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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마음 다치지 않게 - 낮은 자존감과 상처뿐인 관계에서 나를 살리는 말 공부
임경미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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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내 안의 고슴도치를 다스리는, 혼란스러운 마음계의 강형욱 같은 책.
나는 작년부터 '망했다'라는 말 끊기에 도전하고 있다. 도전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게 꽤나 노력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업에 들어가서도 아이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망했다는 말을 끊어보라고 하고 있다. 자꾸만 말하면 그 생각이 자신을 지배해버리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 꽤나 효과적인 방법은 자꾸만 듣는 것이다. 듣는 것은 보는 것만큼 100프로를 지향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다보면 자꾸만 무의식에 그 말이 심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요즘은 출퇴근 시간에 오디오북을 들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생각도 말도 안 하려고 노력중이다. 좋은 것을 심고 나쁜 것은 심지 않으려고. 두 문단을 쓰면서 '노력하는 중'이라는 말을 이렇게나 많이 쓰다니. 방금 깨달았는데 나 참 열심히 산다. 아등바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자신의 삶을 무한 긍정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한창 잘나가고 있을 때는 바닥을 모르고 날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독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 역린을 찔렸을 때 누구보다 더 빠르게 추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삶이나 겉보기와는 다르게 무언가는 좋고 무언가는 부친다. 타인의 삶은 늘 단면만 보이기 때문에, 그 사실은 오롯하게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자꾸만 자신을 몰아세우는 말을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고 뱉고 스스로 듣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걱정이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말이 자신을 찌르고 상처내도록 생각하고 말하고 스스로 듣게 해서는 안되는데 자꾸만 자기 안으로 침잠할수록 말은 더 단단하고 뾰족해지고 어둠의 기운을 띠게 되기 마련이다. 그 상처는 남이 주는 상처보다 훨씬 아프고, 오래가며, 스스로 자꾸 덧내서 낫지를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가 이 책을 만난 것은 가히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을 보면서 작은 오해를 했는데, 같은 말이라도 '남에게' 마음 다치지 않게 해주라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교직경력이 짧던 시절, 모두들 희망적인 말을 해줄 때 팩트를 후드려줄 수 있는 유니크한 나를 표방했던 시절을 잠시 반성했다. 교직경력이 10년쯤 되니까, 왜 다들 팩트가 있어도 돌려말하려고 하고 까끌까끌해보이던 많은 것들이 맨들맨들해뵈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나를 위한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말'들이 모여있는 책이었다. 나는 지난 10년간, 겨울이 꽤 춥고 힘들었다. 그 10년간 자꾸만 계획에서 어긋나고 좌절하고마음을 두드려맞는 삶을 살면서 머라이어캐리의 캐롤을 들으면 자소서쓰는 나를 떠올리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뜻인지를 고민하는 지경에 다다르기도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말을 쪼개고 단어의 뜻을 명확히 하면서 가시 돋힌 마음을 아우르는 법을 알려주었다. 무조건적이고 대책없는 긍정의 위로가 아니라 나름의 굴곡을 글로 엮으며 여전히 극복중인 저자의 도담도담하고 따듯한 경험을 나눈다. 계획에서 많이 어긋나서 흔들거리고 있던 나에게, 그 마음을 덜어도 된다고, 그래서 내가 잘못산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금 눈물도 났다.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책도 좌절도 슬픔도 나를 공격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냉철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되 스스로에게 칼날을 휘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용기가 우리에게는 늘 필요하다. 그런 위로를 긴 말로 건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혹은 그런 위로가 셀프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던 우리가, 이 책과 함께 조금 울고 많이 위로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긍정할 수 있는 생각과 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