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요적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요적 작가의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 입니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그림에세이랍니다. 그림이 많아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읽듯이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 마음 속에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어요.

 

주인공인 펭귄이 만나는 동물들의 모습들을 보면 결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대화를 읽다보면 이 시대의 현대인들은 어떤 것에서 희노애락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는 과연 현대 사회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끔 하죠.

 

 

글을 쓰시고, 그림을 직접 그리신 작가 요적님은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타인의 마음을 잘 읽어주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배려심 넘치는 분일 것 같아요. 작가 자신이 살면서 겪은 우울과 의문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면서 위로를 담았고, 이 진심이 부디 독자에게 닿기를 희망하신다는 메세지를 책머리에 적어주셨어요. 이 책이 말 뿐인 말이 되지 않길,

누군가에게 종이가 아까운 책이 되지 않길 바라며 작은 위로를 정성스레 글에 담고 그림에 새기셨는데요. 아마 완독을 하신 분이라면 요적님이 정말 진심을 담아서 내셨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충분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나의 삶, 인간관계, 용기, 사랑, 행복에 대해 가볍게 그러면서도 묵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리뷰를 통해 인상깊었던 내용과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들, 공감이 갔던 펭귄과 어느 동물과의 대화 몇가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주인공인 팽귄과 그가 머리에 이고다니는 물고기 ''은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면서 다양한 종과 성격와 생김새, 직종을 가진 동물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합니다.

 

이것저것 팔고 있다며 혹시 필요한게 뭐냐고 묻는 백곰. 백곰은 외로움을 없애는 약이 필요하다고 하자 소주 한병을 건네며 이걸 마시면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가 생각나지 않게 도와줄 뿐인 소주.. 인간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괴로움과 외로움, 고뇌를 달래보려고 술을 마시지만 한 순간만 잊혀질 뿐, 본질적으로 사라지지는 않죠.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찾게 되는 것이 술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아마도 백곰은 인간을 표상한다기 보다는 '술 권하는 사회'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 여우와 웃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토끼의 모습은 저의 모습과도 닮아 있어서 짠했어요 지긋지긋한 세상과 일상을 탈출해 아름다운 풍경들만 보고 싶어 떠났지만 지루하기만 했었던 일상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도로 돌아오면서 지나왔던 곳을 그리워하며 사는 자신을 발견한 여우. 여우처럼 저 역시 일상을 벗어나면 아름답고 멋진 풍경만 지속될 것 같았지만 결국은 원래 있던 자리와 지나온 자리들에 대한 향수 속에서 살고 있음을 어느순간 깨닫게 되었어요.

가면을 쓰고 다니는 토끼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기도 하고, 더욱 공감도 갔죠. 아마 직장인이라면 공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웃는 가면을 쓴 토끼. 자신의 진짜 표정과 감정은 꾹꾹 숨기고 항상 웃는 표정만을 보여주는 토끼는 설사 남들이 자신의 모습이 가식처럼 느껴진다고 할 손, 거짓 표정을 멈추지 못합니다. 막상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가 더 상처받는 일들이 생기곤 하니까요.

 

여정을 떠나는 우리의 주인공 펭귄은 새로 만난 동물친구들에게 과도한 질문을 던지거나, 상처가 될만한 말을 건네지 않고 그저 묵묵히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잘 수행해줍니다. 각기 다른 삶의 가치관에 대해 매우 존중해주고 묵묵히 바라봐주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이런 삶도 결코 틀리지 않은 삶이었구나, 내 삶도 고로 나쁘지 않구나 를 어느 순간 깨닫게 되죠. 잘 맞지 않은 자리라고 투덜거리면서 자리를 바꾸려고 하기보단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건 적당히 포기하고 자리에 맞춰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악어, 비록 남들보단 느리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나무늘보에게 펭귄은 어떠한 질책도 힐난도 하지않고 그저 고요한 응원을 보낼 뿐입니다. 이래야되, 저래야되 하는 뾰족한 해결책을 주지는 않지만 오히려 신중한 청자를 자청하면서 각각 의 삶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메세지를 일관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팽귄이 항상 이야기를 들어주고 적당한 질문과 조언을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뜻깊은 조언을 받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지갑을 잃어버리고도 기분까지 망치기 싫다고 말하는 캥거루에게 긍정의 힘을 배우기도 하고, 거듭되는 실패 앞에서 스스로를 자책하고 미워하지 않기 위해 "핑계"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약사 닭에게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핑계의 필요성을 배우기도 하죠.

 

YOLO (You Only Live Once)를 재해석한 부분은 아마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의 가장 함축적인 주제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저는 yolo를 삶은 단한번이니까 한번뿐인 인생 마음껏 즐기고 내가 원하는대로 살자 라고 해석했었는데, 동물캐릭터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오히려 연습도 못해보고 딱 한번 사는 인생에서 실수 좀 저지르는 것에 대해 관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해석하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욜로의 재해석에 감탄도 하다가 남의 실수를 너무 깐깐하게 바라보고 비판하려하지 않았나 하며 되돌아보게 되었답니다.

 

마지막 장에는 #마음을 주는 일 이라는 제목의 번외편도 실려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드디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오히려 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구하고 있는데요. 곰이 한 조언도 명답이지만, 저는 이미 머리 위에 이고 다닌 동반자 금붕어인 귤이 가장 모범답안에 근접한 조언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사랑도 삶도 영원하지 않은 것을 아니까 할 수 있는 동안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하고 있다고. 영원히 살 것처럼 게으르게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말이야.”

 

모두가 똑같이 연습 한번 없이 처음 살아보는 인생. 그렇기에 스스로 지금 내 모습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 잘 살고 있다 되네이게 되는 마법의 그림에세이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수있어" 리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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