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기념비적 고백록 <불안의 책>은

포르투갈어 원전 번역본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0번으로 소개된 작품이다 :)

 

천성적으로 고독하고 사교생활이나 이성교제도 거의 없이 지냈던 페소아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고 어느 집단에도 속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성적인 페소아는 여러 이름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수십명의 이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상 인물을 만들어냈다.

 

481개의 불안의 조각들은 페소아의 감성과 상상, 꿈과 몽상들을 여러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내면의 기록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불안'은 인생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것은 괴로움과 절망으로 삶을 끝없이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소아의 일기장에 담긴 '불안'은 오히려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치유해주는 것 같다.

그 이유는 고달픈 세상에서 버텨야 하는 사람의 불안이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페소아의 481개의 이야기를 포르투갈어 원전 번역본으로 만나보자 :)  

 

 

 (내성적인 페소아)

 

 

우리는 우리가 아닌 것이고, 인생은 빠르고 슬프다. p. 153

 

  

 

 

 

인생에서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줌의 평온과 한 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당했다. 동냥 주는 것을 거절하는 이가 동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 주머니 단추를 풀기 귀찮아서 그러듯이. 결국 내가 원한 것들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p. 19

지금 이 순간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시간을 한껏 잡아늘이고 싶고, 아무 조건 없이 나 자신이 되고 싶다. p.29

영혼에 미소를 띠고 도라도레스 거리와 이 사무실, 이 사람들 사이에 한정된 인생을 고요히 받아들인다.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고 잘 곳이 있고 꿈꾸고 글을 쓸 약간의 시간이 있는데 무엇을 더 신에게 요구하며 운명에게 바라겠는가? p.31

나는 내 마음속에 다 그려지지 않은 몸짓들과, 내 입술에 올릴 생각조차 못했던 말들과, 끝까지 꿈꾸지 못하고 잊어버린 꿈들이 담긴 우물이다. p.86

나는 자유롭고 길을 잃었다.
느낀다. 열기로 몸을 떤다.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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