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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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이 조선을 침략한 병인양요가 일어난 지 153. 당시 강화도 외규장각에 있던 조선 왕실의 보물들이 대거 약탈당하고 불에 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조선왕실 의궤(외규장각 의궤)이다. 그리고 박병선 선생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이것을 발견한 것은 1975.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2011, 무려 145년 만에 외규장각의궤가 우리나라로 반환되었다. 하지만 소유권까지 이전된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5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한 일괄 대여 형식으로 돌아왔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찾았던 나는 단순히 강제로 수탈했으니 아무 조건 없이 돌려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다른 역사 서적들을 읽었고 최근 이노우에 야스시의 둔황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중국편을 읽으면서 단순 감정적 논리로는 문화재 반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때맞춰 을유문화사에서 김경민 교수의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라는 책을 선보였다. 이는 저자의 영국의 문화재 약탈과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고찰, 1790~1980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쓰여졌는데, 그럼에도 논문 같지 않게 어렵지 않은 용어 사용이라든지 친절한 역사 서술로 역사나 고고학 분야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근대적 문화재개념은 19세기 유럽의 민족주의 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열강들의 정복 전쟁과 식민 지배로 인해 식민지 국가에서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 운동이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과거의 물질 유산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생겼다(p.63).

그 전까지는 특별히 문화재라는 개념이 없거나 희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서구 열강들이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여 그 영향력을 유럽 대륙 밖으로까지 팽창시키고자했던 19 세기의 정복 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이 무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재 약탈, 대규모 문화재 유출 사태의 직접적인 역사적 배경이 되고, 문화재 반환 문제는 문화재를 한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영국을 중심으로 알아보고(당시 문화재 약탈을 주도했던 서구 열강들 중 가장 제국주의적이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다수의 주요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후 원산국들의 반환 요구에 일관되고 단호하게 반환 불가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이므로), 2부에서는 제국시대 이후 문화재 보호에 대한 노력으로 (1954 헤이그 협약, 1970 유네스코 협약, 1995 UNIDROIT 협약) 국제법 제정 등과 문화재 약탈에 대한 세계의 시각을 알아본다. 끝으로 3부에서는 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원산국 입장인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데 바라볼 것인가? 우리가 본의 아니게 가지고 있는 실크로드 문화재의 반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화재 반환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오늘날 갈등의 쟁점을 분석하여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고 하였다.

 

저자는 문화재 '반환'은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의 역사적 아픔을 공감하는 데서 비롯되는 한쪽의 전적인 양보와 협력의 결과(p.29)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원산국들이 '약소국에 주어지기 마련인 단순한 동정론에 머무르지 말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인 소유권 주장을 펼칠 필요가 있다(p.49)'고 말하고 있다.

 

그 동안 문화재의 개념부터 오늘날 문화재의 반환의 어려움까지 문화재 약탈의 역사에 대해 종합적으로 기술한 책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로 하여금 문화재가 담고 있는 역사는 과연 누구의 역사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가도록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소임은 다하지 않았나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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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가 지닌 역사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그에 따른 반환 정당성에 대한 정교한 이론 구축 없이, 단순히 현재의 국경과 민족을 가르는 경계선에 근거한 반환 요청은 영국의 견고한 법적·이념적 방어막을 무너뜨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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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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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우주 및 세계의 창조, 신이나 영웅의 사적, 민족의 기원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보통 한 나라 혹은 한 민족, 한 문명권 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고유의 '신화'들이 존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이는 훗날 종교로 발전하기도 하고 그저 시, 산문 등 문학적 이야기로 남아 있기도 한다.) 신화는 대부분은 구비 전승되어 오던 것을 누군가 관심을 갖고 채집하여 기록으로 남긴 경우가 많은데, 구비되어 오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세계관과 우주관, 종교, 생각과 생활상, 바람 등이 녹아들었음은 당연할 것이다.

북유럽 신화는 구전되던 음유 시인들의 노래를 모아 기록한 ‘구 에다’, 이후 13시기 아이슬란드의 시인 스노리 스툴루손이 산문으로 쓴 ‘신 에다’ 등을 기본 출전으로 한다. 이런 신화들은 인류와 함께 살아남아 매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는데, 그 문화들은 여전히 건축, 문학, 예술, 철학,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까지 많은 자취가 남아 있다.
(특히 요일의 어원, 최고의 신 오딘은 Wednesday, 오딘의 아내이자 최고의 여신 프리그(프리가)는 Friday, 천둥의 신 토르는 Thursday, 전쟁의 신 티르는 Tuesday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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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토르', '어벤저스'… 이들 판타지를 통해 익숙해진 '북유럽 신화'도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중심으로 한 게르만 민족의 신화이다. 현대에 오면서 영화 등에서 배경으로 흔히 접하게 됐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널리 알려지거나 출판되지 않았다. (나 또한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를 읽기 전까지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으니...무심함 탓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유는 신화의 배경이 된 노르웨이 등 국가에 기독교 문화가 들어오면서 아무래도 타 문화에 대한 배척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한국 신화도 근래 들어 연구가 이루어지고 동화책 등의 형태로 출간이 되고 있지만 근대 이전까지는 삼국유사 등 몇몇 책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신화집이 드물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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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에서 출간된 '북유럽 신화-바이킹의 신들'은 천지창조부터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까지 『북유럽 신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흥미로운 에피소드 32가지를 담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닌 인간처럼 마침내는 죽게 되는, 무척이나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 속에서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오딘은 지혜롭지만 힘이 약하고, 토르는 힘이 세지만 왠지 모르게 우둔하고, 로키는 영리하지만 사악한 존재로 나오는 등 인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인간적이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충실하게 구성된 ‘서론(북유럽 세계, 우주론, 신들, 출전, 신화의 문학적 구조, 신화에 대한 접근)’ 부분과 중간 중간 들어있는 62장의 삽화로, 『북유럽 신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어 나와 같은 초보자들도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말미에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용어집이 실려 있어, 낯선 어휘에 대한 정리, 주요 키워드를 찾아보는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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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신화 #NorseMyths : #GodsoftheVikings
#신화 #바이킹의신들 #토르 #오딘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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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 신화란 그것을 통하여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기원과, 주위에서 볼수 있는 여러 가지 경이로운 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극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pp.280-281 많은 사람들을 무시하며 조롱하는 짓은 하지 말기를. 시간이 가면 현명한 사람들은 커다란 열정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바보처럼 행동 한다네. 그러니 각자 알아서 잘 판단해야 하지.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루어지지 못한 욕망처럼 나쁜 것도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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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을유사상고전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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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그가 군주정 지지자니 공화정 지지자니, 그가 어떤 사람이었느니 하는 그에 대한 무수한 오해의 말들과 비난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이미 많은 책들에서 다루어졌기도 하거니와 후세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맞춰 구미에 맞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15~16세기의 이탈리아는 나폴리, 교황, 피렌체, 밀라노 그리고 베네치아 등을 주요 세력으로 하는 도시국가의 형태였고, 이에 프랑스 및 에스파냐 왕가 등 외세의 끊임없는 영토 확장의 야욕에 많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인 곳이었다. 마키아벨리는 통일 이탈리아, 이탈리아 중흥을 기치로 호소하고 있는 만큼 군주정 자체가 목적이었기 보다는 피렌체와 이탈리아의 구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다.) 어느 한 사람의 사상을 그가 살았던 시기와 장소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그가 살았던 15~16세기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와 글로벌 시대 운운하는 21세기는 500년이 넘는 간극만큼 엄연히 다르다. 그저 500년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 책은 내용상의 구성으로 보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11장에서는 각종 통치권의 종류와 본질, 그것들이 가지는 장단점, 통치권의 획득 및 유지의 방법 등이 고찰되고 있다.

12~14장에서는 군대의 종류와 같은 군사론에 배당되고 있으며, 자국군의 필요성과 군주의 군사상의 의무가 설명되고 있다.

15~23장에서는 통치의 기술이 설명되고 있다.

24~26장에서는 이탈리아의 위기적 현상의 원인(군비와 내정 소홀)에 대해 거론되고 있고, 더욱이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이 호소되고 있다.

 

 

 

 

 

우선 표지의 그림은 르네상스의 화가 티치아노의 <신중함의 알레고리>라는 작품이다.

화면의 세 남자의 얼굴은 노년, 장년, 청년의 모습으로, 이는 인생의 세 단계이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중 왼쪽을 보고 있는 노인이 티치아노의 자화상이고정면을 보는 장년의 인물은 티치아노가 가장 아꼈던 아들이자 조수였던 오라치오오른쪽의 젊은이는 조카이자 역시 조수였던 마르코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티치아노는 각 인물을 비추는 빛의 양으로 과거의 희미함과 미래의 불투명함, 현재의 확실함을 나타냈다.

또한 세 인물들 밑에는 이집트 전통에서 그 의미를 가져왔다는 동물 그림이 있다. 노인의 밑에는 과거의 기억과 교활함(혹은 노년의 지혜)을 상징하는 늑대를, 장년의 밑에는 현재의 용맹함(혹은 장년의 실권)을 상징하는 사자를, 젊은이의 밑에는 미래의 희망과 충성심과 청년의 성실함을 상징하는 개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이들의 머리 위에는 각각 왼쪽부터 <과거의 경험을 통해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하고미래에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하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 과거에서 배워서 현재에 신중하게 행동해야 미래를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굳이 책 리뷰에 표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장황하게 쓴 이유는 바로 아래의 헌사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드러난 그림을 표지로 잘 선정하지 않았나 싶다.

 

p.34 저도 전하를 뵈면서 전하에 대한 저의 충정을 다소나마 보일 수 있는 물건들을 바치고 자했으나, 저의 소유물 가운데에서는 눈앞의 일들에 대한 오랜 경험과, 옛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써 얻어진 선현들의 행적에 관한 저의 지식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저는 오랫동안 깊이 생각한 나머지 그와 같은 지식들을 하나의 작은 책으로 엮어 전하께 드리는 바입니다.(‘메디치 전하께 드리는 헌사중에서)

 

군주론을 읽다보면(그리고 그의 저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가 문필가이자 사상가를 넘어 이탈리아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지닌 탁월한 역사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p.90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항상 위대한 선지자의 발자국을 따라가야 하며, 특별히 탁월했던 옛 사람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그의 장점을 따르다 보면, 그와 똑같이는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의 체취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려 깊은 궁수는 자기가 맞히고자하는 목표물이 너무 멀고 또 자기 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게 되면 목표물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겨냥하게 되는데, 이는 그 궁수가 목표물보다 더 높은 곳을 맞히려 함이 아니요, 화살을 더 높이 씀으로써 목표했던 것을 맞히고자 함입니다.

군주의 이상(理想) 또한 이와 같습니다.

(6장 자신의 군대와 능력으로 획득한 새로운 통치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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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키아벨리즘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정치를 도덕이나 종교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라보는 것이다. ‘군주론을 읽다보면 무수한 조건문들을 보게 된다.(현명한 군주라면, 사려 깊은 사람이라면, 그 둘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경우에는, 군주가...넘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말미암아 어떤 나라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 이런 조건들을 간과하고 읽는다면 역시 그를 냉혈한이자 비도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274 사례가 깊다는 것은 자기가 겪고 있는 난관의 본질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해독이 작은 쪽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6장 군주가 신망을 받는데 필요한 방법)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어 보면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모습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게 된다. 역시 군주론에서도 인간 본성과 권력 투쟁에 대한 마키아벨리만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끄럽지만 어쩌면 인간 보편의 본능일 수도...

 

p.56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그곳(새로 정복한 영토) 원주민들을 잘 대접할 것이냐 아니면 완전히 박살을 낼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가벼운 피해에 대해서는 복수를 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주민에 대한 억압은 복수를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철저해야 합니다.(3장 혼합된 통치권에 관하여 중에서)

 

p.210 인간은 남을 해치면서 남들로부터 두려움을 받고 있는 사람보다는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사람을 더욱 얕잡아 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사랑이란 의무라고 하는 쇠사슬로 묶여 있는 것인데, 인간이란 본시 사악한 존재여서 의무라는 것도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언제라도 깨어버리는 것입니다.(17장 무자비함과 인자함, 사람을 받는 것과 두려움을 받는 것의 우열에 관하여 중에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봄직하고, 읽진 않았어도 집안 책꽂이 어딘가에 그의 책 군주론이 꽂혀 있지 않은 집도 드물리라 생각한다. 시중에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이 많음에도(따라서 번역의 완벽성을 논한다는 것은 어쩌면 쓸 데 없는 일일지도...), 이번 을유문화사에서 마키아벨리 탄생 550주년에 맞춰 내놓은 전면개정판은 1980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40여년에 걸친 개역, 이 책 자체가 메디치가에 헌정되었던 책이라는 데서 착안한 서간체로 기술하고 각 장과 단락을 구분하여 가독성을 높인 점, 비록 흑백이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은 도판 등은 이탈리아어 원전 번역이 아니라는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음이 있다.(판본이 바뀔 때마다의 서문을 읽는 것도 묘미)

 

 

#마키아벨리 #군주론 #IIPrincipe (1513)

#니콜로마키아벨리 #DarrellBricker

#신복룡 옮김 #을유문화사 #을유사상고전

#정치철학 #리더십 #메디치가 #정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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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지구 - 다가오는 인구 감소의 충격
대럴 브리커.존 이빗슨 지음, 김병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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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텅빈지구 #Empty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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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놀라운 세계 동향"

눈앞에 닥친 현실, 인구 감소를 둘러싼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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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과잉의 시대, 멜서스만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인류를 통제하는 미래 사회, 가상 세계의 이야기를 그린 책과 영화들도 많이 있었다. 댄 브라운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학적 테러로 인구수를 줄이고자 한다는 설정의 영화 '인페르노''산아제한법'(1가구 1자녀 제한)으로 인구증가를 통제한다는 설정의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실제 중국에서는 이 정책을 한 동안 유지했었다.), 이 외에도 영화 '킹스맨', '다운사이징', 등 이미 다양한 작품으로 다뤄졌다.(반면 인구 감소의 문제를 다운 영화도 있는데, 2009년부터 18년간 원인 모를 이유로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인구부족 현상이 야기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칠드런 오브 맨등이 있다. 이런 영화들은 단순히 재미로만 볼 수 없는 충격적인 메시지들을 전달한다.)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식량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거의 80억에 육박하는 지구의 인구가 이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시 인구 감소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니.

 

나의 어린 시절은 산아제한 정책이 한창이던 때로, 교육의 여파였는지 아이들끼리도 어느 집에 애들이 많다 싶으면(3~4형제가 보통이던 시절이었으니) ‘미개인이라도 되는 양 쑥덕거리곤 하던 때였다. 우리나라도 전쟁 전후 베이비붐 시대를 거친 후 경제개발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1960년대부터는 인구 증가 문제로 가족계획이 실시된다. 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부터 1970년대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나아 잘 기르자.’, 1980년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하나만 나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1990년대 선생님, 착한 일 하면 여자 짝꿍 시켜주나요?’, 2000년대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등등. 80년대까지는 인구 증가 억제 정책을 폈다면, 90년대부터는 남아 선호 사상에서 오는 성비 불균형 문제 해결, 출산 장려 정책으로 선회하게 된다. 도시화와 산업화 이후 불과 한 세대 만에 인구과잉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통계청 조사(2018 한국의 사회지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약 5160만 명, 중위연령은 42.6, 합계출산율은 0.98로 대체 출산율인 2.1을 밑돈 지 오래됐고, 세계적으로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아이들이 줄고 입학생이 주니 학급 수가 줄고, 급기야 지방에서는 폐교하는 학교도 늘어가고 있다. 아이들 수의 감소는 단지 학교 입학생 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학교에서도 수년전부터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얼마나 실효를 거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출산율 저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소위 아직 빈곤국이라 할 수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출생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텅 빈 지구는 캐나다 여론 조사기관의 최고경영자와 저술가인 저자들이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인구 감소의 생생한 현실을 담아낸 책이다. 전문가, 일반인을 인터뷰하고 인구학자들의 연구, 뉴스 등을 통해 점점 비어 가는 지구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인구 감소의 큰 원인을 도시화와 여성의 교육으로 인한 여권 신장을 들고 있으며, 피임약 사용 및 성교육 기선 종교의 영향력 쇠퇴 등 각 나라별 사례들도 이야기 하고 있다. 아울러 저자들은 인구절벽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적극적인 이민자 수용과 다문화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생소한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많은 전문가들도 이야기했던 바이기도 하다.(그러나 알고 있었다고 충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중위 연령이 40대를, 기대수명은 80세를 훌쩍 넘겨버린 우리나라.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한 의료비와 연금 수요 증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가 닥친 오늘날 한국에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쿠퍼의 대사)

 

   

#대럴브리커 #DarrellBricker #존이빗슨 #JohnIbbitson #김병순 옮김 #을유문화사

#다가오는인구감소의충격 #인구감소 #사회문제 #출산율 #고령화 #인구 #미래

 

 

 

미래는 자기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노인 세대를 품어야 하고 우리의 젊은 세대를 격려해야 하고 모두를 위해 평등을 촉진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자유와 관용을 지키면서 그들과 우리의 공간을 함께 나눠야 한다. 그것은 한 사회를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든다. 인구 감소가 반드시 사회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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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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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이토록도움이될줄이야 #힐링보다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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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도, 힐링도, 처세술도 아닌 ‘철학이 필요한 시대!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이 책은 2016년 일본에서 출간된 고교윤리 고전에서 배우는 철학 교육(훈련)‘1인간을 이해하다, 2사회를 생각하다가 원작으로, 철학과 사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35명의 작가가 집필진으로 참여하여 완성했다.

1 : 高校倫理古典でまなぶ 哲学トレーニング 1人間理解する

2 : 高校倫理古典でまなぶ 哲学トレーニング 2社会える

 

운동을 잘 하려면 연습이 필수이듯 철학에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이야기 한다. 또한, ‘철학훈련을 위해 고전을 가까이하라고도 이야기 한다. 좋은 고전을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사물을 보는 시각을 돌아보게 되고 깊이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고전을 읽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그 동안 어렵게만 느껴지고 고리타분하게 생각되던 것과는 달리 고등학생, 대학 초년생, 철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 철학을 가르치는 교사 등 모두가 독자가 될 수 있을 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고전의 특징

- 일독(一讀)으로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 읽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 사람에 따라 이해와 해석이 달라진다.

 

 

서두에 쓰인 친절한 이 책 사용 설명서를 통해 다수의 집필진이 참여했음에도 짜임새 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한 점이 보인다. 한 시간의 수업을 진행할 때 도입-전개-정리의 체계를 갖추듯 도입 부분에서는 이와나미라는 가상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일상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전과 연결 짓는 키워드, 질문 등을 유도해 낸다. 이어서 관련 고전(철학, 사상서의 일부)을 읽고 스스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훈련을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철학 세우기라는 코너에서는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의 질문을 통해 핵심 내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생각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말미의 오늘의 철학자코너와 중간 중간 마련된 칼럼, 철학훈련을 위한 특별부록과 참고문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전에 읽은 에세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책이 생각난다.(지금 생각해도 책 이름을 참 잘 지은 듯싶다.) 생각하지 않으면 (감정, 다른 사람의 의견, 상황 등에) 휩쓸리게 되고, 생각을 포기하면 자기 자신과 자유를 잃게 된다. 자기 자신을 잃은 삶이 온전한 삶이 될 수 있을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살아가다 보면 참 고단하고 힘든 일들도 많고 삶의 기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민할 때도 많다.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다 보니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 받는 일들도 많다 이때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삶의 방향을 안내해 줄 나침반도 필요할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철학이 아닐까 싶다. 위로는 순간일 수 있다. 결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해결책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철학이 필요한 때이다. 그것을 철학을 배움으로써 가능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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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둔감력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자기모순에 맞닥뜨려도 ‘나‘의 판단을 믿고 무슨 일에든 그것을 우선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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