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책방이라는 이름을 가진 장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할 때는 책방에서 직접 책을 고르고 읽어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이용합니다.
책을 구입하는 것도 쇼핑이라는 항목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생필품을 사고 옷을 사고 전자제품을 사는 것처럼 책도 쇼핑합니다.
책을 쇼핑한다는 말이 조금은 안 어울리는 듯하지만 시대의 변화이고 책을 책방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합니다.
그러나 책방에 가서 여유롭게 책을 고르고 싶은 생각은 많습니다. 도시로 나가면 대형서점이 있지만 대형서점과 책방은 또다른 느낌입니다.
책방이라고 하면 낭만이 연상됩니다. 작지만 책냄새가 가득한 책방에서 책을 고르고 사는 낭만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 에세이 《책방 시절》은 사방이 숲인 한 시골의 책방 이야기입니다. 시골이다 보니 책방의 이야기보다는 시골 생활의 이야기들이 더 많습니다.
시골의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지만 수확량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농작물을 돌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넓지 않은 마당에서 이것저것을 키우며 느끼는 즐거움은 큽니다. 농작물을 키워 맛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때론 보는 즐거움도 큽니다.
시골 책방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이겠지만 겨울에 추우면 난로를 켭니다. 낭만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작 난로는 아니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좋습니다.
난로 때문인지 실내가 무척 건조해지고 화초에 물을 주고 나무와 하늘을 올려다보고 마당을 돌아보는 시간 등등이 살아가는 일에 쉼표와 같습니다.
이런 생활은 누구나 꿈꾸는 유유자적하는 삶의 표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꿈꾸는 전원생활일 것입니다.
이렇게 전원생활을 즐기는 것 같지만 마을에 집은 일곱 채밖에 되지 않고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은 그중 두 채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두 빈 집이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이유로 모두 정갈합니다. 집 주변에 피는 꽃도 좋았습니다.
젊어서부터 시골에 살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용기가 없었을 뿐입니다. 서울에 사는 생활이 익숙했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봄이 되면 들판에 핀 쑥이나 달래를 캐고 싶었고 그런 일은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시골 생활은 예전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알려줍니다. 감나무라고 생각했던 나무에서 열매가 열리고 나서 감이 아니라 모과나무인 것을 알았습니다.
유난히 가지에 꼭 붙어 언제 떨어지나 기다렸고 모과 열매가 익자 떨어집니다. 모과가 익으면 절로 떨어지듯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느 시기가 되면 친했던 사람들과도 소원해지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인간관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