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단편소설집을 읽어보았는데, 단편 하나하나 강렬할 인상을 남긴 명작이라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강지영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요, 젊은 작가답게 테두리에 갇히지 않은 듯한 폭넓은 상상력하며, 듣던대로 장르의 구분 없이, 다채로운 소재를 가지고 마치 눈 앞에서 벌어지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며 글을 써내려가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였어요.

 

단 한 편도 특별하지 않은 작품이 없는 9편의 소설들로 구성된 개들의 식사할 시간. 제목부터도 특유의 기이함이 느껴졌는데요, 첫 편이 바로 고대하던 "개들의 식사할 시간" 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정보없이, 무작정 독서에 돌입했는데 초장부터 너무도 사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에 실은 약간의 충격을 먹기도 했습니다. 날것의 욕이 섞인 과감한 대사, 잔인하리만큼 사실적인 묘사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또한 직시하게 하죠. 개를 잔인하게 다루는 장갑아저씨의 피비린내 나는 치명적인 등장에서부터 과연 이 편에서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와 흥분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이강형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고, 석연찮음에 고향을 방문하면서

그간 잊고살았던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데요. 어렸을 적 자신의 도둑질, 거짓말 등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 이야기들이 소설의 플롯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어린 시절 거짓말과 도둑질들이 장갑아저씨로 기억하는 이창갑씨를 마을의 부랑자로 만들곤 했는데요. 일례로 강형이 어렸을 적 동네 사람들과 다함께 산행을 다녀오는 길, 버스에서 한 돈 많은 과부의 지갑을 훔친바 있는데, 이때 술에 취한 강형의 아버지가 이창갑씨를 범죄자로 몰아갑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되면서 이창갑씨는 그 마을에서 무서운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되죠.

 

이창갑씨는 전과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동네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늘 죄인으로 타겟되는 인물이었고, 본인의 억울함을 대삿 속에서 날카롭게 말하고 있죠. 그렇게 모욕받이로 일생을 살았던 장갑아저씨는 끝내 강형에게 복수를 하는데 강형은 이창갑으로부터 몽롱하게 죽어가는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죄와 일평생 그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산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면서 불편하게 마무리 됩니다.

 

마치 익히지 않은 생고기를 먹은 것처럼 소설의 결말에서 늘 무엇인가 식도와 위에서 얹힌 느낌을 받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느낌을 탄탄한 줄거리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자아낼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비슷한 느낌은 또 다른 단편 '눈물'에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눈박이로 태어난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부터가 저자의 상상력의 무한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 세눈박이 소녀의 커다란 세번째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기품이 넘치는 아롱거리는 보석으로 값비싸게 팔리면서 마을사람들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었고, 이에 세눈박이 소녀는 마을에서 착취를 당하게 되는데요. 마을 사람들의 소녀의 아름다운 눈물을 향한 탐욕이 나날이 거세지는 가운데, 외부에서 한 기자가 나타나 서울로 소녀를 데려가 치료받게 해주고, 친아빠도 찾게 해준다며 한줄기 희망을 선사합니다. 수난을 겪었던 소녀가 드디어 고통 속에서 타개할 수 있는 국면을 맞이한 셈인데요.

문제는 그 기자 또한 특종에 눈이 멀어 소녀를 속여서 도시로 데려왔을 뿐이고, 여기서 독자로서는 굉장한 허탈감을 느끼게 되었죠. 그런데 결말은 더더욱 충격적이게도 소녀는 극단적으로 자신의 세번째 눈을 면도날로 뽑아버리는 행위를 자행합니다. 비현실적인 내용이었지만 잔혹동화의 성격을 갖고 있는 '눈물'은 개인적으로 9개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고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강지영 작가가 현실과 비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소설 속 주인공이나 배경을 매우 광범위 하게 설정하는 폭넓은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꾼임을 증명했던 '사향나무로맨스'!

책읽기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청년이 노파에게 음란한 책을 읽어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결국 괴상한 생김새의 수많은 옹이들을 갖고 있는 사향나무의 모습을 한 노파에게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느끼면서 노파의 곁에 머물게 되는 로맨스 아닌 로맨스였어요.

 

여기서 과연 노파는 나무인지 사람인지, 저 청년은 정상적인 건강한 젊은이인지, 책을 읽어준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혼란이 오기 시작하는데 박인성 문학평론가의 말대로, 돌발성을 통해 독자를 동요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답니다.

 

9가지 이야기 모두 독자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한 결말로서 독자를 동요시키며, 비극적이면서도 불편한 끝맺음으로 오히려 독자에게 마무리를 짓게하는 재주를 보여준 작품들! 작품 하나 하나 감탄하면서 읽었고, 앞으로 또 어떤 기괴하고 놀라운 작품이 나올지 너무나 기대하게 했던 <개들의 식사할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