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
백철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여행기가 이리저리 부유하는 사념―사념이 딱히 나쁘다는 게 아니라―들로 채워지는 것을 불필요한 배출(? : 웬만하면 그냥 혼자 생각하는 걸로 끝내고, 쿤데라 수준의 글쓰기가 아니라면 ‘사념’을 굳이 책으로까진 엮지 않았으면 하는)로 여기는 터라,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이거, 어째 좀 위험한데' 하고 잠깐이나마 (계속 읽어 말아?) 주저했으나, 이내 내용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 이것은 아주 괜찮은, 완성도 높은 여행기다. 헤이그 특사 3인이 네덜란드로 건너간 뒤의 얘기는, 내가 근대사에 약한 점을 감안하고라도,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읽는) 거라 놀랍고도 애잔하더라.

 

작가 덕분에 존재(!) 사실을 알게 된 석현준 선수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포르투갈로 둥지를 옮겼단다. 그 전에 벌써 아약스를 떠나 흐로닝언에서 뛴 지 꽤 된 듯했지만, 지난 2년여간 그에게 벌어졌을 법한 사건들을 이전 기사들을 통해 추측해 보노라면, 책 속 시점인 2010년의 쑥(석현준)과는 어째 연결이 안 되는 듯해 괜히 씁쓸해진다.

 

헤이그 특사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한 건데, 석 선수의 아약스 입단기에서 드라마를 본 작가인 만큼 이들 특사 3인의 이야기를 언젠가 시나리오화 하는 걸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한다. 한국식 역사극 특유의 감정 과잉을 걷어내고(소재가 ‘을사조약’―나는 이렇게 배웠지만 작가는 ‘늑약’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데, 처음부터 합법적인 ‘조약’은 아니었으므로 작가의 선택이 맞다고 본다. 왜 지금껏 의문을 갖지 않았을까―인 만큼 꼭 맞는 예라 하긴 좀 그렇지만), 과감하게 데릭 자만 감독의「카라바조」(1986) 풍으로 말이다.

 

네덜란드 얘기가 너무 없었나. 얼마 전 베아트릭스 여왕이 오는 여왕의 날(4월 30일인 듯)에 왕위를 내려놓는다는 발표를 했다. 이를 보도한 뉴스 몇 개를 유튜브에서 봤는데, 네덜란드에서는 현 여왕 이전에도 이처럼 생전에 왕위를 물려주는 일이 잦았나 보더라. 죽지도 않았는데 왕위를 넘겨주는 경우를 보는 건 처음이라 정말 깜짝 놀랐다. 왕좌는 사람 좋게 생긴(그는 ‘미남’이 아니다!) 사십대의 빌렘 알렉산더 왕자에게로 넘어가는데, 오란여 가문으로서는 120여 년 만에 맞는 첫 King이란다(하지만 그는 딸만 셋이라 ‘여왕’은 다시 돌아온다). 리포터의 브리핑만으론 이 같은 일이 전통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으나), 확실히 네덜란드는 앞서 가는 면이 있구나, 싶었다. 바다 건너 섬나라의 육십대 왕세자 얼굴이 괜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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