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강한 조직 ㅣ 나팀장 보고서 시리즈 2
이재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조직의 건강성을 찾아 떠나는 나팀장보고서 그 두번째 시리즈
이재현 저, <건강한 조직>입니다
이 책은 그 동안 비주류라고 분류되던 제 3섹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섹터인 정부, 2섹터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늘 소수나 비주류,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이 추종하는 이념 집단으로 칭해지며 소외되고 홀대 받았던 제 3섹터는 오히려 오늘날 사회변동의 주축으로서 사회의 발전과 혁신의 중추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흔히 제3섹터에 산재된 수많은 비영리조직들, 이른바 시민단체, 봉사단체, 복지기관, 국제개발협력NGO 등이 이제는 1,2섹터와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협업을 하기도 하는 균형 있는 사회를 꿈꾸며 "비영리조직이 건강한 사회가 선진국이다"라는 주장을 한 권 속에서 때론 강력하게, 때론 은유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 건강한 비영리조직을 위한 포문을 열기 위해, 그리고 그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이렇게 출판을 하게 된 것이겠죠.
저자는 몇 년 간 비영리 조직의 컨설팅을 해온 전문가입니다.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렇게 책 한 권을 집필할 정도로 건강한 조직을 위한 자신만의 생각과 이론들을 도출하게 된 것입니다. 철저히 저자의 경험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지 않고, 더욱 공감이 갔으며, 오히려 신뢰가 갔어요. 만약 HR분야에서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들로 빼곡히 채워졌었다면, 오히려 선뜻 읽을 시도조차 안 해보았겠지요.
그 동안 1,2섹터에 비해 매우 애매모호한 섹터라고 여겨졌던 이 영역. 정부는 권력을 제도적으로 위임받았고, 기업은 경제적 유익함을 창출하는 곳인데 반면, 비영리조직은 그야말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은데다가 정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적도 없으니 설명하기에 꽤나 애매한 영역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유에프오와 비영리조직의 공통점을 웃프게 표현하고 있지만 정말로 ufo의 특성을 계속 닮아간다면 끝내 대중들에게는 고립될 것이라는 엄중한 메세지를 담고 있지요.
저의 경우 제 2섹터인 기업에서 근무하는 입장인지라, 사실 읽기 전에는 어느 정도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한번도 3섹터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지도 몰랐기에 전혀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내용만 가득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었어요. 그러나 첫 장부터 그러한 저의 기우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 공감이 가서 재미졌던 "요즘 애들"에 대한 묘사가 나왔답니다. 소위 헬조선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청년실업은 극심해져가고, 취업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취직을 해도 썩 보람도 재미도 없고, 적응하지 못하고 만족도가 낮아 퇴사를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는 어느 섹터에 있는 구성원이든 간에 똑같은지 많은 비영리조직 관리자들이 요즘 애들은 대체 왜 그러냐는 하소연을 하곤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하소연을 저자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위와 같이 도식화하여 이해를 도왔습니다.
사실 제 또래 갓 취업한 청년들은 어디서 근무하던 저 무한반복되는 뫼비우스에 띠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야말로 요즘애들인데요. 관리자들이 보기에는 요새 신입들은 진짜 이상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요즘 애들 나름대로는 그러한 행동과 사상을 취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답니다.
저자는 관리자들의 시각에서 벗어나, 요즘 애들의 시각에서도 왜 그들이 관리자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행동양식을 취하는 것인지 인터뷰를 함으로서 이유들을 도출하고, 그 결과치들을 바탕으로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펼칩니다.바로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원들의 교집합의 크기로서 그 구성원들이 조직 속에서 근무함으로서 가져가는 의미와 재미의 크기도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은 제가 이 책 속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이었어요. 흔히 요즘애들이라고 칭해지는 부류에 속한 나는 왜 힘들게 들어간 회사 속에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여기고 있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고민이었는데, 아마도 회사의 정체성과 개인의 정체성 간의 교집합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었겠지요.
이 교집합이 커져야 회사와 내가 일치 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작아지면 나와 회사가 서로 동떨어지게 되면서 나의 정체성 확립에 그 직장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정말 간단하지만 명쾌한 원리 아닌가요?
개인과 조직 간의 접접을 늘림으로서 그 속에서 더 큰 의미와 더 큰 재미를 찾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들을 교육받는 또는 주입받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되며 자신만의 언어로 온전히 이해하고 익혀야하는 내재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도 매우 공감이 갔답니다. 대체 내가 이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미션과 비전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어떤 핵심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모른 채 주입 받은 업무만 로봇처럼 진행하고 교육받은대로만 수행한다면 두 원의 교집합이 작아지면서 일의 의미와 재미도 감소할테니까요.
'내재화'라는 중요한 과정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을 나만의 언어로 설명할 줄 알고, 확신할 수 있다면 더욱 만족도와 보람은 커질 것이구요.
그러나 그 내재화라는 과정이 말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니기에 많은 기관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겠죠? 구성원들의 내재화를 위해 몇 가지 재미있는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 감명깊게 읽은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휴지기'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요컨대 자전거를 한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들을 A,B그룹으로 나눴는데 매일 자전거 타기를 시킨 A그룹 보다 3일 쉬고 3일 자전거를 탄 B그룹이 더 월등한 자전거 실력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다시금 숙고해볼 시간을 갖지 않은 채 매일매일 무작정 똑같은 일을 수행한 A그룹보다 B그룹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실수를 머리속으로 되뇌며 나름대로 정리를 해볼 시간이 허락되었기 때문이었죠. 즉 내재화는 교육과 달라 무작정 머리 속에 쑤셔 넣는다고 , 무작정 그 업무에 뛰어들어 반복적으로 행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숙의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지요. 공식 근무시간을 뛰어넘어 매일마다 초과근무와 야근을 수행하지만 매출은 늘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직원들은 점점 지쳐만 가는 모습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아마 위의 '휴지기'라는 요소가 오히려 해결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단상도 해보았네요.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은 '톰소여 효과'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또한 위의 휴지기 내용과 비슷하게 효과적인 내재화를 설명할 때 유용한 개념인데요. 요컨대 페인트로 담벼락을 칠해야하는 재미없는 일을 하던 톰소여는 이 일이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라며 지나가던 친구에게 넘깁니다. 재밌는 일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넘겨받은 톰소여 친구는 '나는 무척 재밌는 일을 하고있다'라는 인식이 초반에 강하게 박혀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페인트칠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일이 놀이처럼 신나는 일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톰소여가 이 시대의 여느 일반 관리자들과 달랐던 것은 '시킨다'라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고 마치 너무나 그 일을 맡고싶게끔, 구미가 당기게끔 말했다는 것이죠.
주어진 과업이 왜 하기 싫으냐고 묻는다면 당연하지만 '시킬 때'라는 답변이 가장 먼저 나온다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처럼 시키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의사결정에서 소외되었음을 의미하기에 더더욱 싫은 것이죠. 나의 의사가 녹아있지 않은 채, 타인의 의사결정이 지배적으로 작용한 일이 일방적으로 나의 과업으로 다가올 때 상대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시킨 일이 제게는 노잼!이 되는 순간이 되겠지요. 즉 마치 게임하듯 놀이하듯 과업이 신나는 일이 되기란 무척 어렵지만 그 일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견하고, 나는 왜 그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할 수 있다면 적어도 일방적으로 시켜서 하는 일보다는 훨씬 낫겠죠?
이러한 내재화 과정은 건강한 조직을 이루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다시 말해 건강하지 못한 조직은 현장, 중간 관리자, 리더라는 각 위계들이 공통된 목표를 내재화하지 못하고 서로 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저자가 인용한 SONY의 몰락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잘게 부서들을 쪼개어 과도한 분업을 추구했고, 이에 협업하지 못하지만 본인이 맡은 일만은 완벽하게 해내는 이기적인 똑똑이들을 대거 양산했죠. 그러나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공통적으로 어떤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이기적으로 똑똑하게만 sony는 결국 몰락했고, 건강하지 않은 조직의 사례가 되고 말았죠. 협업은 상호 업무 협조를 용이하게 하여 구성원들간의 공감대를 크게 형성하는데 이 것이 바로 공통된 목표를 내재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업무의 공유가 구성원들을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 성과라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 것이지요!
“조직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명료히 하라 -건강한 조직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명료한 진정성을 보유한 조직”
이 한마디가 제가 꼽은 이 한 권을 통틀어 가장 집약적으로 필자의 주장을 나타내고 있는 베스트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한 명료한 정체성과 지향점이 없다면 이기적인 똑똑이들만이 대거 양산되어 부서와 부서간의 절단을 야기하여 결과적으로는 허약한 단체가 되고 말 것이니까요.
마지막에 연구와 집필의 과정을 밝히는 부분에서 오히려 책을 멀리하고 현장을 주로 다니며 사람들의 사소한 고민에 귀를 기울였다는 저자 이재현님. 그가 직접 겪고 들은 사례들로 알찬 보고서를 작성해 냈고, 설명하기 어려운 섹터인 제 3섹터, 그리고 더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그 섹터 속 조직의 건강함이라는 모호한 실체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알차고 구체적으로 언어화 했다는 것이 독자로서 매우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태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이 그 핵심에 있다는 것은 비영리조직의 비건강함이 얼마나 국가 운영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태이자, 선진국은 1,2,3섹터의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잘 이루어질 때 가능함을 알게 해준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접해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