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걸작!
우아함과 냉정함으로 완성된 작품!
수많은 찬사를 받은 필립 로스의 2001년작 <죽어가는 짐승>은 아름답지만 서글픈, 노교수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토록 짜릿한 전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작품이 있을까?
사랑을 믿지 않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과 성관계를 즐긴 노교수 케페시. 그에게 집착과 소유욕을 일깨워준 스물넷의 제자 콘수엘라.
지역사회에서 저명한 비평가인 그는 심플하고 '자기중심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매력적인 콘수엘라를 만나기 전까지...
아이가 나와 함께 있지 않은 밤이면 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일그러져버려.
하지만 아이가 저녁에 나와 함께 있다 집에 갔을 때도 잠을 못 자. 아이를 경험하는 것이 너무나 강렬해서.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 한밤중에 소리쳐.
"콘수엘라 카스티요, 나를 가만 좀 내버려둬!" p.54
젊고 찬란한 그녀에게 빠져버린 노교수는 자신이 없었던 그녀의 과거를 질투하고 자신과 함께 하지 못하는 미래를 걱정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원망한다.
"선배는 이 여자애한테 늘 무력할 거예요. 절대 주도하지 못할 겁니다. 선배를 미치게 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늘 미치게 할 뭔가가 있어요." p. 121
누구보다 빛나고, 한없이 특별했던 콘수엘라가 떠나고 그는 상실감과 우울함에 빠져 몸부림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콘수엘라의 꿈을 군 어느 날, '죽음'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찾아온 그녀!
성에 대한 불타는 욕망, 죽음에 대한 처절한 시선을 뜨거운 열정으로 쓴 작품이 아닐까,
이번 작품은 특이하게도 <비잔티움으로 가는 배에 올라> 시 번역으로 옮긴이의 말을 대신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에서 맴돌고 머리에서 떠오른다... '죽음'과 '욕망' 그리고 '본능'
콘수엘라는 이제 나이의 상처를 아니까. 늙는 것은 늙어가는 사람 외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지만 콘수엘라는 이제 그렇지 않아. 젊은 사람들에게 시간은 늘 지나간 것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제 콘수엘라에게 시간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미래가 남았느냐 하는 것이고, 이 아이는 자신에게는 남은 게 없다고 믿어. p.176
누군가를 늘 그 사람을 생각하던 방식으로- 자기만큼이나 팔팔하게 살아 있다고-생각하다가, 이제 그 사람이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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