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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감
이동환.최다혜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0월
평점 :
안녕하세요, 오늘은 직장인이라면 절절하게 공감될, 직장인의 희노애락을 무척이나 정교하게 짧은 글귀 안에 담은 시집 <조용한 공감> 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저자는 최다혜님과 이동환님으로 다혜님은 작가와 소통하고 독자와 소통을 꿈꾸시는 분이시고
동환님은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도 자신을 찾는 조용한 공감이라는 작업 속에 큰 희망을 갈구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책처럼 각자의 소개도 무척 짧지만 두 저자께서 고수하고자 하는 목표의식과 관념을 임팩트있게 전달하는 그 어떤 소개보다 힘있는 소개였다고 생각했어요.
저자는 반복적인 일상생활 속에서 한 글귀의 공감으로나마 답답함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판 작업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의 나를 가꾸어 나가는 데 일용한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죠. 아마도 책을 다 읽고 접을 때쯤엔 저작 의도와 소망이 분명히 독자들에게 닿았다고 확신이 들 정도로 조용히, 또 묵묵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
저마다 각기각색의 삶을 살지만, 모두들 희노애락을 겪고, 기승전결이라는 흐름을 따라 사는 공통점이 있기에 작가는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하고, 목차도 열 두 달로 나누어 떨림 가득한 출발인 면접부터 시원섭섭한 퇴사까지 이어지는 직장생활의 흐름과 과정을 담아내었네요. 직장생활의 흐름 속에서 직장인들이 겪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라는 감정들을 짧은 글귀 안에 절절하고 핵심적으로 녹여내는데요. 제가 감명깊게 읽은 구절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졸아서 고개 떨구면 딱 티나는 자리, 화장실 가면 모든 사람과 마주치는 자리,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자리.. 왜 하필 사무실에 있는 하고많은 자리 중에서 제 자리는 그런 자리일까요 ? 사무실 자리 하나로도 이렇게 웃픈 글귀를 지어내는 것을 보며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지만 매일 겪는 소재를 기가막히게 흥미롭고 단순하면서 강력하게 전달하는 작가의 능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죠.
어차피 관두지도 않고 관두지도 못할 회사에 짜증과 싫증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 때문에 참고 다니는 모습은 만인공통인 것일까요? ㅎㅎ
씁쓸하지만 뼈저리게 공감되는 시 속에서 왠지 한줄기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나쁘지가 않더라구요.
분명히 학창시절 서로 다른 꿈을 꾸었던 나와 친구들이 결과적으로 같은 방식의 살을 사는 것을 문득 깨닫게 해준 '친구야 넌 뭐하고 사니'라는 글. 왠지 허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친구가 있기에 위로도 되었기에 한동안 시선이 머무는 페이지였네요
티끌같이 적은 월급이라도 태산처럼 모아서 여행에 쏟아붓고, 또 다시 티끌을 모아 적금을 붓는 우리네 모습은 별반 다를 바 없나 봅니다. ^^
퇴사로 이행시를 짓는다면 이보다 잘지을 수 있을까요 ?
“퉤 하고 死하겠습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터 묵혀왔던 응어리를 힘껏 모아 퉤! 하고 뱉어 내고 야심차게 이직해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만남을 가졌지만 이전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마는 우리네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이행시였고 단 두 줄에서 갖가지 생각이 얽히고 또 얽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이 시집 속에 짧으면서도 긴 사계절이 담겨있었고 12달로 이루어진 사계절을 겪으며
작가의 의도대로 매일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허무함을 잔잔하고 조용한 공감으로서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다음날의 봄을 기다리며 지금의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힘을 얻으며 책을 덮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