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물건의 모양을 그림으로 그린 것입니다. 그런 디자인을 글로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이 책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를 읽으면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의 저자는 영국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페라리의 디자인하우스로 알려진 피닌파리나를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디자이너로 이십 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 일상의 경계에 머물러야 하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창의성은 디자이너와 예술가 들만의 사명이 아닙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노동에도 창의적인 생각이 한 방울쯤 가미되면 유연함이 깃들 수 있습니다.
디자인도 일상의 일입니다. 일상의 합이 문화이고 역사이면서 디자이너의 모든 것입니다.
디자인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아름답고 숭고한 창작의 절정이므로 최고의 경탄을 동반합니다.
예술은 멋져야 하고 누구나 쉽게 그 멋짐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디자인과 예술은 가변성의 측면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디자인은 대중을 자극해야 하고 많이 팔아야 합니다. 반면 예술은 예술가의 심상과 표현의 간극이 닿아 있기 때문에 화폭에 펼쳐진 표현이 작가 자신이 됩니다.
예술은 위로를 준다. 매일 경험하게 다양한 형태의 감정, 상실, 좌절의 순간을 견디기 위해선 누군가의 따뜻한 이해와 위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창작에 있어 원조나 첫 번째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또 인간은 사소한 부분에 감동하게 됩니다.
디자인도 제품도 이미 편해질 대로 편해졌고 모든 혁신과 발명에 있어 상향평준화된 게 오늘날의 제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안 보인다고 빼고 필요 없다고 빼면서 간단하고 단순한 것만 남습니다. 복잡한 세상에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대범함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순함은 노력의 결정체이자 끊임없는 고뇌의 결실입니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라고 밤새워 고민하며 더 덜어내야 합니다.
누구라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은 단순해지고 형태는 한번 더 단순해져야 합니다.
이 책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는 디자인을 생각하는 저자의 진지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