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수다 떨기 2 명화와 수다 떨기 2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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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예술 이야깃거리를 담은 책 명화와 수다떨기 2 입니다.

작가명은 꾸예, 디자이너로서 순수하게 예술을 사랑하고, 그는 사랑하는 예술에 대해 독자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쾌한 수다 방식을 채택하였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인가봅니다. 한번은 인상주의 작품 전시회에서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친구들한테 설명하는데, 친구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이야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흥미롭게 그림을 소개하는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죠!

 

7개의 챕터를 통해 일곱명의 유명 화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니 일곱명의 화가들과 유쾌하게 수다를 떨게됩니다.

뒤러, 쿠르베, 페르메이르, 클림트, 실레, 마네, 모리조와 심층 수다를 떨 수 있답니다. 그 동안 딱딱한 도록이나 오디오가이드, 전문서적에서나 만나보았던 7인의 대가들에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책머리에서부터 증폭되었습니다 ^^

 

흥미롭게 읽었던 몇가지 부분들을 소개해드릴게요.우선 쿠르베는 정말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새로운 면모들을 알게되었네요. 저자 꾸예님이 얼마나 알기쉽게 설명하는지 위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귀스타브 쿠르베라는 인물을 형용하기 위해 터너의 자신감, 카라바조의 반항, 고흐의 광기, 모네의 재능을 모조리 집합시켰죠. 이렇게 설명하니까 한번에 쿠르베가 어떤 인물이로구나! 하는 감이 잡히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다음장에 그의 자화상을 보면, 정말이지 자신감과 반항과 광기와 재능이 한번에 느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런거 보면, 꾸예님은 탁월한 이야기꾼이 틀림없는 듯합니다! 단번에 쿠르배가 천재가 틀림없다고 느낄 수 있었던 그림은 바로 위의 <해먹>입니다. 한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해먹 위에서 달콤한 잠을 청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면 심신이 평화로워 지는 이 위대한 그림. 근데 정말 놀라운 점은, 그 누구도 쿠르베에게 미술을 가르쳐준 적이 없었던 시절 독학으로 그려낸 그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처음 알게된 예술가 페르메이르. 그는 얼굴없는 이 엽기적인 자화상을 그려낸 네덜란드의 대표 화가인데요

이것이 유일하게 남겨진 자화상일만큼, 그의 작품은 무척이나 희귀하답니다. 생전에 겨우 30여점만을 그렸으니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그리는 속도가 무척 느렸다고 해요. 한 점 그리는 데만 평균 반년이 걸렸는데, 한 점을 완성하면 또 반년을 쉬는 기가막힌 리듬을 갖고 있었죠. 그럼에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거장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바로 아래 두 점에서 볼 수 있겠네요.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라는 왼쪽작품은 언뜻보면 평범해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시크릿이 숨겨져 있답니다. X레이로 촬영해보니 사실 커텐이 아니라 큐피드 액자가 걸려져 있었죠. 이 부분은 소녀가 읽는 편지가 사랑에 관련된 연애편지임을 은밀히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이런 식으로 페르메이르는 수수께끼처럼 은밀하게 자신만아는 비밀단서를 삽입했는데요 이 점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유쾌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인이 너무나 사랑하는 대가 클림트의 성장에 숨겨진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엿볼 수 있습니다. 클림트하면 화려하고 빛나는 황금장식들이 떠오르는데요. 이러한 자신만의 양식을 구축하는 데에는 아버지의 직업이 한몫하였죠.

인테리어 기술자였던 클림트의 아버지가 작업한 장식들을 보면 아버지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는 흥미진진한 사실을 유추할 수 있어요.

 

이번엔 에곤실레 챕터로 가볼게요. 고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그린 에곤실레의 해바라기와 고흐의 방.

정말 대단한 것은 이렇게 대놓고 원작과 비교하지 않으면 원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게 자신만의 화법으로 재현해냈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인 마네의 부분도 흥미로웠어요.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당시 전통적인 미술 양식을 깬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는데 특히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부분을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는 발가벗은 여인이 벗어놓은 옷 부분을 주목하고 있죠. 이 부분이 왜 충격적이냐면 당시 캔버스 속 나체의 여인은 대부분 인간이 아닌 여신이었는데 한 켠에 벗어놓은 옷더미가 여신이 아니라 인간임을 확연히 보여주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저도 새로이 알게된 사실이기에 이부분 몇번이고 다시 읽고 자세히 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마네가 애정했던 모델 모리조. 그는 마네의 뮤즈이자 남성 중심의 미술계에서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여류작가였답니다. 명망있는 예술가 집안 출신의 돈이 매우 많은 배경을 갖고 있었기에 출세할 수 있었다고들 하지만

막상 모리조의 예술들을 찬찬히 보면 그 부드러움과 섬세함에 빠져들게 될 정도로 매혹적이랍니다.

 

이렇게 명화와 한바탕 신나게 수다를 떨어보았네요.저자 꾸예님의 입담으로 다작의 명화들을 감상하니

정말이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벌써부터 명화와 수다떨기3편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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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요적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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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요적 작가의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입니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그림에세이랍니다. 그림이 많아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읽듯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 마음 속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어요.

 

주인공인 펭귄이 만나는 동물들의 모습들을 보면 결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대화를 읽다보면 이 시대의 현대인들은 어떤 것에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는 과연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끔 하죠.

 

 

글을 쓰시고, 그림을 직접 그리신 작가 요적님은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타인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배려심 넘치는 분일 것 같아요. 작가 자신이 살면서 겪은 우울과 의문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면서 위로를 담았고, 이 진심이 부디 독자에게 닿기를 희망하신다는 메세지를 책머리에 적어주셨어요. 이 책이 말 뿐인 말이 되지 않길,

누군가에게 종이가 아까운 책이 되지 않길 바라며 작은 위로를 정성스레 글에 담고 그림에 새기셨는데요. 아마 완독을 하신 분이라면 요적님이 정말 진심을 담아서 내셨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나의 삶, 인간관계, 용기, 사랑, 행복에 대해 가볍게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통해 인상깊었던 내용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들, 공감이 갔던 펭귄과 어느 동물과의 대화 몇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주인공인 팽귄과 그가 머리에 이고다니는 물고기 ''은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면서 다양한 종과 성격와 생김새, 직종을 가진 동물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합니다.

 

이것저것 팔고 있다며 혹시 필요한게 뭐냐고 묻는 백곰. 백곰은 외로움을 없애는 약이 필요하다고 하자 소주 한병을 건네며 이걸 마시면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게 도와줄 뿐인 소주.. 인간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괴로움과 외로움, 고뇌를 달래보려고 술을 마시지만 한 순간만 잊혀질 뿐, 본질적으로 사라지지는 않죠.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것이 술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아마도 백곰은 인간을 표상한다기 보다는 '술 권하는 사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 여우와 웃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토끼의 모습은 저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서 짠했어요 지긋지긋한 세상과 일상을 탈출해 아름다운 풍경들만 보고 싶어 떠났지만 지루하기만 했었던 일상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도로 돌아오면서 지나왔던 곳을 그리워하며 사는 자신을 발견한 여우. 여우처럼 저 역시 일상을 벗어나면 아름답고 멋진 풍경만 지속될 것 같았지만 결국은 원래 있던 자리와 지나온 자리들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고 있음을 어느순간 깨닫게 되었어요.

가면을 쓰고 다니는 토끼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기도 하고, 더욱 공감도 갔죠. 아마 직장인이라면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웃는 가면을 쓴 토끼. 자신의 진짜 표정과 감정은 꾹꾹 숨기고 항상 웃는 표정만을 보여주는 토끼는 설사 남들이 자신의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진다고 할 손, 거짓 표정을 멈추지 못합니다. 막상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가 더 상처받는 일들이 생기곤 하니까요.

 

여정을 떠나는 우리의 주인공 펭귄은 새로 만난 동물친구들에게 과도한 질문을 던지거나, 상처가 될만한 말을 건네지 않고 그저 묵묵히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줍니다. 각기 다른 삶의 가치관에 대해 매우 존중해주고 묵묵히 바라봐주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이런 삶도 결코 틀리지 않은 삶이었구나, 내 삶도 고로 나쁘지 않구나 를 어느 순간 깨닫게 되죠. 잘 맞지 않은 자리라고 투덜거리면서 자리를 바꾸려고 하기보단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건 적당히 포기하고 자리에 맞춰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악어, 비록 남들보단 느리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나무늘보에게 펭귄은 어떠한 질책도 힐난도 하지않고 그저 고요한 응원을 보낼 뿐입니다. 이래야되, 저래야되 하는 뾰족한 해결책을 주지는 않지만 오히려 신중한 청자를 자청하면서 각각 의 삶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메세지를 일관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팽귄이 항상 이야기를 들어주고 적당한 질문과 조언을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뜻깊은 조언을 받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지갑을 잃어버리고도 기분까지 망치기 싫다고 말하는 캥거루에게 긍정의 힘을 배우기도 하고, 거듭되는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핑계"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약사 닭에게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핑계의 필요성을 배우기도 하죠.

 

YOLO (You Only Live Once)를 재해석한 부분은 아마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의 가장 함축적인 주제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저는 yolo를 삶은 단한번이니까 한번뿐인 인생 마음껏 즐기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자 라고 해석했었는데, 동물캐릭터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연습도 못해보고 딱 한번 사는 인생에서 실수 좀 저지르는 것에 대해 관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해석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욜로의 재해석에 감탄도 하다가 남의 실수를 너무 깐깐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려하지 않았나 하며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마지막 장에는 #마음을 주는 일 이라는 제목의 번외편도 실려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드디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오히려 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구하고 있는데요. 곰이 한 조언도 명답이지만, 저는 이미 머리 위에 이고 다닌 동반자 금붕어인 귤이 가장 모범답안에 근접한 조언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사랑도 삶도 영원하지 않은 것을 아니까 할 수 있는 동안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영원히 살 것처럼 게으르게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말이야.”

 

모두가 똑같이 연습 한번 없이 처음 살아보는 인생. 그렇기에 스스로 지금 내 모습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 잘 살고 있다 되네이게 되는 마법의 그림에세이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수있어" 리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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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집 (리커버) - 매일매일 핸드메이드 라이프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리처드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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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만지작거리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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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 다시 읽기 - 르네상스에서 상징주의까지
정숙희 지음 / 두리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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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 '서양 미술 다시 읽기'는 단번에 쉽게 미술의 역사와 사조를 훑고 싶은 분, 아무리 들어도 알쏭달쏭하고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서 차마 관심을 갖지 않으셨던 분들, 유명한 작품들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한 분들께 딱 알맞는 책이예요!

 

분명히 명화라고는 하는데 왜 명화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들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과 화풍에 대한 자세한 배경설명을 통해 감상자들의 시각을 넓혀주어 어렵기만 한 분야에 한걸음 다가가게 해주죠!

 

지은이 정숙희 님은 미술학을 전공하시고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 이미지예술, 현대미술로 학위를 받으신 예술 전문가로서 현재 대학 및 대학원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시는 분인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정숙희 저자님이 진행하시는 강의에도 청강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셨기에 그림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와 방법, 왜 그러한 특징들이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탐구에 포커스를 둔 것이 이 책의 주된 성격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목차는 총 9장으로 되어 있고 300페이지가 채 안되는 굵지 않은 책이지만, 이 속에는 400년의 서양미술이 매우 핵심적으로 잘 담겨있답니다. 르네상스부터 상징주의까지 장장 4세기에 걸쳐 어떤 화풍이 한 시대를 풍미했는지를 이 한 권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데다가 풍부하게 실제 이미지가 삽입되어있어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요.

 

14세기 후반부터 16세기까지 이어진 르네상스 시기에는 중세의 종교적 주제나 성스러운 표현에서 탈피해 인간과 같은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게 되고 이에 따라 장인으로 취급되던 화가들도 개개인의 창조성에 기반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는 시기랍니다. 이 시기 대표적인 화가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면서는 성경 속 알려진 열두 제자의 전통적 표본을 따르기 보다는 열두 제자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실제 인물들을 그리면서 영감을 받는 노력은 물론, 깊이 있는 해부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김이나 형태를 제대로 묘사하고자 하였죠.

 

모나리자 특유의 신비한 눈빛과 미소를 그려낸 것 또한 다빈치가 최종적으로는 육체보다도 혼이나 정신을 그려내는 것을 최종적 목표로 삼았기에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자로 하여금 캔버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하면서도 목표가 있으면 매우 깊이 탐구하고 고뇌하여 기필코 성취해 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연 알면 알수록 "신이 선택한 천재"라는 격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답니다.

 

또 다른 르네상스의 천재 미켈란젤로 역시도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를 탐구하고 이를 완벽하고 아름답게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몸을 통해 신의 은총을 보여주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으며, 이러한 의지는 추후 예술사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흐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원근법, 해부학에 기반한 아름다운 인체 표현의 특징을 갖고 있는 르네상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더 강렬하고 극적이고 복잡한 느낌을 선호하고, 새로운 회화 경향이 나타나는 바로크 시대로 자연스레 챕터는 이동되는데요.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화가는 카라바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종교화를 그렸지만 성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지배하는 전통적인 종교화 속 신의 모습이 아니라 다소 약해보이는 일반인의 모습처럼 신을 묘사하는 등 흥미롭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던 카라바조. 특히 그는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 대상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가막힌 능력을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훗날 카라바조의 그림을 채광 환기창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빛으로서 색과 구성과 인체와 표정 등에 활력과 입체감, 신비로움, 그리고 힘을 부여했던 그는 조명의 방향을 통해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고,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까지 선사하는 위대한 대가였죠.

 

렘브란트 역시 '야간순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룹 초상화를 그릴 때 기존 규칙에 따르지 않고, 얼굴 표정을 어둠에 묻히게 한다던지,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나타낸다던지 하는 시도를 보였는데 여기에서 렘브란트가 전통적인 룰에서 벗어나 다양한 조명 및 연극적인 모습, 움직임으로 바로크 스타일을 주장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많은 작품과 작가 예시들을 보여주면서 세세하게 변화한 점, 비슷한 점, 차이점들을 친절하게 보여주니 그 동안 무지했던 부분에 대해 인지하게 해주고,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을 속시원하게 인식하게 해주었어요.

개인적으로 로코코시대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요. 로코코 특유의 황홀한 색감과 동화같은 환상적인 표현 때문에 원래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대체 왜 장엄했던 바로크 때와 비교했을 때 왜 이렇게 파격적인 색감과 표현의 변화가 생겨났을까 하는 점은 늘 의문이었어요. 책을 통해서 루이14세의 엄격한 왕권이 막을 내리면서 사회 전반에 윤리적 해이가 만연함에 따라 파티와 살롱문화가 귀족들 사이에서 일상화 되어가던 시대적 배경이 근간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로인해 감각적, 장식적, 환상적 귀족미술이 성행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죠.

 

로코코를 지나,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이성에 우선권을 주고 그리스 로마 문명에 근거를 두며 현실을 곧이 곧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생각을 담아낸 생각의 그림인 '신고전주의', 들라크루아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그 속에 등장한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의상이나 몸짓, 들고 있는 물건 등을 통해 들라크루아가 갖고 있던 혁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투영한 것처럼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 본인의 감정과 느낌으로 세상을 여과해서 그려내는 형태인 '낭만주의', 그림은 구체적인 예술이며, 표현에서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 쿠르베의 말처럼 낭만주의나 고전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접 관찰한대로 자연을 묘사하는 '리얼리즘', 모네가 루앙대성당이나 수련 하나의 오브제를 두고 빛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점을 그렸던 점은 색()이란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 아니라 날씨와 빛의 반사작용과 밝기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인데 이처럼 '빛의 순간적인 성질'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인상주의', 항상 색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편지에 썼던 고흐처럼 기존 인상파처럼 빛과 색을 다채롭게 다루지만 일시적인 빛을 받은 순간적 장면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후기 인상주의'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그보다 인간의 정신이나 상상력에 관계하면서 겉모습 뒤에 가려진 진짜 감정만이 지배하는 세계를 주제로 고독, 절망, 죽음, 환상, 상상을 초자연적이고 반자연적이며 비구체적인 장식적 그림을 추구하는 '상징주의'까지..

 

이렇게 시대별 예술사조와 화풍과 대표적인 명화들을 나열하여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덕분에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한층 두텁게 해주는 양서를 만난 것은 행운인 것 같아요. 충분한 전문지식과 예시와 설명을 담고 있기에

그 어떤 예술 백과사전이나 미술교과서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놔뒀다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탐독하고 싶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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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감
이동환.최다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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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직장인이라면 절절하게 공감될, 직장인의 희노애락을 무척이나 정교하게 짧은 글귀 안에 담은 시집 <조용한 공감> 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저자는 최다혜님과 이동환님으로 다혜님은 작가와 소통하고 독자와 소통을 꿈꾸시는 분이시고

동환님은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도 자신을 찾는 조용한 공감이라는 작업 속에 큰 희망을 갈구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책처럼 각자의 소개도 무척 짧지만 두 저자께서 고수하고자 하는 목표의식과 관념을 임팩트있게 전달하는 그 어떤 소개보다 힘있는 소개였다고 생각했어요.

 

저자는 반복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한 글귀의 공감으로나마 답답함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판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의 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일용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죠. 아마도 책을 다 읽고 접을 때쯤엔 저작 의도와 소망이 분명히 독자들에게 닿았다고 확신이 들 정도로 조용히, 또 묵묵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

 

저마다 각기각색의 삶을 살지만, 모두들 희노애락을 겪고, 기승전결이라는 흐름을 따라 사는 공통점이 있기에 작가는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하고, 목차도 열 두 달로 나누어 떨림 가득한 출발인 면접부터 시원섭섭한 퇴사까지 이어지는 직장생활의 흐름과 과정을 담아내었네요. 직장생활의 흐름 속에서 직장인들이 겪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감정들을 짧은 글귀 안에 절절하고 핵심적으로 녹여내는데요. 제가 감명깊게 읽은 구절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졸아서 고개 떨구면 딱 티나는 자리, 화장실 가면 모든 사람과 마주치는 자리,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자리.. 왜 하필 사무실에 있는 하고많은 자리 중에서 제 자리는 그런 자리일까요 ? 사무실 자리 하나로도 이렇게 웃픈 글귀를 지어내는 것을 보며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매일 겪는 소재를 기가막히게 흥미롭고 단순하면서 강력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능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죠.

 

어차피 관두지도 않고 관두지도 못할 회사에 짜증과 싫증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 때문에 참고 다니는 모습은 만인공통인 것일까요? ㅎㅎ

씁쓸하지만 뼈저리게 공감되는 시 속에서 왠지 한줄기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나쁘지가 않더라구요.

 

분명히 학창시절 서로 다른 꿈을 꾸었던 나와 친구들이 결과적으로 같은 방식의 살을 사는 것을 문득 깨닫게 해준 '친구야 넌 뭐하고 사니'라는 글. 왠지 허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친구가 있기에 위로도 되었기에 한동안 시선이 머무는 페이지였네요

 

티끌같이 적은 월급이라도 태산처럼 모아서 여행에 쏟아붓고, 또 다시 티끌을 모아 적금을 붓는 우리네 모습은 별반 다를 바 없나 봅니다. ^^

 

 

퇴사로 이행시를 짓는다면 이보다 잘지을 수 있을까요 ?

퉤 하고 하겠습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터 묵혀왔던 응어리를 힘껏 모아 퉤! 하고 뱉어 내고 야심차게 이직해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졌지만 이전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마는 우리네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이행시였고 단 두 줄에서 갖가지 생각이 얽히고 또 얽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이 시집 속에 짧으면서도 긴 사계절이 담겨있었고 12달로 이루어진 사계절을 겪으며

작가의 의도대로 매일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허무함을 잔잔하고 조용한 공감으로서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다음날의 봄을 기다리며 지금의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힘을 얻으며 책을 덮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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