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여행 × 스페인 - 스페인 문화예술에서 시대를 넘어설 지혜를 구하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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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늘은 감성적인 문체로 예술과 인문학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타고난 이야꾼이자, 다년간 다양한 예술강좌를 이끌며 청중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교수이자 시대를 이끄는 작가 김태진의 아트인문학여행 스페인편 리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와 파리에 이어 세번째 목적지로 결정된 아트인문학 여행지는 바로 순수와 열정이 공존하는 나라 스페인이랍니다. 왜 하필 스페인이냐 라고 묻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그 곳은 고대 중세 현대의 랜드마크들이 어우러진 곳이자 험준한 산악지대와 포근한 순례길이 반겨주는 곳이고 무엇보다도 개성으로 무장한 예술의 대가와 창조자들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저자는 하나같이 그렇게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패니쉬 예술가들의 창조성 속에서 한가지 크게 스쳐가는 공통점을 발견했으니 바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였어요.

 

저자는 호기심을 토대로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나다움을 잃지않고 불확실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가 돈키호테와 도전보다는 지키는 쪽을 선택하고 안전하고 검증된 쪽을 좋아하는 산초의 대비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할 인물들을 바라보고 바야흐로 맞이한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산초가 아닌 돈키호테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와 그 방향성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답니다.

 

​아마도 그리스인조르바를 쓴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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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장마다 산초와 돈키호태로 대두되는 인물들을 중심적으로 다루는 한편 그 등장인물에 얽힌 지역인 그라나다, 톨레도,마드리드, 카탈루냐에 대한 흥미진진한 역사, 아트, 여행이야기들을 아낌없이 대방출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방대하고 깊고 넓은 이야기를 이 한 권 안에 담으려다보니 예정보다 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마지막엔 회고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다섯개의 장이 결코 기준없이 매겨진 것은 아니랍니다. 저자는 1492년에 있었던 레콩키스타와 1888년 만국박람회라는 두개의 큰 시대 흐름을 기준으로 1부와 2부를 분할하고 등장인물 또한 각 부에 배치하여 스토리의 개연성과 드라마틱함을 살렸답니다.

 

책은 우선 그 동안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진 국토를 카스티야 중심으로 통일시켜 나라를 탄생시킨 주역 이사벨 여왕과 비록 허황되고 독단적이며 자기만의 상상 속에 깊이 빠졌지만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로 시작합니다. 이 둘 모두를 심장뛰는 담대한 꿈을 가진, 불가능을 가능으로 실현시킬 도전정신을 가진 돈키호테로 평가합니다.

 

한편 2장의 주인공인 엘 그레코와 펠리페 2세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데요. 겉으로보면 펠리페 2세는 타협없는 전쟁을 불사하는 도전력 넘치는 왕이었지만 사실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영토와 신앙을 지켜야 했기에 그의 내면에는 산초가 강력히 자리잡았다고 보았지만 엘 그레코에 대해서는 이미 크레타 섬에서 최고의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미래를 위해 떠났고, 과거나 이념이 강요하는 권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에서 가슴 깊이 꿈을 간직하고 좌충우돌 모험을 떠났던 라만차의 기사의 모습을 발견하였답니다.

 

1부의 클라이막스는 마드리드로 향해갑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펠리페4세와 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 맨 처음 차례를 읽으면서 벨라스케스라는 이름만으로 정말 기대했던 장 중에 하나랍니다. 위대한 그림을 그린 두 번째 화가가 되느니 평범한 그림이라도 처음으로 그려낸 화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벨라스케스는 펠리페4세의 눈에 들어 궁정화가로 전격 발탁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의 성품과 실력을 모두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이 책에서 소개되는데 첫번째로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하인인 후안 데 파레하가 주인님의 뛰어난 그림을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아쉬워 벨라스케스가 그린 본인 초상화를 직접 들고 길거리에 나가 로마 집집마다 돌면서 그 솜씨를 자랑했다는 일화이고, 하나는 교황이 자신의 초상을 마주하고 굉장히 놀라워하며 감탄했다는 일화입니다. 이태리에서 체류하면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그는 기존의 기법을 고수하지 않고, 늘 새롭고 전에 없던 기법과 구도를 연구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대작이 바로 아래의 그림이고요.

 

​프라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이자 시그니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이미 모나리자를 제치고 인간이 그린 미술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을 정도로 그 구도와 기법면에서 전에 없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답니다. 얼핏보면 어린 공주와 그를 둘러싼 시녀들, 그 모습을 그리는 화가로 구성된 평범한 작품같지만 뒷면에 비친 작은 거울에 왕과 왕비가 서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화가는 국왕부부를 그리고 있는 것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러 공주와 시녀들이 온 것이 아니냐는 재미있고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던져주는 놀라운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이렇게 재해석이 가능하고 시각에 따라 달리보이는 덕분에 시대를 초월해 계속 회자되고, 여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고 수많은 오마주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지요

 

이제 책은 어느새 중반을 지나 2부로 들어섰고 1888년 만국박람회라는 두번째 큰 조류를 타고 카탈루냐, 특히 바르셀로나가 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가 인문학여정의 목적지이자 무대가 되었고 이 장에서부터 저는 어느새 심장부답게 열기 넘치고 피가 끓어오르는 땅을 밟고 중세의 모습이 보존된 고딕지구를 지나 카탈라냐 음악당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도 하며 정말 활기넘치는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특히 바르샐로나 하면 떠오르는 가장 첫번째 인물 가우디를 만날 수 있는 장이라 가장 재미있게 오랜 시간 정독했던 장이었는데요. 특히 가우디가 흥미로운 점은 그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리타분한 생각과 권위를 질색하고 예리한 질문과 신랄한 비판으로 교수와 같은 권위자에게도 의견을 피력하며 자연에서 무궁무진한 영감을 받아 엄청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끊임없이 시도하고 모험하여 결국 자신만의 독창성이 깃든 건축양식을 탄생시켰다는 점이죠.

 

​까사밀라, 까사바뜨요, 구엘공원, 파밀리아대성당은 실제로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건축가와 후원자, 그리고 가우디를 도왔던 많은 능력있는 조각가들의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 미리 알고 갔더라면 그 감동과 환희가 배가 되었을텐데 싶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책에서 감칠맛나는 글과 멋진 사진들을 통해 재회하니 한번 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 또한 직접 가보지 못한 건물과 가우디의 흔적도 속속들이 파헤쳐주어 알차고 행복한 여정을 할 수 있었어요

 

이 책에서는 가우디의 그런 돈키호태와 같은 성향에 주목하는 동시에 그의 조력자이자 투자자이자 산초적인 기질의 구엘과의 빛나는 케미를 부각하여 마치 동화책처럼 흥미진진한 그 둘의 스토리와 건축과 예술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요. 어쩌면 갑과 을의 관계일 수도 있고 정반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조합일지라도 서로의 탁월한 점과 장점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단점은 상쇄해주는 건강한 이들의 관계가 하나의 작은 도시를 세계적인 성지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다시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답니다.

 

가우디와 구엘의 케미만큼이나 엄청난 케미를 발산하며 성공가도를 달린 커플이 있었으니 바로 마지막 장을 장식할 달리와 갈라입니다. 깊은 눈매와 관능적인 몸매를 가진 러시아 여인 갈라를 처음 본 순간 운명임을 깨달은 달리는 갈라와 함께 파리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갈라가 따내오는 온갖 각종 디자인과 상업광고를 달리가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둘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세계를 무대로 너무나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바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자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갈라를 위해 그녀가 동경해 온 이탈리아에 오래된 고성을 찾아 바친 달리. 추후 푸볼 갈라의 성은 박물관으로 변신하여 그녀와 달리의 깊은 사랑을 추억하는 공간이 됩니다.

 

​달리는 파시즘을 찬양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나는 이유로 초현실주의에서 제명당했지만

"초현실주의자들과 나 사이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유일한 초현실주의자라는 거야" 혹은 "난 오로지 달리주의자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난 어떤 혁명도 믿지 않는다"

라는 소신을 밝히면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힘과 더불어 초현실주의에서 제명당한 자신만이 초현실주의자임을 당당하게 선포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자였답니다.

​달러의 굶주린 자 라는 희롱을 받으면서도 갈라가 계약한 작업들을 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면 이 커플 역시도 감각은 뛰어나나 세속적 성공을 거두기에는 모자란 인물인 달리를 갈라의 지독한 산쵸 성향으로 보완하였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5장에 걸친 인문학과 아트의 스페인대장정이 마무리되고 종장에서는 각 장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회고하면서 돈키호테와 산초를 가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 서로 다른 성향을 두고 오늘날의 시대상황에 어떤 모습으로 접근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유의미한 제시를 던집니다.

 

지금껏 없었던 창조성을 바탕으로 신선한 상상력과 가능성이 매일매일 휘몰아치는 시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이 일자리에서 기회를 탐닉할 수 있는 시대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그 동안의 획일화된 모범적인 산쵸가 아니라 현장 감각과 전체의 판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데다가 창조적 능력까지 가진 돈키호테들이 주인공이며 1등의 기준도 이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5장에 걸쳐 만나왔던 벨라스케스와 가우디와 달리와 같은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일관되게 관철했기에 도시와 나라 전체, 그리고 국토를 넘어 세계에서 빛을 발하고 창조성의 에너지를 뿜어냈으며 결국 시대적 변화를 이끌었음을 보아왔기에 우리도 산초가 판치고 기준을 꽉 잡고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비타협적일지라도 묵묵히. 홀로. 용기있는 강단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마무리됩니다.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스페인에 얽힌 문화예술역사를 탐색하는 것도 무척 뜻깊었지만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한 속시원하고 어쩌면 과감한 해결책까지 던지는 모습에서과연 오랜만에 양서를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무모하고도 미친 삶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가슴깊이 자리하고 있던 갈망을 일깨워주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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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안고 사는 남자, 독을 사랑한 여자
최정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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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일상 속 생활과 식습관부터 개선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독을 안고 사는 남자, 독을 사랑한 여자" 북리뷰를 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실제 한의사이신 최정원 박사님이 집필하셨는데요. 다양한 증상의 환자들을 접하시며 쌓아온 경험과 전문적 지식은 물론, 많은 방송 출연과 칼럼 기고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뼛 속까지 문과인 저도 읽는 내내 전혀 어려운 부분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고, 생소한 의학용어들도 워낙 쉽게 풀이하면서 설명해주신 덕분에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매우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최정원 박사님은 샴푸며 화장품이며 한약재들을 활용한 각종 상업적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면서도 막상 내과적 진료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한방에 대한 인식의 저변이 부족하고 오해가 깊어 그 역할이 너무 축소되어 있음에 안타까움과 불가해한 갭을 느꼈다고 여는 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히 양방의 보조적 수단 혹은 구식적인 접근으로 치부되던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면서 꼭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서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발병 전부터 그 원인을 살피고 신체의 균형과 조화를 다스리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한방의 중요성을 밝히고 싶으셨던 강한 의지를 담아 쓰셨음을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가늠할 수 있다시피 내용은 ''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당뇨를 포함해 그 것이 초래하는 각종 질병들, 그 것을 풀어나가는 방법들을 실질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최 박사님 자신이 실제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의사로서의 고민들을 담은 챕터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우선 전체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개념인 독의 의미부터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한자부터 영어까지 그 어원들을 살피면서 정의를 설명해나가는데, 여기서는 단순히 해골그림이 그려져있을 법한 화학적 의미의 Poison이 아니라 독을 품고 있거나 생성하는 요소들을 의미하는 독소, 영어로는 Toxin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며 그 개념부터 철저히 정의하면서 본격적으로 내용이 시작됩니다.

마치 백설공주가 깨물었던 사과처럼 너무나 달콤하고 자연스럽게 그러나 아주 치명스럽게 몸으로 잠입하는 독은 그토록 우리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수없이 다양한 편의점 간편식들, 때깔 고운 디저트들, 한 밤의 파티를 가능하게 했던 야식거리들과 같은 음식물을 통해 유입되기도 하고, 몸 안에 피로물질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과도하게 일하는 과로로 인해 생성되기도 하며, 심리적, 신체적 기능을 교란시키는 스트레스, 즉 화에 의해 생겨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최근 저의 스트레스의 주범이 되고 있는 공기 중 미세먼지나 방사능 물질들에 의해서도 잠입되기도 하죠. 한마디로 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 속에서 쌓여가고 있는 위험한 잠입자인 셈이죠.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읽은 부분은 바로 이 들어오는 음식들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저녁마다 스트레스 풀겠답시고 먹었던 치맥 조합, 세 끼 중 꼭 한 끼 이상을 차지했던 밀가루식, 늘 술의 친구가 되어준 트랜스지방 함유가 높은 튀김들, 간편하다고 즐겨먹었던 편의점 가공식품들, 이 모든 것들이 독소적 성분을 잔뜩 품고 있는 음식들이었고 심지어는 이들이 단순히 신체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교감신경을 교란시키면서 성격적으로도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해요. 저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이런 음식물들을 매일 접하다시피 했으니 각종 방부제며 착색제며 향료 등의 합성화학물질들을 매일 섭취한 셈이지요. 어쩌면 점점 예민해지고 포악해지고 자극에 취약한 현대인들의 성격이 이런 가공식품에 익숙해진 나쁜 식습관에서 촉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3주간 과자를 끊은 아이들은 신경이 보다 안정화되면서 순하고 부드럽게 변했다는 실험결과도 이를 방증하고 있으니까요.

 

상황이 이러하니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갸 훨씬 중요한 논제로 떠오르게 되지요.

단순히 속을 채우는 것이 좋은 식사가 아니라 무엇을 채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1장에서는 몇 번이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 할지언정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아파줄 사람은 없기에 가공식품이나 튀김, 밀가루 등을 최대한 줄여보고 최대한 자연식을 가까이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서더라구요.

 

또한 좋은 자연식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서 그 것을 어떻게 섭취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이를테면 먹는 속도도 굉장히 중요한데, 너무 빨리 먹으면 제대로 씹혀지지 않은 덩어리가 식도를 통과하면서 과도한 소화효소를 사용하게 되고 이렇게 해도 채 소화되지 못하고 쌓인 음식물들이 독소를 만들어내면서 혈액을 타고 곳곳에 퍼지면서 각종 질병을 몰고오는 사태를 초래하기 때문이죠. 누구에게 쫓기듯이 빠르고 급하게 먹는 습관도 의식적으로 지양하고 보다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습니다.

 

2의 뇌이자 건강의 바로미터인 장의 중요성을 역설한 후 본격 해독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즉 지금까지는 독소의 의미와 그 것이 유입되는 원인과 장을 통해 퍼져나가는 과정을 설명했다면 이제 그 톡신을 풀어내고 제거하는 디톡스에 대해서 서술하는 차례죠. 요즘에는 어디 한 군데가 명확하게 아파서 오는 사람들보다도 여러 군데가 다발적으로 아파서 어느 과를 내원해야 하는 지도 가늠하기 힘든 다발적 증상의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렇게 특정지을 수 없는 다차원의 병증을 몰고오는 Toxin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의 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톡스 과정이 꼭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셀프로 가능한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해로운 먹거리를 멀리하고 자연식으로 채우기를 비롯해 입욕 형태의 목욕, 운동으로 땀흘리기 등이 있음을 소개하고 있어요.

 

한방적 解毒이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프면 어디를 국소적으로 치유해주는 식이 아니라 몸이 가진 근본적인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 주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처방이 아니라 몸 자체가 알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려는 힘을 실어줌으로써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죠.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혈당 수치가 오랫동안 높게 지속되고 췌장에서 충분한 인슐린이 생성되지 못하거나 인슐린에 적절한 반응을 못할 때 생기는 병인 당뇨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실제 최박사님이 진료한 환자들의 사례로 채워져서 더욱 그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는데요. 사실 저에게 당뇨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되는 병중에 하나였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젊고 생각보다 비만하지 않으며 어디가 아플 것 같지 않은 외양을 갖춘 사람들이어서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어요.

 

이 병이 정말 무서운 점은 초기에는 권태감이나 피로감, 종기 등의 피부질환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종국에는 시력을 잃게 한다거나 하지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외에도 간에서 만들어지는 중성지방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각종 대사증후군들을 동시에 몰고온다는 점이지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무시무시한 증상들이 점차 호전되는 치료과정들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해독과정과 식이요법은 물론 운동과 수면의 질까지 관여하며 철두철미하게 케어하고 진심으로 환자를 걱정하는 모습에서는 왠지 건강서적에서는 보기 힘들 줄 알았던 인간적인 감동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박사님은 의사로서 가장 큰 기쁨을 진료실에서의 공명이라고 말합니다. 즉 함께 기쁨과 고통을 나누고,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하며 회복의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 그 함께하는 울림의 시간을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아마 환자 입장에서도 이런 의사를 만나서 점차 회복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었네요.

 

진료실에서의 공명을 최고의 기쁨이자 행복의 순간으로 맞이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진솔한 경험과 노하우를 꾹꾹 눌러 담은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읽으면서 내내 궁금했었는데 마지막장에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끼니를 전쟁이라고 표현할만큼 비위가 약해서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걸핏하면 토하던 허약했던 아이였던 최 박사님은 운명처럼 한의사가 되어 그 어렸을 때의 경험 덕분에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성인들의 고충을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병이 나고 나서가 아닌 병이 나기 전부터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의학에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최정원 선생님은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으며, 또 그 필요성을 매우 강하게 역설하고 현대인에게 호소합니다.

 

한 번을 완독하고도 왠지 계속 옆에 두고 싶어서 아침 저녁으로 이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더니 어느새 식습관과 일상 생활에서 자그맣지만 무척 긍정적인 변화를 해나가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 쪽에 수록되어 있었던 추천사처럼 시대를 초월한 건강지침서이자, 치유의 복음이 된 양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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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홀리데이 최고의 휴가를 위한 여행 파우치 홀리데이 시리즈 38
김현지 지음 / 꿈의지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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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오늘은 읽기만 해도 즐거운 휴가를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던 아일랜드 홀리데이 북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많은 여행서적들을 접해보았지만 신빙성 없고 마구잡이로 짜집기 한 정보가 깨알같은 글씨로 주루룩 나열된 백과사전식 가이드북은 영 흥미가 없었는데요, 이 책만은 2013년부터 6년째 아일랜드에서 거주해오시고 그 동안 여행에 관한 글들을 기고한 경험이 풍부하신 김현지 작가님이 쓰셔서 정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꿀팁들이 가득하고 삶의 경험에서 나온 인간미 넘치는 스토리가 담겨있으며 마치 눈 앞에 대자연이 펼쳐지는 듯한 생생함이 살아있었어요. 방문해야할 이유가 충분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턱없이 그 정보가 부족했던 것을 늘 안타깝게 여기셨고, 드디어 여행자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해서 꼼꼼하게 아일랜드를 담은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목차만 보아도 얼마나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우선 Preview를 통해서 꼭 보고 하고 먹어야할 리스트들을 전반적으로 개괄하며 시작합니다. 프리뷰 후에는 실질적인 플래닝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정보 및 꿀팁들을 테마나 키워드 별로 묶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더블린을 비롯해서 Ireland 전체를 크게 6개 구역으로 나누어 지역별로 무척 자세하고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답니다.

 

프리뷰는 서론답게 아주 임팩트 있고 간략하게 요약되고 있습니다. 크게 Must See, Must Do, Must Eat이라는 테마로 이미지와 짧은 소개글로 구성되어 있지요. 프리뷰 속 포토들만 보았는데도 벌써 훌쩍 떠나서 보고 하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스텝2 플래닝 부분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포함해서 월별 축제, 유명한 문학가나 뮤지션 등을 다채롭게 소개함으로써 나라에 대한 배경적 이해를 돕고, 실질적으로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항공편 및 렌터카 정보, 드라이브 코스 등을 담고 있으며 소소하지만 막상 물어보려면 어디서든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기 힘들었던 각종 꿀팁들, 이를테면 교통법이나 주차권 발급하는 방법, 셀프 주유를 하는 방법 등을 깨알같이 꼼꼼하게 수록하고 있답니다. 확실히 역사적, 사회문화적 이야기를 많이 수록하고 있어서 여타 기계적으로 쓰여진 가이드북 읽는 느낌이 아니라

한 권의 잘 쓰여진 에세이나 사회교양서적을 읽는 느낌이 물씬 났고,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이동 시 갖고다니며 읽기 참 좋았어요 :-)

 

또한 스텝2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3일부터 2주까지의 최적의 스케줄을 제안한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사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고 해도 가본적도 살아본적도 없는 그저 평범한 관광객은 효율적으로 코스를 짜는 게 가장 힘든 일이거든요.

여기서는 최적화된 스케쥴을 대신 짜줄 뿐만 아니라, 주어진 시간별 혹은 '비긴 어게인' 같은 흥미로운 테마별로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답니다.

 

그렇게 스텝2가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지역별가이드가 시작되는데요, 그 첫번째 지역은 단연 수도 더블린이었습니다.

지역별 가이드의 첫 페이지는 preview가 펼쳐지는데 여기서는 소개되는 지역의 볼거리, 먹거리, 쇼핑리스트 및 숙박까지 야무지게 요약되고 있어요. 아마도 정말 한 권 전체를 읽을 시간 조차 없는 바쁜 분들은 프리뷰만 보아도 도시의 주요 특징을 개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블린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법들, 교통 수단들 투어 및 관광안내소 등의 사항들을 꼼꼼하게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고 전동차인 루아스의 노선도까지 담고있어요.

특히 중간중간에 Theme이라는 테마별 팁에서는 진짜 필요한 인포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예를들면 더블린 패스에 대한 모든 것, 투어 버스 홉 온 홉 오프에 관한 모든 내용들을 총 집약해주고 있어요. 이처럼 테마 페이지는 굳이 온라인 서칭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자세하고 속 시원한 정보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블린의 다양한 면모를 경험할 수 있는지 3일에 걸쳐서 코스를 안내하고 있는데 이 코스에는 외곽이나 근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

 

또한 리피강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구역을 또 다시 나누어 구역별로 어떤 문화예술이 서려있는지, 어떤 맛있는 음식이 있고, 어디서 묵으면 좋을지 등등을 수록하고 있답니다.

사실 더블린 자체로도 수도치고는 작은 규모라고 알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다소 간략하게 소개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그 예상을 깨고 이렇게 구역별로 세세하게 설명해줌과 더불어 각 장소마다 위치와 가는법, 연락처나 운영시간, 가격 등을 기재해 두었기에 당장 이 책만보고도 예산 및 일정 계획을 완벽하게 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뿐만 아니라 종종 보이는 TalkTip 파트도 흥미를 돋구어 주는 포션이랍니다. 기네스북이 이 나라의 유명 맥주사인 기네스 사에서 발행된다는 사실이나 부리또를 주문하는 방법이라던지 이런 소소한 이야깃거리나 팁들은 지역에 얽힌 크고 작은 면면을 알 수 있었기에 재미있었어요 *_*

Dublin은 그 근교인 위클로와 미스, 그리고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호스나 브레이, 달키까지 야무지게 소개하며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골웨이!

 

골웨이 역시 프리뷰와 버스나 기차 등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을 소개하며 시작되는데요. 주요 관광지인 모허 절벽이나 아란제도 투어를 포함한 일정 제안이 수록되어 있고, 역시 볼거리(see) 먹을거리(eat) 즐길거리(enjoy) 살 것(buy)과 숙소(sleep)를 근간으로 골웨이를 밀착 해부하고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골웨이의 주변까지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연간 15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대자연의 끝판왕이자 신의 완벽한 걸작이라고 불리우는 모허 절벽은 골웨이에서 시외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다고 하는데 꼭 인생에서 한번쯤은 가보고 싶더라구요. 층층이 쌓인 절벽의 단층이 빚어내는 그 장엄한 풍경은 사진으로도 압도적인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답니다.

 

남서부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 코크도 빼놓지 않고 있어요! 도심과 코크 주변으로 나누어서 아일랜드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코크의 면면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여기서는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 타이타닉과 관련된 이야기와 코크 남쪽에 위치한 어촌마을이자 휴양지인 킨세일의 알록달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책은 그렇게 코크를 거쳐 자연 종합 선물세트이자 보물같은 대자연을 품은 케리,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중세도시 킬케니. 벨파스트 런던데리 앤트림라는 각기각색 색다른 매력을 가진 도시를 품은 북아일랜드 소개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작가님은 끝까지 독자들을 위해 유용한 노하우를 대방출하고 있는데요. 80일전부터 출발하는 디데이까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여행준비 기간 동안에 해나가야 할 미션들을 차근차근 컨설팅도 해주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현지 거주 경험이 없었다면 알기 힘든 아일랜드에 꽁꽁 숨겨진 스토리를 '친절한 홀리데이 씨의 소소한 팁'장에서 13가지나 알려주고 있어요. 아마 한 가지 한 가지 알아갈 때마다 이런 특이한 문화와 관습이 있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거에요 ㅎㅎ

 

마지막에는 마치 사전처럼 단어별로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인덱스가 있고 캐리어 속에 고이 접어서 쏘옥 넣을 수 있는 유용한 더블린 전도와 오코넬 거리&템블바 확대 지도가 별도로 달려있답니다.

 

이렇게 트래블북을 정독해본 것도 참 오랜만이여요. 아마도 여타 평범한 트래블북이 아니라

김현지 작가의 거주 경험과 진솔한 스토리가 듬뿍 담겨있기에 더욱 손이 가고 읽는 내내 그 흥미로움에 눈을 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책을 열 때마다 어느날은 더블린 중심 아이리쉬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는 기분이 들다가도 하루는 링오브 케리의 해안가를 관망하며 멋지게 한 바퀴 드라이빙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지요.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다채로운 경험을 가능케 해주고 최고의 아일랜드 홀리데이를 선사했던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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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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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미술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게 하는 책 '똑같은 빨강은 없다'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미학서적인데요,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제가 읽었던 미학서적 중에서도 가장 쉬운 이해를 도모하도록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저자 김경서님은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집필하신 분이시자, 실제 불광중에서 미술교사로서 재직하고 계셔서 학생들 또는 저 같이 예술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지를 굉장히 잘 아시는 분이랍니다.

 

김경서 선생님은 그 동안 여러권의 교과서를 집필하시면서 한정된 지면 탓에 차마 담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지 못한 아쉬움이 크셨다고 합니다. 이에 그 아쉬움의 공백을 메꾸고자 하는 집필하게 되었다는 의도를 앞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 장벽 없이 교과서에서도 차마 다 담지 못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을 수 있도록 가장 쉬운 방법인 대화체로 쓰여졌으며, 독자들이 전문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열어주는 문이자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길로써의 미술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함께 밝히고 있습니다.

 

차례는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챕터, 표현하는 챕터, 생각하는 챕터가 그것이지요.

차례가 보여주다시피, 이 속에는 단순히 예술작품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상자들의 관념들과 예술가들의 심리적 의도, 재료와 과정, 감상법과 비평법 등 예술이 가진 사회, 문화, 경제적인 다차원적 관념들이 두루 담겨져 있습니다. 사실 차례를 보면서 꽤 어려운 개념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베테랑 교사의 노하우가 가득해서 그런지 읽다보면 편견처럼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선생님과 제자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제자로 등장하는 '보라'는 평소에 알쏭달쏭했던 심오한 개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는 학생입니다. 이를테면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이 어떻게 다른지 평론가나 수준높은 전문가들과 같은 소수의 사람들이나 감상할 줄 아는

이기적인 면모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거침없이 질문하고 꼬집으며 독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지요.

 

그 동안은 그저 웅장한 바다 위를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을 그린 그림이겠거니 생각했었던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작품 속에 녹아있는 '숭고미'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게되니 왜 이 작품을 보면 어딘가 멋지고 웅장하다라는 쾌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섭고 두렵다라는 불쾌의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는지 이해하게 되더랍니다.

 

또한 보고 또 보아도 어느 부분이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 지 아리송하기만 했던 몬드리안의 그림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왜 그가 갈수록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인지 그 과정과 배경을 설명하는데 이렇게 작품 뒤에 얽히고 설킨 작가의 심오한 의도나 배경을 알고나니 추상주의라는 양식의 함의도 알게되고, 몬드리안이 의도한 순수한 조형적 미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답니다.

2장에서는 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왜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앙상한 인간의 형상을 한 조각을 표현하게 되었는지, 달리가 왜 현실성이 떨어지는 아주 낯선 장면과 상황을 연출하는 그림을 그렸는지 등 어떤 작품이 어떤 표현을 하고자 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고,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이나, 새로운 소재도 표현의 일종이 될 수 있음을

지용호의 버펄로나 피카소의 황소 머리 등을 예시로 들어 이해를 도와준답니다.

 

또한 어렵기만 했던 잭슨 폴록의 그림도 이 장에서 등장하는데 그 동안 아마도 저는 잭슨 폴록의 거대한 캔버스를 보면서 결과로써 해석하려고 했기 때문에 썩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사실 잭슨 폴록은 몸의 속도나 움직임으로 생겨나는 리듬감에 따라

의도하지 않은 우연성에 의한 액션페인팅을 하는 작가인 만큼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의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말이죠. 꼭 결과가 숭고하고 깊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어야 하고

무엇인가를 의도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면 과정에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3장에서는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파악함으로써 미술이 갖고 있는 사회 문화 경제적 기능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김홍도의 벼타작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마름 옆에 담배나 술병과 같은 요소에 초점을 맞춰 소작인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마름의 권력을 해학적으로 꼬집으려 했다는 스토리, 또한 차마 아트로 수용하기 힘든 논란의 중심 뒤샹의 샘이 그 동안 익숙해지고 무뎌진 우리의 감성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자 했다는 스토리 등은 그 동안 편견으로 점철됐던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뒤집고 감상의 차원을 한결 더 넓혀주는 장이었습니다.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패러디하여 남성중심적 시각을 유쾌하게 비판하는 게릴라 걸스의 포스터라던가, 한여름에 길거리에 눈덩이를 갖다 놓고 다 녹고나면 눈덩이 속에 있던 나뭇잎만이 소복이 쌓이게 되는 앤디 골즈워디의 한 여름의 눈덩이 등을 설명함으로써 예술이란 반드시 아름답거나 반드시 결과가 남지 않아도 그 속에 담긴 메세지에 집중하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감성을 깨우고 현실 문제에 관심갖도록 하는 사회문화적 기능도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중요한 장이 바로 3장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바르게 감상하고 비평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감상과 비평에 틀에 박힌 정해진 방법이 있다는 것이 더 모순적이지 않을까, 자신이 느끼는 바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는 바로 그 감상자 자신의 취향을 우선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말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고 비평에 앞서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서 해석할 것을 조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생각과 기준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타인과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음을 말하며 즐거웠던 한 권의 수업이 마무리 합니다.

 

이렇게 마지막 장을 읽고 나니 왜 저자가 제목을 똑같은 빨강은 없다고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답니다. 워낙 하나의 작품에도 복잡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얽혀있으니 만큼

감상을 하는 자기자신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과 기준이 있어야만 남들의 해석에 끌려다니지 않게 되며 동일한 빨강색을 보고도 다양한 해석의 장을 열 수 있기 때문이죠.

취향껏 솔직하게, 제대로 깊이있게 감상하는 것!

그것이 미술의 재미이고 가장 올바른 이해임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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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로 떠나는 겨울 아이슬란드 - 기린 남편과 산다람쥐 아내의 부부캠핑
임찬호, 김효송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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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게하는 여행 뽐뿌가 제대로 오게하는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캠핑카로 떠나는 겨울 아이슬란드> 입니다.

 

이미 여름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책을 낸 적 있는 이 부부는 흰 눈 속에 그야말로 로 덮인 세상을 보고자

다시금 겨울 아이슬란드를 찾게 되었고, 캠핑카로 링로드를 돌며 대자연의 에너지와 세상의 유대 속에 따듯함을 느껴

그 감동과 에너지를 이 책 한 권에 생생히 담아냈답니다.

 

겨울에는 고독하고 또 추울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부부는 오히려 매 순간 역동적인 에너지, 벅찬 희열, 지극히 충만한 행복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에너지와 희열, 행복을 그대로 함께 느끼며 겨울의 Iceland를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읽는 내내 저 또한 행복했어요 :)

 

읽는 내내 어쩜 이렇게 웅장한 순간, 행복한 순간, 아름다운 순간을 이렇게나 잘 포착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쩜 읽는 이로 하여금 직접 보지 않아도 마치 직접 풍경을 직접 본 듯 생경하게 문장으로 표현해내실 수 있으신걸까 하며

사진과 글 솜씨에 감탄을 연발하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남편분인 기린 임찬호님은 대기업 이사 출신이자 사진작가로도 활동하시는 분이고 산다람쥐 같이 애교가 많은 아내분은 중학교 국어교사라고! 두 분의 사진촬영 실력과 글 솜씨도 부러웠지만, 부부가 같은 마음으로 젊은 청춘보다도 훨~씬 많은 열정과 에너지로 겨울과 여름의 아이슬란드를 캠핑카로 종주한다니.. 과연 두 분은 둘도 없는 운명이고, 인생의동반자를 만났구나 싶어서 그 사실이 무엇보다 정말 부럽더라구요 ^^

 

목차는 부부가 밟았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순서로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핀란드부터 핵심지역인 아이슬란드의 링로드, 그리고 사진작가 임찬호님의 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갤러리 섹션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무척 좋았고, 부록에는 이런 꿈같은 투어를 직접 실현할 예비 투어리스트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꿀팁 정보들도 수록되어 있지요.

 

장소가 이동되고 챕터가 바뀌면서 각 챕터 표지마다 이렇게 지도가 수록되어 있으니, 정말 함께 맵을 보며 투어를 하는 느낌이 들었고,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부분은 세계의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편했어요:) 느꼈던 감정과 기분을 토로할 때는 담백하게, 아름다운 풍경과 대자연의 웅장함을 묘사할 땐 수려하게 쓰여진 글귀에 생생한 현장감을 몸소 느끼게 하는 포토그라피가 매우 알차게 책 한 장 한 장을 채우고 있었고, 그 덕분에 독자로서 스노모빌의 스릴 넘치는 속도감과 허스키 썰매의 경쾌한 질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가슴 벅찼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오로라를 캣치한 장면이었어요. 저의 버킷리스트 또한 꼭 육안으로 오로라를 보는 것인데 오로라 헌팅을 나간지 1초만에 오색 빛깔을 뿜어내는 오로라의 신비를 경험한 부분은 왠지 제가 다 버킷리스트를 이룬 듯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무엇보다 작가 두 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유목민처럼 캠핑카로 링로드를 돌며 숙식을 캠핑카 속에서 모두 해결했다는 사실입니다. 추운 날씨에 애벌레 처럼 침낭 속에서 들어가서 취침하랴, 좁은 공간에서 취사하랴 운전하랴,,

젊은 사람들도 웬만한 체력으로는 하기 힘들 것 같은 캠핑을 두 분은 매우 로맨틱하게, 그리고 매사와 매순간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덤덤히 즐기는 것을 보며 존경스러울 정도였고, 새삼 용기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D

 

아침마다 고소한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누룽지와 된장찌개로 배를 채우고 계란을 넉넉히 푼 라면 한 그릇도 그 어떤 미슐랭 식당 부럽지 않게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제가 다 배부르기도 했습니다. 오랜 운전에 지칠 법도 지루할 법도 하실테지만 광활한 풍광을 뮤직비디오 삼아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감격에 차오른 순간을 묘사할 때 괜시리 책을 읽는 저도 김광석 노래를 플레이하게 되었답니다.

타지에서 만난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알기에, 목욕 시설이 없는 캠핑카지만 근처 수영장이나 온천, 호텔 화장실을 이용하며 부족한 부분을 불평없이 채울 줄 아는 지혜가 있었기에 이들의 여정은 아이슬란드의 빙하처럼 영롱하게, 오로라처럼 아름답게 빛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섹션에는 겨울 링로드의 여정 순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맵과 함께 기린 남편 임찬호님의 멋진 사진들을 통해

다시금 흰 눈으로 덮인 ''의 미를 되새김질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는데 워낙 실력이 출중하셔서 그런지 넋놓고 사진을 보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 추위라면 치를 떠는 저도 아이슬란드의 겨울이라면 정말 꼭 한 번 인생에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부록까지 이용해 숙박 시설 등 알찬 정보를 담아주신 덕분에 저 또한 링로드를 자신있게 드라이빙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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