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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머니 - 화폐의 최후
브렛 스콧 지음, 장진영 옮김, 이진우 감수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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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기만한 것이 있을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한다. 어제는 진리였던 것이 내일은 지나간 것이 된다. 삶은 나날이 편해진다. 하지만 발전에도 늘 부작용은 있어왔다. 사람이 편해질수록, 사람이 소외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보이는 많은 것들에는 늘 반대급부에서 적당히 당겨주는 힘이,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화폐가 생기고 정착하는 데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물물교환을 대체할 간편한 시스템으로 화폐 시스템은 결국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 혹은 그 이상을 이어온 화폐 시스템을 대체할 전자화폐와 암호화폐, 핀테크 등이 몰려온다. 물건이 화폐가 되더니, 이제는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 사람들이 손에 쥔 것이 작아지더니 이제는 아예 클라우드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솔직히 편하다. 삼성페이가 세상 편해서 갤럭시 휴대폰의 매력을 포기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이 실물 화폐에서 카드로, 그리고 이제 전자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가면서 기가막히게 코로나가 유행하고, 비대면 은행업무까지 가능해져버리면서 실제로 은행 점포 수도 줄고 있다. 바야흐로 지갑이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지폐가 클라우드 속 가상의 존재로 바뀌는 시대가 와버리면서 지폐를 취급할 사람의 위상도, 지폐의 위상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뭔가 찝찝해진다.
그런데 얼마 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 이후로 더욱, 이 찝찝함이 증폭됐다. 카카오로 로그인할 수 있는 모든 것들, 카카오가 관장했던 은행 업무와 페이까지 전부 마비되는 순간이 오면서, 사실 다른 수단들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금융 수단 하나가 마비되어 혼란을 겪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만약 화폐 경제가 완전히 클라우드 경제로 전환된 상태에서 이런 일이 거국적으로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게다가 요즘은 현금 결제한 내역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산관리 어플까지도 내가 어디에 돈을 어떻게 썼는지 알고 있다. 디지털 화폐는 어떻게든, 내 소비의 흔적을 남기고 그 데이터는 앞다투어 기업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어떤 사람이 만약 현금만 쓰면서 휴대폰도 쓰지 않고 버틴다면, 마치 없는 사람처럼 살 수 있을 만큼 요즘은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휴대폰과 카드와 페이 사용이 어떤 사람의 정체성까지도 형성하고 있는 시대가 와버린 게 아닐까 싶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상상 못할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사실은 결국 그런 시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아직은 비트코인의 실체가 와닿지 않는 나에게도 비트코인이 당연한 시대가 올까? 는 긴가민가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클라우드 머니의 시대를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흐름을 마냥 따라갈 것이 아니라 흐름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져야할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대의 편안함을, 주식과 비트코인을 모르고 클라우드 머니를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듯이 몰아가는 세상을 경계한다. 요즘은 버스조차도 현금 없는 버스가 생겨서 논란이 된 적이 있을 만큼 카드 사용이 권장되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과연 현금이 도태되고 결국 사라질 만큼 궁지에 몰리는 게 옳으냐고, 우리가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빅브라더의 감옥을 더 공공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 '클라우드 머니'를 통해 역설적으로 금융 산업의 현주소, 디지털 금융과 화폐, 클라우드 머니의 속성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저자의 통찰을 따라가며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