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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하루 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되는 날, 치팅 데이.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들 모두 가면 아래 그들의 진짜 모습을 감춘 그와 같은 괴물들이었다.
괴물인 걸 숨기고 평범한 척 살아가는 희태의 치팅 데이.
악인은 누구든, 그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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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써 봐.
그럼 아무도 네가 괴물이란 걸 모를 거야.
치팅 데이를 정한 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내게 잘못을 묻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희태에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치팅 데이'라는 비밀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것.
목숨을 빼앗은 것 외에도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인간관계, 금전, 권력, 자존심 등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살짝 건드리면
꽤나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체면을 중시하는 최선생을 불륜 프레임을 씌워 내쫓았고,
시끄럽게 굴며 아내와 아이에게 폭행을 일삼는 옆집 남자를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치팅 데이만을 기다리던 희태의 앞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자신의 타겟을 눈앞에서 채가는 의문의 남자.
그는 누구일까.
치팅 데이를 방해한 남자와 대면하게 된 희태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을 맞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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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을 사냥하는 사이코패스
가면을 쓴 살인마가 우리 주변에 있다면?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악인을 선택하는 기준도, 희태의 과거 이야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쉽게 풀어내며 가독성을 높인 듯 했다.
법의학자로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뒤에선 흉악범을 사냥하는 주인공 모건처럼
치팅 데이의 희태는 한국판 덱스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덱스터가 법의학자로 흉악범죄와 가까이 있는 직업군인 반면
희태는 초등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그런 흉악범과 자주 마주치기 보단
이웃 또는 동료, 혹은 주변의 누군가와 마주하는 사례가 더 잦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보다는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악인'이 아니더라도 섬뜩하고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인을 사냥한다고는 하지만, 겉에서 보기엔 그저 살인마일 테니 말이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게 아니기에 겉에서 보기엔 더더욱 평범하게 보이니까)
방해꾼과 마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대립하는 장면과
그 이후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는데,
대립 이후에 찾아온 고민과 그 뒤의 또 다른 계기로 인하여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제대로 된 법의 판단으로 합당한 처벌을 선고하여
사적 제재로 통쾌함을 느껴야만 하는 웃픈 현실이 끝나는 건 언제 쯤일까.
치팅 데이를 통해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안타까움과 통쾌함, 그리고 씁쓸함 그 사이에 있던
이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