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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평점 :

[살]
죽이고 싶다.
殺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새끼 고양이를 죽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여자가 목이 잘려 죽더니,
침대 위에는 고양이 사체가 있다.
왜애웅.
고양이 울음 소리가 계속 들린다.
[품은 만두]
기가 막힌 만두, 자오쯔.
만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군침이 돌고, 식욕을 멈출 수가 없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고강선사유적박물관]
남편이 실종되고, 옆집 A의 도움을 받았다.
돈을 모아 독립한 뒤엔 A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박물관에 있는 밀랍 인형이 남편과 A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경찰은 그곳에 박물관이 없다고 말하는데....
[시어머니와의 티타임]
티타임은 끔찍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남편이 죽고 나서도 티타임은 끝나지 않았다.
심지어 남편을 불러오겠다며 의식까지 치르고,
아픔이 극에 달한 나는
한가지 묘책으로 또 하나의 티타임을 만든다.
[기억의 커피]
과거의 기억이 돌아오면, 현재의 기억이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에
하루 한 캔으로 제한된 기억 커피를 연거푸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되살아난 기억은 파국을 불러온다.
[자판기와 철용씨]
관리인 철용씨를 사랑하는 자판기.
불량 고등학생 무리가 철용씨를 불러내어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복수만을 꿈꾸고 있던 어느 날
마침내 복수의 기회가 찾아온다.
[내가 죽기 전날]
37년 후의 미래.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그곳의 나.
간병인이라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마지막을 지켜보러 간 병실에서 남자는 충격적인 말을 건넨다.
"사실 저는..."
[사유지]
양재천 근처의 빌라.
둘러가는 길 대신, 건물을 통하는 지름길이 있다.
밤 여덟시면 어김없이 닫히는 셔터지만,
웬일인지 그 날은 여덟시 반인데도 셔터가 열려있었다.
지름길은 땡큐.
하지만 발을 들이는 순간, 셔터가 내려오며
사유지에 갇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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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을 배경으로 하거나,
양재천을 지나치며 일어나는 이야기들
지방에 거주하기 때문에
양재천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어떤 구조인지를 잘 모른다.
첫 이야기부터 읽어내려가니
'양재천'은 그저 하나의 소재였을 뿐
그 안에 담긴 이야기의 큰 틀은 아니여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무리가 없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이야기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야기에
독특한 의인화를 지나 수수께끼의 결말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던 '살'과 '품은 만두'였다.
살의 저주와 만두의 비밀에 대한 거여서
기담보다는 괴담에 가깝지 않았나 싶은데,
그래서 더 섬뜩하고 무서웠다.
단편 영화 같은 걸로 만들면
꽤 오싹한 영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밀랍인형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 '하우스 오브 왁스'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꽤 오래 전에 봤음에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공포 영화여서
밀랍 인형을 마주했을 때의 공포가 어떨지 연상되기도 했다.
인상적인 이야기 중에 '기억의 커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어버린 주인공이
기억을 다시 되찾으며 일어나는 이야기였는데,
현재의 기억이 사라지며 혼란을 겪는 부분과
과거의 기억에 되살아난 공포가 잘 담겨서 좋았다.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오싹함을 선물하며
실화인지 허구인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다양한 소재의 기담집 '양재천 기담'
8편의 이야기인데도 빠르게 읽히는 편이어서
기담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