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미술 다시 읽기 - 르네상스에서 상징주의까지
정숙희 지음 / 두리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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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책 '서양 미술 다시 읽기'는 단번에 쉽게 미술의 역사와 사조를 훑고 싶은 분, 아무리 들어도 알쏭달쏭하고 미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서 차마 관심을 갖지 않으셨던 분들, 유명한 작품들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한 분들께 딱 알맞는 책이예요!

 

분명히 명화라고는 하는데 왜 명화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작품들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과 화풍에 대한 자세한 배경설명을 통해 감상자들의 시각을 넓혀주어 어렵기만 한 분야에 한걸음 다가가게 해주죠!

 

지은이 정숙희 님은 미술학을 전공하시고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 이미지예술, 현대미술로 학위를 받으신 예술 전문가로서 현재 대학 및 대학원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시는 분인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저도 정숙희 저자님이 진행하시는 강의에도 청강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들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셨기에 그림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와 방법, 왜 그러한 특징들이 적용되었는지에 대한 탐구에 포커스를 둔 것이 이 책의 주된 성격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목차는 총 9장으로 되어 있고 300페이지가 채 안되는 굵지 않은 책이지만, 이 속에는 400년의 서양미술이 매우 핵심적으로 잘 담겨있답니다. 르네상스부터 상징주의까지 장장 4세기에 걸쳐 어떤 화풍이 한 시대를 풍미했는지를 이 한 권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데다가 풍부하게 실제 이미지가 삽입되어있어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요.

 

14세기 후반부터 16세기까지 이어진 르네상스 시기에는 중세의 종교적 주제나 성스러운 표현에서 탈피해 인간과 같은 세속적인 주제를 다루게 되고 이에 따라 장인으로 취급되던 화가들도 개개인의 창조성에 기반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는 시기랍니다. 이 시기 대표적인 화가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을 그리면서는 성경 속 알려진 열두 제자의 전통적 표본을 따르기 보다는 열두 제자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실제 인물들을 그리면서 영감을 받는 노력은 물론, 깊이 있는 해부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생김이나 형태를 제대로 묘사하고자 하였죠.

 

모나리자 특유의 신비한 눈빛과 미소를 그려낸 것 또한 다빈치가 최종적으로는 육체보다도 혼이나 정신을 그려내는 것을 최종적 목표로 삼았기에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자로 하여금 캔버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담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하면서도 목표가 있으면 매우 깊이 탐구하고 고뇌하여 기필코 성취해 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과연 알면 알수록 "신이 선택한 천재"라는 격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답니다.

 

또 다른 르네상스의 천재 미켈란젤로 역시도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를 탐구하고 이를 완벽하고 아름답게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몸을 통해 신의 은총을 보여주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으며, 이러한 의지는 추후 예술사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고 흐름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원근법, 해부학에 기반한 아름다운 인체 표현의 특징을 갖고 있는 르네상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더 강렬하고 극적이고 복잡한 느낌을 선호하고, 새로운 회화 경향이 나타나는 바로크 시대로 자연스레 챕터는 이동되는데요.

바로크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화가는 카라바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종교화를 그렸지만 성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지배하는 전통적인 종교화 속 신의 모습이 아니라 다소 약해보이는 일반인의 모습처럼 신을 묘사하는 등 흥미롭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던 카라바조. 특히 그는 빛과 어둠의 대비 속에 대상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가막힌 능력을 갖고 있었고, 이 때문에 훗날 카라바조의 그림을 채광 환기창 스타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빛으로서 색과 구성과 인체와 표정 등에 활력과 입체감, 신비로움, 그리고 힘을 부여했던 그는 조명의 방향을 통해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고, 마치 연극을 보는 느낌까지 선사하는 위대한 대가였죠.

 

렘브란트 역시 '야간순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룹 초상화를 그릴 때 기존 규칙에 따르지 않고, 얼굴 표정을 어둠에 묻히게 한다던지,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나타낸다던지 하는 시도를 보였는데 여기에서 렘브란트가 전통적인 룰에서 벗어나 다양한 조명 및 연극적인 모습, 움직임으로 바로크 스타일을 주장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 책에서는 많은 작품과 작가 예시들을 보여주면서 세세하게 변화한 점, 비슷한 점, 차이점들을 친절하게 보여주니 그 동안 무지했던 부분에 대해 인지하게 해주고, 애매하게 알고 있었던 부분을 속시원하게 인식하게 해주었어요.

개인적으로 로코코시대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요. 로코코 특유의 황홀한 색감과 동화같은 환상적인 표현 때문에 원래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대체 왜 장엄했던 바로크 때와 비교했을 때 왜 이렇게 파격적인 색감과 표현의 변화가 생겨났을까 하는 점은 늘 의문이었어요. 책을 통해서 루이14세의 엄격한 왕권이 막을 내리면서 사회 전반에 윤리적 해이가 만연함에 따라 파티와 살롱문화가 귀족들 사이에서 일상화 되어가던 시대적 배경이 근간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로인해 감각적, 장식적, 환상적 귀족미술이 성행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죠.

 

로코코를 지나,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이성에 우선권을 주고 그리스 로마 문명에 근거를 두며 현실을 곧이 곧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생각을 담아낸 생각의 그림인 '신고전주의', 들라크루아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그 속에 등장한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의상이나 몸짓, 들고 있는 물건 등을 통해 들라크루아가 갖고 있던 혁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투영한 것처럼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 본인의 감정과 느낌으로 세상을 여과해서 그려내는 형태인 '낭만주의', 그림은 구체적인 예술이며, 표현에서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 쿠르베의 말처럼 낭만주의나 고전주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직접 관찰한대로 자연을 묘사하는 '리얼리즘', 모네가 루앙대성당이나 수련 하나의 오브제를 두고 빛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여러점을 그렸던 점은 색()이란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 아니라 날씨와 빛의 반사작용과 밝기에 따라 변화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인데 이처럼 '빛의 순간적인 성질'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던 '인상주의', 항상 색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편지에 썼던 고흐처럼 기존 인상파처럼 빛과 색을 다채롭게 다루지만 일시적인 빛을 받은 순간적 장면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후기 인상주의'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그보다 인간의 정신이나 상상력에 관계하면서 겉모습 뒤에 가려진 진짜 감정만이 지배하는 세계를 주제로 고독, 절망, 죽음, 환상, 상상을 초자연적이고 반자연적이며 비구체적인 장식적 그림을 추구하는 '상징주의'까지..

 

이렇게 시대별 예술사조와 화풍과 대표적인 명화들을 나열하여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해주고, 덕분에 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한층 두텁게 해주는 양서를 만난 것은 행운인 것 같아요. 충분한 전문지식과 예시와 설명을 담고 있기에

그 어떤 예술 백과사전이나 미술교과서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놔뒀다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탐독하고 싶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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