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 영어, 미국화, 세계화 사이의 숨은 그림 찾기 라면 교양 4
문강형준 지음 / 뜨인돌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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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EBS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Power English'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closing ment는 매일 똑같다. With ___ and ___(show hosts' names), You've got the POWER!

영어를 잘하면 넌  Power,힘, 권력을 갖게 되는 거야!
참으로 지금 우리 시대의 세태에 적절한 말이 아닌지?

이 책 제목을 본 누군가가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행복해진다야 아니야? 글쎄.. 생각을 한 번 해 보자는 거다. 그 질문은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랑 비슷하다. 한 마디로 '예/아니오'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현실은 '예'에 가까운 것 같은데, 꼭 그렇게 답할 수만도 없다. 워낙 여러 조건과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하지만 저런 질문들은, '예'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제기된 질문들이다.  돈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사회는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이고, 영어가 행복의 조건이 된다면 그 역시 영어 만능주의, English Fetish가 만연한 사회라는 것이다. 이 책은 English Fetish가 공공연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그 현상에 의문을 던지고, 그에 얽힌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여 영어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자는 취지로 쓰여진 책이다. 

1장에서는 소수언어가 사라지는 원인을 농업혁명, 산업혁명, 제국주의에서 찾으면서 언어와 권력 사이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언어와 언어사이의 권력 관계 뿐 아니라, 권력자들이 어떻게 언어를 이용하여 대중을 선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비단 외국어 뿐만이 아닌 언어에 대해 비판적인 감각을 길러야 함을 시사하는 장이기도 하다.

2장은, 그러한 배경(제국주의)으로 등장한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어가 국제어로서 펴지게 된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다루고 있다. 물리적인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지만, 언어를 매개로 한 제국주의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3장은, 더 범위를 좁혀 우리나라에서 영어 현상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영어가 들어온 때부터 시작된 영어교육의 역사, 세계화에 힘입어 가속화된 영어 열풍 현상, 영어가 성공의 지름길이 되 버린 지금의 현실과 부모의 경제력이 영어교육을 좌우하는 제1의 요소라는 현실을 꼬집는다.

4장은, 영어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계화 현상을 다룬다. 결국 영어가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는지, 영어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보며 그 그늘을 직시하자고 한다. 세계화가 야기시키는 불평등을, 영어라는 언어로 인해 빚어지는 불평등이 과연 정당한가? 질문을 던진다. 영어를 배울 기회가 누구에게 공평하게 열려야 함을,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까지 영어를 강요하지 않도록, 더 나아가 소수가 차별받는 문화 자체를 비판하고 다양함이 어우러지는 사회를 희망한다.

 나 역시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의 이 왜곡된 영어 광풍 현상과 영어가 출세의 도구가 되는, 한 언어가 권력화되어 버린 이 현상에 대해서는 늘 의문과 불편함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영어를 전공한 저자이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목소리가 더 일찍, 전문가 집단에서 나왔어야 했다. 나도 이제 구체적으로 내가 선 위치에서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찾아보게 된다. '영어'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더 멀리 보면, '사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라 본다. '사유'를 하고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그것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낸다. 표현 하고 싶은 자기 생각이 많아지도록 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전달하고 소통하고 싶어할 것이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외국어로 표현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시선을 세계로 넓히도록 도와주고, 표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고기잡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바다를 그리워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처럼.

이 책은 읽기 쉽게 쓰여졌다. 중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나처럼 이 이상한 영어 광풍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며 공감할 것이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사고의 전환을 위해 더더욱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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