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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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말로 쌓아올린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라앉고 있는 인생의 암흑기. 

하필 그때, 16년 전 입양보냈던 친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부모에 대해 궁금해서 사이트를 통해 찾았다고. 궁금하다고. 만나보고 싶다고. 

미카는 자신의 부끄러운 현실을 숨기고 완벽한 거짓을 꾸며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거짓의 세상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길과 거짓에 파묻히는 길. 

미카는 페니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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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현실에서 뭍으로 올라온 거짓말


서른 다섯의 미카 스즈키.

회사에선 해고 되었고, 집이 없어 절친 하나의 집에 살고 있으며,

리프 라는 남자친구와는 1년 전에 끝났다.


어쩔 수 없이 그다지 좋지 않은 관계인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이리저리 새 일자리를 구하려하지만 녹록치 않던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저는 페니라고 하는데요. 제가 그쪽 딸인 것 같아요."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직접 이름을 지었던 친딸인데.

어쩔 수 없이 보냈지만, 그럼에도 매년 편지를 받아보며

그리움을 키웠던 딸인데 말이다.


미카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말에

미카는 조금씩 거짓말을 보태기 시작한다.


해고된 상태 보다는 그만두고 사업을 준비하는 게 나으니까.

실연당한 상태보다는 로맨틱한 남자친구가 있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진실이 되어가고,

페니는 두근거리는 기대를 품고 미카를 만나러 오기에 이른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완벽한 거짓의 세상을 만들어냈고,

무난하고 즐겁에 페니와 시간을 보내는가 싶었지만

마지막 날, 그 세상이 무너져내렸다.


미카는 페니를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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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거짓말이 드러나는 순간,

미카의 변화가 시작된다.


나는 누구일까?

내 삶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친구마저 없었다면

미카의 인생은 계속 가라앉기만 했을 것이다.


페니에게 끝내 말할 수 없었던 친아빠의 존재.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 사랑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기억.

하지만

페니를 위해서라면, 페니를 잃지않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나아가야했다.


미카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그녀의 가라앉는 현실엔 공감했고,

거짓말의 세계가 무너졌을 땐 울컥했고,

그녀가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응원했다.


페니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몸이 떨어졌어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도

운명처럼 끌리게 되고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랑.


페니를 잃지 않기 위해 미카는 또 한 번 선택을 했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혼란스러운 환상을 잊고, 과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더 먼 바다를 향해 여행을 떠난 미카가

다시 마주한 현실의 삶은

페니를 만나기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거짓말로 시작된 미카의 세상은

페니로 인하여 완벽한 세상으로 바뀌어간다.


앞으로의 삶도 응원하고 싶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미카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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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에이저
신아인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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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와 경찰 사이에서의 갈등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 사건의 용의자는 

아들 도윤과 한 팀이 되어 회장 선거에 나간 태은이란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강해수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이코패스의 딸이었는데.... 


그 아이, 태은이 대를 이어 살인을 저질러버린 걸까? 

킬에이저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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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범인은 나, 킬에이저


프로파일러 강해수.

성공하기 위해, 목표를 위해 '엄마'라는 이름보다

'경찰'이라는 직무를 우선시해왔다.


아들 도윤에게 공부를 잘하라는 압박을 준 적은 없지만

학업을 염두에 두며 명문고등학교로 아들을 전학시켰고,

바쁜 자신을 대신해 엄마에게 아들을 봐달라고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태은이라는 여학생을 만나며 도윤이 변하기 시작했다.

함께 팀을 이뤄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더니,

도서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용의자로 오른 태은을 두둔한다.


거기다 해수가 받아놓고도 고민에 고민이었던

'공부 잘하는 약'까지 몰래 마셔버린다.

심지어 그 뒤에 1건의 살인사건이 더 일어나는데...


아들 도윤의 이름이 사건 수사 과정에 오르내리자

해수는 경찰과 엄마 사이에서 갈등하고 감정적으로 변한다.


어떻게 해야 아들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이 범인이라 밝힌 '킬에이저'는 대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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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면이 영상이 되어 머릿속을 뒤흔든다.


작품 소개글처럼 이슈가 되는 모든 게 담겨있다.


학생들끼리의 경쟁,

성적에 대한 갈망,

학부모끼리의 소리없는 전쟁,

아이와 부모사이의 갈등.


10대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에

그런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까지.


직업과 모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해수의 심정이

이야기를 읽어가며 절로 이해된다.


사이코패스의 자식이라는 선입견으로 태은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레 바뀌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선입견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속사정도 모르면서 보여지는 이미지로 판단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킬에이저'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결말부에 이르러선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과

갑자기 끝난 듯한 느낌에 아쉬움도 남았지만,

그런 부분을 에필로그를 통해 풀어주고 있고,

장면 하나, 대사 하나까지 영상처럼 머릿속에 그려져서 좋았다.


해수와 용범 사이의 감춰진 과거.

도윤과 태은, 은조 사이의 긴장감.

해수를 향한 승리의 집착.

그리고

킬에이저의 정체.


모든 연결고리가 풀리는 후반부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해서

영상으로 꼭 보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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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 가엾게 여기소서 토마토문학팩토리
최난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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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오독, 오도독.


먹을 수 있는 건 오직 녹말 이쑤시개 뿐. 

목구멍에 막혀있는 무언가 때문에 어떤 음식도 삼킬 수가 없다. 

심할 때는 혼절까지 하는 고통. 열여덟 생일 전까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역시 이건 저주일까? 

들여선 안 될 존재를 집에 들인 죄가 불러온 지독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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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위해선 누군가 죽어야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분명히 무언가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것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모와 엄마가 데려온 홍보살은

'집에 들여선 안 될 것을 들였다.'며

일주일 간 굿을 해야 된다고 했지만,

영음은 6일째 되던 날,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그 뒤로 영음은 수액과 녹말 이쑤시개에 의지하여

해골과도 같은 몰골로 버티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남자의 죽음을 목도한 후

케이크를 3개나 먹어 치웠다.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있어!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다시 먹을 수 없게 된 영음.


이쑤시개를 다시 먹는 영음의 곁에선

의도하지 않은 죽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로 인해 영음은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한 만남이 파국을 불러오는데...


대체 이 저주는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언제쯤 저주가 끝나게 될까.


집에 들여선 안 될 것을 들였다는 그건,

친언니처럼 따랐던 '미녀 언니'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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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음의 곁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죽음의 연속


이야기가 재밌다.


이쑤시개만 먹을 수 있는 여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이라니.

그리고 죽음 뒤에 먹을 수 있게 된다니.


재미난 설정이란 기대로 펼친 이야기 속에서

영음의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왜 그런 걸까?

그녀의 과거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엔딩을 맞이하기 전까진 영음이 겪었던 과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할 사람이 '미녀'가 맞는 건지,

영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8장 '작성자 이영음'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건 저주다.

분명 저주일 것이다.


어릴 때의 그 비밀을 꼭꼭 숨겨둔 영음이

비로소 그때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건

먹기 위한 식욕이 자신을 장악하기 전에,

자신이 자신임을 잃어버리기 전에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영음의 주변인물인 박기자, 경준, 이모부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가장 소름이 돋는 건 경준과 연결된 이야기인데,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라서 소름이 돋으면서 몰입하여 읽었다.


오독, 오독, 오도독.

이야기가 끝나고, 모든 고백이 끝난 뒤에도

이쑤시개를 씹어 먹는 그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모든 걸 털어놓은 영음은 그 이후,

잠식해오는 식욕을 억누르기 위해 이쑤시개에 의지하고 있을까?

식욕에 잠식당한 채,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고 있을까?


어린 날의 그녀에겐 크게 다가온 두려움이었을 비밀에서 비롯된

영음의 저주가 언젠가는 끝나기를 바래본다.


부디, 식욕에 삼켜진 그녀를 '가엾게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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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 가엾게 여기소서 토마토문학팩토리
최난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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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 오독, 오도독. 먹을 수 있는 건 오직 녹말 이쑤시개 뿐. 역시 이건 저주일까? 들여선 안 될 존재를 집에 들인 죄가 불러온 지독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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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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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섬뜩한 10개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 

저주 토끼부터 재회까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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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했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었다.


'머리'는 조금 난해했다.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보자면 아동학대를 빗댄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친자식임에도 행해지는 아동 학대. 입양아동에게 행해지는 아동 학대.

원치 않았지만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미움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그런 아동 학대 사태를 비유한 것 같았다.

(물론, 올바른 해석이 아닐 수 있지만..)


'차가운 손가락'은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유령에 홀린 건가? 사고는 왜 난거지?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는 물욕에 눈이 먼 이들을 그려냈다.

이해하기는 쉬웠고, 잘 읽혔다.


저주 토끼, 덫, 안녕 내 사랑, 즐거운 나의 집.


수록된 10개의 이야기 중, 4개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다.


저주의 물건, 보이지 않는 토끼.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니.

그렇게 해야 사람을 현혹시키고, 저주의 물건을 가까이 두게 한다는

섬뜩한 이야기였다.


금을 흘리는 여우, 금을 흘리는 아들.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인간은 얼마나 악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나를 풀어주시오."라는 대사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1호 로봇, 기억의 동기화.

아끼고 아끼던 첫번째 로봇. 전원도 켜지지 않는, 수거를 앞둔 그의 선택은?

AI기술이 발전되는 가운데, 생각해볼법한 이야기였다.


벌레가 우글거리는 집, 지하실을 좋아하는 아이.

전재산을 들어 마련한 건물.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평온하지 않았다.

남편의 바람, 남편의 빚, 동네 사람과의 분쟁, 세입자 문제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가운데, 아이는 지하실을 좋아했다.

그런데 말이지. 왜 엄마는 '혼자' 있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는 걸까.


개정판이 아닌 구판으로 읽었다.

10개의 이야기 중 재밌게 읽은 작품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10개 중 절반이라도 재미있게 읽었다면 괜찮다는 생각이기에

'저주토끼'는 여름날의 무더위를 앗아줄 섬뜩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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