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의도하지 않게, 자의가 아니게 자신에게 닥치는 큰 불행이 있습니다.
몸에 병이 생기기도 하고 실패를 하고 좌절하기도 하며 실연을 당해 자존감이 바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조울증, 공황장애, 거식증 등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이 책 《내게 너무 낯선 나》가 정신적인 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거식증, 우울증, 조현병, 산후 우울증, 경계선 인격 장애 등 누군가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이야기도 될 수 있습니다.
거식증에 걸린 레이첼은 거식증에 걸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린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레이첼은 막 여섯 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부모는 당시 이혼한 지 1년이 지났고 레이첼의 양육권을 두고 분쟁 중인 상태였습니다.
잘 먹지 않아 키도 크지 않았고 마른 아이로 결국엔 소아과에 가서 상태가 어떤지 알아봅니다. 거식증이라고도 불리는 식욕부진증 진단을 받습니다.
이제 겨우 글을 시작한 아이가 거식증에 걸린 것입니다. 거식증 병동에는 레이첼과 비슷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레이첼이 병원에 입원해 있고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입원한 지 6주 만에 퇴원을 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레이첼은 성인이 되었고 여섯 살 때 경험한 거식증으로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정신질환의 초기 상태란 뭔가 강렬하게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 같지만 아직은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세상을 재구성할 정도까지는 가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레이는 한때 의사였고 아내 역시 의사로 두 사람은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의사로 일하며 유명한 의사 커플이었습니다.
레이는 신장학 전문으로 투석 관련 회사를 창업했고 회사는 한때 잘나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레이는 자신의 경영 과실에 정신적으로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레이의 강박적 후회는 어떤 상실에 다가가려는 방편이었습니다.
그 상실이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삶을 상실한 것을 의미하고 레이는 자신의 상실은 곧 실패했다라는 것으로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게 됩니다.
레이는 병원에 입원하고 살이 엄청나게 빠지고 독서광이었지만 책 읽는 것도 완전히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레이의 가족은 레이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해 주는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고 3개월 간의 치료 과정을 끝낸 후 퇴원했습니다.
레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에는 사업의 실패도 있지만 가족과의 거리가 멀어진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첫 아내와 이혼하고 아이들은 레이와 함께 살지 않았고 재혼으로 셋째 아들이 태어났지만 또 헤어지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레이는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혼자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까지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병에 걸리면 완전히 극복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조금 아나지는 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