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겉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소설 《염원의 밤》을 읽기 전까지는 조금 지루해 보였고 많은 관심이 가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책 《염원의 밤》의 첫 장을 읽고나서도 관심이 크게 가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엄한길이라는 퇴직한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지루한 소설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흥미로워졌습니다. 엄한길이 퇴직한 것은 어떤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엄한길은 교직에 평생 몸담은 교사로 한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그만두게 됩니다.
하지만 엄한길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엄한길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그만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특히 아내 역시 갑작스런 퇴직에 놀라워했지만 곧 다른 가족들과 함께 축하 파티도 합니다. 물론 아내는 이미 속사정을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 학교 이사장에게 비리제보 편지를 보내 한길이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사진과 함께 보낸 것입니다. 명확한 증거에 한길을 사표를 냅니다.
퇴직한 한길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과거를 뒤돌아봅니다. 너무 가난했던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부뿐이었습니다.
누나들이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식모살이며 돈을 벌러나갈 때 한길은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아버지는 전교 10등 안에 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너무나 학교에 가고 싶었던 한길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친한 친구 승조가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머슴살이를 해야 할 때도 공부에 끈을 놓지 않게 도와줍니다. 하지만 부자가 될 거라며 열심히 일하던 승조가 사고를 당하고 불편한 몸으로 꼴지게를 지고 오다 그만 계곡물에 휩쓸려 주검으로 나타납니다.
승조의 죽음에 한길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였고 두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난이 문제였습니다. 승조의 죽음이 참 안타까웠는데 가난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승조 역시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공부를 잘하기도 했습니다. 집안이 가난해 이씨 문중의 머슴으로 살아야했지만 나중에 땅을 사겠다는 포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씨 문중의 오총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그만 장애를 입게 됩니다.
한길 역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회 관습적으로 여겨지던 이씨 문중의 힘과 재력에 몸을 조아리던 가난한 일꾼의 아들이었습니다.
자신들을 괴롭히던 이씨 오총사가 사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아주 비겁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됩니다.
한국소설 《염원의 밤》의 밤은 교사로 한 평생을 산 엄한길이 퇴직을 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되면서 한길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소설 한 권으로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소설 마지막을 읽고 보니 한길의 퇴직과 관련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 한 편의 장편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