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 월드
플레이어 지음 / PAGE NOT FOUND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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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를 말하는데 비조작형 캐릭터입니다.

게임에 직접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가 아닌 게임 플레이 참여 대상이 되지 않는 게임 캐릭터입니다.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화된 행동만 하는 캐릭터로 게임에서 매번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게임 중에도 부동자세로 가만히 있습니다.

이 책 《NPC 월드》에서는 현실의 NPC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일 같은 행동으로 무한반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속한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마도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일 것입니다. 특히 휴일에 스마트폰을 놓고 지낼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은 꼭 챙겨갑니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무한스크롤과 자동재생 때문일 것입니다.

손가락이 스크롤을 내릴 때 옛 웹페이지는 바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크롤을 한 번 튕기면 화면은 계속 미끄러집니다.

계속해서 화면이 나오기 때문에 화면을 끄기가 쉽지 않습니다. 피곤하면 영상을 그만 볼 것 같지만 오히려 피로할수록 스크롤에서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무한스크롤은 경계를 제거하고 콘텐츠는 하나의 강물처럼 부릅니다. 무한스크롤은 경계를 제거하고 판단도 흐려지게 합니다.

자동재생 역시 끝을 지우는 기술입니다. 영상은 원래 끝이 분명한 매체지만 자동재생은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자동재생 기능은 선택 감각이 무뎌지고 무딘 감각은 삶의 다른 영역에도 퍼집니다. 영상을 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뭔가에 대한 절제가 부족합니다.

추천은 친절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진입로를 줄이는 공사입니다. 오래 머문 화면, 멈칫한 순간, 손가락이 눌렀던 포맷이 남아 있다면 재배열해 채웁니다.

추천은 선택지를 넓히지 못하고 보이는 폭을 좁힙니다. 좁아진 폭 안에서 다시 반응하면 알고리즘은 확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알고리즘 위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생각을 갖게 됩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을 보며 그 생각에 합리성을 부여하고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지 않다며 안심하곤 합니다.

NPC를 벗어나는 일은 어렵습니다. 벗어나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가 설계한 언어와 구조 속에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NPC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속도를 인식한 채로 자기 리듬을 세우는 일입니다.

자신이 세상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그 질문 하나를 매일 새롭게 던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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