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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과 4분의 3의 슬픔
폴커 주어만 지음, 김시형 옮김 / 삐삐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3과 4분의 3의 슬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13과 4분의 3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해리포터의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이 떠오르는 제목이기도 했습니다.
13과 4분의 3은 이 책의 주인공 레온의 나이를 나타냅니다.
이 책은 레온이 도덕 시간에 발표할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조사하고 준비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발표의 주제는 바로 ‘죽음과 애도’입니다.
학교에 가는 길에 있는 교차로의 교통섬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레온은 그 십자가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서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됩니다.
23살의 루카스라는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교차로를 건너던 중 화물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고, 그 후 그 자리에는 십자가를 설치했고, 누군가는 일주일마다 꽃을 가져다 놓고, 누군가는 촛불을 켜놓았습니다.
레온은 처음에는 자신이 찾아낸 간단한 사실들을 가지고 발표를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발표를 보완할 기회를 줍니다.
“누군가가 죽은 장소에 왜 십자가를 걸었을까?”
“그곳에 누가 초를 켜고 꽃을 놓았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레온은 십자가를 설치한 사람, 촛불을 켜는 사람, 꽃을 가져다 놓는 사람,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 등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면서 단순히 ‘한 사람이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애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레온에게는 이 발표가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레온은 우울증을 앓고 있어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툭하면 눈물이 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 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를 통해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혹시 아이들이 자신을 더 잘 알게 될까 두려워 눈물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그런 레온의 발표를 같은 반 친구 루벤이 도와주게 됩니다. 두 아이는 함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죽음이 남겨놓은 슬픔과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방법을 알아갑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는 것.
누구의 슬픔이 더 크고 작은지를 비교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죽음이라는 것은 참 마음이 어렵고 무겁기만 한 존재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올해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도 오래도록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는 할머니가 천국에 가셨을 거라고,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으실 거라고 이야기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슬픔 속에 계속 머물러 있기보다는 우리가 지금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할머니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기도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보며 그 사람을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꽃을 놓고 촛불을 켤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평소처럼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속으로 떠난 사람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큰아이 역시 친구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럽고 믿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모두 적을 수는 없지만 마음이 정말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학교 벽 옆에는 잠시 친구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책 속에 등장하는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십자가와 그곳에 놓인 꽃과 촛불이 유난히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십자가 하나일 뿐일지 모르지만, 그곳에 꽃을 놓고 촛불을 켜는 사람에게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방법일 테니까요.
#13과4분의3 이라는 조금은 이상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숫자처럼, 슬픔 역시 사람마다 그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다른 것 아닐까 싶습니다.
#폴커주어만 #삐삐북스 #사춘기 #죽음과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