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인간관계 - 부자가 만나는 사람, 만나지 않는 사람
스가와라 게이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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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인간관계 #쌤앤파커스 #자기계발서 #사회생활 #인간관계 #서평 #도서제공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추천

지혜로운 사회생활을 통해서 차곡차곡 성장하고 싶다면?

사회생활이,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고난 인싸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사회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또한 기준도 여러가지인 것 같고 사람도 사람 나름이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고, 대체 이상한 사람이 상사가 되는 건지 상사가 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은 왠지 몇 천 년 전의 그리스에도 있을 법한 진리들이 농축된 책이라 사실 어찌 보면 흔할 수도 있고, 또 이런 책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꾸어 이야기하면 아마 이 책은 예로부터, 누구에게나 상통하는 진리가 많기 때문에 고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이 책만의 매력은 뭘까?

일단 길지 않다. 짧게 짧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명확하게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알려준다. 특히 소주제 안에서 해야할 일을 ( o), 하지 말아야 할 일을 (x)로 가려 표기해준 것은 자칫 상투적이고 추상적일 수 있는 조언을 명확하게 해주는 요소가 된다. 예를 들면 "지각은 나빠" 혹은 "지각하는 사람은 모두가 싫어하지"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 하는 말에는 "지각하지 말아야지" 처럼 상투적인 대답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x) 시간에 집착하지 않는다. (x)시간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o)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한다. 같은 명확한 행동지침을 줌으로써 하나하나 따라하기 좋고, 구체적인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인간관계, 사소한 것으로부터 발견하는 됨됨이, 시간, 사람에 대한 평가, 돈에 대한 생각, 산뜻하고 담백한 관계처럼 테마를 나누어서 적확한 사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낸 덕분에 쉽게 읽힌다. 필자가 일본 사람이다보니까 말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 꽤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읽는 재미였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단호한 부분에서는 굉장히 단호한데,특히 시간에 관해서 매우 단호하고 배울 부분이 많았다.

이 책에서 '부자'란 '지혜로운'사람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지혜로움으로 부를 경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 관계에 대한 원칙을 공유해주는, 귀한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한때 나는 어른스럽지 못하게도 오지랖이 굉장히 넓어서 어떻게든 타인에게 좋은 말은 해주고 독이 되는 말은 피할 수 있게 전해주는 것이 옳다고 믿은 적이 있었다.그를 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의 관계란 꼭 그렇지 않아서, 그런 것들이 오해를 낳고 나의 인간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여러 명언들을 거치고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나는 가치 없는 사람에게 그를 구하고 대신 그의 비난을 뒤집어쓰는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었다. 어른들은 굳이 대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행동으로 당신에 대한 평가를 전한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가? 혹은 지혜로운 사회인이 되고 싶은가? 사사건건 일이 말리는 기분이 드는가? 혹은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데 타인이 너무 제각각이라 힘이 드는가?

그렇다면 나를 중심으로 삼되, 나 중심적이 되지 않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해드린다. 왠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그런 진리를 하나씩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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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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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머니 #쌤앤파커스 #금융 #빅브라더 #서평 #도서제공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세상에 좋기만한 것이 있을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한다. 어제는 진리였던 것이 내일은 지나간 것이 된다. 삶은 나날이 편해진다. 하지만 발전에도 늘 부작용은 있어왔다. 사람이 편해질수록, 사람이 소외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보이는 많은 것들에는 늘 반대급부에서 적당히 당겨주는 힘이,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화폐가 생기고 정착하는 데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물물교환을 대체할 간편한 시스템으로 화폐 시스템은 결국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 혹은 그 이상을 이어온 화폐 시스템을 대체할 전자화폐와 암호화폐, 핀테크 등이 몰려온다. 물건이 화폐가 되더니, 이제는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 사람들이 손에 쥔 것이 작아지더니 이제는 아예 클라우드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솔직히 편하다. 삼성페이가 세상 편해서 갤럭시 휴대폰의 매력을 포기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이 실물 화폐에서 카드로, 그리고 이제 전자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가면서 기가막히게 코로나가 유행하고, 비대면 은행업무까지 가능해져버리면서 실제로 은행 점포 수도 줄고 있다. 바야흐로 지갑이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지폐가 클라우드 속 가상의 존재로 바뀌는 시대가 와버리면서 지폐를 취급할 사람의 위상도, 지폐의 위상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뭔가 찝찝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 이후로 더욱, 이 찝찝함이 증폭됐다. 카카오로 로그인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카카오가 관장했던 은행 업무와 페이까지 전부 마비되는 순간이 오면서, 사실 다른 수단들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금융 수단 하나가 마비되어 혼란을 겪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만약 화폐 경제가 완전히 클라우드 경제로 전환된 상태에서 이런 일이 거국적으로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게다가 요즘은 현금 결제한 내역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산관리 어플까지도 내가 어디에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어떻게든, 내 소비의 흔적을 남기고 그 데이터는 앞다투어 기업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어떤 사람이 만약 현금만 쓰면서 휴대폰도 쓰지 않고 버틴다면, 마치 없는 사람처럼 살 수 있을 만큼 요즘은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휴대폰과 카드와 페이 사용이 어떤 사람의 정체성까지도 형성하고 있는 시대가 와버린 게 아닐까 싶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상 못할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사실은 결국 그런 시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아직은 비트코인의 실체가 와닿지 않는 나에게도 비트코인이 당연한 시대가 올까? 는 긴가민가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클라우드 머니의 시대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흐름을 마냥 따라갈 것이 아니라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져야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의 편안함을, 주식과 비트코인을 모르고 클라우드 머니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듯이 몰아가는 세상을 경계한다. 요즘은 버스조차도 현금 없는 버스가 생겨서 논란이 된 적이 있을 만큼 카드 사용이 권장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과연 현금이 도태되고 결국 사라질 만큼 궁지에 몰리는 게 옳으냐고, 우리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빅브라더의 감옥을 더 공공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 '클라우드 머니'를 통해 역설적으로 금융 산업의 현주소, 디지털 금융과 화폐, 클라우드 머니의 속성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며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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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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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맛있는하루를보내면좋겠어 #츠지히토나리 #에세이 #레시피북 #식구 #사랑 #아버지 #북스타그램 #책추천 #책스타그램

'식구'의 의미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랑이 느껴진다.

조금은 말이 많고 섬세하고 수다스러운 아빠의 삶을 담은 레시피북이다. 아마도 이 한 권을 아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이 책을 출판한 것이 아닐까 싶은, 그 식탁의 온도와 분위기를 담은 사진첩이나 인스타그램 피드 같기도 한 그런 책. #냉정과열정사이blu 를 썼던 작가는 치열하게 그 사이 어드매의 현실을 살아내고 있었다. 어떤 일로 굉장히 유명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없이 사라졌더라도, 그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참으로 치열하게, 그러나 요람만은 흔들리지 않도록 잔잔하게 그와 그의 아들의 생에서 먹고 살며 버틴 이야기들을 불멍하면서 담담하게 풀어놓듯이 조곤조곤 풀어놓았다. 생각해보면 아들과 45세 차이가 나고, 그 아들이 대학에 갈 만큼 나이를 먹은 작가인데도 섬세함은 요즘 젊은 아빠들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연륜에서 오는 이야기들은 추운 날 오랫동안 푹 끓여 깊은 맛이 나는 따뜻한 육수를 한 그릇 마신 것처럼 은은하게 마음에 퍼진다.

작가가 도피처라고 말했던 부엌은 '온기'가 가득한 곳이다. 불을 켜고 음식을 삶고 볶으면 삶의 냄새가 뭉근하게 피어오른다. 꽤나 힘들던 어느 시기를 지나면서 나는 '식욕'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의 의지와 연결되어있는지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발전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폭식이라도 할 의지가 들었지만, 삶의 의지가 떨어져갈 때는 뭔가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몸이 그러면 안 된다고 쥐어짜내어 보내는 신호였던 허기도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 힘든 시간을 살아낸 작가에게 '먹이기 위해서' 요리를 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게 한 존재인 아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면서, 그들이 식탁에서 주고 받는 소중한 이야기가 따뜻하고 흥미롭게 느껴져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행복을 나눠먹으면 두 배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책이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는 사람들, 맛있는 것을 앞에 두고 진정 '식구'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책을 읽다 떠오른 반 아이들 두 명에게 이 책을 작은 편지와 함께 선물했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 부옇고 차가운 물 속에 손을 넣고 쌀을 박박 씻으면서 '지지 않을 거야.'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세상을 향해 이를 악물던 작가는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이 얼어붙어 잘 먹지도 않고 마음을 다친 아들을 보고 자신의 아픔에 취해있기보다 아들의 마음을 온기로 녹이기 위해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점점 '맛있게 할 거야'로 바뀌는 마음을 확인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먹이고 먹으며 주방에서 생활하며 더 맛있는 요리를 통해 아들과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그래서 작가의 요리는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그의 생각이고, 삶이며, 그가 지켜온 가정이고 식구다. 아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대화를 열어가며 진정한 '식구'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 식탁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세계를 먹이고, 그것을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듯이 알려준다. 말하지 않으면 몰랐을 정성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삶의 맛에 대해서, 표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사랑에 대해서.

가정식 레시피라서 레시피도 꽤 쉽고 보고 있자면 식욕이 돌아서 삶의 의지가 충전되는 것은 덤이다. '삶의 의지'가 필요하고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고 버텨내고 지나가는 '용기'가 필요하고 식탁 앞에 앉아 조곤조곤 말을 거는 말동무가 필요한가?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아마 작가가 조곤조곤 말을 걸어올 것이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자,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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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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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4기_잠자는숲속의소녀들 #잠자는숲속의소녀들 #수잰오설리번 #사회 #질병

"우리가 질병의 문화적 모형을 신체화하는 겁니다."

이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화병'은 공식 용어로도 홧병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불의질병'이라고 번역했는데, 꽤 재미있고 정확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로 hwa-byung 하면 무슨 뜻인지 확 와닿지 않으니까. 한국에 다른 나라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 말그대로 정착한 화병이 있듯이 어느 나라에서는 체념 증후군이, 어느 나라에서는 그리지 시크니스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게 너무 당연해서 '왜?'라는 의문을 가져보기 어려웠다. 왜냐면 말그대로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듯이 당연하게 접하는 문화 속에서 접하게 된 질병이기 때문이다. 숨을 왜 쉬는지 생각하지 않듯이, 화병이 왜 생기는지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체념증후군이나 그리지 시크니스 같은 병은 꽤 낯설고 희한하게 느껴졌다.

'질병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회적으로 패턴화되는 행동이다.' 라는 것은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길이되려면 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 아픔이 길이되려면이 정말 와닿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 사회 각 계층이 겪는 세부적인 화병의 이야기라면(해당 책이 화병을 다루었다는 내용이 아니라 한국의 심인성 질병 등을 본 리뷰에서는 화병으로 통칭하기로 하였다.) 이 책은 거기에 문화인류학적인 내용을 더해 범주를 훨씬 넓혀놓은 책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89p. 우리는 분위기나 정서적인 행복, 심지어 성격까지 신체화한다. 자신감 있는 사람은 확신에 찬 자세로 선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같은 사람이라도 기분이 저조할 때와 행복할 때 앉는 자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타인의 몸짓을 보고 그들의 의견과 태도, 분위기를 예측한다. 소통할 때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몸짓을 사용한다. 기쁨을 나타내기 위해 미소 짓고 동의한다느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몸짓은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에 굉장히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학교를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라는 것은 작은 사회라서 그곳이 어디에 위치해있느냐, 구성원들의 성비가 어떠하냐, 학교 문화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학교'라도 너무나도 온도차가 크게 발생했다. 이걸 똑같이 '학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달랐고,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 학교의 구성원들인 교사나 학생들, 학부모들의 마인드도 너무나 달랐다. 어떤 학교에서는 괜찮았던 행동들이 어떤 학교에서는 너무나도 이상한 행동이었고, 어떤 학교에서는 금기됐던 행동들이 어떤 학교에서는 권장되는 행동이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굉장히 교육적인 행동일 수 있는 것이 어떤 학교에서는 비호감적인 행동이었고, 당사자인 나도 어디에서는 행복하고 이게 천직이다 싶었는데 어느 곳에서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빨리 탈출하고 싶기도 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다행이고, 다양한 학교 문화를 접해서 그것이 온전하게 내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만나지 말았어야하는 인연처럼 만났던 학교에서는 병을 얻기도 했었다. 머무는 기간이 짧고, 환경의 특수함을 알았기 때문에 체념 증후군이나 그리지 시크니스처럼, 혹은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타죽어버리기 전에 대책을 세울 수 있었지만 특정 공동체의 '상식'이란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군가에게 심인성 질병을 짐지우거나 그것을 짊어질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할 것이다.

책의 뒷면에 적혀있다. 때로 질병은 우리가 선택한 삶이 우리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마음이 보내는 신호'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그것이 반드시 개인의 나약함이나 개인이 극복해야할 대상으로만 읽힌다면 그것또한 집단의 '상식'이 저지르는 집단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심인성 질환이 사회에 유행하거나 특정 계층 혹은 특정 조건에 놓인 사람들에게 주로 발병한다면, 상식의 관성을 깨고 과감하게 '왜' 를 물어야 할 것이지 질병 당사자들을 희생자로 만들고 말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왜'를 묻고, 인류학적 관점에서 질병을 바라보는 이 책의 가치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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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버리기 - 초등교사의 정체성 수업 일지
송주현 지음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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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아이버리기 #다다서재 #송주현 #초등교사 #초등학생 #육아 #교육 #정체성 #서평단 #도서제공

책이 정말 쉽게쉽게 읽혔다. 작가님의 말과 글은 신기할 정도로 쉽고 재밌었다. 교사들끼리는 농담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은 초등학생 같고 중학교 선생님은 중학생 같고 고등학교 선생님은 고등학생 같다고 하는데, 정말로 초등학생 눈높이의 화법을 완벽하게 구사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감탄했다. 게다가 모드가 세분화되어있어서 맡는 학년별로 맡은 아이들에게 친구들의 모습을 한 어른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정말이지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의 초등학생을 기르는 부모님들에게는 필독서로 권할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식이 없는 나도 하나하나 격하게 끄덕거리며 읽었다. 특히나 아이들의 정체성을 길러주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문답이나 혹은 지도 방법 면에서 저자의 방식은 매우 탁월해서 지금부터라도 배워두면 내 자식, 남의 자식, 심지어 성인인 본인에게까지도 적용할 만한 부분이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격하게 끄덕거리며 읽은 이유가 또 있다면 읽으면서 꽤나 마음이 부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서 그 아이의 성장 배경을 헤아려보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았고, 게중에는 어려서부터 사회성이 부족했고 지금도 부족해서 여전히 친구가 별로 없는 나의 모습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랬구나.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 생각보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현재의 내 모습이 형성되어오기까지의 과정들이나 과거 나의 모습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랬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왜 내가 그간 꾸준히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했는지를 좀 깨달은 느낌이랄까? 저자님처럼 완성된 어른이 못 되어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함께 성장해주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반 아이들의 이런 면들이 어떻게 형성된 것이겠구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제라도 내 내면 아이 정체성도 부드럽게 안아주고 단단하게 길러주는 유지보수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굉장히 고질적으로 막연하게 고민해오던 문제에 대해 좀 명쾌하게 고민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착한 아이'는 교사로서, 특히 담임 교사로서 고마운 존재다. 그렇지만 고등학생쯤 된 아이가 마냥 착하기만 하면 대학교 가서 소위 말하는 '호구'가 되지 않을까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나는 예전에 졸업한 학교 학보사의 졸업 선배 칼럼 연재를 요청받았을 때 '착한 호구들의 세상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을 쓰기도 했었지만, 그런 세상은 사실 유토피아가 아닌가. 그렇다고 애들한테 나쁜 아이, 재수없는 아이, 싸가지 없는 아이가 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 방향도 사실 굉장히 애매하다. 물론 교육적이지도 못하고. 그런데 막연하게만 고민하던 그 문제에 대해서 본문과 작가의 말을 읽으며 '정체성'과 '존중'. 그 균형을 잘 잡아주면서 착한 아이도 나쁜 아이도 아닌 건강한 정체성을 가진 아이로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갈등을 권장한다는 파트에서는 매우 공감했는데, 학교는 작은 사회니까 그 안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이 꽤나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해도 어릴 때 망해야 작게 망하지 않는가. 깨지고 부숴지는 것도 그렇고. 나이를 먹을수록 망하는 스케일이 커진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하곤 하는데, 그렇다면 아이들을 억압하고 착하게 키우는 게 아니라 갈등을 권하고 다스리는 법을 알게 하는 것이 옳다. 고등학생쯤 되면 좀 늦은 느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 아이니까. 조금은 내가 할 몫이 남아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일화들에서 도무지 초등학교 1학년들 같지 않게 교사를 포함해 서로를 위로하고 때로는 예의를 차리며 혹은 선생님을 도와주려는 모습들은 너무나 맑고 귀여워서 힐링도 되었다. 그런 맑고 귀여움이 투명하고 단단한 수정처럼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굳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의 공동 양육자인 어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며 일면 우리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혹은 초등학생보다 더 자란 아이들의 내면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시절의 내면아이를 다독일 수도 있다면 이 책은 그런 책임을 진 우리 모두의 필독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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