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들리는 동물병원
타케무라 유키 지음, 현승희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이 하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빠와의 갑작스런 이별에 마음을 꼭꼭 닫았던 어느 날, 

아키에게 신기한 사건이 일어났고 그 일은 아키를 늪에서 건져주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키는 목표를 정했고 끝내 그 목표를 이루었다. 


'사쿠라이 동물병원' 

그곳에서 할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키의 특별한 진료가 시작되었다.


-----------


정신 똑바로 차려!


아키를 구해줬던 그 목소리.

그때부터 아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아픈 동물을 투철하게 보살피는 것.


모든 동물들이 아키를 이상하리만큼 따르는 건

그녀만이 가진 비밀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물의 마음이 들리는 것.


반대로 사람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럼에도 아키는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물병원을 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소와 같이 특별한 진료를 하던 어느 날,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데즈카를 만나게 되었다.


유기된 동물과 구조한 동물,

도움이 필요한 곳마다 따라다니는 데즈카.

그리고 그런 데즈카와 함께 동물들을 돕는 아키.


두 사람과 동물병원이 함께 만들어내는

힐링 판타지의 이야기는 동물을 사랑하는 이에게

웃음이 머무는 멋진 선물이 되지 않을까.

--------------------


반려동물의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이야기를 읽으며 첫번째로 든 생각은,

마음을 알 수 있어서 부럽다는 것이었다.


함께 하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무언가를 원할 때, 하고픈 말이 있을 때.


내 이름을 부르며 말을 전할 수 있다면,

그 말을 내가 들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적어도 아플땐 아프다고 말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은

최근에 아파서 동물병원을 다니며 고생했어서

더 절실히 느끼는 부러움이기도 했다.



이야기는 빠르게 읽힌다.

동물병원 안에서의 아키와 유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들게 된 데즈카.


아픈 동물을 치료할 때면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열정과

감정을 하나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이 돋보이는 아키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마저 환하게 물들이는

비타민과도 같은 존재였다.


아키의 비밀을 눈치챈 것 같지만

섣불리 말해버린 자신을 자책하고

계속 그녀 곁에 남기를 원하는 데즈카 덕분에

사람과의 관계를 어색해하던 아키도 변하기 시작한다.


간간히 등장하여 데즈카를 질투(?)하는 듯한

유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장면이 없다.

아키를 보며 긍정적인 조마조마함이 맴돌고,

데즈카를 보며 반전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맴돈다.


그저 이 조합 이대로

다음 편에서 시리즈로 만날 수 있기를.


또 다른 동물들이 지난 사연으로

가슴 속에 따스함을 주는 이야기를 

다시 만나길 바라게 되는 힐링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로장의 참극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랑장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 살인


범인은 왼팔이 잘린 채 동굴로 도망친 과거의 인물, 시즈마일까. 

아니면 그의 망령이 깃든 다른 누군가일까. 


어둠 속의 살인, 밀실 살인, 마차에서의 살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경찰과 행동을 함께하던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는 

트릭을 깨부수며 진범의 존재를 밝혀내는데....


-----------


이것은 무서운 사건이다.


곳곳에 회전벽이나 탈출구가 있어서

'미로장'이라 불리는 대저택 명랑장.


과거 이곳의 주인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여

아내를 살해하고 사촌의 팔을 베어버린

대참극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시노자키 신고라는 다른 주인이 있는 곳이다.


호텔로의 전환을 앞둔 어느 날,

왼팔이 없는 의문의 남자가 신고의 손님이라며 이곳을 찾게되고

그런 적이 없던 신고는 긴다이치에게 전보를 보낸다.


그렇게 미로장이라는 무대에

탐정을 비롯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는데,

바로 그 날, 사건이 벌어진다.


마차 위에서 발견되는 한 남성의 사체.

그리고 곳곳에서 목격되는 왼팔이 없는 남성의 실루엣.


범인은 누구인가.

긴다이치 고스케의 추리가 시작되었다.

--------------------


수수께기는 전부 풀렸다!


소년탐정 김전일의 시그니처 대사는 없지만,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의 추리는

잔잔한 물결처럼 동요없이 흘러간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몰입이 시작되자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쇼와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의아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추리가 이뤄지며

만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장면이 그려진다.


오래된 공간을 무대로 하는 만큼

고전 추리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고,

(실제로 1956년에 중단편으로 최초 발표된 작품을 

70년대에 장편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만화와 소설로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김전일만 알고 있다가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을 보게 되서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77개의 작품에 달하는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그 중 국내에 출간된 건 이번이 13번째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12개의 작품 속에서

긴다이치 고스케의 활약은 어떻게 그려질까.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간단한 트릭이 아닐까 싶은데

어떤 기발한 속임수라도 트릭을 밝히면 이렇게 시시한 거라는

작품 속 문장처럼,

그렇기 때문에 미로장에서 일어난 참극은

어설프게 느껴지면서도 그래서 더 무서운 사건이 아닐까.


실상은 허무할 정도였지만,

극이 벌어진 무대가 화려하여

명탐정이 활약하기 제격이었던

미로장의 참극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박선영 옮김 / 시옷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선생님을 죽였다.‘
칠판에 적힌 그 말은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어서 마지막까지 재미를 놓지 않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 - 악마의 심리 상담소에서 당신의 천국행을 도와드립니다
야초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 갱생! 천국 보내기 프로젝트!


악인이 넘쳐나는 세상. 

포화상태에 이른 지옥은 인력부족에 시달리며 몸살을 앓는다. 

엘리트 악마 '베스탄'은 지옥으로 올 영혼들을 미리 만나 

천국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악마의 심리 상담소. 

하지만 7년째 아무런 소득도 내지 못하는데....

베스탄은 다시 지옥으로 금의환향 할 수 있을까?


------------


악마가 상주하고 있는

악마의 심리상담소에 어서오세요.


최고의 악마 '베스탄'

인간 세상에서 '정지철'이 되어

악인을 위한 심리 상담소를 열다!


하지만 7년 간의 실적은 제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지옥의 신이 보낸

'선애'로 인하여 상담소에도, 지철에게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층간소음과 분노조절장애, 그리고 커피.

감춰져있던 베스탄과 선애의 과거 이야기와

천국에 있는 지옥 훈련소에 대한 것 까지.


악마의 귀라도 빌려서

울분을 토해내는 내담자들의 사연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


어디엔가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대리만족 이야기


악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유쾌할 수 있었던 건 포화상태라는 지옥의 상태.

지옥의 신과 베스탄, 사신k와 베스탄,

그리고 선애와 베스탄의 티격태격을 보는 재미 때문이기도 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이 벌어지기도 하고

대다수가 흘려들을만한 사소한 일로 범죄가 일어나는

현대 사회 문제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쉽지 않았던 속마음을

여과없이 털어놓고 같이 욕을 해주는 악마로 인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에 봤던 '지옥에서 온 판사'가

악인을 처단하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주었다면

'악마의 귀라도 빌려드릴까요?'는

악인이 될지도 모를 이의 얘기를 들어주며

예상치 못한 방식의 솔루션으로 유쾌함을 준다.

(물론, 이미 저질러버린 악인에겐 유예없는 지옥행이 준비되어있지만)


속안에 담긴, 누구도 모르는 이 마음을,

수없이 상상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마음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나 혹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의 위태로운 마음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지옥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들이

혼자서만 아팠던 마음을 맘껏 얘기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악마를 만나야 할 일을 막아낼 수 있다면,

'악마의 심리 상담소'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장소가 아닐까.


이곳을 만나게 된다면

'갱생'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하여

천국에 가는 이들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지도.


머릿속에 웹툰처럼 장면들이 그려져서

더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 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되는 날, 치팅 데이.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들 모두 가면 아래 그들의 진짜 모습을 감춘 그와 같은 괴물들이었다. 


괴물인 걸 숨기고 평범한 척 살아가는 희태의 치팅 데이. 

악인은 누구든, 그의 표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



가면을 써 봐.

그럼 아무도 네가 괴물이란 걸 모를 거야.


치팅 데이를 정한 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내게 잘못을 묻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희태에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치팅 데이'라는 비밀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것.


목숨을 빼앗은 것 외에도 사람을 망가뜨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인간관계, 금전, 권력, 자존심 등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살짝 건드리면

꽤나 쉽게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체면을 중시하는 최선생을 불륜 프레임을 씌워 내쫓았고,

시끄럽게 굴며 아내와 아이에게 폭행을 일삼는 옆집 남자를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치팅 데이만을 기다리던 희태의 앞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자신의 타겟을 눈앞에서 채가는 의문의 남자.

그는 누구일까.


치팅 데이를 방해한 남자와 대면하게 된 희태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을 맞게 되는데...

--------------------


악인을 사냥하는 사이코패스

가면을 쓴 살인마가 우리 주변에 있다면?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악인을 선택하는 기준도, 희태의 과거 이야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쉽게 풀어내며 가독성을 높인 듯 했다.


법의학자로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뒤에선 흉악범을 사냥하는 주인공 모건처럼

치팅 데이의 희태는 한국판 덱스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덱스터가 법의학자로 흉악범죄와 가까이 있는 직업군인 반면

희태는 초등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그런 흉악범과 자주 마주치기 보단

이웃 또는 동료, 혹은 주변의 누군가와 마주하는 사례가 더 잦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보다는 우리 주변에 누군가가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악인'이 아니더라도 섬뜩하고 무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악인을 사냥한다고는 하지만, 겉에서 보기엔 그저 살인마일 테니 말이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게 아니기에 겉에서 보기엔 더더욱 평범하게 보이니까)


방해꾼과 마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대립하는 장면과

그 이후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는데,

대립 이후에 찾아온 고민과 그 뒤의 또 다른 계기로 인하여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까지 깔끔했다.


제대로 된 법의 판단으로 합당한 처벌을 선고하여

사적 제재로 통쾌함을 느껴야만 하는 웃픈 현실이 끝나는 건 언제 쯤일까.


치팅 데이를 통해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며

안타까움과 통쾌함, 그리고 씁쓸함 그 사이에 있던

이 작품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