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좋아하고 여행 에세이를 좀 읽었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바람의 딸이라고 불리는 한비야에 대해 알 것입니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는 여행 에세이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그 뒤에도 많은 여행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런 한비야의 새로운 책인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가 출간되었습니다.
25년 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에 들어가면서 오지여행가라는 이미지를 지우려고 애썼다고 합니다.
오지여행가와 긴급구호팀장이라는 일이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로 대형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긴급구호팀장에게 여행가는 맞지 않습니다.
이젠 여행가를 졸업하고 대형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일을 하고 있고, 이젠 여행 에세이가 아닌 인생, 삶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 내돈내산이라고 자신의 돈을 주고 자신이 직접 산 물건이라는 뜻으로 이 책에선 내돈내도로 내 돈으로 내가 돕는다라는 의미입니다.
누군가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 보이면 직접적으로 돈을 주는 것도 있겠지만 배고파 보이는 노숙자에게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사줍니다.
국밥 먹고 힘내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라는 마음을 담고 있지만 노숙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국밥값만 지불합니다.
찬찬히 들러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국내건 해외건 어디에나 있습니다. 대단한 규모나 특별한 방법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상대방을 위한 마음을 조금 써주면 됩니다. 우리가 살면서 받은 큰 도움도 가슴에 남지만 마음을 담은 작은 손길롸 눈길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재난 현장에도 가지만 주로 난민들을 위해서 일합니다. 로힝야 난민 문제는 인종, 종교, 지역 안보, 국제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단기적으로는 인도적 지원이, 길게는 교육과 역량 강화가,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본국 귀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로힝야 난민들은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문맹률이 높았고 여성들은 아동 노동자, 조혼, 가사 노동에 내몰려 있습니다.
이 에세이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는 저자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인생과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지만 여행 이야기가 빠지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