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시정지 - 과학 선생들의 현대 과학 다시 보기 양철북 청소년 교양 7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 지음 / 양철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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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도 꽤 빡빡하고 재미와는 거리가 있을 것같은 첫인상과는 너무나 다른 이 책... 책장을 넘기다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 과학쪽의 분야는 내 관심 분야가 아니기에 왠지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이 책은 너무나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가 재밌다!를 연발하며 읽게됐다.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인 과학교사들이 책을 만들었단다. 그래서인지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알멩이가 가득하게 잘 그려내고 있어 맘에 쏙드는 책이다. 과학책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어나가긴 처음인 듯 싶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에게 참 많은 편리함과 유익함을 안겨주었지만 많은 후유증 또한 안겨준게 사실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게 되었다. 인간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우리 인간과 자연에게 해를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책에선 그런 이로운 면과 해로운 면을 함께 알게 해주어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시원하게 밝혀주어 너무나 신선했고 우리에게 전해진 과학적인 책에선 짚어주지 않는 것을 꼼꼼히 짚어주니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 느낌이었다.

과학을 일시정지한다!... 멈추지 않는 과학의 속도와 연구를 잠시 정지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참 좋았다. 기후 변화를 막는 거대과학기술, 동물 실험, 원자력 에너지, 유비쿼터스 세상, 나노 기술, 줄기세포 연구, 유전자 조작 식품, 지속가능 에너지 등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이면을 알게 되어 너무나 생생했다. 한번쯤 들어보았을 사안이지만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내용과는 달리 모르는 이면을 다루어 주어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 전에 그것이 진정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지 잠깐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풍력발전이 전기를 마련하곤 있지만 생태계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온난화를 막기 위해 바다에 살포하는 비료가 적조현상을 유발해 바다생물에겐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 식량이 되는 옥수수가 바이오원료로 사용되면서 기아가 발생하는 것, 나노연구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사람 몸에 치명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유전자 조작 식품이 우리에게 끼칠 영향이 어떤 것인지 등등 과학의 시작은 우리 인간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서였지만 결과는 그 동기와 같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경고하는 듯 하다.

과학은 우리를 더 편리하겐 하겠지만 점점 더 게을러지고 두뇌를 쓸 기회를 없애는 건 아닌가 싶어 씁쓸해진다. 과학의 발전에 앞서 우리 인간에게, 자연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건지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이 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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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똥구리의 꿈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47
박윤규 지음, 정민아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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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쇠똥구리는 해님 구슬 속에서 태어난 해님 자손들이라는 전설을 듣고 해뿔이는 해님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왕쇠똥구리의 핀잔과 해님이 된다는 건 너의 착각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풀이죽고 만다. 어느날 해뿔이가 좋아하는 뿔님이를 통해 "뾰족산 꼭대기로 가면 바다가 보인대. 바다에는 하늘과 바다가 딱 붙은 수평선이 있는데, 그 수평선 위로 해님이 떠오르면 해님을 보고 소원을 비는 거야. 그러면 해님이 다가와 소원을 들어준대. 지금은 그저 힘만 세면 해님구리가 될 수 있지만, 아주 옛날엔 뾰족산에 가서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님을 만나야만 해님구리가 될 수 있었대. 어쩌면 네 꿈처럼 해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을 듣고 해뿔이는 뾰족산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 엄마는 말렸지만 아빠도 해뿔이와 똑같이 뾰족산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는 꿈을 품고만 사는 것은 믿음에 지나지 않지만, 그 믿음대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꿈은 싹트고 자란다는 것을 엄마는 해뿔이에게 해주며 엄마도 함께 뾰족산에 갈것이라고 말을 한다. 어느날 박쥐의 습격을 당해 죽게 되고 해뿔이는 혼자 떠나려 하지만 뿔님이도 함께 나선다. 가는 길에 눈꽃동충하초가 말을 한다. 그것은 유지매미였다. 매미는 꽃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간절히 꿈을 꾸었더니 정말 꽃이 되었던 것이다. 그 꿈을 이루게 해준 것은 해뿔이의 아빠인 큰뿔이었던 것이다. "큰뿔이는 말했지.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면 꼭 이룰 수 있다고. 내가 꿈을 갖는 순간 내 안에서는 이미 꿈을 이루기 위한 변화가 시작된대. 나는 낙엽 더미 속으로 들어가 꽃이 되려는 꿈을 꾸었지. 그랬더니 이렇게 꽃처럼 예쁜 버섯으로 피어났어."

해뿔이와 뿔님이는 가면서 얼어죽을 위기를 겪지만 장수하늘소의 말에 힘을 얻는다. "해님과 같은 마음으로 살면 돼.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거든. 그래서 해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단다. 해님을 바라보며 등딱지를 열고 빛을 받아들이면 돼. 마음을 티 없이 맑게 하면 빛이 저절로 몸속에 쌓여 점점 밝아진단단. 그러면 힘이 나고 지혜가 생기고 사랑도 넘쳐나지. 그저 해님의 자손이라고 믿고 뻐겨 대거나, 노래하고 감사드리는게 다가 아니라 빛을 키워가는 이가 참다운 해님의 자손이란다."

해님이 되고 싶은 해뿔이에겐 다소 허황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말도 안된다며 해뿔이의 꿈이 좌절될 뻔 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다가가면서 해뿔이는 성장해 간다. 다소 허황되긴 하지만 해뿔이처럼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아가야할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참 기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고 그 꿈을 향해 발을 내딛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것도 좋지만 무언가를 꿈꾸고 나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활력이 되고 가슴 벅찬일인 것인지를.... 내 안에 무언가가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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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안철수 꿈을 주는 현대인물선 3
안철수 지음, 원성현 그림 / 리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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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았던 안철수의 이미지는 참 푸근하고 무슨 이야기든 잘 들어줄 것 같은 삼촌같은 이미지였다. 작은 음성에 겸손한 말투로 인해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성적으로 심성이 아주 착하고 바른 사람인 것 같았다. 식물과 동물 가꾸는 것을 좋아해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도 남들은 죽어보내는 상황에서 안철수는 닭으로 잘 키워낸다. 꽃도 작은 것에서 큰것까지 줄을세워 씨를 심었는데 맨 뒤에 심었던 해바라기가 해가 있는 뒤로 고개를 돌려 앞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재미났다.

어릴때부터 분해하는 것을 좋아해 친척들이 안철수만 오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수가 없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책을 너무 좋아했는데 정독위주로 책을 읽어 지은이, 책펴낸날, 정가, 목차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그것들을 다 외웠다고 한다. 어릴적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뭔가에 빠지면 집중을 하는 강한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인해 그는 점점 두각을 나타낸다. 분해하는 것을 좋아해 공과대학을 가는 것을 원하지만 부모님께서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한마디에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 서울대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압박을 주었던 건 절대 아니지만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지원한다. 너무나 힘들었던 시련의 시간이 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의료봉사를 하며 만나게 된 같은과 후배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의지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지만 왠지 자신과 너무 닮아 있는 그 후배와 마음을 나누면서 의지하게 된다. 그녀가 바로 지금의 아내이다.

어느날 친구를 통해 컴퓨터를 보게 되고 컴퓨터의 매력에 푸욱 빠지게 된다. 공부할 양도 많은 학부생이었지만 틈틈히 컴퓨터를 배우면서 백신까지 개발하게 된다.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혜택을 받은 일부라도 돌려줄 수 있다는 데서 커다란 보람을 느꼈기에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급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에서도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수준도 높아져서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벅찼기에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9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기업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된 그는 10주년이 되는 해에 회사에서 물러난다.

『회사를 만든 지 만 10년이 되던 2005년 3월. 빠르게 달리던 나는 잠시 스스로를 돌이켜 봤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왔던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물었다.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벤처기업을 창업했듯이 지금하고 싶은 게 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고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떠올려보니 머리가 더 복잡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더 의미를 느낄 수 있고, 더 재미있게 일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에 매달려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안철수 라는 사람을 보면 항상 전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질주하는 사람이 아닌 공익을 위해 달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기 위해 전진하는 사람 말이다. 지금은 강의실에서 도전정신을 잃은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고 21세기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삶 자체에서, 그의 인격에서 본받아야 할 점이 너무 많은 듯 해 가슴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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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왕도 1 - 기억력 만화 공부의 왕도 1
김주희 그림, 이현정 글 / 지식채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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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라 내용이 좀 가볍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어쩜! 읽는 내내 꽉찬 내용을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구성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공부법을 학창시절에만 알았어도 적은 시간동안 최대의 효과로 내가 외운 것들을 기억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학창시절 때 얄미웠던 아이들은 나보다 공부량은 적은데도 더 성적이 잘 나온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은 아마 효과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을 적용했을 것이다. 학창시절 암기과목에 유독 약했던 나이기에 이 책을 보고 무릎을 치게 된다. 무식하게 외우려고만 했지 효과적인 공부법을 몰랐기 때문이였다. 지금은 늦었지만 우리 딸들에게 이런 공부법을 알려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고 다행인지 모른다. 이 책은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신뢰가 가고 머리가 나쁘다고 자신을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무작위 단어들을 외우라고 했을 때 그것을 무작정 외웠던 사람보다 분류하고 연관지어 외웠던 사람이 훨씬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단어는 덩어리로 나누어 외우는 청킹으로 외우면 더 잘 기억된다. 우리 두뇌는 이해한 것은 더 쉽게 받아들이기에 무턱대고 외우기보다 단어의 뜻을 잘 알고 한자의 뜻을 풀어서 의미를 연결하면 더 잘 외울 수 있단다. 진도 빠른 학생들이 진도 느린 학생들을 가르치게 했는데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하고 못하는 아이는 잘하게 되서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것은 핀란드식 학습이라 한다. 남에겐 안가르쳐주고 혼자서만 하는 아이보단 자신의 지식을 나누어주고 가르쳐주는 아이가 더 높은 효과를 거둔 셈이다. 선생님처럼 가르치기는 그만큼 자신에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또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일명 '부익부 빈익빈 법칙'인데 사전 지식이 많은 사람은 이해를 잘하고 그만큼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기초가 허약하면 우리 뇌는 점점 가난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서와 체험의 중요성은 다 알텐데 하나라도 보고 듣고 한것을 지식으로 다시 접했을 때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보의 입력 상황과 출력 상황이 같을 때 우리 뇌는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시험 볼때와 똑같은 상황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단다. 그리고 너무 오랜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휴식시간을 갖고 일정하게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이 끝난 후 바로 복습을 하면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자주 반복하면 더 금상첨화다. 공부하자마자 시험을 칠때보다 잠을 잔 후 시험을 칠때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과 잠을 취하는 동안 뇌는 기억을 정리해 주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은 꼭 필요하다. 4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은 효과적인 공부법과는 거리가 좀 있다는 것이다.

일일이 열거를 못하지만 이 책에선 자세한 공부법이 나와 있다. 이 공부법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더 세분화해서 계발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보게 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내 자식들에게 적용할 수 있기도 하지만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우리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알멩이가 꽉찬 만화책에 흠뻑 빠져들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항상 헷갈려 하고 궁금했던 문제들도 실험결과로 보여주니 이제 확신있게 밀고 갈 수 있을 듯 하다. 아이들을 둔 엄마라면 아이들과 꼭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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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초콜릿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 제작팀.서재순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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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FM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읽혀지던 서재순님의 원고를 이렇게 책으로 엮어냈다. 한번 읽혀지면 날아가버리는 글들이 아까워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초콜릿' 이란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것이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 초콜릿은 단맛 뿐 아니라 쌉쌀한 맛, 신맛, 쓴맛등이 있다. 하루 하루 우리는 다른 맛의 초콜릿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서재순 작가가 내 맘 속에 들어온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느꼈던 것들, 잊고 있던 것들을 생생하게 되살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잔잔한 일상 속에 이런 큰 감동이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는데...사소한 일에 우리는 웃고 울고 화내고 감동하고 섭섭해 한다. 그런 순간들에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이 책 속에 다 녹아 있다. 두 세 페이지의 길지 않은 많은 글들을 지금 다 담아내고 싶다. 어느것 하나 버릴것 없이 알멩이만 가득한 이 글들을 다 보여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꼭 사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함께 읽고 같이 공감하고 싶을 뿐이다. 하나의 글을 읽으며 다음글로 책장을 넘기기 전 아주 깊은 여운이 남는다. 이렇게 짧은 글에서 긴 여운을 느낄 수 있다니...

항상 아니다 싶었던 일들이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들이 편견이었음을, 무심코 했던 내 행동들이 아주 무례했다는 것을, 내가 더 사랑한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사랑의 표현이 저마다 다를 뿐이었음을, 상대가 변한 것인가 하고 느꼈지만 그것은 상대를 느끼는 각자의 마음이 변한 것임을,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말벗이었음을, 내가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도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외에 많은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된다.

아이의 성장은 자아가 강해지는 것도 포함되지만 어른의 성장은 자아를 포기할 때,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기 자신을 내려 놓을 때, 자기 주장이 사실은 고집도 아닌 아집에 지나지 않고 편견일 뿐이라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말이 왜이리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온 날동안 느꼈던 것들이 이 책안에 함축되어 있다. 지금 30대에 느끼는 것보다는 40대에, 50대에 이 책의 깊이를 더 느끼지 않을까 싶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글을 통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너무 흐뭇하다. 지금 내가 사는 인생은 어떤 맛일까? 생각해본다.

많은 글들을 다 옮기고 싶지만 몇개만이라도 공감하고 싶어 올려본다.

 

『평일 오전에 영화를 보러 갔다. 나 포함 다섯명, 모두 혼자 온 사람! 그럴때 대개는 표에 적힌 좌석대로 앉지 않는다. 더구나 자기 자리 옆에 누군가 이미 앉아 있을 땐 모든 사람이 다른 자리를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남학생이 저벅 저벅 걸어 들어오더니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불편했다. 본능적으로 방어적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옮겨가기도 그렇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앉아 있는데 학생이 부스럭거리며 가방에서 귤을 꺼낸다. 뜻밖에도 반을 잘라 내게 건넨다.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어서요. 좀 드세요. 혼자 먹기 그래서..." 학생이 참 맑아 보인다. 그 학생보다 나이가 두 배 가까운 나는 공격적이면서도 방어적이고 까칠하면서도 세상을 항상 경계하는데 이 아이는 어떻게 이렇게 편안한 거지? 나도 그 나이 땐 그랬나? 생각하느라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자동문이 날 거부했다. 너무 멀리 섰나? 하는 마음에 한발 가까이 내디뎠지만 그래도 열리지 않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누군가 말했다. "너무 가까이 서서 그래요" 그렇구나. 너무 가까이 서도 열리지 않는구나. 건물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데 너무 가까이 서서 그래요, 라는 말이 사무친다. 그녀가 떠난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내가 너무 가까이 서서! 이 세상 모든 관계에는 '거리'가 필요하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이만큼의 거리가 없었다면 지구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었을 거다. 실제적인 거리도 필요하고 심정적인 거리도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는 더 그렇다.』

 

『수입은 20%정도 줄고 물가는 오르고 어머니 병원비와 아이들 학원비는 더 많이 들어가고. 어디 가서 아르바이트는 못하더라도 인형 눈을 붙이거나 가방에 장식 다는 부업이라도 해야 할 판에 철이 없는 걸까. 도피하고 싶은 걸까? 문화센터 수채화 반에 등록했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기는 했지만 최악의 상황인 지금 등록할 게 뭐람.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도 나를 이해 못하는데 누가 이해해주랴, 싶었던 것이다. 일주일에 두시간.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동안은 행복했다. 행복했다기보다 평온했다. 죄의식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문화센터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나쁜 짓하다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 모든 얘기를 다 해버렸다. 신게 먹고 싶으면 비타민이 필요한거래. 고기가 먹고 싶으면 단백질이 부족한 거고 멸치가 맛있으면 칼슘이 필요한 거래.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우리 몸은 우리가 필요한 걸 알고 섭취한대. 네가 지금 그림을 배우는 것도 비슷한 걸 거야! 친구의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맞다. 영양소는 몸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마음과 정신에도 필요하다.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려면 마음과 정신에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어디 돈 안드는 영양 공급법 없을까? 있다. 이해, 배려, 관심, 사랑,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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