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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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분명고양이가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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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애도 #슬픔 #삶 #죽음

이 책의 리뷰는 결론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작자와 내가 아주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이걸 카테고리를 힐링이나 위로가 아니라 진로쪽으로 넣어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 나라에 이런 직업이 있었나? 상담사나 장례지도사쯤 될까? 처음에는 죽음을 너무 자주 얘기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하려는 전략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다만 내가 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하면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에 대한 호오가 엇갈리듯이, 작자의 직업도 그럴 뿐이었다. 또한 내가 아이들에게 진심이듯이, 그녀도 죽음에 대해 진심일 뿐이었다. 다만 죽음을 동경하거나 시행하는 쪽으로 진심이 아니라 죽음을 애도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힘을 주는 데 진심인 것일 뿐. 사실 그럴 뿐인데 대상이 ‘죽음’과 ‘시신’이다보니 이질감을 크게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이후의 동질감과 타인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작자의 방식에 대해서는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위로’는 타인을 향한 마음과 함께 자신을 챙기고 사랑하며 버틸 수 있는 마음의 힘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은 우리 말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은 말로 감히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모를 위로를 전해야하는 애도 전문가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살아있는 우리의 삶을 때로 버텨내고, 유지하며, 애도하고, 응원하는 방식을 담은 책이다. 그래서 ‘기적의 꽃(굉장히 특이한 선택을 하는 사람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과 같은, 그러나 생활인의 한 사람인 저자가 자신의 삶에 항상 상주하는 죽음에 매몰되지 않고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법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죽음 주변에 사는 사람이 꼭 우울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의 직업이니까. 그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애정하는 일의 영역일 뿐이니까. 다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유쾌하게 말하기 위해서 그에게는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와 연어가 필요했고, 우리에게도 그런 것들은 있게 마련일 것이다.

다만 고양이에 대한 책은 절대 아니다. 혹시 제목을 보고 들어오면 크게 실망할까봐 말한다. 고양이는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대상 중 하나이다. 그녀의 삶에 행복을 주고 버티게 하며 타인에게 위로와 애도를 보낼 수 있는 힘을 주는 대상이다. 비슷한 대상으로 연어와 프레세코 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천국에도 분명 연어가 있을 거예요’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천국에도 ‘당신이 사랑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작자는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경험, 그 사람들과 죽음 이후로도 영적으로 연결되어있다는 경험 등을 통해 올바른 애도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저자에게는 이것을 전혀 무섭지 않게, 따뜻하게, 오히려 행복한 경험과 위로로 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애도의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 자신의 일상을 좀 더 소중히 하는 모습을 통해 힘을 얻고 싶은 사람, 본인이 ‘기적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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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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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땅의야수들 #다산북스 #도서제공 #서평단 #역사 #근대사 #현대사 #한국사

한참을 여운에 젖어있었다. 소설 한 편을 보았다기보다는, 격동의 근현대사를 그린 AP통신의 잘 짜여진 르포 다큐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기묘하게 반쯤 외국인의 눈으로 쓰인, 그러나 고증이 꽤 잘 된, 묘하게 번역인 게 확실한데 자연스러운 문체 등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개별 인물에 감정이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르포 다큐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은 거리를 둘 수 있기도 했다. 혹은 소설 #탁류 나 #무정 이 생각났고 #미스터션샤인 이 생각났다. 거기서 좀 더 범주가 넓어진 것으로 말이다. 조금은, 그래도 조금은 더 좋은 결말을 내줄 수는 없었을까. 그럼 현실감이 없었을까.

지금의 나는 옥희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화려한 시절을 지나는 불안함과, 시대사의 부침에 흔들리는 옥희의 모습. 거 꼭 빗나가는 사랑의 마음. 좋지 못한 자들이 갖는 기묘한 매력. 그런 것들이 사뭇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었다.

끝내 성수나 한철이 같은 심정적 배신자들이 몰락하지도 않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그땐 그랬다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상대가 있는 사람들이 옥희를 탐하는 것 등이 못내 마음 시렸다. 그러나 옥희가 끝내 꿋꿋하게 살아내는 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아쉬운 소리를 해내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에서도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돌아가더라도 그 안에서 꿋꿋하고 용기있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에 한참을 몰입해서 꽤 두꺼운 책인데도 놓을 수 없었다.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역사였고, 또 그 안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나누며, 사랑도 하고 배신도 하며 살아가는 존재였다. 시작부터 호랑이 기운을 받은 소설이라서인지 호랑이를 닮은 작은 땅에서 지성보다 야성으로, 머리보다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뜨거운 사람들이었고 그 안에서는 심지어 일본인 장교인 야마다나 이토(너는 좀 얄미웠다)도 같았으며, 결국 살아남거나 죽어간 작은 땅의 야수들이 야성으로 포효하며 존재했던 기록과 같았다. 은실, 단이, 옥희, 연화, 월향, 정호....까지만 쳐주고 싶은 주인공들은 한 순간도 운명에 휩쓸려가거나 운명을 탓 하지 않는다. 오롯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을 위한 것이라면 뭐가 되었든 마땅히 감내해가며 앞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간다. 그 길이 비록 남들이 생각하는 워너비의 길이 아니더라도, 누가 들으면 말리고 남을 길이라도. 순응이 아닌 선택으로, 도망이 아닌 나아감으로. 그들은 분명 하나하나 호랑이 기운을 받은 작은 땅의 야수들이었다.

아, 근데 난 정말 성수랑 한철이가 재수없어서 참을 수가 없다. 한철이는 등장에서부터 주제파악 더럽게 못하고 게다가 옥희는 눈이 삐었고 그냥...등장에서부터 배은망덕의 냄새가 풀풀 나는데 그놈을 꼭 잘 되게 해야 속이 시원했나!!!!!! 옥희의 로망에 빨대 꽂아 쪽쪽 빨아먹고도 이기적인 마음으로 성취는 홀로 이룬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와 꼭 닮은 성수 밑으로 들어갈 때부터 이럴 줄은 알았지만, 자기의 이기심과 야망으로 옥희의 귀한 순정과 시간과 로망을 짓밟은 그런 허황된 '야망캐'가 '야!망(했다)캐'가 되기를 바란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 꺼삐딴리 같기도 하고 막 너무 얄미워서 홀로 아내의 유혹 마지막 짤 생각하며 막 캐붕까지 시켜보게 되는데!! 작가님그러셔야 하셨는가....와중에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에서 #봄날의햇살최수연 똥볼 차는 연애하는 것마냥 옥희가 일평생 한철이한테 꽂힐 건 또 뭐란 말인가. 옥희 팔자도 참 옥희 팔자다. 으휴. 미꾸라지 너 이자식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역시 첫 인상 과학론이냐구!!!! 하지만 그만큼 혼란스럽고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사실적으로 그리되 그 안에서 철수라는 작은 희망을 더 진하게 남기고 싶었겠지.

마지막 부분의 '삶은 견딜만 한 것이다' 부분에서는 위화의 '인생' 과도 비슷한 결의 냄새가 났다. #파친코 를 보지 못해서 자세한 비교는 할 수가 없지만, #미스터션샤인 을 재밌게 본 적이 있다면, 단언컨대 이 책에 빠져들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근대사와 현대사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문학적인 배경지식이 있다면 작가가 은근슬쩍 끼워넣은 나혜석, 이상, 박태원,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등의 위인들도 찾으면서 아 이걸 이렇게 숨겨두었네, 하고 웃음짓거나 짐짓 비장해질 수도 있는 재미가 또 쏠쏠하니 참고해서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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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좀 빌려줘 사계절 1318 문고 136
이필원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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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좀빌려줘 #이필원 #사계절 #청소년소설 #책추천 #청소년 #도서제공 #책스타그램 #책추천 #사계절교사서평단

'인간들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한다고 들었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이 혹등고래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무지개빛으로 해사하게 웃는 혹등고래. 사실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룰 수 없었던, 이제는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알 수 없는 첫사랑은 혹등고래였을지도, 혹은 또 다른 무엇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지우기 어려운 두근대는 장면들을 남기고 가버린 존재는 돌고 돌다가 내 곁을 스쳐갔다. 그게 꼭 인간이었을 필요는 없으니까.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 같은 고래라면 이쪽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과의 악몽 같은 기억보다 고래와의 꿈 같은 기억이라면.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데.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겠지만 그랬을지도 모른다. 당신도.

어떨 때는 인간적인 의심을 내려놓아야하는 이야기로, 어떨 때는 인간적인 의심의 촉을 바짝 세워야 하는 이야기로 이야기들은 흥미로운 상상력을 이어간다. 짝사랑이 혹등고래였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생체 냉각 기술이 우리를 먼 곳에서 수입해오는 활어회처럼 대하기 위한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 남 떄문에 혼자라고 느끼고 분노와 절망을 키워가고 있던 아이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호랑이의 이야기......

생각지 못한 아름다운 동화들이었다. SF라기에는 전래동화 같은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어쩌면 인간을 아주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친구가 될 수도, 명령을 받을 수도, 혹은 누군가의 먹이가 될 수도 있는 존재인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발상은 동양화와 같기도 하다. 그 안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더없이 건강해보인다.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이면서 어른들의 동화일 수도 있는 이야기. 현대판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이필원 소설집 #지우개좀빌려줘 의 상상력을 함께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도 지우개 좀 빌려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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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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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숨 #김혜나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깊은숨 #소설 #LGBTQ #퀴어 #요가 #소수자

옴니버스 영화의 포스터를 완성해나가는 것 같았다.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네 편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서 만든 영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단편 소설들이 다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들을 꿰뚫는 키워드를 뽑는다면 퀴어와 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둘의 공통점을 세상이 그어둔 선을 넘어서 '나' 스스로의 감정과 결정에 오롯하게 스스로를 맡기는 것에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내게는 사실 낯섦과 익숙함 사이를 오갔다. 아마도 소설들은 '소수자'에 힘을 줘서 소리치기 보다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내면의 소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고 부드럽지만 힘있게 손을 꼭 잡듯이 넘겨주고 있었다. 퀴어도, 가족으로부터 버려졌던 사람도, 아주 멀쩡한 줄 알았지만 혼외자를 여럿 만들고 책임지지 않은 인간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태어나서 마음으로 아버지와 같은 어머니의 여성 애인을 받아들였던 사람이 있었고, 다자연애를 꿈꾸는 사람도, 그것을 온몸으로 밀어내는 사람도, 컨트롤되지 않는 애인과 아들 대신 서로에게 마음을 의지하는 여성들도, 힘든 퀴어 연애로부터 도망쳐서 딸을 키우며 여성학을 공부하면서도 계속 애증의 상대를 그리워하는 여성도. 자극적이지 않은 맛으로 아주 일상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린 표고버섯 과자맛처럼. 살아보지 못한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것은 반드시 자극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사실 소수자의 삶이 아니라도 타인의 삶은 영원히 살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수자의 삶은 더욱 멀게 느낀다. 그저 우리는 그 어떤 타인의 삶도 살 수 없는 존재일 뿐인데. 복식 호흡을 하듯이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나는 살아볼 수 없는 타인의 삶에서 요즘 '나'에 수렴하고 있는 나의 생각을 두드리는 언어들을 읽어냈다.

P.14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는 확신이 인간관계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P.77 내가 무언가 잘못이라도 했을까? 나의 어떤 부분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이유는 오직 스스로 행복ㅎ지기 위함일 뿐이었다.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적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안 좋은 일을 맞이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에게 가르쳐주기를, 이때는 이렇게 하고 저때는 저렇게 하라고, 그러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가르쳐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P.81 "요가는 타인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야. 지금 너보다 나은 사람처럼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네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P. 138 그래. '나'라는 존재는 어느 누구에게서 발생한 게 아니고, 어느 누구에게 속해있지도 않았어. 나는 그저 존재할 뿐이지. 마치 그날 바라본 친어머니의 눈처럼, 그 속에 담긴 하나의 영혼처럼, 나도 그저 존재하고 있어. 내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은 나의 친부도 친모도 아닌, 나 자신이었어. 내가 찾아야할 존재는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진실.

우리는 오직 '나'로 산다. '나'가 되기 위해 '나'로 산다. 그 어떤 타인의 삶도 우리는 살아볼 수 없다, 관조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게 다수자든 소수자든 그 무엇이든 다를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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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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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일보송가을인데요 #밀리의서재오디오북 #밀리의서재 #한겨레출판 #송가을 #송경화 #언론 #현장 #휴머니즘

대학교에 다닐 때 학보사에 몸담았었다. 사진기자로 들어갔고, 언론쪽에 뜻을 두지는 않았었지만, 사진에 좀 더 관심이 있었고 도피할 곳도 필요해서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야말로 살아있는 곳 같아서였다. 정말이었다. 늘 바빴고, 순간이 중요한 사진기자는 열외였지만 기자들은 날밤을 잘 새웠다. 그리고 그때의 동기 선후배들은 많이들 기자로 일하고 있다.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못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말을 어려워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막 웃을 얘기지만 정말 그렇다. 실없는 얘기, 재밌는 얘기, 수업, 상담 이런 건 좀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정작 내게 도움되는 이야기라든지, 혹은 어려운 이야기 꺼내는 것은 유독 어려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하고 말지. 근데 기자는 그런 영역이 아니다. 아쉬운 소리도 해야하고 죄송한 소리도 해야한다. 그걸로 기사를 쓰기 위해서인데, 그럼 취재원에게 가끔은 이득이 되는 이야기도 아닐 거라서 더 어려울 것 같다. 가끔 취재원에게 이득이 되는 이야기는 던져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게 상생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용이나 안 당하면 다행 아닐까. 그만큼 똑부러지고 영민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좀 더 영민하고, 민첩하고, 사회생활 만랩이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수용성이 좋고, 기동성도 좋고, 마음도 좀 더 무디고, 체력도 좋아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송가을 기자가 자신의 뒤로 들어오는 신입 원서수가 줄어든다고 했을 때, 문득 내가 몸담았던 학보사에서 그런 걱정을 똑같이 했던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세상이 변하는 것이, 이렇게 반영되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또 마침 딱, 그때의 학생들이 졸업해서 입사하면 그때쯤인가 싶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다.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는 참언론인에 꿈을 품고 성장해나가는 내 또래의 기자였다. 기자의 세계를 직업인의 세계로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조금은 소설 다운 판타지도 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현장을 종횡무진하면서 때로 인간적 고뇌를 겪는 송가을 기자의 모습에 빙의해서 소설에 빠져들었다. 밀리의 서재에서 성우분이 읽어주신 오디오북으로 접해서인지 더 짬나는 대로 들을 수 있었고, 금단현상처럼 못 듣는 순간에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흥미롭고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또 취재를 부지런히 따내면서도 또래 기자에 대한 생각이나 취재원에 대한 연민, 혹은 어려운 취재를 앞두고 하는 걱정 등 인간적인 면모를 계속 보여주는 송가을 기자의 모습에 진하게 빠져들 수 있었다. 미안한 게 많은 세상에서 조금 덜 미안해지는 일을, 그녀는 분명히 해내고 있었다. 배우며 성장하며 생각이 달라진다 해도 그 기준만 잃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닐까.

#하니포터4기 활동에서 후속편인 #민트돔아래서_송가을기자정치부가다 를 주셔서 시리즈물을 읽기 전에 전편을 먼저 들어봤는데, 벌써 기대가 되고, 이 책도 오디오북으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대한 시야도 조금씩 넓어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사회의 각 면모를 보여주는 경찰물, 법정물, 사회물 등의 각종 드라마나 영화들의 맛보기와 같은 사건들을 기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 참 좋았기 떄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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