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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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라는 책으로 한 차례 만났던 정보라 작가님의 최신작.


제목부터 특이한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를 미니북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작가님의 인터뷰부터 전문가의 리뷰, 에세이, 

그리고 수록작 '문어'를 읽을 수 있었는데

너무도 특이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학교와 강사에 대한 현실에 대해 꼬집으면서도

화자를 콕 찌르며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말하는

'외계 문어'를 등장시켜서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봤는데,

뜬금없이 농성장을 찾아 카메라에 얼굴만 비추는 정치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극 중에선 해양정보과의 사람들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건물에서 나오는, 정보부를 연상케한다는 점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을 비유적으로 그린 게 아닌가 싶었다.


미니북에 수록된 '문어' 이외에도

죽도시장을 배경으로 노동착취의 희생양 푸른 '대게'

불법 수조에 갇힌 붉은 '상어'

지구를 떠나는 검은 '고래'

'개복치' 와 '해파리'까지 다양한 해양생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만들어낸 자전적인 sf소설.

이야기 속에 경험을 녹여내어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의 완전체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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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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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기와 함께 남편이 사라졌다.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행복한 삶. 추락의 잔해도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완벽한 실종. 

올리비아는 사랑하는 남편, 딘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성과없는 수색작업에도, 가족과 친구들의 위로에도,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끈처럼 붙잡고 있다. 

딘은 정말 죽은 걸까? 아니면 어딘가에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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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도 같았던 사랑의 시작


1986년의 멜라니와 딘

1990년의 올리비아


세 사람이 들려주는 만남과 인연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


1990년, 딘과 결혼한지 4년이 된 어느날

아이에 대한 생각이 간절한 올리비아는

그 문제로 잠깐의 말다툼을 벌였지만, 이내 화해한다.


뜨거운 밤을 보내기로 약속한 그 날 밤,

딘은 비행 일정이 잡혀서 일을 하러 나갔다.

하지만 약속했다. 밤에 돌아오겠다고.

돌아와서 올리비아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겠다고.


하지만 딘은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비행기와 함께, 마치 다른 세계로 가버린 것처럼.

그렇게 완벽하게 실종되어버렸다.


그와 함께, 올리비아의 세계도 무너져내렸다.

사랑하는 이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세상.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올리비아에게

딘이 남긴 마지막 선물, 로즈가 찾아왔다.


로즈와 함께 살아간지 3년여가 지났을 때,

우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그제야 올리비아는 딘을 보내줘야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날, 올리비아의 집에 형사가 찾아왔다.

그가 한 사건의 용의자라는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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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멜라니의 시점이 왜 있는지 몰랐다.


1990년의 올리비아의 시점만이 궁금했다.

사라진 남편, 딘은 어떻게 된 걸까?

올리비아는 이 일을 어떻게 추적하게 될까?

과연 딘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읽고 있어서

멜라니의 이야기가 왜 있는 건지 갸우뚱했다.


하지만

멜라니의 상담사인 로빈슨의 이름이

'딘'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의 재미는 배가 되었다.


1986년의 멜라니와 딘의 이야기는

올리비아와의 첫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때 상담사와 내담자로써의 관계를 맺고 있던

멜라니와 딘이 어떤 사이였는지도 밝혀진다.


과거와 첫만남, 그리고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가

숨가쁘게 지나가는 1부가 끝나고,

딘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하는 올리비아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2부와 3부를 지나

2017년의 4부로 들어가면 충격에 빠진다.


이런 엔딩이라니.

이렇게 연결되다니.

두려움에 택한 선택이 가져온 결과라니.


4부를 열기 전에는 대체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을까 궁금했다.

그냥 이대로 흘러가며 엔딩을 맞이하는 걸까?

그러면 너무 뻔할 것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20여년을 찾아헤맨 '완벽한 정리'를 위해

'완벽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었다.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듯 해서 좋았고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토록 완벽한 실종에 어울리는

완벽한 엔딩이어서 더 좋았다.


정말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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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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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가 죽~였다


한밤중에 '생명의 전화'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한 남자가 자신의 사연을 고백한다. 

베테랑 상담원인 야에는 남자의 사연을 들으며, 

자신이 아는 곳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남자를 구하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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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다. 술래잡기가 시작된 건.


월요일부터 어린 시절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남자.

생명의 전화 직원인 야에는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장소를 유추해내고

정신건강센터 직원이 다음날 밤에 해당 장소를 찾는다.


'표주박산'의 다루마 신사


하지만 그곳에 남자는 없었고

목을 멜 용도로 매어둔 밧줄과 절벽 아래의 혈흔만이 발견된다.

절벽 아래에 놓은 소지품으로 남성의 신원이 추측되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발견할 수가 없는데...


한편, 호러미스터리 작가인 하야미 고이치는

갑작스런 형사의 방문으로부터 친구의 실종소식을 전해듣는다.


나름대로의 아마추어 추리를 이어가던 고이치는

어린 시절에 함께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표주박산의 아이들'이었던 친구와 함께 했던 놀이를 떠올린다.


다~루마가 굴~렀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는 친구인 오오니타 다츠요시와 만나서

친구의 실종에 대한 추리를 나누던 고이치는

그 장소를 찾아가는데...


그리고 한 가지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린다.

그때 그 자리에 누군가 더 있었던 것 같다는...

일곱 명 째의 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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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진 그 아이는 누구일까?


이야기는 일곱 명째의 아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한편,

표주박산의 다루마 신사에서 놀던 여섯 아이들을

차례로 찾아가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가 생각나는 놀이

다루마가 굴렀다를 하던 그때의 친구들은 모두

자살하려던 친구, 다몬 에이스케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실종되어버린 에이스케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다시 전화를 받는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

그리고 끝맺음은....바이바이.


끝인사와 함께 전화가 끊어진 다음날이면

누군가에게 떠밀리듯이 사고에 휘말린다.


한 명씩 사라지는 친구의 소식을 들으며

일곱 번째 아이를 찾아다니는 고이치.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기억이 돌아오고

마침내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술래잡기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일까?

왜 그토록 기억나지 않았던 걸까?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면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진실'에 다가간다.


'다루마가 굴렀다', 가 왜 '다레마가 죽였다'가 된 건지

어린 시절의 그곳에서 봤던 큰 그림자는 무엇이었는지

일곱 명째의 그 아이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모든 게 밝혀지고 나면

조금은 슬픈 엔딩을 만나게 된다.


섬뜩하고 무서우면서도 슬펐던 이야기.

일곱 명의 술래잡기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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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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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수사를 실시한다.


범죄 자료관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수사. 붉은 박물관이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설녀 이미지의 관장 사에코와 유능한 부하 사토시. 

증거품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관점의 재수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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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생각의 전환


붉은 박물관의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는

증거품을 통한 재수사에서 진실을 찾는 100%확률을 자랑한다.


그의 부하인 사토시는 처음에는 투덜거렸지만

그녀로 인해 미제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겪은 뒤에는

그녀의 재수사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따른다.


겨우 두 명 뿐이지만

일당백의 역할을 하는 것과도 같다.


미궁에 빠지거나, 의문이 남는 사건은

여지없이 붉은 박물관의 재수사 대상이 된다.


붉은 박물관의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사에코 관장의 탐문수사 동행이 그려졌다.


1편에서는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던 사에고였는데

2편에서는 모든 재수사에 사토시와 동행한다.


당시 사건의 피해자 혹은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만나서

직접 질문을 던짐으로써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고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밝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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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야기 또한 재미있다.


사에코가 밖으로 나오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부분도 있었는데

역시나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된 인물답게

저지르는 사에코와 수습하는 사토시 콤비가 재미를 더했다.


수록된 다섯 개의 사건 모두가

저마다의 재미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대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 '황혼의 옥상에서'

표제가 된 '기억 속의 유괴' 였다.


황혼의 옥상에서는 읽으면서 이런 전개가 아닐까, 하고 눈치를 챘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면서도 또 한 번 꼬아놔서

아, 이것까진 생각못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였다.


기억 속의 유괴는 안타까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이야기였는데

부모라면 누구라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시효가 만료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덧 1989년도의 데이터베이스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최후의 보루'라는 사에코의 말대로

증거품과 사건보고서에서 시작된 의문을 시작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면

범죄 자료관이자 붉은 박물관 시리즈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올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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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스 구단 미해결 사건집 몽키스 구단 에이스팀 사건집
최혁곤.이용균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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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몽키스 구단의 고충 처리반, 에이스팀.


신별 팀장이 이끌고, 유일한 팀원 기연이 활약하는 그곳에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마주한다. 실종사건부터 야구선수의 아내가 엮인 반지 사건, 최악이라 일컫는 승부조작 사건까지. 그 무게도 제각기 다른 사건을 마주하면서도 고충처리반 '에이스팀'은 흔들림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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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소설을 좋아한다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


첫번째 사건인 '얼룩말 코치 살인사건'에서는

경찰도 그냥 지나치는 사소한 부분을 파고 들어서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진실까지 밝혀낸 부분이 돋보였고,


두번째 사건인 '북두칠성의 여섯번째 별'은

한때 야구판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인훔치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좋아하던 야구가 이런 거였나, 라며 신별을 좌절하게 만든

추악한 커넥션으로 이어지며 씁쓸한 이면을 볼 수 있었다.


세번째 사건 '9회말 그 사나이'는

국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를 연상하게 했는데

아무도 모르게 준비한 [서프라이즈] 때문에

오해를 사게 만든 이야기여서 안타까움이 남았다.


네번째 사건인 'MSG 환상 레시피'는

야구선수들의 아내가 나오는 프로그램 촬영 안에서

반지 도난 사건과 약물 복용 이슈가 들어있었고

민감한 사안을 알아보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는

어떻게 보면 당사자만큼 절박하고 애타는 야구 선수 가족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잘못된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지만.


마지막 사건인 '우리들의 다이아몬드'는

신별이 자신의 원수인 김선생에게 의도치않은 홈런을 치게되는 이야기였는데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벼르고 벼른 한 인물의 그런 행동과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가슴앓이를 했을 그 마음에

한편으론 통괘하면서도 슬픔을 느끼게 만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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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으로 몽키스 구단의 에이스팀 소속 팀장인 신별.

그를 보좌하는 하나뿐인 팀원 기연.

그리고 신별과 친구사이면서, 몽키스 구단의 단장인 조미그룹의 장녀 홍희.


세 사람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신별이 이끌고, 기연이 보좌하면서, 홍희가 적재적소에 감칠맛을 더한다.

조미 그룹의 주력 상품 MSG처럼 말이다.

신별의 이름을 우습게 부르는 시벌이라는 별명도 찰떡이다.

투닥거리는 대화를 읽다보면 피식 웃음도 나온다.


다섯 개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치 몽키스 구단의 1년을 함께 다닌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는 시즌처럼

하나의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맛이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부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9회말 그 사나이를 가장 몰입해서 읽었고,

사인훔치기와 승부조작 커넥션으로 신별을 좌절하게 만든

북두칠성의 여섯번째 별을 가장 분노하면서 읽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정나미가 떨어질 일이니까.


야구는 캐치볼이다.

너와 내가 공을 주고 받는,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한 배려의 동작.

떨어져 있지만 하나로 연결해주는 너와 나의 야구.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장식한 이 표현이 너무도 좋았다.


비록 올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내년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건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하나로 연결해주는,

한마디로 캐치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재미있었다.

야구와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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