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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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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 작가가 선보인 소설 할매는 제목이 주는 소박한 인상과 달리 그 속에 담긴 삶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우리에게 홀머니라는 존재는 대개 따뜻한 품이나 그리운 향수로 기억되지만 이 책 속의 할매는 한국 현대사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버텨낸 한 인간의 위대한 생존기이자 우리 모두의 거대한 뿌리로 그려집니다. 작가 특유의 선 굵은 필치로 담아낸 한 여인의 삶은 읽는 내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소설은 거창한 역사적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할매라는 한 개인의 일상을 통해 격동의 세월을 잔잔하게 투영합니다. 작품 속 할매는 모진 세파와 비극적인 현대사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억척스럽게 삶을 지켜냅니다. 대단한 이념이나 명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주어진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겠다는 가장 근원적이고도 절박한 책임감 때문입니다. 황석영 작가는 이를 과장된 슬픔이나 신파로 포장하지 않고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오히려 그 덤덤한 문체가 독자의 마음을 더 깊숙이 파고듭니다.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땅을 지탱해 온 나무처럼, 할매의 깊은 주름과 거친 손은 그 자체로 숭고한 역사가 됩니다. 특히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삶의 무게를 지고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더 아프고 소외된 이들에게 툭 던지듯 건네는 투박한 온정은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할매라는 존재가 단순히 지나간 세대의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딛고 선 단단한 대지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어쩌면 앞선 세대가 흘린 눈물과 땀방울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할매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삶을 대하는 숭고한 자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일깨워줍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어떤 외침보다 강인했던 할매의 삶은 지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단단한 용기를 건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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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3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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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던 나에게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색다른 몰입을 선사했다. 소설 속에서 서사와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내던 작가의 문체는, 시라는 정제된 틀 속에서 더욱 투명하고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주제는 언어와 상처였다. 작가는 언어가 침묵을 찢고 나오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존재의 고통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불완전한 그릇임을 서늘하게 고백한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나 비극 앞에서 언어는 종종 무력해지지만, 한강은 그 텅 빈 공간과 침묵을 조용히 지켜보며 시로 풀어낸다.

특히 어둠과 저녁이라는 시간적·공간적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서랍은 침묵과 기억이 은밀히 저장되는 공간이고, 그 안에 넣어둔 저녁은 하루의 소란함이 가라앉고 스스로의 고독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말로 꺼내지 못한 슬픔과 아픔을 마음속 깊은 서랍에 감춰둔 채 살아가곤 한다. 작가는 그 묵혀둔 어둠을 억지로 밝은 빛으로 끄집어내려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만져주며 곁을 지켜준다.

시집을 읽는 내내 시인의 문장들은 묵직한 조용함으로 다가왔다. 쓸쓸하고 다소 피투성이 같은 상처의 이미지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극적이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오히려 고통을 마주하는 시인의 투명하고 진실한 태도 덕분에 이상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내 안에 감춰둔 슬픔 역시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이 고독을 통과해야만 타인의 아픔에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서둘러 위로를 건네거나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대신 깊은 침묵 속에서 우리의 아픔을 가만히 응시해 준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고 있거나, 언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의 무게를 느낄 때 꺼내 읽고 싶은 아름답고 다정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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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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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한다는 착각을 하고 살기도 합니다. 가족이라할지라도, 아니 오히려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때문에 내가 잘 알고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싶게 됩니다. 기억의 단편으로 각인된 인상을 오래토록 가지며 나만큼 이 사람을 아는 이는 없어라고 간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요새 유행했었던 mbti도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자아에 대한 평가이니 그 사람을 잘 드러낼수밖에 없겠죠.

이처럼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도 다른 개체이듯이, 언제나 타인이라는 노래제목처럼 우리는 상대를 다 안다는듯이 말해도 결국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때에, 특히나 바쁜 현대사회에 수고로움을 덜고 그사람을 이해할수있는 이름표가 정의내려지니 얼마나 효율적일까요. 그렇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내가 생각하는 나 못지 않게 남이 바라보는 나도 들여다볼 가치가 있지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나조차 몰랐던 내 모습을 타인의 눈을 통해 자각하는 경우도 있으니... 뭐 이게 타인을 의식해 나 자신을 포장하는것과는 별개라고 보지만요.

그렇기에 이 소설에서도 표현되었지만 상대를 이해하는 첫 걸음은 타인이 나와 다르다는걸 인정하고 그 차이를 인지하는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이 되네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간극을 기본베이스로 해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폭력적으로 바뀌지않도록 일정 막아주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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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환상처럼 문학과지성 시인선 634
하재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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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완전하고 단단한 존재로 믿으며 살아갑니다.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내일을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인간이라는 정체성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하재연의 시집 인간이라는 환상은 그 견고한 믿음의 틈새를 파고들며 묻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인간다움이란, 어쩌면 기억과 상실이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서늘할 정도로 투명한 고독과 슬픔입니다. 시인은 존재의 가득 참보다는 비어 있음에 주목합니다. 시 속의 화자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상실하거나, 이미 사라진 것들의 흔적을 좇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슬픔이 격정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멀어지는 것들을 응시하는데, 이 정조가 독자에게는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태롭지만, 동시에 지극히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목이기도 한 인간이라는 환상은 시집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됩니다. 시인은 인간을 완벽한 주체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시간의 흐름 속에 마모되고, 기억의 왜곡 속에 흔들리며,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에 실패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그립니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존재는 결국 과거의 파편들과 타인이 남긴 흔적들의 조합일지도 모릅니다. 시집을 읽다 보면, 내가 딛고 서 있는 현실과 나라는 존재 자체가 한순간에 증발해 버릴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이 차가운 허무주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시인이 그 환상의 상태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응시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인간이 환상에 불과할지라도,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억하려는 마음, 닿지 않을 곳을 향해 말을 건네는 행위 자체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는 고유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재의 유한함과 소멸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진짜 성찰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인간이라는 환상은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시집입니다. 명확한 답을 내려주기보다, 내 안에 존재하는 낯선 고독과 마주할 용기를 줍니다. 내가 가진 온기와 내가 겪은 상실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며, 책을 덮은 후에도 서늘하고도 맑은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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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헌법 - 알고 나면 보이는 사회 속 헌법 이야기 온 세상이 교과서 시리즈 11
전국사회교사모임 외 지음, 박은선 감수 / 해냄에듀(단행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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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만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헌법을 이렇게 말랑말랑하게 풀어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우리 동네 일상에서 흔히 겪는 갈등이나 뉴스 속 쟁점들을 헌법 이야기로 엮어내서 지루할 틈 없이 읽힙니다. 법이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책이라, 교과서보다 먼저 아이들 손에 쥐여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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