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싸는 향기
이수연 지음 / 여섯번째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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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이 오기 전까지, 책을 읽고서 소리 없이 눈물 흘린 적은 많았어도 꺽꺽대며 오열한 적은 없었다.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읽어 내려간 책을 붙잡고서 펑펑 울었던 밤. 출장 간 반려인에게 전화를 걸어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뜨거운 눈물로 토로했던 밤. 되돌릴 수 없는 날들을 수없이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과거의 나를 억센 울음으로 토해냈던 밤. 그 밤, 말없이 나를 알아주고 안아준 책은 바로 이수연 작가님의 그래픽노블, 내 어깨 위 두 친구 였다.

 

유년의 트라우마로 인해 오래도록 자신을 숨기며 살아왔던 토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할뿐더러 타인의 다정과 진심도 의심하며 자랄 수밖에 없었던 토끼. 그의 어깨 위에는 언제나 검은 친구, ‘표범’이 자리 잡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해 생겨난 내면의 목소리가 형상화된 존재, 표범. “세상에 기대하지 않도록, 사람을 신뢰하지 않도록” 토끼에게 쉼 없이 말을 거는 표범은 토끼를 바깥세상으로부터 지켜주려는 유일한 친구이자, 토끼를 토끼 자신 안에만 가둬 두려는 악몽이었다.

 



이야기는 자신과 자신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토끼의 ‘자기 긍정’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스무 해 넘도록 자신의 꿈조차 마음대로 꾸지 못했던 토끼가 어떠한 계기로 자신의 아픔을 용기 내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는지. 자신의 감정과 인생을 용기 내어 고백할 수 있게 된 토끼의 곁에 누가 어떻게 함께 했는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나의 상처와 아픔, 변화를 비추고 있었고, 나와 반려인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 모든 상처 난 조각을 돌아보고 돌보려 애썼던 나의 이야기였고, 불완전한 스스로를 향한 믿음과 사랑을 함께 회복해 온 우리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지난 3월에 출간된 이수연 작가님의 신작, 나를 감싸는 향기를 펼치는데 마음의 준비가 꽤나 필요했다. 이 책을 언제 어디서 펼치든 전작처럼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아낼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책을 받아 들고 며칠이 지난 후, 뒷표지에 적힌 “내가 살던 그 집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던 거야” 라는 문장에 이끌려 용기 내 첫 장을 펼쳐보았다.

 

엄마와 아빠 그 누구에게도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온 홍당무. 홍당무의 유년은 ‘악취’로 가득했다. 버림받거나 관리받지 못한 것들의 썩은 냄새로 가득 찬 유년의 공간. 끌어안고 어루만지는 말들의 부재로 인한 상처가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온 유년의 시간. 홍당무는 그 안에서 자신을 살게 하는 향기를 찾아낸 사람이었다. 자신을 살게 하는 사랑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나를 감쌌던 악취’가 자신의 전부가 아님을 알았고 그대로 살아낸 홍당무는, ‘나를 감싸는 향기’를 스스로 찾고 바꾸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해갔다. 어른이 된 지금도 어떠한 향기를 맡으면 숨 막혔던 유년의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에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숨 쉬게’ 하는 향기를 찾아내고 찾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홍당무. 그녀는 자신의 아픔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고 싶은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이만의 향기를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치유해갔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권의 그래픽노블을 함께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서로 다른 두 주인공의 이야기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 끌려가는 현재를 살지 않기 위한 <자기 인지-자기 이해-자기 표현-자기 관리>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연결해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볼’ 용기를 내었던 내 어깨 위 두 친구의 토끼.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갈’ 용기를 낸 나를 감싸는 향기의 홍당무. 버림받고 상처받은 자신을 자신의 전부로 두지 않기 위해 붙잡을 용기와 놓아버릴 용기, 인정할 용기와 떠나보낼 용기 모두를 낸 토끼와 홍당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으로 살아가는 이의 회복과 성장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집 안 어디에서도 편히 쉴 수 없었던 이들. 슬픔과 외로움이 짙게 배인 “무거운 회색냄새”를 너무도 잘 아는 이들. 돌봄과 안전, 애정과 믿음의 결핍 속에 유년을 지나온 이들. 저마다의 오래된 표범과 함께 오늘을 버텨내는 이들. 아팠고 아픈 이들 모두에게 두 권의 책, 두 명의 주인공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상상해 본다. 과거의 아픔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현재의 아픔 또한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모든 순간이 향기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를 위로하고 나를 알아주고 나를 감싸 안아주는 ‘나만의 향기’를 찾아내자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위로”가 되어줄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힘’을 우리 함께 찾아가자고.

 

우리 함께, 사랑하자고.

우리 함께, 살아가자고.  

 

상처와 함께 살아가도록, 상처 위에서 삶을 뻗어가도록 상처 안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두 이야기는 내 안에 이렇게 스며들었다. 쉼 없이 흘러내리는 내 뜨거운 눈물과 함께. 코 끝에 어떤 향이 맴돈다. “습하고 깊은 슬픔의 냄새(내 어깨 위 두 친구, p.20)”가 아닌, “따스하면서도 매콤한, 물 냄새와 흙 냄새가 어우러진(나를 감싸는 향기, p.99)” 이끼의 향이. 가만하지만 분명한, 이끼의 이끼다운 향이.

 

📚 "현실의 세계에서 살 것인가. 기억의 세계에서 살 것인가. 결정하는 건 바로 나다."

- 내 어깨 위 두 친구, p.154

 

📚"우리는 상처의 흔적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말을 나누었다. 그 일들을 감내해 낸 서로의 강인함에 대해서 외면하지 않고,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 나를 감싸는 향기, p.113

 

 


 


* 출판사로부터 ⟪나를 감싸는 향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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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19470301-19540921 - 기나긴 침묵 밖으로, 2023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도서
허호준 지음 / 혜화1117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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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앎으로 정직하게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어떠한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어 밝히는 애도를 다하기 위해, 외면하고 왜곡하는 망언들이 감히 역사로 둔갑되지 않도록 지켜보기 위해, ‘이름 짓지 못한 역사’의 의미를 우리 모두의 삶과 연결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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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를 사랑해
이누이 사에코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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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든 경험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과 감정들 작은 마음으로  모두를 견디기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듣고싶은 말과 들어야 하는 말을 기꺼이 내어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다그들이 내어주는  마음에 기대어 작은 마음은 다가올내일을 맞이할 용기와 온기를 회복한다응원과 공감의 마음을 주고받은 우리는 서로의 필연이 되어 오늘의 한숨을 함께 지워간다오늘의 사랑을 함께 채워간다오늘의 성장을 함께 이뤄간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마음의 길과 하루의 길을 잃어버린 숲의 작은 아이들 울먹이는 작은 눈망울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따스하다 움츠러든 작은 몸을 안아주는 어른의 몸짓이 다정하다지금의 과정과 감정지금의 상황과 노력을 충분히 이해받고 공감받고 격려받은 작은 아이들은  몫의 응원과 믿음을  안에 가득 채워간다자신을 알아주고 안아주는 모든 말들이 '사랑' 임을 깨달아가면서.

 

다람쥐청설모우는토끼너구리  숲의 동물들이 나누고 전하는 15가지 응원과 사랑의 말들을 따듯한 그림과 나긋한 문장으로 그리고 말한 그림책오늘도 너를 사랑해아이의 하루를 닫기 전에 들려주고픈 양육자의 마음으로 펼쳐보아도 지친 하루가 필요로 하는 위로를 얻고픈 어른의 마음으로 펼쳐보아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그림책이런 말을 마음 속에 담 사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그림책이런 말을 언제든 다정히 내어주는 엄마(양육자)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그림책그리고・・・ 아이인 내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말들 앞에서어른인 내가 여전히 듣고 싶은 말들 앞에서 자주 멈춰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던 그림책.

 



그리하여  뒷면지에 마련된 빈칸에 나와 우리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 그림책.

 

나를 알아주는 공감과 나를 안아주는 조언이 필요한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기에.

너를 알아주고 안아주는 나의 마음을 담아서 너에게 선물하고 싶기에.

나를 알아주고 안아주는 말들을 충분히 듣고 싶었던 나에게 선물하고 싶기에.



* 비룡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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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법
사이다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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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  누구라도 자신만의 힘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날  있다.

 

원하지 않았으나 원할 수밖에 없는 삶의 지난함 속에서 누구든 자신만의 용기와 의지로 매일 나답게 ‘태어나는 법’을 발견할  있다는 가능성의 메시지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손수 찢고 뚫고 구기고 그리고 붙인 모든 ‘결’에 감탄한다 세상의 태어났고 태어날 모든 존재를 향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이렇게 드러내고 내어줄 수도 있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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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졌어 문지아이들 173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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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른 상황에서 저마다 다른 존재와 이별해 가는 다섯 어린이들이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웅덩이에 고여있는 듯한 슬픔의 언어로 쓰여있지 않다 곳으로 이사 가는 친구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돌아가신 할아버지이사로 인해 떠나야 하는 오래된 모양새의 낡음이 기억의 낡음을 의미하지 않는 물건들・・・  모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과 오해이해와 화해의 과정 속에서 어린이는 자신의 솔직하고도 내밀한 감정을 마주해 나간다상대의 어렴풋하나 분명했던 마음을 마주해 나간다지나간 시간을 자신의 방식대로 천천히 돌아본다지나친 마음을 상대의 방식대로 찬찬히 돌아본다

 

그리하여  누구도 붙잡거나 붙잡히지 않는 이별의 시점을나를 나로 그리고 너를 너로 두는 이별의 기점을 ‘함께’ 넘어선다하나의 관계를 ‘잘 떠나보내는’ 시간은  다른 관계를 ‘잘 시작하는’ 기회가 되어간다나의 한계이자 정체성을 말하는 나의 문장과 너의 한계이자 정체성을 말하는 너의 문장이 우리 관계의 ‘전제’가 된다면 어떤 관계라도 튼튼하게 이어가고 씩씩하게 떠나보낼  있음을 배워나가며.

 

📚p.155 / 이제 나도  마음을 먼저 물어보는 친구가 되어 보고 싶어. (그치만   알지 그럴 수는 없을 거야.)

 

누군가 또는 무언가와 맺은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의 마음.

너와  모두가 닳아가는 ‘닮음’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닌너와  서로를 알아가는 ‘다름’을 지키는 관계를 체득해 나가는 어린이의 용기.

물리적 이별의 시간이 심리적 상실의 기억으로만 남지 않도록앞과  어느 쪽에도 매몰되지 않으려 애쓰는 어린이의 노력

 

관계의 지난함을 매일 경험하며 살아가는 모든 어린이의 마음에 다정히 가닿을 섬세한 문장들이 가득 담긴  헤어졌어수많은 갈래의 관계 안팎에서 고민하는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여전히 관계의 시작과 과정과 끝이 어려운 어른들에게도비밀 친구 ‘알도’가 되어줄  권의 동화집 앞에서, “ 헤어졌어”라고 말하고픈  어떤 관계를 떠올린다이별한  한참이 지났으나 여전히 제대로 이별하지   누군가와 무언가를.

 


*문학과지성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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