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여행 × 스페인 - 스페인 문화예술에서 시대를 넘어설 지혜를 구하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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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늘은 감성적인 문체로 예술과 인문학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타고난 이야꾼이자, 다년간 다양한 예술강좌를 이끌며 청중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교수이자 시대를 이끄는 작가 김태진의 아트인문학여행 스페인편 리뷰를 올려보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와 파리에 이어 세번째 목적지로 결정된 아트인문학 여행지는 바로 순수와 열정이 공존하는 나라 스페인이랍니다. 왜 하필 스페인이냐 라고 묻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그 곳은 고대 중세 현대의 랜드마크들이 어우러진 곳이자 험준한 산악지대와 포근한 순례길이 반겨주는 곳이고 무엇보다도 개성으로 무장한 예술의 대가와 창조자들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저자는 하나같이 그렇게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스패니쉬 예술가들의 창조성 속에서 한가지 크게 스쳐가는 공통점을 발견했으니 바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였어요.

 

저자는 호기심을 토대로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나다움을 잃지않고 불확실함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가 돈키호테와 도전보다는 지키는 쪽을 선택하고 안전하고 검증된 쪽을 좋아하는 산초의 대비를 통해 이 책에 등장할 인물들을 바라보고 바야흐로 맞이한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산초가 아닌 돈키호테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와 그 방향성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답니다.

 

​아마도 그리스인조르바를 쓴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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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장마다 산초와 돈키호태로 대두되는 인물들을 중심적으로 다루는 한편 그 등장인물에 얽힌 지역인 그라나다, 톨레도,마드리드, 카탈루냐에 대한 흥미진진한 역사, 아트, 여행이야기들을 아낌없이 대방출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방대하고 깊고 넓은 이야기를 이 한 권 안에 담으려다보니 예정보다 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마지막엔 회고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다섯개의 장이 결코 기준없이 매겨진 것은 아니랍니다. 저자는 1492년에 있었던 레콩키스타와 1888년 만국박람회라는 두개의 큰 시대 흐름을 기준으로 1부와 2부를 분할하고 등장인물 또한 각 부에 배치하여 스토리의 개연성과 드라마틱함을 살렸답니다.

 

책은 우선 그 동안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진 국토를 카스티야 중심으로 통일시켜 나라를 탄생시킨 주역 이사벨 여왕과 비록 허황되고 독단적이며 자기만의 상상 속에 깊이 빠졌지만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로 시작합니다. 이 둘 모두를 심장뛰는 담대한 꿈을 가진, 불가능을 가능으로 실현시킬 도전정신을 가진 돈키호테로 평가합니다.

 

한편 2장의 주인공인 엘 그레코와 펠리페 2세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는데요. 겉으로보면 펠리페 2세는 타협없는 전쟁을 불사하는 도전력 넘치는 왕이었지만 사실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영토와 신앙을 지켜야 했기에 그의 내면에는 산초가 강력히 자리잡았다고 보았지만 엘 그레코에 대해서는 이미 크레타 섬에서 최고의 화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미래를 위해 떠났고, 과거나 이념이 강요하는 권위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에서 가슴 깊이 꿈을 간직하고 좌충우돌 모험을 떠났던 라만차의 기사의 모습을 발견하였답니다.

 

1부의 클라이막스는 마드리드로 향해갑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펠리페4세와 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 맨 처음 차례를 읽으면서 벨라스케스라는 이름만으로 정말 기대했던 장 중에 하나랍니다. 위대한 그림을 그린 두 번째 화가가 되느니 평범한 그림이라도 처음으로 그려낸 화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벨라스케스는 펠리페4세의 눈에 들어 궁정화가로 전격 발탁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의 성품과 실력을 모두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가 이 책에서 소개되는데 첫번째로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하인인 후안 데 파레하가 주인님의 뛰어난 그림을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아쉬워 벨라스케스가 그린 본인 초상화를 직접 들고 길거리에 나가 로마 집집마다 돌면서 그 솜씨를 자랑했다는 일화이고, 하나는 교황이 자신의 초상을 마주하고 굉장히 놀라워하며 감탄했다는 일화입니다. 이태리에서 체류하면서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그는 기존의 기법을 고수하지 않고, 늘 새롭고 전에 없던 기법과 구도를 연구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대작이 바로 아래의 그림이고요.

 

​프라도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이자 시그니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은 이미 모나리자를 제치고 인간이 그린 미술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선정된 바 있을 정도로 그 구도와 기법면에서 전에 없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답니다. 얼핏보면 어린 공주와 그를 둘러싼 시녀들, 그 모습을 그리는 화가로 구성된 평범한 작품같지만 뒷면에 비친 작은 거울에 왕과 왕비가 서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화가는 국왕부부를 그리고 있는 것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러 공주와 시녀들이 온 것이 아니냐는 재미있고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던져주는 놀라운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이렇게 재해석이 가능하고 시각에 따라 달리보이는 덕분에 시대를 초월해 계속 회자되고, 여타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고 수많은 오마주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지요

 

이제 책은 어느새 중반을 지나 2부로 들어섰고 1888년 만국박람회라는 두번째 큰 조류를 타고 카탈루냐, 특히 바르셀로나가 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가 인문학여정의 목적지이자 무대가 되었고 이 장에서부터 저는 어느새 심장부답게 열기 넘치고 피가 끓어오르는 땅을 밟고 중세의 모습이 보존된 고딕지구를 지나 카탈라냐 음악당의 화려한 모습을 보기도 하며 정말 활기넘치는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특히 바르샐로나 하면 떠오르는 가장 첫번째 인물 가우디를 만날 수 있는 장이라 가장 재미있게 오랜 시간 정독했던 장이었는데요. 특히 가우디가 흥미로운 점은 그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실력도 실력이지만 고리타분한 생각과 권위를 질색하고 예리한 질문과 신랄한 비판으로 교수와 같은 권위자에게도 의견을 피력하며 자연에서 무궁무진한 영감을 받아 엄청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끊임없이 시도하고 모험하여 결국 자신만의 독창성이 깃든 건축양식을 탄생시켰다는 점이죠.

 

​까사밀라, 까사바뜨요, 구엘공원, 파밀리아대성당은 실제로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건축가와 후원자, 그리고 가우디를 도왔던 많은 능력있는 조각가들의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 미리 알고 갔더라면 그 감동과 환희가 배가 되었을텐데 싶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책에서 감칠맛나는 글과 멋진 사진들을 통해 재회하니 한번 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어요 :) 또한 직접 가보지 못한 건물과 가우디의 흔적도 속속들이 파헤쳐주어 알차고 행복한 여정을 할 수 있었어요

 

이 책에서는 가우디의 그런 돈키호태와 같은 성향에 주목하는 동시에 그의 조력자이자 투자자이자 산초적인 기질의 구엘과의 빛나는 케미를 부각하여 마치 동화책처럼 흥미진진한 그 둘의 스토리와 건축과 예술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요. 어쩌면 갑과 을의 관계일 수도 있고 정반대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조합일지라도 서로의 탁월한 점과 장점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단점은 상쇄해주는 건강한 이들의 관계가 하나의 작은 도시를 세계적인 성지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하지 않았나 다시금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이었답니다.

 

가우디와 구엘의 케미만큼이나 엄청난 케미를 발산하며 성공가도를 달린 커플이 있었으니 바로 마지막 장을 장식할 달리와 갈라입니다. 깊은 눈매와 관능적인 몸매를 가진 러시아 여인 갈라를 처음 본 순간 운명임을 깨달은 달리는 갈라와 함께 파리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갈라가 따내오는 온갖 각종 디자인과 상업광고를 달리가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둘은 엄청난 부를 거머쥐게 됩니다. 세계를 무대로 너무나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바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자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갈라를 위해 그녀가 동경해 온 이탈리아에 오래된 고성을 찾아 바친 달리. 추후 푸볼 갈라의 성은 박물관으로 변신하여 그녀와 달리의 깊은 사랑을 추억하는 공간이 됩니다.

 

​달리는 파시즘을 찬양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나는 이유로 초현실주의에서 제명당했지만

"초현실주의자들과 나 사이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유일한 초현실주의자라는 거야" 혹은 "난 오로지 달리주의자다.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난 어떤 혁명도 믿지 않는다"

라는 소신을 밝히면서 자신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힘과 더불어 초현실주의에서 제명당한 자신만이 초현실주의자임을 당당하게 선포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자였답니다.

​달러의 굶주린 자 라는 희롱을 받으면서도 갈라가 계약한 작업들을 착실히 수행한 것으로 보면 이 커플 역시도 감각은 뛰어나나 세속적 성공을 거두기에는 모자란 인물인 달리를 갈라의 지독한 산쵸 성향으로 보완하였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5장에 걸친 인문학과 아트의 스페인대장정이 마무리되고 종장에서는 각 장의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회고하면서 돈키호테와 산초를 가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 서로 다른 성향을 두고 오늘날의 시대상황에 어떤 모습으로 접근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유의미한 제시를 던집니다.

 

지금껏 없었던 창조성을 바탕으로 신선한 상상력과 가능성이 매일매일 휘몰아치는 시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이 일자리에서 기회를 탐닉할 수 있는 시대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그 동안의 획일화된 모범적인 산쵸가 아니라 현장 감각과 전체의 판을 읽는 눈을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데다가 창조적 능력까지 가진 돈키호테들이 주인공이며 1등의 기준도 이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5장에 걸쳐 만나왔던 벨라스케스와 가우디와 달리와 같은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일관되게 관철했기에 도시와 나라 전체, 그리고 국토를 넘어 세계에서 빛을 발하고 창조성의 에너지를 뿜어냈으며 결국 시대적 변화를 이끌었음을 보아왔기에 우리도 산초가 판치고 기준을 꽉 잡고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비타협적일지라도 묵묵히. 홀로. 용기있는 강단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마무리됩니다.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스페인에 얽힌 문화예술역사를 탐색하는 것도 무척 뜻깊었지만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그에 대한 속시원하고 어쩌면 과감한 해결책까지 던지는 모습에서과연 오랜만에 양서를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무모하고도 미친 삶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가슴깊이 자리하고 있던 갈망을 일깨워주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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