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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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떠오른 의문 하나는, 지은이의 전직이었다던 '테크니컬 라이터'가 과연 뭘 하는 자리인가 하는 것이었다. 뭐가 됐든 라이터, 그러니까 '작가' 업무를 '녹'을 받으며 한 사람치고는 문장력이 그리 좋아 뵈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뷰를 쓴 다른 분들이 읽었다는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아 필자 특유의 스타일 운운할 입장은 못 되지만, 나는 이 책에서 별반 문체라 할 만한 것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특출한 기술(!)도 볼 수가 없었다(그래도 '사진'만큼은 좋다고 할 분들이 있을지도).

 

다른 의문은 출판사 '예담'에 대한 것으로, 모르긴 몰라도 이 위즈덤하우스가 하루이틀 된 회사는 아닐 텐데,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표기가 제대로 됐는지 체크한 편집자가 아무도 없었나 하는 부분이다. 작자의 거주지가 독일이었던 관계로 독일어 표기만큼은 비교적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데, 프랑스어는 상당히 멋대로다(라틴어 발음 표기 틀린 것 정도는 너그럽게 못 본 척하겠다). 이 모든 콘텐츠가 블로그원전이 블로그였는지는 모른다. 필자가 파워블로거 등에 선정된 적이 있다기에 추측할 뿐이다―상에 남는 정도로 그쳤다면, 그건 개인의 활동 영역인 만큼 왈가왈부할 게 못 되지만, '책이 된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행여 있을지 모를 내용 오류나 외국어 표기 문제를 '짚고 넘어가' 주는 게 출판사의 역할이 아닌가.

 

'유난 떤다'는 소릴 들을지도 모르지만, 출판사는 제대로 '한국어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의무를 진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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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이든 필포츠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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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 문학의 대사 처리 능력이란, 정말이지... 흡사 E.M.포스터 소설 속에 있는 듯 황홀하다. 한숨 나오는 교정 실수만 늦게라도 좀 수정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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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
백철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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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가 이리저리 부유하는 사념―사념이 딱히 나쁘다는 게 아니라―들로 채워지는 것을 불필요한 배출(? : 웬만하면 그냥 혼자 생각하는 걸로 끝내고, 쿤데라 수준의 글쓰기가 아니라면 ‘사념’을 굳이 책으로까진 엮지 않았으면 하는)로 여기는 터라,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거, 어째 좀 위험한데' 하고 잠깐이나마 (계속 읽어 말아?) 주저했으나, 이내 내용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이것은 아주 괜찮은, 완성도 높은 여행기다. 헤이그 특사 3인이 네덜란드로 건너간 뒤의 얘기는, 내가 근대사에 약한 점을 감안하고라도,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읽는) 거라 놀랍고도 애잔하더라.

 

작가 덕분에 존재(!) 사실을 알게 된 석현준 선수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포르투갈로 둥지를 옮겼단다. 그 전에 벌써 아약스를 떠나 흐로닝언에서 뛴 지 꽤 된 듯했지만, 지난 2년여간 그에게 벌어졌을 법한 사건들을 이전 기사들을 통해 추측해 보노라면, 책 속 시점인 2010년의 쑥(석현준)과는 어째 연결이 안 되는 듯해 괜히 씁쓸해진다.

 

헤이그 특사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석 선수의 아약스 입단기에서 드라마를 본 작가인 만큼 이들 특사 3인의 이야기를 언젠가 시나리오화 하는 걸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한다. 한국식 역사극 특유의 감정 과잉을 걷어내고(소재가 ‘을사조약’―나는 이렇게 배웠지만 작가는 ‘늑약’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데, 처음부터 합법적인 ‘조약’은 아니었으므로 작가의 선택이 맞다고 본다. 왜 지금껏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인 만큼 꼭 맞는 예라 하긴 좀 그렇지만), 과감하게 데릭 자만 감독의「카라바조」(1986) 풍으로 말이다.

 

네덜란드 얘기가 너무 없었나. 얼마 전 베아트릭스 여왕이 오는 여왕의 날(4월 30일인 듯)에 왕위를 내려놓는다는 발표를 했다. 이를 보도한 뉴스 몇 개를 유튜브에서 봤는데, 네덜란드에서는 현 여왕 이전에도 이처럼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일이 잦았나 보더라. 죽지도 않았는데 왕위를 넘겨주는 경우를 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깜짝 놀랐다. 왕좌는 사람 좋게 생긴(그는 ‘미남’이 아니다!) 사십대의 빌렘 알렉산더 왕자에게로 넘어가는데, 오란여 가문으로서는 120여 년 만에 맞는 첫 King이란다(하지만 그는 딸만 셋이라 ‘여왕’은 다시 돌아온다). 리포터의 브리핑만으론 이 같은 일이 전통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으나), 확실히 네덜란드는 앞서 가는 면이 있구나, 싶었다. 바다 건너 섬나라의 육십대 왕세자 얼굴이 괜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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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몽 가든 페스티벌과 정원 디자인
권진욱 지음 / 나무도시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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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번쩍 뜨일 놀라운 자르디나주Jardinage의 세계로 독자를 데려갈 수도 있었을 책인데, 아쉽다. 다수의 프랑스어 표기 오류와 매끄럽지 못한 글쓰기가 그 입구를 막았다. 의미를 포기한다면 볼거리는 충분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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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몬트의 정원 - 네덜란드식 인생 음미법
금경숙 지음 / 고즈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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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많이 늦어졌다. 책을 읽은 지 2년쯤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후기를 꼭 남기고 싶은 책인지라, 시간 여유가 있는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

 

지은이 금경숙 씨가 무슨 일을 했으며(지은이 소개글에 간략히 언급됐지만, 그 정도로는…), 과거 어느 매체로든 글을 발표한 전력이 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런 유의 저작물―어찌어찌 해 외국에 나가 살며, 부대끼며, 뒤늦게 합류한 사람의 시각으로 그 나라를 훑어 내려가는 일상 스케치 및 준여행기 스타일의 글― 가운데 한국인이 쓴 것으로는 가장 낫지 않은가 한다. 전체적인 완성도며 문장 수준(물론 편집부가 잘 다듬은 결과일 수도 있겠으나)도 그렇고, 정착한 지역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글쓴이의 깊은 이해도를 봐도 그렇다. 그게 ‘깊은 이해’인지 알 게 뭐냐고 묻는다면, 독자인 내가 가 보지도 않은 곳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게 그 답이다. 그녀는 적어도 나를 납득시켰다!

 

지은이가 사는 루르몬트는 네덜란드 남부 림부르흐 주에 있는 동네다. 종교개혁을 겪은 네덜란드에서도 가톨릭을 믿는 지역으로, 내 기억이 맞다면, 몇 년 전 ‘관용과 포용의 나라 네덜란드’에 어울리지 않게도 극우정당 지도자가 큰 지지를 얻은 곳이기도 하다(이후의 결과는 모른다). 그런 만큼 우리가 아는 네덜란드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는 곳을 이야기하고,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만든다.

물론 글쓴이가 스테레오 타입화된 네덜란드 환상(?)을 깨부수자는 의도로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더불어 림부르흐가 관용이라곤 모르는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가득한 동네도 아니다). 한국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 지역 출신이었을 뿐. 그럼에도 프랑스 하면 파리, 미국하면 뉴욕, 영국하면 런던을 이야기하기 바쁜 분위기 속에서, 네덜란드에 살면서 암스테르담 애기를 들려주지 않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건 사실이다.

 

책 속에는 네덜란드 사람 일반, 남자친구네 가족을 포함한 림부르흐 사람들, 지은이처럼 네덜란드어를 배우러 어학원에 나오는 외국서 건너온 사람들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다. 과도한 감상에 휩쓸리지 않는 어조로 전달하는, 지역 문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흥미롭다. 지나친 긍정도 부정도 없다. 하지만 독서가 끝난 뒤, “다시 가 봐야겠는걸” 하고, 나는 주요 국가 항목에 네덜란드를 다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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