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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장의 참극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평점 :

명랑장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 살인
범인은 왼팔이 잘린 채 동굴로 도망친 과거의 인물, 시즈마일까.
아니면 그의 망령이 깃든 다른 누군가일까.
어둠 속의 살인, 밀실 살인, 마차에서의 살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경찰과 행동을 함께하던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는
트릭을 깨부수며 진범의 존재를 밝혀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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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서운 사건이다.
곳곳에 회전벽이나 탈출구가 있어서
'미로장'이라 불리는 대저택 명랑장.
과거 이곳의 주인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사촌의 팔을 베어버린
대참극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시노자키 신고라는 다른 주인이 있는 곳이다.
호텔로의 전환을 앞둔 어느 날,
왼팔이 없는 의문의 남자가 신고의 손님이라며 이곳을 찾게되고
그런 적이 없던 신고는 긴다이치에게 전보를 보낸다.
그렇게 미로장이라는 무대에
탐정을 비롯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는데,
바로 그 날, 사건이 벌어진다.
마차 위에서 발견되는 한 남성의 사체.
그리고 곳곳에서 목격되는 왼팔이 없는 남성의 실루엣.
범인은 누구인가.
긴다이치 고스케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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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기는 전부 풀렸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시그니처 대사는 없지만,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의 추리는
잔잔한 물결처럼 동요없이 흘러간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몰입이 시작되자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쇼와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의아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가 이뤄지며
만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장면이 그려진다.
오래된 공간을 무대로 하는 만큼
고전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실제로 1956년에 중단편으로 최초 발표된 작품을
70년대에 장편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만화와 소설로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김전일만 알고 있다가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을 보게 되서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77개의 작품에 달하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그 중 국내에 출간된 건 이번이 13번째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12개의 작품 속에서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은 어떻게 그려질까.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간단한 트릭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기발한 속임수라도 트릭을 밝히면 이렇게 시시한 거라는
작품 속 문장처럼,
그렇기 때문에 미로장에서 일어난 참극은
어설프게 느껴지면서도 그래서 더 무서운 사건이 아닐까.
실상은 허무할 정도였지만,
극이 벌어진 무대가 화려하여
명탐정이 활약하기 제격이었던
미로장의 참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