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메이킹 - 멋지고 당당한 여성으로 새로운 인생을 여는 법
신은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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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메이킹 #쌤앤파커스 #신은영 #여성 #포스 #분위기 #마음공부 #자신감 #자존감 #성장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한 줄 평 : 멋진 언니의 1:1 포스 컨설팅

나는 어떤 사람일까?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은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온다. 타인에게 너는 ㅇㅇ한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으면 그런가? 싶다가도, 나를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에 나를 맡기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가도, 내 생각으로만 나를 판단하면 객관적인 나를 알기 어렵거나 혹은 내가 방치했던 나를 발견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 30대가 다 지나가는 아직도 더 멋진 사람이 되는 방법이 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은 불안해서 그런지 더 그런 판단들이 오락가락한다. 나이를 먹어가다보니 동년배들 중에서 유독 돋보이는 포스와 아우라를 가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면서도 성장하는 여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부족한 나지만 좀 더 멋지고 포스있는 롤모델이 되어주고 싶은데....! 하는 생각과 내가 지금 알게 되는 꿀팁을을 아이들이 먼저 알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공존해서 이 책이 정말 궁금했다.

'포스'란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분위기를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이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이 함부로 가질 수 없는 고유한 향기를 가짐으로 인해서 고유한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근데 그 향기는 본질을 파악해야 계발할 수 있다. 마침 돼지감자차를 마시는 중인데, 태생이 돼지감자라면 사과향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급 돼지감자가 될 수 있고, 고유의 맛과 향과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똑같은 돼지감자지만, 넘볼 수 없는 상급의 돼지감자가 되는 것. 그런 게 포스 아닐까. 그러려면 마냥 멋진 남을 동경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거기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가장 고급진 생각과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 그 방향으로 나가야가 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분명하다.
1. 나를 제대로 파악할 것.
2. 파악한 나를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을 찾을 것.

너무 뻔한 얘기라고? 그런데 뻔한 얘기가 뻔한 얘기인 이유는 뒤집어 말하면 널리 통용되는 진리이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강조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세계의 논리가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넘어오면서 만난 모더니즘이 남긴 유산인 '여성(혹은 남성은)은 이렇고 이래야 한다.'라는 흑백적 사고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굳어진 가운데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를 맞아 수십년을 그런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체의 과제가 한참이나 남아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를 '나'로 보지 못하게 하는 틀에 갇혀서 자라온 부분이 있다. 그것을 벗어나서 '나는 나로 살기로 해야'하는데 너무 추상적인 과제라 그걸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여자애가 기가 세서 어떡하니 같은 소리를 듣고 살아온 우리 세대는(없는 것 같죠? 소개팅 주선에서도 여전히.. 외모가 화려해서 기가 세보인다는 말을 듣는 일이 허다하답니다..ㅎㅎ) 여자애니까 기를 죽여야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기가 세다'라는 것을 '에너지가 넘친다'로 바꿀 수 있는 마음 가짐이 필요한데 이상한 말도 10번쯤 들으면 그런가? 싶은 것처럼 여전히 구닥다리 환경과 새로운 환경이 공존하는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는 너무나 구닥다리 상황에서 살아서 그런 일들이 숨쉬듯 당연하기도 하고, 너무나 깨어있는 상황에 살아서 그런 일이 있는 줄 모르고 살기도 한다.
그럴 때 이 책은 마치 1:1 컨설팅 과외선생님처럼 친절하게 나만의 포스에 도달하는 법을 알려줄 수 있을 듯하다. 포스 메이킹이 필요한 사람, 숨어 있는 포스를 찾아내는 법, 자기 포스 연출법, 사람 사이에서 빛나는 포스 만들기로 구성된 이 책은 '참 자신을 발견하고 갈고 닦아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자신을 다스려 그것을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확장하게'하는 방법에 대해서 제법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포스'라는 것이 마음에서 나오는 영역인 만큼, 이 책은 실용적인 마음공부 책으로도 유용할 듯 싶다.

나만의 포스를 가지고 싶은 여성, 자꾸만 후려치기 당했던 나의 장점을 발견해 나만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로 가꾸고 싶은 여성이라면, 이미 멋진 언니가 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한 번 점검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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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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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해체와 연대를 우리 시대의 말로 쓰다.

요즘 나는 운명론에 부쩍 관심이 많다. 어떻게든 될 줄 알았던 인생이 어떻게 되지 않은 채로 점차 나를 책임져야하는 어른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없이 시험을 쳐놓고 한 달 정도를 소화불량에 시달리기도 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 되는 거라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도 고민한다.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포기했을 때 무언가 온다지?하는 옅은 기대를 내려놓지 못하는 내가 답답하고 막막해서 사주와 타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일이 없는 사람에게 매일 아침은 조금씩 등떠밀려 한 발 재겨디딜 곳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길로 일단 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 조금 설렜다. 무지개색 하트들이 그랬고, 부럽지만 부럽지 않지만 부러운 미래를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싶어서 더 그랬다. 신점 한 번 보러 가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이라서 더 그랬다. 이상하게 내게 신점은 정신과만큼이나 문턱이 높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생뚱맞게도 '무당도 직업'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지만, 반대로 말해서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타고난 기질과 가정환경과 받을 수 있는 지원과 관심과 사랑과 등등의 많은 것을이 모여서 한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가 나아갈 길이 그가 사는 세계의 흐름에 휘말리기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해가는 것이라면, 결국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는 건 통계학과 사회학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어쩌다보니' '이렇게' 살고 있다. 꼭 무당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운명이 아닐까. 나도 최근에 하도 답답해서 나는 이 직업을 하지 않게 태어났는데 자꾸 내가 이 길을 가려고 하니까 저 높은 곳의 존재가 시그널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궁금해서 사주도 보고 타로도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나의 기질은 늘 현업 그 자체였다. 요즘 와서는 왜 나는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게 운명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무당을 제외하고도 꽤 많은 사람들을 그 직업이나 역할과 분리하지 못한다. 엄마를, 아빠를, 선생님을, 부장님을, 그리고 무당을. 물론 역할과 직업은 그 사람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일부의 정체성과 그 사람 전체를 자꾸만 동일시해버리기 때문에, 그도 사람이고 내가 생각하는 그의 모습은 역할과 직업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아야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무속인에게 씌워진 직업과 역할과 사람의 동일시를 내려놓게 되었다.

그래서 직업 무당이 그간 사회 속에서 해온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부터 무속은 앞을 내다보는 일을 통해서 눈을 가리운 채 불안함에 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상담사 내지는 길라잡이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그뿐만이 아니라 무속이 공동체 안의 모순으로부터 생기는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고 더 나아가 기존의 틀을 해체함으로써 소외된 사람들에게까지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들으면 연대와 해체는 정 반대의 말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보성과 배타성이 같은 말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해체와 연대 또한 유의미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를 이루려는 속성이 있다. 그런데 빈틈없는 공동체는 누군가를 끼워주면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배타성을 지닌다. 또한 인간의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한다. 그 희생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 기성의 언어로 룰을 정하고 이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가슴속에는 한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에는 틈이 필요하고 균열이 필요하다. 헐겁지만 서로를 놓지 않는 공동체에는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며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에는 해체와 연대의 교두보가 필요한데 그 역할을 아주 오래 전부터 무속신앙이 해오지 않았을까 싶어졌다. 기존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일이 기존의 언어로는 속박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여성에게 열려있었던 몇 안 되는 전문직종이자 개인의 억울함과 막연함을 들어주고, 집단의 고민을 위해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존재, 그럼으로 인해서 자신이 걸쳐있는 두 집단 모두의 안녕을 빌고 상생을 도모하는 존재가 무속인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수고를 하는 바람에 크게 대접받지 못하는 삶을 살지만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홀대한 공동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신의 이름으로 함께해주는 저항과 해체와 포용의 아이콘이었겠구나 싶다. 서양에서도 약초를 통해서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던 사람들이 마녀로 몰렸던 것처럼,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바람둥이였던 이유는 사실 수많은 고아들에게 너는 신의 자녀라는 이름을 주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살려내는 연대의 손길이 오히려 공동체의 폐쇄성에 막혀 박해당할 때에도 그 가능성을 놓지 않고 끝없이 저항과 해체를 통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나갔던 것처럼.

인터뷰이 중에 공감의 무당 무무님의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연루되어있으니까요." 라는 말이 책을 덮고도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자꾸만 그 말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우리가 연루된 세상을 각자의 방법으로 책임지는 일 중 하나를 짊어진 무당들은 단순히 편견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굿을 하는 일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존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안내해주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연대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 것. 별볼일 없이 불안하고 작아진 개인들을 이끌어 집단의 헐거운 틈에 끼워넣어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일을 도모하는 저항을 계속해나가는 그들의 가치를 비로소 알게 해주었으며, 공동체의 양면성에 대해서, 그 안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준 이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헐겁지만 서로를 놓지 않는 연대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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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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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낼수없는데힘을내라니 #고태희 #현대지성 #우울 #조울 #치유 #치유여정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추천

한 줄 평 : 어떤 말보다도 더. 마음으로 이어지는 느슨한 연대가 보여주는 응원과 위로의 마법.

생각해보면 요즘의 내 삶은 꽤 많이 부치는 삶이다. 어릴 때는 뭐라도 되겠지 하고 파도의 너울과 파도가 지나간 후의 고통까지도 견디며 즐겼다면, 요즘은 슬슬 또 몰아칠 파도와 사정없이 콧구멍으로 눈으로 밀려들 소금물로 콜록일 일과 하염없이 떠있을 일에 지친다. 저 멀리서 울렁울렁 파도가 밀려오기만 해도 벌써 지치고, 막연하고 어둡고 까만 바다 위에 떠있는 것이 지친다. 언제까지 바닥에 닿지 않는 불안과 불규칙하게 나를 삼켰다 토하는 파도를 감내하는 삶을 살아야할까. 30대가 꺾여가는 내내 나는 점점 지치고 두려워졌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태양을 즐기던 때를 지나 점차 뉘엇뉘엇 하루가 저물어가는데도 여전히 바다 위에 나 홀로 떠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초조해졌다.

바다 밖으로 나가보려는 시도를 해보지 않았냐면 그렇지 않았다. 다만 힘껏 바다 밖으로 나가보려고 하면할수록 점차 바다 한가운데로 밀려 표류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뿐이고, 발을 힘차게 저었는데 반대로 반대로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고 있는 내가 답답했다. 바다에는 길이 없는데도 함께 떠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배를 타고 떠났는데 나를 싣고가줄 배만 아직 오지 않았다. 정확히는 나를 태울 듯 태울 듯 태우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위태롭게 잡고있는 부표를 뒤집어버리기도 했다. 한참 잘못된 것만 같았고, 부표를 놓아버리면 어떨까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날이 저물기 전에는 나를 태울 배가 올까? 홀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부표에 힘껏 매달려 파도를 맞으며 울었다.

꽤 열심히 살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삶을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적다지만 왜 나만? 유독 더 그럴까? 방향을 잘못 잡고 여태 삽질을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모든 것은 갑자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의 시간들을 견디며 내일이 없는데 내일이 닥쳐오는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더 내려갈 바닥이 없어서 더 내려갈 수 없는 상태로, 바닥에 붙어서 겨우겨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게 시간은 흐르고 아침은 밝으므로.

그래서 어느샌가 힘내라는 말을 잃어버렸다. 힘내라는 말은 낼 힘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낼 힘이 없어보면, 힘이 없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한다는 게 얼마나 기망의 언어인지를 알게 된다. 하면 된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하면 되긴 뭐가 돼. 내가 뭘 안 해서 여태 이렇게 떠있나? 싶어서.

그런 내게 이 책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페이지마다 구구절절 느슨한 연대의 손을 내밀어주는 위로였다. 알지도 못하면서 괜찮으니 힘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혹은 아파보니까 너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것도 아니라 "알아, 괜찮아."라는 진심의 위로. 그게 맞고, 그래도 된다는, 힘을 낼 수 없을 때는 힘을 내지 못하는 게 맞고, 그래도 느슨한 연대를 통해 이어진 마음이 밝아오는 아침과 어두워지는 저녁을 살게 해주더라는 그런 이야기.

작가는 나와 꽤 닮은 사람이었다. 소싯적 꽤 잘났던 사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사람, 그리고 인정 받았던 사람. 성취할 만큼 성취해본 적이 있는 사람. 그래서 지금의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지고 초조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 그 낙차를 이렇게 쉽게 극복했다며 기억을 미화해 너도 할 수 있다고 오만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치유와 투병의 여정을 공유하는 사람. 바다 위에 떠있는 사람 나도 있다고 손 흔들어 주는 사람.

사는 게 제법 부쳐서 어깨너머로 배운 운명학이 위로가 되었던 것은 앞날을 알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떠있는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디로 떠가게 될지를 나름의 근거로 설명해주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너의 인생이 부치는 것은 한낱 미물 같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기 때문이라고. 미물인 나를 미물로서 받아들이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띠지의 말처럼 인간은 결코 성취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사실은 행복해지기 위해 성취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우리는 자주 불행해지고 아주 아파지기도 한다. 때로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부럽고 대단해보이며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될 것처럼 다그침당하기도 한다. 사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일정수준의 에너지맨은 존재하지만 그들도 부지런히 선수교체되는 중인데 우리는 늘 성취에 목을 매며 쉴틈없이 힘을 내야할 것만 같은 강박과 압박에 치인다. 그러니 죽겠을 수밖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몰래 부친다.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몰래 곪는다. 그래서 나도 어제부터 나의 외로운 터널 속 생존기를 기록하기로 했다. 원래 글은 평탄하지 않은 삶의 몫이 아니던가. 그럼 누군가는 그 기록을 통해서, 어두운 터널 속을 살았던 누군가의 부침을 통해서 이렇게 사는 삶도 이상한 삶은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테니 부치는 나의 삶이 유의미해질 것만 같았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작가에게는 치유의 여정이 되면서 동시에 닮은 불안을 눌러 곪게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책. 애써 힘내지 않아도 당신의 삶은 유의미하다는 말을 몇 마디의 성긴 위로가 아니라 촘촘한 공감으로 건네는 책.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남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이며, 섣부른 위로 또한 위험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삶의 문제의 정답을 사실은 알고 있고, 또 사실은 모르기도 한다. 거기에 어설픈 첨언과 해결을 감히 얹는 게 옳을까 싶을 때, 위로는 하고 싶은데 힘내라는 말을 해도 될지조차 모르게 상대가 아프고 지쳐보이는데 그냥 지나갈 순 없어 어쩔 줄 모르겠을 때. 이 책을 선물하고 함께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꽤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위로와 응원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고양이가 도도하지만 시크하게 자꾸만 고마운 마음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물어오는 것을 보며 얻는 따뜻함으로, 힘내지 못해 길 한가운데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던지며 그저 지나치지 않고 옆에 가만히 같이 앉아 시선을 견뎌내주는 묵묵한 응원으로 당신은 그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위로받았다. 그 순간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부분으로 이 글을 마친다.

"이 이야기는 우울증을 완치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조울의 파도를 타야 했던 나는 아직 그 바다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에서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햇는지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이야기는 성취가 선인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한때 무언가를 해내야만 존재가 빛난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나는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초라한 마음을 안고도 살아가는 방법과 힘을 빼고 살아가는 방법을 말이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는 세상의 응원에 조그맣게 답하고 싶다. 우리는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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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운이 좋은 사람들의 비밀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안소현 옮김 / 서삼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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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운은좋은사람과함께온다 #서삼독 #샘앤파커스 #블라인드서포터즈 #심리학 #정신과 #운 #운명 #운세 #자기계발 #마음공부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한 줄 평 : 운이란 무엇인지 차근차근 용어부터 알려주는 친절한 가이드. 따라와 따라와.

최근 몇 년간 나는 얄궂은 운명에 대해서 꽤 많이 생각했다. 자꾸만 손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꿈도, 사람도, 안정도, 평화도 그러했고, 평생을 몰라도 되었을 세상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이 그러했고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겪는 것도 그러했다. 꽤나 힘들었어서였는지 안 읽던 책도 많이 읽게 되었고, 운명학에 대해서 어렴풋이 공부해보게 되기도 했다. 제법 유의미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나에게 무작정 귀인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허전했다.

~고 싶다는 말은 ~지 못하다와 비슷한 말이다. 운이 좋아지고 싶다는 것은, 내 운이 왜 이런지 알고 싶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힘든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운명학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 것이나 좋은 운을 찾아 헤매게 된 것이나, 마음공부를 하게 된 것은 같은 맥락의 일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마음 공부를 하면서 읽은 #운의알고리즘 과 #루이스헤이 의 #미러 가 많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운'은 정말 화수분 같은 마케팅 자원이다. 늘 '스스로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운이 좋아지는 방법이라고 하면 누구라도 귀를 쫑긋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에 대한 컨텐츠는 하루에도 몇 천 개씩 쏟아지지만 늘 불티나게 팔린다. 그 중에서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전문가'가 차근차근 단계별로 알려주는 운 좋아지는 방법에 대한 설명서라는 점이다.

저자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주로 대하는 정신과 의사다. 어렴풋이 보기에 운이 나빠본 적이 없어 보이고 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도 가끔은 본인을 '흐름에 맡기라'고 한다. 그게 운이다. 아마 저자 본인은 운이 나빠본 적이 별로 없겠지만, 억세게 운이 안 좋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많이 보다보니까 '운이 좋아지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세상 모든 것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모를 수 있는 것은 몰라도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정말 딱 좋은 위치에서 불운의 구렁텅이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지독하게 불운해본 적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운에 대한 희망으로 불행한 사람들을 건져올려줄 수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불행한 사람들끼리 불행만 이야기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다. 밝은 곳에서 이리 오라고 손짓해주는 사람을 따라 밝은 곳으로 나갈 수 있어야 불운을 털어낼 수 있다. 저자는 책과 함께 온 '좋은 사람' 처럼 내게 묻은 어둠을 익숙하고 멋진 손짓으로 툭툭 털어내 주었다.

이 책에서 주는 반복해서 솔루션은 '미래노트', '쓰기', '시각화 하기'이다. 마냥 남을 부러워하고 남이 운이 좋다고만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운'이 무엇인지,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막연하나 바람, 부러움, 질투는 사람을 허망하게 만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알고 스스로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과 바라는 운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것을 부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고 긍정적인 방향에서 나를 불러줄 수 있는 긍정적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단순하고 간단해보이지만, 그 단순하고 간단한 것을 시도조차 못해서 우리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산다. 그 작은 것들을 이 책과 함께 하나씩 실천해보자. 이 책은 금전운, 연애운이 좋아지는 방법부터 동반자를 찾을 때 확인해야할 가장 중요한 것까지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짤막짤막하지만 묵직하게 실어두었다. 또한 실천 가능한 해피액션과 상담하며 많이 받은 질문 등의 부록을 통해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기, 또는 좀 더 디테일한 상황에서의 솔루션을 보고 내 삶에 적용해보기 등이 가능하다.

운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오고, 나비효과처럼 그 작은 각도가 점차 큰 결과로 나타난다.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고, 이 책은 나의 생각과 행동의 각도를 조금 틀어주었을것이다. 그러나 꾸준하게 한 스탭씩 책의 조언을 따라간다면 어느새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가 조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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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마음 다치지 않게 - 낮은 자존감과 상처뿐인 관계에서 나를 살리는 말 공부
임경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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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내 안의 고슴도치를 다스리는, 혼란스러운 마음계의 강형욱 같은 책.

나는 작년부터 '망했다'라는 말 끊기에 도전하고 있다. 도전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게 꽤나 노력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업에 들어가서도 아이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망했다는 말을 끊어보라고 하고 있다. 자꾸만 말하면 그 생각이 자신을 지배해버리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 꽤나 효과적인 방법은 자꾸만 듣는 것이다. 듣는 것은 보는 것만큼 100프로를 지향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다보면 자꾸만 무의식에 그 말이 심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요즘은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북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도 말도 안 하려고 노력중이다. 좋은 것을 심고 나쁜 것은 심지 않으려고. 두 문단을 쓰면서 '노력하는 중'이라는 말을 이렇게나 많이 쓰다니. 방금 깨달았는데 나 참 열심히 산다. 아등바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신의 삶을 무한 긍정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는 바닥을 모르고 날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독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역린을 찔렸을 때 누구보다 더 빠르게 추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삶이나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언가는 좋고 무언가는 부친다. 타인의 삶은 늘 단면만 보이기 때문에, 그 사실은 오롯하게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자꾸만 자신을 몰아세우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고 뱉고 스스로 듣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걱정이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말이 자신을 찌르고 상처내도록 생각하고 말하고 스스로 듣게 해서는 안되는데 자꾸만 자기 안으로 침잠할수록 말은 더 단단하고 뾰족해지고 어둠의 기운을 띠게 되기 마련이다. 그 상처는 남이 주는 상처보다 훨씬 아프고, 오래가며, 스스로 자꾸 덧내서 낫지를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가히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작은 오해를 했는데, 같은 말이라도 '남에게' 마음 다치지 않게 해주라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교직경력이 짧던 시절, 모두들 희망적인 말을 해줄 때 팩트를 후드려줄 수 있는 유니크한 나를 표방했던 시절을 잠시 반성했다. 교직경력이 10년쯤 되니까, 왜 다들 팩트가 있어도 돌려말하려고 하고 까끌까끌해보이던 많은 것들이 맨들맨들해뵈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나를 위한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말'들이 모여있는 책이었다. 나는 지난 10년간, 겨울이 꽤 춥고 힘들었다. 그 10년간 자꾸만 계획에서 어긋나고 좌절하고마음을 두드려맞는 삶을 살면서 머라이어캐리의 캐롤을 들으면 자소서쓰는 나를 떠올리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뜻인지를 고민하는 지경에 다다르기도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말을 쪼개고 단어의 뜻을 명확히 하면서 가시 돋힌 마음을 아우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무조건적이고 대책없는 긍정의 위로가 아니라 나름의 굴곡을 글로 엮으며 여전히 극복중인 저자의 도담도담하고 따듯한 경험을 나눈다. 계획에서 많이 어긋나서 흔들거리고 있던 나에게, 그 마음을 덜어도 된다고, 그래서 내가 잘못산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금 눈물도 났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책도 좌절도 슬픔도 나를 공격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냉철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되 스스로에게 칼날을 휘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우리에게는 늘 필요하다. 그런 위로를 긴 말로 건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혹은 그런 위로가 셀프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던 우리가, 이 책과 함께 조금 울고 많이 위로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긍정할 수 있는 생각과 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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