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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비하인드
변종필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책 중에 하나는 다름 아닌 예술서적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트에 일가견이 있냐건, 절대 그렇지 않죠. 자타공인 발손이자, 대학시절 단 한번도 예술분야에 대해서는 교양수업도 들어본 적이 없구요. 어떤 그림이 잘 그려진 그림이네, 아니네 평가할 수 있는 안목같은 것?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모르는 분야라서 더더욱 심취하며 읽는 것이 예술서적이예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 아트비하인드는 정말이지 이미 다양한 예술 읽기 방식에 하나를 더하는 정말 새롭고 재미있는 책이었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답니다.
저자 변종필님은 미술평론가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활발한 저작활동까지 하고 계시는 분인데요. 읽는 내내 얼마나 저자가 미술을 사랑하고, 작품과 그 작가를 깊이 탐구했는지 감히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거늘, 저자와 같은 분이야 말로 이 정도의 분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기에 전문가가 될 수 있었구나 절감할 수 있었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 매튜 키이란의 말을 인용하며 책을 쓰게된 이유를 은은히 서술하고 있는데요. 그는 예술을 읽는 또 하나의 관점을 더하고자, 그러한 관점이 예술의 근본적 의미와 가치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쓰셨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저자의 의도대로, 미리 말씀컨대 Art의 A도 모르는 저도, Art를 보아도 오감을 자극하는 반응이 없는 저도! 독서를 통해 예술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이 책이 같은 분야의 다른 서적들보다 흥미로운 것은 단지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해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목차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아티스트들의 삶을 평행이론이라는 틀 안에서 비교하며 탐미한다던지, 존엄성, 쾌락, 욕망 등의 테마로서 작품과 작품을 서로 비교하여 이해를 돕는 등의 색다른 시도들이 겸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더욱 새로운 관점을 더하는 책임에 틀림없다는 느낌이 목차를 보는 순간부터 팍팍 들었죠.
첫번째 장에서는 다른듯 매우 닮은 두 작가의 삶과 작품을 비교하는데요. 작품에 대한 고루한 해석이 아닌, 그 작품을 만들어낸 인간 그 자체의 스토리이다 보니 읽는 데 훨씬 쉽고 재미있었으며 이러한 인간이 지닌 손끝에서 바로 이런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마구 들었던 섹션이었어요. 특히나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되었던 아티스트 툴루즈토트레크와 손상기님은 둘 다 선천적으로 신체적 장애를 가졌지만, 오히려 그러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자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그림을 삼았고 몸이 아닌 영혼의 투쟁으로서의 그림을 몸소 보여준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죠. 그들의 공통적인 인생사를 읽고서 두 아티스트의 그림을 보고 비교하니 그들의 삶의 배경을 모를 때보다는 뭔가 색다르게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지 색감도 분위기도 왠지 비슷했고 왜 이러한 터치감과 색감이 반영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답니다.
손상기와 툴루즈토트레크가 신체적 요건으로 공통점을 지녔다면, 저자는 '인맥'이라는 공통점 아래, 조선의 김홍도와 인상주의의 정신적 아버지 마네를 평행이론선상에 두었습니다.ㅍ인맥이라는 상상도 못했던 공통요소로 묶인 두 예술가들의 삶을 재미나게 읽고, ㅍ눈을 감고 상상해보니 정말 그들 주위에 그들의 그림을 보고자 몰려든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마치 팡탱라투르가 그린 바티뇰의 화실 속 모네의 화실 전경처럼 말이죠.
모르긴 몰라도 제가 좋아하는 동서양의 대표 아티스트인 반 고흐와 이중섭은 어떤 공통분모로 묶였을까요 ?그 역시 상상할 수 없었던 요소인 편지였습니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이중섭은 사랑하는 부인에게 편지를쓰며 예술가로서의 고독을 견뎌내었고 사랑하는 형제, 그리고 아내로부터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받아내어 보다 훌륭한 산물을 배출해내었죠.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발칙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함께 모색해보며 관점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것에 있어요.피카소냐 뒤샹이냐, 그 누가 20세기를 대표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독자로서는 가장 흥미를 돋우고, 당장이라도 읽고 싶어지게 구미를 자극하죠. 미술사에 있어서 새로운 유파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기존 미술의 패러다임을 뒤바꾼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아가씨들과 일상용품인 변기를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킨 뒤샹의 대표작 샘을 한 페이지에 놓고 비교하면서 과연 동시대를 살았던 이 둘 중 누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닐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죠.
또한 흥미로웠던 이유이자 매우 이 책에 정감이 갔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저자는 예술가를 단지 그림그리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 그 자체로 보았다는 점이었어요. 따라서 아티스트 개개인마다 아트하는 자로만 묘사하지 않고, 리더로서의 모습, 마케터로서의 모습은 어땠는지 설명하죠. 때때로 우리는 영웅담에서 주인공 영웅의 완벽성 외에 인간적인 모습, 이를테면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 궁금할 때가 있잖아요. 때문에 이런 내용들을 넣었다는 것이 정말 독자가 궁금해하는 점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어서 참 마음에 들었답니다.
무엇보다도 동서양을 막론한 다양한 작품들, 회화는 물론이요 다양한 조각품들, 옛 시대와 오늘날의 작품들이 가득 실려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눈으로 보고 느끼며 저자의 글을 이해하고 예술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게 하지 않나 싶었답니다
진짜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한 아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으며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는 무려 39쌍의 거장들, 그리고 그들의 명작들을 만남을 충분히 즐기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던 명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