너무도 크게 차지해 버린 용구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용구를 돌보고 사랑했던 수지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까요. 




🔖반려(伴侶): 평생 함께 하는 짝


용구는 ‘반려 용’으로서 인간(들)과 가족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대와 다른 모습이라는 이유로, 용구는 인간에게 ‘반려’로서 충분히 배려받지 못했어요. 인간의 요구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인간은 용구와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어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지낼 수 없어 인간과 함께 지내지 못하게 된 용구. 그 커다란 두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용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나대로 환대할 수는 없는 건가요?”


반려란 중고 마켓에서 돈을 주고 살 수도 무료 나눔으로 받을 수도 없는 것, 직접 배우고 부딪히며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삶임을 깨닫게 하는 그림책 ⟪반려 용 팝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절망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나와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존재⎯인간이든 동물이든⎯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함께 사는 법을 용구와 함께 고민해 볼까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우리,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우리. 우리는 이 이야기의 방향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쾌한 묵직함이 담긴 이 그림책이 우리의 결정을 힘껏 도울 거에요.


덧붙이는 이야기 하나.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는 놀이공원의 입구에서 용구와 수지는 입장을 거절당합니다. ‘반려동물 입장 불가’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서, 용구와 수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 장면에서 저는 현실 속 가로막힌 공간들이 떠올랐어요. 당신이 어린이라서 못 들어와요, 당신은 노인이어서 못 들어와요, 당신은 장애인이라서 못 타요, 당신은・・・・・. 네가 너라서 들어갈 수 없는 공간. 내가 나라서 함께할 수 없는 공간. 다양한 이들이 모였지만 다양할 수 없는 ‘편협한’ 공간에서 자라나는 꿈과 희망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누구만을 위할까요.



*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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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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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어린이.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사는 어린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곱 명의 어린이들이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 집에 놀러 와!”




휠체어를 탄 친구와 함께 씽씽 달리기도 하고, 수어를 제1의 언어로 쓰는 엄마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자신과 키가 비슷한 아빠의 집게로 높은 곳의 물건을 척척 집어 보기도 하고, 아빠의 갈고리손으로 만든 나무집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아이들은 결핍이 아닌 ‘다양’의 바다를 가로질러 서로에게 다다르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편협한 불가능성이 아닌 다채로운 가능성을 향해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여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고, 맞이하고, 환대하며 각자의 자리와 서로의 세계를 함께 지키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언제든 함께 있도록 마음의 방문을 열기. 언제든 함께 있도록 현실의 문턱을 없애기. 다름이 장벽이 되지 않는 세계를, 수많은 오롯한로서 다양한 함께 달리고 춤추고 만들고 만날 있는 세계를 뚜렷하게 상상할 있도록 돕는 ⟪우리 집에 놀러 와⟫. ‘좋은 그림책이라는 진부하나 진심이 담긴 표현을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 김도현, ⟪장애학의 도전⟫, p.249 /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개체적’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기반은 개별 인간 내부에 존재하지 않으며, 개체[개인]들을 가로지르고 초과하는 사회적 관계 안에 존재한다. 쉽게 말해 인간 존엄성은 그것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만 존재한다. 내가 이미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존엄성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기보다, 나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관계들 (그리고 그런 관계들 내에 있는 주체들의 상호작용과 인정) 속에서 나는 비로소 존엄한 존재가 된다. 이 사회가, 그리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나를 존엄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나는 존엄한 존재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인간은 왜 존엄한 존재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적 관계와 조건 속에서 인간은 존엄해질 수 있는가?’ 라고 말이다.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p.193 /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것 또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하여 그를 다시 한 번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사회 안에 자리를 갖는다는 것 외에 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p.167-168 /

예전엔 농인을 '벙어리'라고 칭했죠.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서 지금은 쓰지 않고요. '벙어리장갑' 도 '손모아장갑'으로 바꿔 부릅니다. 저는 얼마 전에 농인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어를 제1의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웠어요. 어떤 존재를 결핍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나은 정의라고 여겼습니다.


📚페리 노들먼, ⟪그림책론⟫, p.504 /

좋은 그림책은 우리에게 좋은 예술 작품이 제공해 주는 , 더욱 나아진 의식, 달리 말하면 인간다울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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