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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몬트의 정원 - 네덜란드식 인생 음미법
금경숙 지음 / 고즈윈 / 2010년 7월
평점 :
더 빨리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많이 늦어졌다. 책을 읽은 지 2년쯤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후기를 꼭 남기고 싶은 책인지라, 시간 여유가 있는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지은이 금경숙 씨가 무슨 일을 했으며(지은이 소개글에 간략히 언급됐지만, 그 정도로는…), 과거 어느 매체로든 글을 발표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런 유의 저작물―어찌어찌 해 외국에 나가 살며, 부대끼며, 뒤늦게 합류한 사람의 시각으로 그 나라를 훑어 내려가는 일상 스케치 및 준여행기 스타일의 글― 가운데 한국인이 쓴 것으로는 가장 낫지 않은가 한다. 전체적인 완성도며 문장 수준(물론 편집부가 잘 다듬은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도 그렇고, 정착한 지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글쓴이의 깊은 이해도를 봐도 그렇다. 그게 ‘깊은 이해’인지 알 게 뭐냐고 묻는다면, 독자인 내가 가 보지도 않은 곳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게 그 답이다. 그녀는 적어도 나를 납득시켰다!
지은이가 사는 루르몬트는 네덜란드 남부 림부르흐 주에 있는 동네다. 종교개혁을 겪은 네덜란드에서도 가톨릭을 믿는 지역으로, 내 기억이 맞다면, 몇 년 전 ‘관용과 포용의 나라 네덜란드’에 어울리지 않게도 극우정당 지도자가 큰 지지를 얻은 곳이기도 하다(이후의 결과는 모른다). 그런 만큼 우리가 아는 네덜란드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는 곳을 이야기하고,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만든다.
물론 글쓴이가 스테레오 타입화된 네덜란드 환상(?)을 깨부수자는 의도로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더불어 림부르흐가 관용이라곤 모르는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가득한 동네도 아니다). 한국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 지역 출신이었을 뿐. 그럼에도 프랑스 하면 파리, 미국하면 뉴욕, 영국하면 런던을 이야기하기 바쁜 분위기 속에서, 네덜란드에 살면서 암스테르담 애기를 들려주지 않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건 사실이다.
책 속에는 네덜란드 사람 일반, 남자친구네 가족을 포함한 림부르흐 사람들, 지은이처럼 네덜란드어를 배우러 어학원에 나오는 외국서 건너온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다. 과도한 감상에 휩쓸리지 않는 어조로 전달하는, 지역 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흥미롭다. 지나친 긍정도 부정도 없다. 하지만 독서가 끝난 뒤, “다시 가 봐야겠는걸” 하고, 나는 주요 국가 항목에 네덜란드를 다시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