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불문하고 옛날 이야기가 재미난 건 다들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데다 걸핏하면 나타나는 우연과 행운의 여신이 주인공을 행복하게 해 주는 쪽으로 미소를 지어주기 때문이다. 그 옛날 언젠가 읽었을 대위의 딸을 문득 다시 집어 읽었음에도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읽은 것처럼 낄낄대며 재미있어한 건 아름다운 인간의 망각 덕분이겠다. 반란군이 쳐들어 와서 용감무쌍하게 요새를 지키던 주인공, 사령관이 돌격! 명령을 내리고 미친 듯 적을 향해 달려가다 문득 뒤돌아보니 요새 밖으로 뛰쳐 나온 인간은 사령관까지 합해 딸랑 3명 나머지는 다 멀뚱멀뚱 요새 안에서 비비적대고 있다. 하여 적군은 우르르 그들을 밀고 요새를 점령해 버리고 사령관의 목을 대롱대롱 달아 버린다. 이 얼마나 장엄한 전투 장면인지! 포탄이 퍼붓는 전쟁터를 사자처럼 표요하며 달려가는 주인공! 머 이딴 할리우드 식 영웅이란 얼마나 비현실적인 치장에 불과한지, 그래서 더더욱 옛날 이야기를 읽으면 그 솔직하고 찌질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다시 한 번 확- 가슴에 와 닿으며 현실적으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어쨌거나 우리의 주인공은 이런 저런 시련과 이런 저런 행운을 통해 멋진 싸나이가 되고 역시나 멋진 여성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으니, 푸시킨의 유머와 입담이 가히 우리 고전에 버금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