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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와 매 ㅣ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11년 7월
평점 :
온라인 게임의 프리퀼로 나온 소설이지만 게임을 모르고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책 소개에 나온 내용으로는 게임 배경의 2천년 전 이야기라고 합니다만, 게임 쪽에 전혀 눈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게임에 관심이 없어서가 결코 아니라, 어차피 못 할 거 쳐다보지도 말자의 자세랄까요)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두 주인공, 전나무인 키프로사와 매로 설정된 진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전나무와 매'이지만, 이 둘이 만나거나 함께 모험을 겪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극과 극으로 떨어져 있는 편입니다.
키프로사는 추운 북쪽에, 진은 따뜻한 남쪽에 있고, 사는 환경도 다릅니다. 키프로사는 절벽에 둘러싸인 차가운 석조의 성에서, 눈사태와 늑대와 겨울을 두려워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고, 진은 넓고 풍요로운, 그러나 끈적한 음모와 향락이 있는 궁에 살고 있죠.
현실로 치자면 키프로사는 아마도 노르웨이나 핀란드같은 북유럽이나 밑으로 내려와봤자 스코트랜드 쯤 살고 있을 것이고, 진은 이집트나 아라비아 반도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둘이 가고자하는 세계의 수도 델피나드는 아마 서양 세계의 수도였다는 '로마' 쯤이 되지 않을까요.
부모가 다 떠난 차가운 성에서 나이어린, 어머니가 다른 여동생까지 건사하며 사는 키프로사는 책이 가득하다는, 그리고 아버지가 추구하던 마법이 넘쳐난다는 세계의 수도 델피나드로 가길 꿈 꿉니다. 꿈까지 꾸며 바라던대로 눈새의 주인이 되어 델피나드로 출발하게 된 키프로사. 그리고 양아버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어머니의 계략으로 왕인 친부의 궁으로 들어갔지만, 어머니가 다른; 동생과의 왕위다툼(정확히는 어머니들끼리의)에 지쳐있는 진은 낙원(?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의 문 앞에 서 있는 꿈을 꿉니다. 그 문이 실존할 것 같은 느낌에 그 문을 찾기 위해서 세상 모든 것을 알수 있다는 세계의 수도로 출발하는 진.
자신들은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고, 그저 괜한 방해였을지 모르지만, 지켜주었고, 지켜주려 노력하던 어른들의 품을 떠난 그 둘이 어떤 여행을 할지, 그 둘 주변을 지키던 가족(?)이 족쇄 혹은 감옥이었는지 든든한 울타리였던건지, 그리고 그 둘이 세계의 수도에서 만날 수 있을런지는 [전나무와 새]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기대됩니다(설마 덜렁 1권 내놓고 '나머지는 게임에서 알아서 하세요'하지는 않겠지요. 게임보다 2000년 전 이야기라는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태탑부터......).
키프로사와 진이 살던 장소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풍경이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에 델피나드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궁금하네요.