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도마에서 바다까지》라는 그림에세이는 중식이밴드의 음악성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중식이밴드라는 이름이 낯설기도 하지만 2014년에 데뷔한 밴드로 10년 차의 인디밴드입니다.
《도마에서 바다까지》에서는 절망의 도마를 탈출해 희망의 바다로 헤엄쳐간 상처 입은 물고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중식이 밴드는 인디밴드들이 그렇듯 확실한 자신들만의 개성과 음악의 정체성을 가진 밴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N포세대의 대변인으로 직선적이면서 세상을 극사실주의라고 표현합니다. 중식이 밴드는 현대사회에 우리가 느끼는 결핍을 음악으로 보여줍니다.
중식이 밴드 방식으로 《도마에서 바다까지》라는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바다 위 배의 그물에 잡혀 인간 세상으로 온 물고기가 아직은 도마 위에서 죽을 수 없다면 몸부림을 치다 도마에서 떨어져 다시 바다로 간 물고기가 상상됩니다.
하지만 물고기는 도마에서 바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하수구에 빠져 쥐를 만납니다. 쥐는 물고기의 몸을 뜯어먹습니다.
쥐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바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죽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을 시궁창 같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림에세이 《도마에서 바다까지》는 바다로 가려고 도마에서 도망친 물고기의 이야기도 있지만 중식이 밴드 노래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도마에서 바다까지》는 중식이 밴드의 독특한 개성을 잘 보여줍니다.
잘 다듬어지고 멋진게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뭔가 정돈 되고 매끈한 모습이 아니라 거칠고 오돌토돌한 느낌의 그림들도 볼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수구에서 나온 물고기는 새도 만납니다.
새는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줍니다. 새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오랜 시간 날아 바다를 건너 육지로 왔다고 합니다.
힘든 비행을 끝내고 육지에 겨우 도착했을 때 고양이에게 새 식구들을 모두 물어 갔다고 합니다.
오랜 비행으로 힘이 다 빠진 새 식수들은 고양이 새끼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새의 부모님이 새를 살리기 위해 고양이와 싸우다 죽었습니다.
이렇게 바다로 가는 동안 물고기는 여러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과연 물고기라 자신의 세계인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