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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1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평점 :

내림굿, 악귀, 그리고 가족
있는지도 몰랐던 친척의 존재.
그리고 자신에게도 남겼다는 친척들과의 공동 유산.
시골집 한 채와 오래된 상가 건물이 상속된다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돈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속 조건으로 남긴, 시골집에서의 며칠은 왠지 꺼름직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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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공동 상속자들 중, 연호를 제외한 다섯이 시골집으로 향했다.
철조망으로 막힌 입구, 잠겨있는 창고.
휴대폰도 되지 않으며, 밤에는 고라니 소리가 들리는 곳.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다섯 사람은 4박 5일을 지내야한다.
그게 고모의 상속 조건이었으니까.
그런데 종현 오빠가 재털이로 삼으려고 놋그릇을 찾아낸 이후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밤에는 잠을 자는 현선 언니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급기야 횡설수설하던 종현 오빠가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날이 밝자마자 수색에 나섰지만 그를 찾지 못하고,
마지막 날 개천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하며 패닉에 빠진다.
거기에 절대 가져오지 않았을 놋그릇이
소희를 따라온 것처럼 가방에 들어있거나,
룸메이트 혜리가 이상해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며 소희의 삶이 무너진다.
무언가에 홀린 듯했던 소희는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와 이모, 그리고 무당의 등장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닥친 일이 무엇때문인지를 알게 되는데....
소희는 자신을 휘감은 악귀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모의 유산에 담긴 운명은 왜 그녀를 찾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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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더라면.
돈에 혹해서 엄한 것까지 같이 받아버렸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한숨을 덜어내게 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1권에서는 유산과 관련된 일들과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괴현상들.
그리고 소희를 휘감는 홀림의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고,
2권에서는 악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과
그럼에도 끊임없이 소희를 유혹하는 속삭임.
마침내 드러나는 사촌이 숨기고 있던 진실과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운명, 그리고 악귀의 결말이 담겼다.
명두와 부적, 무당.
오컬트적인 요소가 어렵게 다가오지 않게끔,
잘 모르는 이들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끔
소희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몰입을 돕는다.
소희를 도와주는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그리고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존재로
그녀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악귀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든다.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스쳐 지나도 될 장면이 분량을 차지하는 장면도 있기는 한데,
숨가쁘게 흘러가는 사건 속에서
잠시 숨돌리는 구간이라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극 중 소희의 행동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있는지도 몰랐던 사촌과 함께 지냈던 건 겨우 나흘.
그런데 그 사이에 가족의 정이라도 생겨버린걸까.
자신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알게 되었음에도
놓지 못하는 연민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오히려 그렇게 붙어다니는 혜리의 말을 들었더라면
답답함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치않는 운명을 피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걸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당사자도 모르게 하는 끔찍한 짓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겪어봤다는 이유로 가엽고 안타까워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연민보단 분노가 크지 않을까 싶었다.
오컬트임에도 너무 무겁지 않게 흘러가서 좋았고,
눈에 보인 적은 없지만, 귀신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산에 얽힌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오싹하면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