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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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각 스님이 세인의 관심을 끌면서

파란 눈의 한국 스님들에 대한 책들이 따라 나왔던 모양인데

뒷북치느라 이제야 무량 스님을 발견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인 모양으로

다들 아- 그 스님! 하건만

세상사 담쌓고 쌓은 모양 무씩한 썩소를 지으며 아, 알아? 한다.

어쨌거나 우리 스님이 사막 한 가운데에 절을 짓겠다고 나서신 것 같은데

그 대담무쌍한 계획에 이르기까지

잔잔하게 자신이 삶을 돌아본다.

1편은 절을 지을 만한 땅을 구하고나서

자금줄을 구하다가 아버지한테 거절의 편지를 받고서 낙담한 대목에서 끝이 났다.

진리와 자신을 찾겠다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은

과거 우리 대학 시절과 다를 게 없지만

이녁땅에서 오신 스승을 만나 비행기타고 남의 나라로 날아오신건

아무나에게나 돌아가는 행운은 아닐 것이다.

복이 많으신지, 고생문이 훤하신지.....

어쨋거나 2편도 궁금하고

그 태고사는 과연 다 지으셨나도 궁금하다.

이것이 남들 다 읽고 난 다음에 하릴없이

몇 년 지난 책을 읽는 꿈뜬 독자의

고충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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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열린책들 세계문학 1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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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을 불문하고 옛날 이야기가 재미난 건

다들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데다

걸핏하면 나타나는 우연과 행운의 여신이 

주인공을 행복하게 해 주는 쪽으로

미소를 지어주기 때문이다.

그 옛날 언젠가 읽었을 대위의 딸을 문득 다시 집어 읽었음에도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읽은 것처럼 낄낄대며 재미있어한 건

아름다운 인간의 망각 덕분이겠다.

반란군이 쳐들어 와서 용감무쌍하게 요새를 지키던 주인공,

사령관이 돌격! 명령을 내리고 미친 듯 적을 향해 달려가다 문득

뒤돌아보니 요새 밖으로 뛰쳐 나온 인간은 사령관까지 합해 딸랑 3명

나머지는 다 멀뚱멀뚱 요새 안에서 비비적대고 있다.

하여 적군은 우르르 그들을 밀고 요새를 점령해 버리고

사령관의 목을 대롱대롱 달아 버린다.

이 얼마나 장엄한 전투 장면인지!

포탄이 퍼붓는 전쟁터를 사자처럼 표요하며 달려가는 주인공!

머 이딴 할리우드 식 영웅이란 얼마나 비현실적인 치장에 불과한지,

그래서 더더욱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그 솔직하고 찌질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다시 한 번 확- 가슴에 와 닿으며 현실적으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어쨌거나 우리의 주인공은 이런 저런 시련과

이런 저런 행운을 통해 멋진 싸나이가 되고

역시나 멋진 여성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으니,

푸시킨의 유머와 입담이 가히 우리 고전에 버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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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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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짜증이 났다.

이게 뭐야? 뭐 어쩌자고?

난데 없는 푸쿤지 포콘지 귀신 시나락까먹는 소리에

심란한 저주 타령에........

 

시간을 요했다.

5/1가량이 넘어가면서

말투가 달라붙기 시작하자

아하, 이거야 말로 미쿡의 박민규가 아닌가! 

말빨이 장난 아닌데다 걸핏하편 아랫도리 들먹이는

19금 수준의 저질 유머라니,

그 와중에 또 벼락맞을 정도로 정치적인데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 스토리까지,

한 마디로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식

대하 -아니 짧은 삶이라니 대하는 아니겠고- 드라마가 아니던가!

바람만 안 피웠으면 매부가 될 수도 있었을 남자가

처남이 될 뻔 했던 오스카와

아내가 될 뻔했던 오스카의 누나와

장모가 될 뻔했던 오스카의 엄마와

장모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언니들이 될 뻔했던 오스카 엄마 가족들의

스토리를 정말 저질 유머러스하게 객관적으로 까발린다. 

악랄한 독재 정권의 만행을,

가여운 정권의 희생자들을

친구 하나, 애인 하나 없이 평생 왕따만 당했던 소년을

이렇게 걸걸한 입담으로 낄끼덕거리며

소개할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은 가히 억만광년이 아니겠는가!

 

삶이란 참 억울하고 한심하고 기 막히고 말도 안 되는 막장 짬뽕 드라마,

그러니 비웃고 씹고 갈구고 개무시할 수밖에!

이것이 이 책에서 얻은 교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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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전우치전, 박씨부인전 - 비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키는 민중의 영웅들 이야기 겨레고전문학선집 23
허균 지음, 로은욱 외 옮김 / 보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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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술로 세상을 평정하는 이야기 세편,

홍길동전, 전우치전, 박씨부인전, 세 편을 모아 실어 놓았다.

역시나 북한 땅에 남아 있는 예쁜 우리 말들이

인상적이었고 평소 알고 있던 홍길동과 박씨 부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

 

살기가 얼마나 팍팍하면,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얼마나 많으면

사람들은 마법이니 도술이니 하는 획기적 복수 방법을 생각해내는 걸까?

아내의 유혹이나 남편의 유혹처럼

정말로 점하나만 찍으면 떡주무르듯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황당할수록, 비현실적일수록

맺힌 것이 많고 답답한 것이 많은 세상사가 더욱 실감난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내 맘대로" 이야기로 기분을 풀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지랄 같은 세상에서 홧병에 안 걸릴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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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 - 요조숙녀 사정옥과 천생요녀 교채란 한 지아비를 놓고 사생을 결단하다 겨레고전문학선집 22
김만중 지음, 림호권 엮음 / 보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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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가 꽃힌 서가 옆의 서가에

몇 권 같은 색깔로 늘어서 있는 우리 고전문학작품.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솔제니친의 작품들은 교양의 일환으로

이미 제법 젊을 적에 섭렵을 한 터이지만

정작 국어 시간에 배웠던 우리 고전들은

감만중- 구운몽, 사씨남정기

허균- 홍길동전....

뭐, 이 딴 식으로 입시를 위해 달달 제목과 작가를 외웠을 뿐

혹은 아이들 학습 만화를 힐끗 엿보았을 뿐

한 번도 정식으로 읽지 않았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고전을?!

 

뒤적여 보니 북한 학자들이 고전을 읽기 쉬운 현대 언어로

고쳐쓴 북녁의 조선고전문학 시리즈를

보리 출판사에서 겨레고전문학선집으로 제목을 바꾸고

약간의 손질을 가하여 펴냈다.

영어인지 국어인지 모를 남쪽의 언어세계보다

우리 말의 고운 표현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풍부하게 살아있는

북녁의 말을 그대로 살린 점이 독특한 장점이다. 

 

오늘은 사씨 남정기.

김만중이라는 인물이 숙종의 첫째 왕비인 인경왕후의 삼촌이라는 사실도

덕분에 알게 되었고, 50년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

새삼 신선하면서도 우습다.

첩은 나쁘고 조강지처는 착하며

남편은 아무 죄가 없고 오로지 그를 유혹한 첩이 죽일 년이라는 식의

한심한 남성중심적 사고나 

아들 타령이 지겹기도 하고

정숙 및 조숙한 부인의 행실이 따분하기도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구수한 이야기 솜씨는

역시나 이 작품이 고전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이유이다.

잡은 책을 놓지 못하고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홀연히 나타나 도움을 주는 조상 귀신도

갑자기 주막집에서 만나 소상히 지난 일을 알려주는 하인도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나고

세상사 이렇듯 선과 악이 분명하다면

얼마나 살기가 편할까 하는 생각에 실소도 머금지만

본디 그것이 또한 이야기의 기능이 아닐까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뒤를 이어

홍길동 전이 기다리고 있다.

현실을 잊게 하는 우리 이야기들과 더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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