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사람
최옥정 지음, 최영진 사진 / 삼인행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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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롤로그 그대로아침바다와 같이 묵언의 안부와 인사를 묻는작은 떨림과 설렘이 묻은고요하고 간절하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잔잔한 포토에세이바로 오늘 리뷰할 책,  <오후 세 시의 사람입니다.

 

사진은 최영진 작가님이글은 최옥정 소설가님께서 채워주셨는데요두분이 글쎄 남매지간이랍니다남매 답게 서로 닮은 사진과 글로 소통하고 서로 닮은 소재로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멋진 분들바다가 유년시절부터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사진작가님의 노트와 작가님의 사진들을 보면서 아마도 저자 남매는 바다와 섬처럼 잔잔하고 넓은 가슴과 감성을 가지셨음을 확신할 수 있답니다.

 

본격적으로 책장을 펴서 수록된 사진들과 짧지만 깊이있는 글들을 읽어보면 서서히 복잡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우선 평화와 휴식이 느껴지는 사진에서 평안을 찾을 수 있고귓가를 속삭이는 듯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진 짧은 에세이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죠 .

 

아무 말 없이아무 일 없이 있었던 자리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무감의 존재 돌멩이처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거미줄이 처진 손가락처럼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흥분되고 바쁜 삶 속에 돌멩이가 되어보고 거미집이 되어보는 시간은 일상의 휴식을 주었고 삶에 또 다른 의미를 선사했지요곧 여행을 준비하는 제게 꼭 필요한 덕담도 얻을 수 있었어요.

 

"여행은 낯선 공기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낯선 공기가 되기 위해 가는 거란다여행하는 자들은 길 위에서 모두 신이 되거든"

 

유년시절부터 바다를 동경했다는그리고 자신에게 사진은 섬과 같다고 적은 작가의 말처럼 사진 속에서는 특히 바다와 섬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늘 도시의 숨막히는 건물 속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풍경만 보다가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여백과 휴식과 여유가 느껴지는 자연의 사진을 보니 한 템포 느린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네요

 

앞쪽 파트에서는 주로 흑백사진을 접할 수 있었고 뒷 쪽 파트에서 컬러사진도 볼 수 있는데 색이 없으면 없는대로있으면 있는대로 자연과 생명과 사물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그림처럼 참 잘 담아낸 것 같았어요.

 

 책에는 세 종류의 오후 세 시의 사람이 등장합니다삼 년 전에 회사를 나온 사람그는 세 시 경에 정원에 나가 커피를 마시며 꽃과 나무사람들을 보곤 하죠천천히오랫동안 말이죠두번째 사람은 작년에 쉰살이 된 중년 여성입니다그녀는 처음으로 혼자 앙코르와트로 여행을 갔는데 그 곳에서 느낀 오후 세 시는 하루의 중간이 아니라 비로소 오후의 시작이었음을 느꼈죠그리고 세번째 사람은 아름다운 꽃밭을 가진 이웃꽃씨가 든 가방을 든 사람바람이 가져다 주는 꽃 냄새가 나는 꽃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그에게 꽃이란 곧 시계인지라 오후 세 시가 오전이기도 오후이기도 하죠저는 세 사람의 오후 세 시를 보면서 그 애매한 시간이 주는 하나의 쉼표를 발견했어요자꾸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분투하는 우리네 삶 속에서 애매하면서 무의미할 것 같은 시간은 잠깐 서서 오전을 반추하고남은 오후를 바라보게 하죠그렇게 오전과 오후 사이의 시간 속에서 반성과 정리를 하기도 하고 새 삶을 향해 나아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책 마지막 장엔 친히 사진이 찍힌 장소까지 소개해주시고 있습니다작가님의 작은 배려들이 돋보이는 순간들이었죠너무나 소란스럽고 왁자지껄한 일상 속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꾸욱 누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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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와인보다 스토리
신인식 지음 / 좋은땅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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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알쏭달쏭하고 범접하기 힘든 분야일 것만 같은 Wine 분야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흥미로운 스토리로 풀어낸 책 "와인보다 스토리" 입니다.

 

증권회사에 근무하시면서, 글쓰기를 즐기시고, Wine애호가이신 저자 신인식님은 책머리에 소믈리에를 위한 책도 아니요, 블라인드 테스팅에서도 척척 알아맞출 수 있는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책도 아니기에 그저 와인을 쉽고 편하게 즐기고, 그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데 일조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쓰셨다고 합니다.

 

추천사에서도 이 책이 결코 어려운 공부서적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와인을 가장 폭넓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졌으며,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자신만의 wine story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공감가는 추천의 말들. 정말이지 아마 한 권을 완독하고 나면, 저작 의도가 독자들에게 잘 닿았다는 생각이 들게될 것이예요.

초보자편, 매니저편, 애호가편으로 나뉘어져서 각 화자마다 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얽혀있는 스토리도 다르답니다. 챕터가 바뀌면서 화자가 바뀜에 따라 시각과 얽혀있는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전혀 지루함 없이 그 자리에서 한 권을 완독하게 되더라구요

챕터 1 초보자 편에서는 저와 같은 문외한인 초보자들이 겪을만한 흥미진진하면서 공감가는 스토리들이 가득해요. 저자가 얼마나 소제목을 센스있게 지었던지 제목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지고, 공감이 절로 가더랬지요. 등급 기준인 AOC, GCC 같은 어려운 어휘들도 스토리로써 풀어내니까 여느 전문 서적들보다도 오히려 이해가 더욱 쉽게 되었답니다. 아무리 많이 들었어도 쉽게 잊어버리기 망정이었던 포도의 품종에 대해서도 한눈에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깔끔히 정리되어서 유용했죠. 이렇게 품종을 잘 정리한 페이지는 사진을 찍어두고 휴대폰에 저장해두면 나중에 품종에 따라 직접 제품을 구매할 때 무척이나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또한 특정 포도 품종 중에서도 어떤 원산지의 제품을 골라야 하는지 알 길이 없는 저와 같은 초보자에게 가성비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꿀팁들도 가득 담고 있어서 이 부분도 찰칵 찍어 핸드폰에 저장시켜두었죠 ^^ 그 동안 의미도 모르고 써왔던 단어들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알게되었고, 특별한 아이스와인의 흥미로운 탄생 유래와 배경도 쉽게 스토리로 풀어내니 이해가 쏙쏙 되었고 한번 맛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답니다.

 

챕터 2인 매니저 편에서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매니저의 시각으로 풀어내다보니 초보자편보다 더욱 전문적이고 심도깊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렇더라도 전혀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죠!

주세를 알게 되니 왜 유통업체에서 유통마진을 낮추려고 애쓰는지도 보이게 되었고, 당도와 바디감과 같은 내용을 알게 되니 마트에서 와인을 구매할 일이 생기면 어떤 질감과 당도를 얘기해야 할지도 감이오기 시작했죠 :) 그리고 기분을 내기 위해 종종 구입한 좋은 wine들도

사실 적정 온도를 몰라 맛을 망치곤 했는데 종류별로 적정 온도들도 정말 매니저의 시선으로 세심하게 알려주니 왠지 백화점에서 매니저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장을 보는 느낌도 들었어요 ^^

 

마지막 챕터인 애호가 편에서는 애호가답게 와인모임을 이끌고 있는 40대 직장인이 주인공이랍니다. 이 챕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wine동호회도 소개되고 있고, 콜키지 프리가 가능한 좋은 레스토랑도 소개되고 있었죠. 꼭 동호회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친구와 연인과 방문해보고 싶은 콜키지 프리 식당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애호가답게 코르크 마개와 라벨을 모으며 특별한 순간들을 추억하는 모습들도 인상 깊었고, 좀 더 Wine 맛을 알아가는 단계에 이르면 저 또한 이렇게 추억하는 방식을 따라하고 싶어지더라고요. wine seller와 각종 커터, 스토퍼 등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와인사랑이 느껴지는 정말 애호가다운 내용이었죠. 아마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투명한 글라스에 숙성된 포도향이 솔솔 나는 맛깔나는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실 거예요.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와인 보다 스토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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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요일
이현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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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현수님은 각종 소설집 및 장편소설들을 쓰신 베테랑 작가시고, 한무숙문학상, 무영문학상 등에서 수상경력으로 입증된 실력있는 소설가랍니다. 아마 사라진 요일을 읽으시면서 작가의 농익은 문장력과 표현력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는 진정한 소설가임이 틀림없어요. 일례로 위 프로필 사진은 책 말미에 등장하는 수송기 묘사를 위해 간신히 공간의 허락을 받아서 공군 수송기 탑승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현수님은 이를 두고 꾸역꾸역 미련하게 쓰셨다고 회고하셨지만, 저는 생생한 묘사를 위한 작가의 투혼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진의 시각으로 시작하죠. 상진은 동동섬에서 겪은 이야기를 메모에 남겨둔 정원의 후배인데, 정원은 상진에게 이 메모장을 건네주는데 이야기는 이 메모장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주인공인 정원의 시각으로 박진감 있게 전개되죠.

 

사건은 의문의 편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화톳불, 밀주, 참새구이와 같은 오늘날 도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옛 단어들을 구사하는 의문의 편지 이후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편지. 짧은 문장 속에서 느껴지는 회한과 복수 심정은 편지를 받은 주인공 한정원의 정신을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편지의 발신인을 제 나름대로 추적하던 중 생각의 시선은 고향으로 향하게 되죠. 아무래도 편지 속 내용은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의 묘사라고 하기엔 어려웠고, 이 정도의 깊은 억하심정을 가질 사람이라면 분명히 옛날부터 쌓아온 분노같은 것이 있을테니까요.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친 고향 친구 김주희. 그리고 김주희를 만나자 생각나던 사고뭉치 친오빠 한기원. 이렇게 고향에서 맺었던 인물들과 화자의 가족사들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답니다.

 

이 소설 속에서 시간과 장소는 유연하게 변하곤 합니다. 정원의 시각에서, 현대의 동동섬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과거 동동섬의 사고난 탄광으로 이동하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의 범위는 더더욱 확대되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등장인물이 점점 확대될 때 마다 제 머릿속에서는 각 인물의 말투와 표정, 생김새가 상상되었고 공간의 기후와 냄새까지도 나는 듯이 생생했답니다. 그만큼 작가의 분위기 묘사는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희의 보챔으로 고향친구들과 동동섬에 입도하게 된 정원. 편지가 고향과 연관되어 있다면 필시 와야 할 공간이거니와 친구들과 함께 온 것이라면 그나마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 기어이 이곳에 오게 되죠.

 

물 위에 동동 떳다 하여 혹은 발을 동동거릴 만큼 오누이의 죽음이 안타까워 붙여졌다는 동동섬. 이 동동섬에서 친구들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섬의 이름만큼이나 과연 기이하고 스릴 넘친답니다.

 

동동섬펜션에서 만나게 된 말투가 어눌한 뱃사공과 놀랍도록 동안이자 2년 선배이자 펜션을 운영하는 김경훈. 그리고 과거 아버지가 뒷꽁무니를 따르던 동네 미인였으나 현재 몰골이 굉장히 상한 하마담까지..미스테리한 인물들을 연이어 만나며 편지의 발송인은 누구일까 억죄는 심리 추적은 계속됩니다. 여기서 인물의 심리묘사는 무척 섬세해 읽는 이로 하여금 큰 공감이 되었고, 저 또한 덩달아 조여 오는 공포심과 불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죠. 특히 놀라울 정도로 늙지 않은 김경훈의 동안 외모는 이 소설의 중심 소재입니다. 고향 친구 중 한명인 성형외과 의사 안상협은 경훈이 그저 동안이 아니라, 정말 암이 걸리지 않는 늙지 않는 병 라론 증후군일 것이라는 추측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의문의 편지의 발신인. 그는 김경훈으로 복수를 위해 이들을 동동섬으로 유인했고, 펜션 내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감시했으며 정체가 어느 정도 밝혀지자 스피커를 통해 자신의 복수 동기를 밝히게 됩니다. 그는 과연 늙지 않는 자신에 모습에 시간이 없다는 느낌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라론 증후군 환자였기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늙어가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은데다가 주로 에콰도르의 특정 지역에서만 발병하는 병으로 아시안으로서 굉장한 희귀케이스였죠. 유일하게 그의 여동생이 같은 증후군을 앓으며 힘이 되어줄 존재였으나 일찍이 정원의 친오빠 한기원 때문에 세상을 떠나 의지할 곳이 없어지자 정원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게 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해지죠. 무엇보다 그는 아버지와 인연이 있었던 마태오 신부와 함께 에콰도르로 떠나 같은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들을 만나고 그 곳에서 외로움을 떨치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에콰도르로 떠나고 보니 가자고 꼬드긴 마태오 신부의 배후에는 검은 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며 더더욱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 곳에서 주목받는 연구대상이 되었고, 이름이 아닌 코드명으로 불리우며 피를 뽑히고 감금당하며

16년의 세월을 보낸 끝에 탈출한다는 경훈의 과거사가 묘사됩니다.

 

그리고 다시 동동섬. 편지를 보낸이도 알았겠다,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도 알았겠다 이 섬을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 후 숨이 턱턱 차오르는 탈주극이 시작됩니다. 칠흑 같은 숲길을 지나고, 모기와 벌떼를 지나 뒤에서 추격자들이 쏘아대는 총알을 피하며 천신만고 끝에 섬을 빠져나와 정신이 들었을 땐 공군 수송기 안이었고, 여기서 섬뜩한 반전이 전개됩니다. 섬에서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성형외과 의사 동창 안상협과 그의 선배, 또 그 선배의 상부 세력의 검은 속내가 비몽사몽한 주인공의 귓가로 들려오는 것이었죠. 이러한 반전을 위해 작가가 숨겨 둔 복선 구실을 하는 여러가지 발언이나 물건들이 나오는데 다시한번 정독하면서 상협의 발언, 상협이 지니고 있던 물건들의 숨은 의미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드명을 누군가에게 깍듯이 보고하며 세련된 차림으로 공항을 빠져나가던 하마담..

섬에서 무척이나 수더분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전골을 서빙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말이죠. 그녀는 과연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이었고, 소설가 권여선님의 서평대로 짧은 등장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고, 기이한 매혹을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많은 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고위 권력의 검은 손길, 의학계의 비윤리적 행태, 라론증후군 이야기, 선배의 메모장에 적힌 이야기를 토대로 소설화 시켜 대박을 터뜨린 상진도 예외는 아니죠. 그러나 저는 결국 '삶과 죽음에 대한 상반된 욕망'이 책의 주된 주제였다고 봅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을만큼 시간에 대한 제약을 받지 않는 늙지않는 자의 평범한 생사에 대한 욕망과 시간이 흐르는 것, 즉 늙는 것 후에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커 돈으로라도 이 두려움을 없애고 싶은 욕망의 versus로 큰 맥락을 구성하고 있지 않나 싶었어요. 크게 보면 결국 삶과 죽음에 대한 상반된 욕망 간의 대결을 읽어나가면서 무엇이 현생을 빛나게 해주는 지, 그리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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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줄리 포인터 애덤스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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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가 가득한 와비사비 라이프.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군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내년에는 향유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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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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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단편소설집을 읽어보았는데, 단편 하나하나 강렬할 인상을 남긴 명작이라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강지영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요, 젊은 작가답게 테두리에 갇히지 않은 듯한 폭넓은 상상력하며, 듣던대로 장르의 구분 없이, 다채로운 소재를 가지고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며 글을 써내려가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였어요.

 

단 한 편도 특별하지 않은 작품이 없는 9편의 소설들로 구성된 개들의 식사할 시간. 제목부터도 특유의 기이함이 느껴졌는데요, 첫 편이 바로 고대하던 "개들의 식사할 시간" 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없이, 무작정 독서에 돌입했는데 초장부터 너무도 사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에 실은 약간의 충격을 먹기도 했습니다. 날것의 욕이 섞인 과감한 대사,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인 묘사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또한 직시하게 하죠. 개를 잔인하게 다루는 장갑아저씨의 피비린내 나는 치명적인 등장에서부터 과연 이 편에서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와 흥분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이강형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고, 석연찮음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그간 잊고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요. 어렸을 적 자신의 도둑질, 거짓말 등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 이야기들이 소설의 플롯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어린 시절 거짓말과 도둑질들이 장갑아저씨로 기억하는 이창갑씨를 마을의 부랑자로 만들곤 했는데요. 일례로 강형이 어렸을 적 동네 사람들과 다함께 산행을 다녀오는 길, 버스에서 한 돈 많은 과부의 지갑을 훔친바 있는데, 이때 술에 취한 강형의 아버지가 이창갑씨를 범죄자로 몰아갑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되면서 이창갑씨는 그 마을에서 무서운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되죠.

 

이창갑씨는 전과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동네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늘 죄인으로 타겟되는 인물이었고, 본인의 억울함을 대삿 속에서 날카롭게 말하고 있죠. 그렇게 모욕받이로 일생을 살았던 장갑아저씨는 끝내 강형에게 복수를 하는데 강형은 이창갑으로부터 몽롱하게 죽어가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죄와 일평생 그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산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면서 불편하게 마무리 됩니다.

 

마치 익히지 않은 생고기를 먹은 것처럼 소설의 결말에서 늘 무엇인가 식도와 위에서 얹힌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느낌을 탄탄한 줄거리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자아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비슷한 느낌은 또 다른 단편 '눈물'에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눈박이로 태어난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부터가 저자의 상상력의 무한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 세눈박이 소녀의 커다란 세번째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기품이 넘치는 아롱거리는 보석으로 값비싸게 팔리면서 마을사람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었고, 이에 세눈박이 소녀는 마을에서 착취를 당하게 되는데요. 마을 사람들의 소녀의 아름다운 눈물을 향한 탐욕이 나날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부에서 한 기자가 나타나 서울로 소녀를 데려가 치료받게 해주고, 친아빠도 찾게 해준다며 한줄기 희망을 선사합니다. 수난을 겪었던 소녀가 드디어 고통 속에서 타개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한 셈인데요.

문제는 그 기자 또한 특종에 눈이 멀어 소녀를 속여서 도시로 데려왔을 뿐이고, 여기서 독자로서는 굉장한 허탈감을 느끼게 되었죠. 그런데 결말은 더더욱 충격적이게도 소녀는 극단적으로 자신의 세번째 눈을 면도날로 뽑아버리는 행위를 자행합니다. 비현실적인 내용이었지만 잔혹동화의 성격을 갖고 있는 '눈물'은 개인적으로 9개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고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강지영 작가가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소설 속 주인공이나 배경을 매우 광범위 하게 설정하는 폭넓은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꾼임을 증명했던 '사향나무로맨스'!

책읽기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청년이 노파에게 음란한 책을 읽어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결국 괴상한 생김새의 수많은 옹이들을 갖고 있는 사향나무의 모습을 한 노파에게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느끼면서 노파의 곁에 머물게 되는 로맨스 아닌 로맨스였어요.

 

여기서 과연 노파는 나무인지 사람인지, 저 청년은 정상적인 건강한 젊은이인지, 책을 읽어준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혼란이 오기 시작하는데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말대로, 돌발성을 통해 독자를 동요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9가지 이야기 모두 독자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한 결말로서 독자를 동요시키며, 비극적이면서도 불편한 끝맺음으로 오히려 독자에게 마무리를 짓게하는 재주를 보여준 작품들! 작품 하나 하나 감탄하면서 읽었고, 앞으로 또 어떤 기괴하고 놀라운 작품이 나올지 너무나 기대하게 했던 <개들의 식사할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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