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한 트레이닝 -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금융 체질 개선 프로젝트
김얀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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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트레이닝 #김얀 #서평단 #미디어창비 #경제공부 #돈공부 #대부호가되기위하여 #대부호 #얀멘 #21세기초반트위터리안모여봐일단

아 이 서평 어떻게 시작해야하지. 일단 얀멘.

사실 나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 동년배 동네 언니 같은 얀멘과의 나만의 내적인연은 꽤 오래되었다. 천하 드립대회의 장은 트위터였던 시절, 나는 사람에게 상처 받고 흑화한 친없찐답게 음침하게 밤새 희로애락 이야기를 찾아 헤맸고, 프로 해학러들인 야구팬들 덕에 야구에 미쳐있었다. 대다수가 야구팬인 팔로잉 팔로워 중에서 몇 안 되게 프로 드립러로 내게 존경 받던 사람이 김얀님, 매기님, 홀리겟슈님 등이었다. 인싸중에 아싸 아싸중에 인싸라서 막상 멍석 깔아주면 조신해지는 나와 달리 숱한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도 빛나는 똘끼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는 진지하게 부럽고 존경할 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 시대를 드립과 글로 풍미하던 그들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홀리겠슈 언니는 치즈퀸을 차려 사장님으로 변신했고(언니, 저 감자밭 맨날 들어갔었어요..) 그렇게 스모크치즈를 시켜먹으며 격세지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트위터를 떠나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전전하며 종종 그녀들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녀가 너무나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 되어서 나타났다. '대.부.호.김.얀'

사실 나는 그녀가 나와 동년배인 것을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실제로도 언니지만 멋있으면 언니니까 한참 언니인 줄 알았는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첫 고민의 시점조차 비슷하게 했었던 모습들이 너무 깊이 훅! 들어왔다. 좀 다르다면 아까 말했던 '똘끼', 그 대담함이랄까.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대담하게 시작하고, 배우고 시작하기보다 일단 내 돈 들어가면서 진지해지고, 실천하면서 짭짤해지며, 뛰어들었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그 대담함이 있었기에, 태어났기에 나이 먹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녀를 대부호가 되도록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네. 태어났으니까 뛰어들어 살면서 나이도 자연스럽게 먹으면서 나는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대부호가 되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고 돈을 아끼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이 책을 당장 읽어야 한다. 왜냐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게 인생인데 저 한 문장을 책에서 너무나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적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역사가 되고, 뒤늦은 나이에도 진심으로 뛰어들어 희망의 역사를 쓴 한 여성의 좌충우돌 성공기가 되어 남겠지만, 지금 읽어야 바로 옆에서 다정한 언니가 설득력있게 읊어주는 듯한 '시의적절한'정보까지도 얻을 수가 있다. 글을 읽다가 무릎을 탁 친 지점도 바로 이거였다. 아, 그녀는 이 글을 쓰면서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구나. 글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이 책에는 전작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쓰고 받은 인세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리고 전작에는 없는 새로운 도전인 코인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녀가 계속 돈공부를 하고, 새로운 지점에 뛰어들어 배우는 한 다음 책에서는 아마 이번 책에는 없는 새로운 정보들이 속속 들어가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지속 가능한 글쓰기 그 자체가 아닌가. 물론 책으로 만나니 한 발짝씩 느리게 따라간다는 게 함정이라 기회가 되면 그녀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를 챙겨보면 되려나!

또한 그녀는 마지막에 모든 운은 사람으로부터 온다고 적었다. 그녀는 자신이 돈을 번 방법에 대한 팁을 나눔으로써 돈을 번다. 내일은 그녀를 온라인으로나마 만날 기회가 생긴다. 십여 년 만에 덕계못 깨는 것인가 드디어. 아니 사실 이 책 서평단 당첨된 것으로 언니의 기운을 나누어 받았다. 책 신청했을 때 언니가 좋아요 눌러줘서 얼마나 설렜는데, 서평 늦어서 미안해요 언니.

너무 구구절절 옳은 말 투성이에 천생 글재주꾼의 글이라 술술 넘어가는데 밑줄 안 치고 넘어갈 페이지가 없어서 북스캔해서 계속 다시 읽으면서도 계속 밑줄을 치고치고해서 태블릿 보호필름 뚫어먹을 뻔했다. 게다가 예쁘고 재밌고 매끄럽게 넘어가는 글에 진솔한 경험담, 거침없이 자세한 이름들까지 밝혀주는 소탈함, 그리고 긴 글 못 읽을까봐 요점까지 목차에 딱 정해줘서 너는 실천만하면 되게 만들어주는 친절함까지.... 얀멘
언니 저도 언니처럼 돈 많고 이상한 언니 되고 싶어요.

돈에 대한 생각 변화과정을 쓴 부분들까지도 하나하나 소름돋아서, 마치 숨겨둔 이야기를 들킨 것처럼 훅하고 찔려왔다. 어쩜 저렇게 나와 같을까. 싶어서. 그렇지만 나는 얀언니 같은 똘끼와 용기가 부족하잖아? 그럴까봐 언니가 목차에 또 준비해주셨더라. 그냥 읽어. 얀멘. 그리고 하나씩 따라해. 얀멘.

뒤늦게 정신차려보니 똘똘하게 어려서부터 착착 준비해온 남들과 다르게 나만 왜 주춤하고 있나 싶은 30대들 보고 있나? 지금도 하루하루 멀어지는 것 같은가? 그럼 그대의 시작점이자 종착역은 바로 여기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이 책, 지금 당장이다. 외쳐! 얀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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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 반의 진땀 나는 야구세계 - 샤우팅과 삑사리를 넘나드는 캐스터의 중계방송 분투기 일하는 사람 7
한명재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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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문학수첩 #야구 #한명재 #한명재캐스터 #야구아나운서 #스포츠아나운서 #일하는사람 #일하는사람시리즈 #KIATigers #기아우승 (?)

"자, 왼쪼오오오옥! 끝내기이이이! KIA 타이거즈의 우승! 나지완이 해결사였습니다! 12년만에 KIA 타이거즈가 우승을 차지합니다!!!!!!"

09년즈음부터 기아팬이라면 이 명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때는 기아팬이 아니었다. 그러나 기아팬들이 늘 근처에 있었기에, 게다가 그 해는 유독 기아가 우주의 기운을 맞은 해였기에, 운 좋게(?) 이 명장면을 생중계로 접할 수가 있었다. 야구를 즐겨보지 않는 귀에도 그의 목소리는 시원하게 내려 꽂히는 명장면이었고, 이후 2017년 우승을 현장에서 보는 기아팬이 된 나에게는 거의 신의 계시와 같은 다시보기 장면이 되었다. 그 후로 그는 몇 번이나 다른 팀의 우승을 중계했겠지만(책에도 나와있다.), 그리고 내가 현장에서 보는 바람에 중계를 보지 못한 그 장면도 중계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 한명재 캐스터는 야구팬이 되기도 전부터의 그때 그 첫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한,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경기의 호흡에 따라서 인간적인 높낮이를 보일 줄 아는 정감 가는 캐스터다.

그런 한명재 캐스터가 전하는 #두평반의진땀나는야구세계 는 희한하게도 내가 발디디고 있는 삶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었다. 주로 말을 많이 하는 삶,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삶, 사람들이 보는 것과 굉장히 다른 디테일이 많은 혹은 남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숨은 일이 많은 삶. 작은 실수가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큰 삶...!
게다가 나는 07-08년을 학보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정기전 스포츠 5종 중 4종을 포토존에서 취재했다. 개뿔 모르는 스포츠를 정기전 준비하느라 배워보겠다고 전지훈련 따라가게 해달라고 일단 조른 거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때 취재부장님 이제 생각해보니 진짜 고마웠어. 그때 스포츠 많이 배우고, 어디서 사진 찍어야하는지 정말 많이 배웠다. 지금은 나름 웬만한 사람들 아는 만큼은 아는 사람이 됐다. 야구만큼은. 당시 나성범-나성용 배터리에게 속된 말로 개털린 생각을 하면, 게다가 옜다 먹어라 하고 준 점수 2점 주워온 생각하면 지금도 열불이 터지는데 나성범 우리 팀으로 왔으니까 파이팅 이 자식아.
방송으로 보는 화려한 캐스터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한 뼘이 책 안에서는 솔직하게 드러난다. 지금의 한명재 캐스터님이 성장하기까지 있었던, 지나오니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와 실수담, 그리고 구장의 열악한 취재환경과 그로 인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 출장이 삶과 같은 너무 당연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그의 근무환경 등등.... 어떤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은 없지만 화려한 현재는 다소 지질하고 구질한 까까머리 같은 과거가 만든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차곡차곡 쌓여온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
게다가 캐스터님이 팀과 선수들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가 동료들을, 그리고 학생들을 대하는 것과 너무 비슷하다. 구장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2017년에 정말 훌쩍 챔피언스필드 투어를 떠나서 구석구석 살펴보았던 평소에는 들어가볼 수 없는 락커룸과 같은 구역들과 더그아웃에서 공을 던져보았던 기억이 소환되었고, 한 명 한 명 살아있는 전설들의 이야기가 소환될 때, 그리고 동년배의 선수들 이름이 소환될 때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가 이 사람과 동시대를 살고 있구나. 그만큼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구나.
멘트를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수업 준비하면서 드립고민하는 내가 떠오르고, 실수에 머리 싸맬 때를 보면 수업 때 실수하고 다음 시간에 뻘하게 웃으며 수습하던 내가 떠올랐다. 다행이다. 이건 방송은 아니라서. 근데 온라인 강의 할 때는 내 수업도 온가족이 듣는 수업 된 건 안 비밀이다. 실수하면 방송사고 되긴 했다.

특히나 허도환 선수 이야기를 비롯한 선수들의 인생역경 이야기를 그린 #거북이달린다 챕터에서는 뭉클, 알지만 모르고 모르지만 아는 이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며 내 삶에도 함께 응원을 보내는, 한때 탐스에서 신발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기부했던 것 같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말을 주로 하시고, 늘 멘트를 고민하시는 분이시라 그런지 일단 입담도 너무 걸출하시고 중간중간 빵빵 터진다. 직업의 세계가 이렇게 웃길 일인가. 그러면서도 거창한 말을 하기보다는 소소한 말로 웃기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하지 않으나 화려하지도 않게, 소소한 직장 에피소드 모음집마냥 맛깔나게 정리해낸 거 너무 재밌고 놀랍다. 어떻게 이렇게 일상이 소소하게 즐거울 수가 있는가.

더불어 이 책 시리즈 너무 좋다. 학교 도서관에 당장 시리즈별로 주문해야겠다. 정말이지 살아있는 진로교육이 이거지 싶다. 사실 아이들이 저 ㅇㅇ 되고 싶어요. 할 때면, 내가 한창 찌든 나이대여서인지 "야 너 그거 현실이 어떤지 알아?" 하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다. 다른 것보다 애들이 그 직업 껍데기만 보고 멋진 줄 알고 갔다가 실망하고 길잃을 때는 이미 늦었을까봐서. 충분히 멋진 직업일지라도 그 면은 보지 못하고 다른 면에 홀랑 빠진 것은 아닐까 싶어서. 근데 이 책 시리즈, #일하는사람시리즈 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 든다. #제가변호사가되어보니말입니다 서평단 떨어진 게 갑자기 너무 아쉽다. 나도 요즘 브런치에 #고등학교교사 라이프에 대해서 차근차근 적어볼 생각이다. 좀 더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그 글의 좋은 모델을 본 거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이런 좋은 기회 주신 문학수첩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제 글도 한 번 같이 출판해주십사...(굽신) (특: 이제 시작함)
앞으로도 좀 더 많은 직업들 다뤄주시면 제가 알지 못하는 직업들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진로교육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 좋은 기획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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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 - 꿈을 키워주는 사람 이광형 총장의 열두 번의 인생 수업
이광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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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인플루엔셜 #이광형 #이광형총장 #카이스트 #우리는모두각자의별에서빛난다 #리뷰 #책추천

-남다른 사람들을 위한, 혹은 남다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전환점-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 명언 파티 때문에 책을 세 번쯤 읽었다. 이 책은 단언컨대, 내게는 전환점이 될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나도 직업병처럼 끌렸고, 마침 쭈글쭈글해진 나에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어쩌면 머지않아 다른 선택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나에게 이 책이 영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책을 신청했다.
솔직히 젊은 시절의 윤선도가 아니라, 천세를 누린 윤선도가 은퇴 후에 보길도에서 자기 집 마당에서 배타면서 쓴 어부 사시사 같은 편-안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성공한 사람의 글은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성공한 비결을 써놨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만났던 성공과 요행들까지도 어떻게든 끌어다 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어딘가 독특한 것,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엉뚱한 구석이 매력인 것, 남들이 대체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것들을 자꾸 하는 것, 새롭고 즐거운 것에 끌리는 것, 질문을 사랑하는 것, 계획대로 사는 것보다 흥미로운 것을 따라가는 것, 독특한 수업과 계획을 잘 세우는 것, 일단 시작하게 하는 것, 눈에 보이게끔 뭔가를 시각화하게 하는 것... 총장님 왜 저이신 거죠...? 사실 나는 이런 내가 좀 이래서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소소하고 그릇이 작은 일조차도 잘 안 되는 내가 모자란 것 같았고 이게 다 내 부족함 탓인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내 잘못이라기보다 나를 담을 그릇이 작은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설렜다. 총장님이 계시는 환경과 내가 있는 환경은 비슷한 듯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만큼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곳이었다면 나도 총장님처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순한 훈계의 나열이 전혀 아니다. '미존'수업을 진행하셨던 분답게, '미존'의 상태인 우리가 자꾸만 질문할 수 있게 하는 정말 수업 같은 내용의 글을 담은 책이었다. 정말로 상세하게, 티비를 거꾸로 보면서 조직도를 거꾸로 놓고, 스스로가 모닥불이 되어서 조직도를 떠받치고 덥히는 일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의 생각에서 무릎을 치고 자꾸만 메모하게 되는 그런 수업이다. 아 수업을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특히 시작과 시각화에 대한 생각은 내 생각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만 한 것들이 눈으로 보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수업에서 '시각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곤 한다. 생각을 꺼내서 눈에 보이게, 자꾸만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시작의기술 같은 책에서도 주장하는 것, 생각을 생각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장시켜버리는 아까운 일을 막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 요즘 나는 기록과 시각화를 열심히 하면서 제자들에게도 권장하고 있었는데 그게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좀 다른 얘기지만 이 책은 디자인 시각화면에서도 꽤 잘 빠진 책이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지 않고 중간 제목으로 잘 끊어두어서 짬나는 대로 읽기 좋은 구성이며, 편집이 굉장히 깔끔하다. 중간중간 그림과 함께 정리된 멘트들이 감성적이고 따스하고 인상적으로 남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40대에도 새로운 도전을 해서 자신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신 것에 대해서 나는 머리가 띵해지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분도 40대에 늦었다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시는데 내가 뭐라고 지금 늦었다 늦었다 거리면서 제자들에게 내가 10살만 어렸어도...같은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뭔지를 좀 더 찾아보고, '질문을 사랑하는 제자',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 숨쉬는 학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자가, 심지어 응용과학자가 말하는 이야기가 결국 결론이 인문학과 삶으로 닿는 이야기들은 그것이 닿아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이 책은 처음에 읽으면서 몇 구절을 제자들에게 추천해주었는데, 너무 좋은 말이 많아서 그냥 날잡고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어볼까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조금이라도 빨리 읽어야 한다. 그러나 삶의 굴곡을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뜨겁고 뼈아프게 와닿을 것이다. 동시에 당신이 몇 살이든지, 달릴 힘을 줄 것이다. 그래서 모두에게 자신있게, 이 독특한 총장님의 인생수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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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시체를 보는 사나이 1부 : 더 비기닝 세트 - 전2권
공한K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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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야기. 게다가 이게 시즌제(?)라구?

얼마 전에 #소년심판을 보면서 그 10편을 끊지 못하고 쭉 보느라고 밤을 지새운 적이 있다. 평소에 집중력이 꽤 떨어져서 #몰입의발견 을 보면서 감동하고 #미라클모닝 을 결심한 나지만 이런 사람들의 특성은 몰입할 것을 찾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이 그랬다. 두 권의, 권당 300쪽 가까이 되는 이야기가 어쩜 이렇게 숨막히게 재미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단숨에 읽어나갔고, 중간중간에 수업 다녀와야할 때는 애가 탔다. 사실 악당이 누군지 빤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만약에’라곤 없었던 팍팍한 일상에서 이렇게나 많이 ‘만약에’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일이 있었던가. 소설의 매력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 책이다. 특히나 작가님이 웹소설로 시작하신 분이라 그런지 어투 자체가 문어체가 아니라서 더욱, 한 줄 한 줄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시보가 시체를 보듯이, 나도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시보’라는 이름의 중의성에 대한 작가님의 해석이 스스로 생각했던 시보의 신분과 관련된다는 것도 묘한 쾌감이 들었고, 맨 뒤에 뜬금없어보이는 역사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도 역덕후의 마음을 자극했다. 실존하는 공간, 실존하는 사람과 가상이 넘나드는 구성은 마치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이야기판 같았다.

또한 빠른 전개의 웹소설답게 엄청 많지만 루즈하지 않은 긴장감 유발 트릭 요소들과, 오히려 현실이 대체로 ‘우연히’이듯이 개연성에 무리하게 집착하지 않는 전개 또한 오히려 현실 밀착형 전개였고 빤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이 책만의 매력이었다.

또한 독특한 내력과 운명을 타고난 시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운명에 휘말리지만 침착하게 대응하며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가족으로 맞아들이는 시보의 가족들로부터 신뢰가 단단히 받쳐진 가족애를, 또 선대부터 선하게, 타인을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알았고 그로 인해 인덕을 많이 쌓아서 그의 말이라면 믿도끝도 없이 그냥 믿도록 만든 시보 아버지와 그의 친구의 믿음으로부터 희망과 편안함을, 공개수배자로 의심을 받고 있지만 그간 잘 살아온 덕분에 많은 이들로부터 알게모르게 도움을 받고 평소에 몸에 배어있는 태도로 인해 처음 본 시보로부터까지 신뢰를 얻고 난관을 멋지게 헤쳐나가는 민우직 팀장을 통해 정직하고 우직한 삶에 대한 보상을 본 것만 같은 희열을, 의리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외로움에 정면으로 맞서고 험한 세상 속에서도 믿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소담으로부터 외로움을 정면돌파하는 인간의 소담하지만 단단한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을 관통하는 ‘결국은 사람’이라는 미묘한 끈은 의외의 곳에서 만난 단비처럼 소설을 더 흥미롭고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말이, 인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급박한 상황에 신고할 곳조차 없다는 것이, 그게 뭐라고 승진 때문에 사람을 여럿 죽이고 또 죽이는 소시오패스 같은 모습들이. 마음을 허탈하게 때리기도 했다. 내가 일하는 필드는 그나마 학교라서 좀 덜 사납지만, 정말로 사회는 이런 것인가 생각도 들어서, 보지 말아야할 모습을 본 것 같아서. 하지만 내가 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일은 아닌 세상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런 모습들을 인물들의 인간미있는 모습들이, 우연하지만 그래서 더 실제 같은 만남과 헤어짐들이 그런 나를 다독이고 위로해주는 그런 소설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지만 보고 나서 마음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이유.

인물의 구성부터 시작해서 이후 캐스팅을 고려한 마냥 해피앤딩만은 아닌 등장 인물들의 결말까지. 완벽한 구성이다. 1권을 읽으며 2권을 읽고 싶어 미칠 거 같았던 것처럼, 2권을 읽으면서도 이거 빨리 결말이 보고 싶어서 막 두근거리고 마음이 급해졌던 것처럼. 아, 전 3부로 되어있다는데. 2부 3부가 너무 궁금해 죽겠다. 소름 돋는 설렘이 필요한 사람들이여. #시체를보는사나이 정주행 시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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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니와 애니 창비세계문학 12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백낙청.황정아 옮김 / 창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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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창비시크릿서평단 #랜덤고전읽기 #D.H.로런스 #패니와애니 #백낙청 #황정아 #영국문학

한국 문학과 역사를 사랑해서 전공해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국어를 가르칠 때도 가르치는 것이 단지 한 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을 둘러싼 세계와 역사이기를 바라며 가르쳐서 늘 진도가 느린 편이다. 어차피 시험 한 번 보고 까먹을 작품을 배워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세계를 읽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반대로 나도 작품을 보다보면 그 작품을 둘러싼 세계관에 대해서 어렴풋이 생각해보게 된다. 정보를 찾는 건 나중이라도, 내가 찾은 단서들로 꿰 맞춘 세계관에 대해서. 그래서 요즘 한국 문학에만 너무 매몰되어있는 스스로를 반성했었다. 사실 한국사를 좋아하고 한국 문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지만 문학과 역사에는 세계도 들어있는 거니까. 그래서 요즘 역덕후 시즌2 찍으면서 세계사 책들 많이 읽고 듣고 하면서 세계문학에도 관심을 좀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썬킴의거침없는세계사 #25가지질병으로읽는세계사 #깃발의세계사 등등을 읽고 들으면서 세계사 갬성에 좀 더 젖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창비 시크릿 서평단을 만났다. 뭐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어서 세계 고전을 엄두도 못 내고 있던 내게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랜덤으로 도착한 책은 D.H로런스의 패니와 애니였다. 뒷면에 크게 적혀있는 것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D.H.로런스 인간의 성과 육체, 관계를 탐구한 로런스의 대표 단편선'이라는 말이었다. 나도향과인가....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는 영국의 이효석과 같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읽어본 바만 가지고는 '성과 육체'를 어마어마하게 드러냈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다만 당시의 기준으로는 좀 더 노골적이고 주체적이고 발칙한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거나 혹은 심지어 죽어버린 한 남성의 육체를 두고 임신한 부인과 그 남성의 어머니 사이에 도는 팽팽한 긴장감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런 수식어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향보다는 이효석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성과 육체'가 주라기보다는 자연속에서 사는 서민들의 삶에는 에로티시즘이 당연하게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본능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좀 더 그 본능에 가까운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일단 흥미로운 것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나보다 싶은 거였다. 우리 나라의 농부들이 저기서는 광부들일 뿐, 서민들의 삶은 거기서 거기구나 싶었다. 사람들의 관계, 부모와 자식 관계, 고부관계까지도.... 저 나라도 엄마들이 아들걱정하는 거 유난스럽고 시월드 유난스러운 건 똑같았나보다....싶었다. 특히 '국화냄새'에서는 아, 저 나라도 국화가 암시하는 바가 죽음인가?했다가 아 우리 장례식이 서양식이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며느리에게 잔소리하거나 질투하는 시어머니 모습을 보며 와 저 나라도 비슷하네 싶었다. 신기했던 점은 저 나라는 좀 결혼 시기가 늦은 느낌이었을까..? 싶었던 것이 패니와 애니. 와중에 서민들의 삶이 감자먹는 사람들 같이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거 같은 것도 신기했다. 뭔가 동질적이고 이질적인 느낌이랄까.

에리히프롬인지 알랭드보통인지 둘다 아닌지(오 진짜 기억 안 나는데 누군지 알면 댓글 좀 달아주세요....) 누군가 그랬다. 결혼이라는 게 사회적 계약이라고. 그것은 높은 계급(?)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고. 지배계층은 머리와 계산으로 결혼을 정략적으로 선택하고, 그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여긴다면, 생산계급으로 내려갈수록 진정하게 마음으로, 혹은 아랫도리로 사랑을 하고 자녀를 생산한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결혼은 계층의 이동 수단으로 여겨질 때도 있고, 혹은 계층을 공고히 가르는 수단이 될 때도 있다고. '목사의 딸들'에서 그 내용은 꽤나 적나라하게 두 자매의 삶과 생각, 그리고 목사라는 계급의 탈을 썼지만 가난한, 지위와 소득이 불일치하는 삶을 사는 이들이 딸들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드러난다.

말하자면 자꾸 길어지는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나보다 싶으면서도 우리의 풍속화를 보다가 서양의 유화를 보는 느낌으로다가 사람들의 삶을, 역사책의 한 단어에 돋보기 대듯이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책을 재밌게 읽었다. 기회가 되면 이런 식으로 랜덤으로 똑 떨어지는 고전들을 더 읽어보고 싶다. 아직 뭔가 고를 엄두는 안 나는데, 서양 고전은 좀 더 읽어보고 싶다. 흥미돋는다. 좋은 기회를 주신 창작과 비평사에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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